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17화 (17/50)
  • 1장. 옥수수 농장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크게 웃으며 이겼다고 말하자 장재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 었다. 오르쿠가 내리치는 도끼를 중 간에 멈춘 적이 없었다. 이성진처럼 오르쿠와 눈빛 싸움을 한 사람도 있 었다. 그 사람은 그대로 머리가 쪼 개졌다.

    왜? 이성진만 도끼로 머리를 쪼개 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기분 좋은 콧바람을 내뿜으며 말했다.

    “푸룽! 인간! 조금이라도 두려움이 보였다면 머리를 쪼개 버렸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의 눈에서 두려움이 보였거나 조 금이라도 움직였다면 절대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눈도 안 깜빡이는 것을 보고 도끼를 멈췄다.

    “푸룽! 힘만 강하다고 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 너는 잘 알고 있다! 이름이 뭐냐?”

    “이진성!”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도끼 를 어깨에 올리는 동시에 다른 손을

    이성진의 어깨에 올렸다.

    “푸릉! 인간 이진성 기억한다! 하 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그대 로 몸을 돌려 다른 오르쿠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다른 오르쿠도 주먹을 쥐고 가볍게 들어 올려 이성진의 용 기를 칭찬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가자 옆에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 고 있던 장재웅이 가슴을 쓸어내리 면 말했다.

    “미쳤어요? 머리를 다치더니 진짜 미친 거죠?”

    “안 미쳤습니다.”

    안 미쳤다는 말에 장재웅은 어이없 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르쿠에게 반 항하듯 말하는 것도 모자라 도끼가 머리로 떨어지는데도 무심하게 서 있었다.

    미친 사람을 도운 것이 아닌가 싶 었다.

    “농장이 이쪽인가요?”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는 것을 보며 말했다.

    “하! 미치겠네.”

    장재웅은 미칠 것 같을지 몰라도 이건 오르쿠의 정보를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도박이었다.

    오르쿠는 힘과 용기를 가장 중요하

    게 생각한다. 오르쿠는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기 원하며 죽음 앞에 서도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보이는 것을 전사의 기본으로 여기기 때문 이었다.

    손을 흔드는 것 같은 정보는 없어 도 오르쿠 종족에 대한 중요한 정보 들은 S급 정보에 있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용 기를 인정받았다. 오르쿠는 종족에 상관없이 인정한 상대를 친구처럼 여긴다. 그렇다고 진짜 친구라고 생 각하면 안 된다.

    오르쿠에게 친구는 언제든지 싸워 이겨야 할 상대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이 본능이고 강한 오르쿠가 약 한 오르쿠를 지배한다는 철칙을 따 르는 일이었다.

    “이것 봐요! 이진성 씨!”

    장재웅은 그냥 걸어가는 이성진의 뒤를 다급하게 쫓아가며 불렀다. 그 래도 멈추지 않자 거의 뛰다시피 해 따라잡았다.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

    장재웅은 말없이 그냥 걷기만 하는 이성진의 옆으로 가 나란히 걷기 시 작했다. 아무래도 이성진이 제정신 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러다가 진 짜 죽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에 이성진의 옆을 지켜야 했다.

    그렇게 대화 없이 30분 정도를 걸 어서 옥수수 농장에 도착했다.

    옥수수 농장이라고 해서 그냥 평범 한 옥수수밭을 생각했다. 그런데 도 착해 보니 아니었다. 성인 남자 팔 뚝만 한 옥수수가 달려 있었다.

    평범한 옥수수 3자루는 합쳐 놓은 것 같았다.

    그것뿐만 아니다. 정사각형으로 만 들어진 옥수수밭이 수없이 많았다. 사람들이 옥수수 농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옥수수 농장 앞에는 파란색 완장을 찬 사람들과 오르쿠가 있었다. 오르 쿠는 감독하고 파란색 완장을 찬 사

    람들은 농장에 일하러 온 사람들에 게 등에 메는 커다란 바구니를 하나 씩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 그러 자 장재웅이 알려 주듯 말했다.

    “하루 20바구니를 채워야 해요.”

    “20바구니나요?”

    이제야 이성진이 말을 하자 장재웅 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인 남자 몸보다 더 큰 저 바구 니를 20개나 채우는데 고작 감자 10개만 준다는 건가요?”

    “네.”

    이건 완전 노동력 착취 같았다. 아 무리 옥수수가 크다고 해도 바구니

    1개를 채우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은 더 들 것이다. 먼 곳까지 가서 옥수수를 따 가지고 와야 한다.

    벌써 바구니를 받고 들어간 사람들 은 가까이 있는 옥수수를 따고 있었 다.

    “너무한 거 아닌가요?”

    너무한 거 아니냐는 말에 장재웅이 주위 사람의 눈치를 봤다. 그러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그런 말 하면 안 돼요. 내가 이야 기했죠? 절대 거스르지 말라고.”

    팔을 가리키며 말하는 것이 파란 완장을 찬 사람들 이야기인 것 같았

    다.

    “얼마나 떼어 가는데요?”

    핵심을 꼭 집어 말했는지 장재웅은 팔을 잡고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소개비라고 생각하면 되니 까…… 좀 조용히 해요.”

    “얼마나 떼어 가는데요?”

    다시 묻자 장재웅은 어쩔 수 없다 는 듯이 말했다.

    “세금 10%에 소개비 20% 그리고 보호료 20%요.”

    입이 딱 벌어지게 떼 간다. 무려 50% 였다.

    “그걸 가만히 둬요?”

    “제발…… 문제 일으키지 마요.”

    문제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정보 만 모으고 기회를 봐서 서울 방향으 로 탈출할 생각이다. 이곳 마나막을 통과하는 방법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미 문제는 일어난 것 같 았다. 주변에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 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장재웅 역 시 주변 눈빛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 다.

    “진성 씨! 만약 저 사람들이 찾아 오면 그냥 잘 몰라서 그랬다고 말해 요.”

    장재웅은 이성진이 다치지 않았으 면 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다는 대답을 해 주자 그제야 장재웅은 조금 안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바구니를 받는 차례 가 되었다.

    파란색 완장을 찬 남자가 바구니를 주다가 이성진을 쳐다보더니 멈췄 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느 농장에 있다가 왔지?”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그냥 반말이 었다. 눈이 살짝 찢어진 것이 얍삽 하게 보였다. 처음이라고 대답하려 고 입을 열려는 순간 장재웅이 나섰 다.

    “한진구 관리자님! 이 친구 머리를

    다쳐서 말을 잘 못 합니다. 이름은 이진성이고요. 옥수수 농장은 처음 입니다. 제가 옆에서 잘 도와줄 테 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장재웅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것 같이 보이는 한진구에게 두 손까지 모아 말했다. 한진구는 위아래로 스 윽 훑어보면서 말했다.

    “이진성! 이름 쓰고 여기에 사인해 라.”

    들어가면서 이름을 쓰고 옆에 사인 해야 하는 종이가 보였다. 바로 이 진성이라고 쓰고 사인을 했다. 그런 데 한진구는 처음에 주려던 바구니 가 아닌 다른 바구니를 들었다.

    “바구니가 망가지면 배상해야 한 다.”

    배상해야 한다고 하면서 능글맞게 웃었다. 재미있는 장난을 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장재웅이 인상을 썼다. 하지만 거 의 다 망가진 바구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일부러 폐기 직전의 바구니 를 준 것이다.

    “안 받아? 일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면 오르쿠가 가만히 안 둘걸?”

    깨어난 날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반응을 봤을 때 한진구의 말대 로 될 가능성이 컸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폐기하려던 바 구니를 받았다. 한쪽 어깨끈도 없었 다.

    “감자 30개야!”

    이성진이 진짜 받을 줄 몰랐던 한 진구는 조금 열 받은 표정을 지었 다. 좋은 바구니로 바꿔 달라고 사 정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망가지면 30개 배상하죠.”

    무심한 듯 말하고 바로 농장 안으 로 들어갔다. 그러자 한진구는 어이 가 없다는 둣 장재웅에게 말했다.

    “어디서 이상한 놈을 데려온 거 야‘?”

    장재웅은 아직도 모은 두 손을 풀

    지 않았다.

    “머리를 다쳐서 그럽니다. 그러니 한진구 관리자께서 이해해 주세요.”

    “좋아. 이해해 주지! 대신 저놈이 바구니를 망가뜨리면 너도 배상해야 한다. 똑같이 30개다.”

    장재웅은 입술을 깨물었다. 합쳐서 30개가 아니다. 각각 따로 30개씩 받아 갈 인간이었다.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재웅에게는 튼튼한 바구니를 준 것이다. 장재웅 은 급하게 이성진의 뒤를 따라갔다. 덕분에 누군가 한진구에게 말을 하

    며 이성진을 가리키는 것을 보지 못 했다.

    “진성 씨! 그 바구니에 옥수수 담 지 마요. 내 바구니에 담으면 되니 까요.”

    장재웅의 말대로 낡은 바구니에 옥 수수를 담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아니요. 이 바구니를 사용할 겁니 다.”

    장재웅은 이성진이 답답해 보였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 가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하루쯤 감자 안 받아도 집에 남은 감자가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되잖

    아요. 그리고 한진구 관리자에게 고 개 좀 숙이면 되는데……

    “그게 싫습니다.”

    “왜요? 고개 좀 숙이면 편해지잖아 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도 진 성 씨를 인정했으니 더 편해질 거예 요.”

    장재웅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더 안 된다는 겁니다. 만 약 내가 한진구에게 머리 숙이고 기 어들어 간다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나를 진짜 죽일지도 모릅니 다.”

    진짜 그럴 거다. 자신에게 보여 준 용기를 잃은 인간으로 생각할 테니

    까.

    “그……래요? 그러면 한진구 관리 자에게 머리만 안 숙이면 되잖아요. 그 바구니 사용하지 말고 나하고 같 이 옥수수 따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한진구가 가만히 있을까요? 오늘 일 안 했다는 핑계로 내일은 아예 일을 못 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인데요.”

    장재웅은 평소 사람들 괴롭히기로 유명한 한진구라면 이성진의 말대로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내일 다른 농장으로 가요. 내가 알려 줄게요. 그 바구니 망가 지면 3일을 그냥 일해 줘야 한다고

    요.”

    “일하면 되죠.”

    장재웅은 더는 말할 수 없었다. 이 성진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알아서 해요!”

    “네.”

    장재웅은 옥수수를 따러 가 버렸 다. 하지만 이성진은 옥수수를 따지 않았다. 사방에 널린 옥수수 껍질을 줍기 시작했다.

    오르쿠들은 옥수수를 익혀 먹지 않 는 것 같았다. 지나가다가 그냥 하 나 툭 따서 껍질만 깐 다음 통째로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가끔 껍질도

    안 까고 먹는 오르쿠도 있었다.

    옥수수 껍질을 당겨 보니 생각보다 질겼다. 길이도 30cm 이상이다. 일 부러 결을 따라 세로로 찢지 않은 이상 찢어질 일은 없는 것 같았다.

    30cm 길이 옥수수 껍질을 4개만 이어도 lm 20cm가 된다.

    익숙하게 밧줄 연결하는 매듭법인 접친 매듭법으로 옥수수 껍질을 묶 기 시작했다. 풀리는지 안 풀리는지 잡아당겨서 확인한 다음 바구니를 보수했다.

    바구니가 낡기는 했어도 전체적으 로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수많은 옥수수를 나른 연결 부위가 헐었다.

    옥수수를 담으면 무게 때문에 바닥 부분이 떨어진다.

    “나무껍질 잘게 잘라서 만드는 것 보다는 낫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무껍질을 이용해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용기 를 만든 적도 많았다. 이렇게 얇으 면서 질기고 긴 옥수수 껍질이라면 낡은 바구니 보수 하는 것 정도는 쉽다.

    왼쪽 어깨끈이 떨어진 것도 옥수수 껍질로 고쳤다.

    “하하…… 진성 씨…… 재주 좋네 요.”

    어느새 바구니 하나를 가득 채운

    장재웅이 돌아왔다. 바구니가 꽉 찬 상태라 어차피 돌아오는 길에 이성 진이 있나 살펴본 것이다. 그런데 바구니를 옥수수 껍질로 보수할 줄 은 몰랐다.

    “그냥 하니까 되더라고요.”

    “그래요? 하긴 그런 재주가 있으니 그렇게 자신 있어 했겠네요.”

    바구니를 고쳐서 사용하면 한진구 도 다른 말을 못 할 것 같았다. 부 수면 배상하라고 했다. 부수지 않고 고쳐서 준다.

    그런데 한진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네. 그런 잡스러운 기술이 있 으니 그렇게 당당했나 보네.”

    한진구 혼자가 아니었다. 한진구를 포함해 3명이 다가왔다. 장재웅은 옆으로 비켜섰다.

    “멀리 가 있는 줄 알고 한참 찾았 잖아. 새끼야!”

    한진구가 기껏 고쳐 놓은 바구니를 발로 차 버렸다. 바구니는 구멍이 뚫리며 하늘 높이 날아갔다. 일반인 의 힘으로는 저렇게 높이 날아갈 수 없었다.

    파란색 완장을 찬 사람들은 초인이 분명했다. 왜 장재웅이 파란색 완장 을 찬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이쿠 바구니를 잊어 먹으면 2배

    로 배상해야 하는데?”

    “찾아와서 고치면 배상 안 해도 되 는 거 아닌가‘?”

    한진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 성진을 쳐다봤다. 이성진 역시 한진 구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한진구는 지금 등 뒤에 누가 있는 지 모른다. 여기서 한진구에게서 눈 을 돌려서는 안 된다.

    한진구가 끝까지 눈을 돌리지 않자 허리춤에 달린 삼단봉을 꺼냈다. 삼 단봉을 꺼내느라 시선을 먼저 피한 것처럼 보인 것은 한진구였다.

    “대가리를 빠개 주마!”

    한진구가 강철로 된 삼단봉을 들어

    올리는 순간 후웅 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날아왔다. 그리고 이성진과 한진구 사이 땅에 박혔다

    “크홍! 거기까지다!”

    한진구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 렸다. 그리고 비굴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아이구……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님께서 이런 곳까지 오시다 니……

    “크홍! 눈 찢어진 인간, 내가 온 것이 싫은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도끼 를 향해 걸어오면서 말하자 한진구 는 상체를 25도 정도 숙이며 더 비

    굴하게 말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제 가 왜 싫어합니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땅에 박힌 도끼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도끼를 하늘 높이 들 었다가 한진구의 머리를 향해 내리 쳤다.

    “허억!”

    한진구는 옆으로 구르며 피했다. 하지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도끼는 중간에 멈춰 있었다.

    “왜? 저를……

    공격하냐고 물을 수는 없었다. 오 르쿠가 공격해서 죽여도 막을 수 있

    는 인간은 없었다.

    “크흥. 내가 이름을 기억한 인간 진성은 피하지 않았다. 눈 찢어진 인간 너는 피했다. 용기가 없다!”

    한진구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이성진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에 놀랐다. 오르쿠가 인간의 이름 을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자신도 눈 찢어진 인간이라고 불렸 다.

    “크홍! 내가 이름을 기억한 인간 진성에게 기회 준다. 전사로 죽을 수 있는 기회를!”

    한진구는 비릿하게 웃었다. 이성진 을 살려 주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봐 온 오르 쿠의 성격을 보면 그럴 만도 했다.

    싸워서 이기는 놈이 모든 것을 차 지하는 오르쿠니까.

    “감사합니다.”

    한진구는 아무 능력도 없는 이성진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 다. 그래서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자신의 체면을 세워 주는 것이 된 다.

    “크흥. 누가 감사할지는 봐야 안 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이 이길 것을 알고 있었다. 이성

    진에게서는 진하게 전사의 향기가 느껴진다.

    수많은 전쟁터를 돌아다니고 죽음 을 경험하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그런 전사의 향기가.

    무턱대고 힘만 강하다고 전사가 되 는 것이 아니다.

    “눈 찢어진 인간. 내가 이름 기억 한 진성에게 똑같은 무기를 줘라.”

    한진구는 손에 든 삼단봉을 다시 허리에 찼다. 그리고 단검을 꺼냈다. 단검이 하나뿐이라 다른 파란 완장 을 찬 동료에게 단검을 하나 빌렸 다. 그리고 이성진 앞에 던졌다.

    “내가 이름을 기억한 인간 진성!

    싸울 것인가?”

    당연히 싸워야 한다. 싸움을 피하 면 오르쿠에게 죽는다. 전사의 명예 를 더럽혔으니까.

    “당연히 싸운다!”

    “푸릉!”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기분 좋은 콧바람을 내뿜었다. 자기 생각 대로 이성진은 싸운다고 말했기 때 문이었다.

    “푸릉! 규칙은 없다. 이겨라! 그리 고 살아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도끼 를 어깨에 척 걸치고는 뒤로 물러섰 다. 이제 이성진과 한진구가 5m 거

    리에서 서로 단검을 든 상태로 마주 보고 섰다.

    “이진성이라고 했지? 차가운 쇠가 몸 안에 들어올 때 차가울 것 같 지?”

    한진구는 단검을 들어 혀로 핥으면 서 겁을 줬다. 저런 모습에 겁을 먹 는다면 아마추어다. 그리고 저런 행 동은 한진구가 전문적으로 살인 기 술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을 알려 준다.

    아니면 상대를 얕보거나.

    “아니! 뜨거운 것이 들어오는 것 같을 거야!”

    한진구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영화 많이 봤나 보네. 직접 찔려 보지 않았잖아!”

    한진구의 귀가 빨개졌다. 상대방을 조롱할 줄은 알아도 조롱받을 줄은 모른다.

    “한진구라고 했지? 그 느낌 직접 경험하게 해 줄게.”

    두 손을 늘어뜨렸다. 한진구가 보 기에는 ‘그냥 찔러 주세요!’처럼 보 였다.

    한진구는 온 힘을 다해 땅을 박찼 다. 그리고 단검을 든 손을 앞으로 뻗었다. 5m 거리는 순식간이다.

    이성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찌를 자 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한진구의

    착각이었다.

    이성진은 가볍게 몸을 틀어 한진구 를 피했다. 한진구의 공격은 너무 단순했다. 5m 거리밖에 떨어져 있 지 않더라도 다리에 힘을 주는 사전 동작이 눈에 잘 보였다.

    단검을 앞으로 찌르려는 어깨와 팔 의 움직임 역시 잘 보였다.

    한진구가 찔러 오는 것을 피하면서 단검을 살짝만 들었어도 끝난 싸움 이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 다.

    초인이 된 일반인과 싸워 경험을 얻는 동시에 그 누가 보더라도 상대 가 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했다.

    이성진을 10m나 지나친 한진구가 당황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신중 하게 단검을 앞으로 내밀며 자세를 낮췄다.

    한진구도 바보는 아니다. 이성진이 너무 쉽게 피했다.

    ‘어?’ 하는 사이에 5m 거리를 뛰 는데 그것을 쉽게 피하는 일반인이 있을 리가 없다. 반사적으로 피했다 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너무 여유 있는 이성진의 태도 때문이었다.

    한진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 을 더 가늘게 뜨고는 천천히 접근했 다.

    한진구가 천천히 접근하는 것은 이 성진도 바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접근하게 둬서도 안 된 다. 딱 단검이 찌를 정도의 거리만 접근하게 해야 했다.

    1.5m 정도 거리에 왔을 때 가볍게 단검을 찔렀다.

    한진구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펄쩍 뛰었다. 이성진의 늘어뜨린 단검을 잡은 손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 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뛰었다. 등줄 기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단검이 무 섭다는 것을 알았다. 눈의 사각을 이용한 공격 같았다.

    한진구는 이성진에게 단검 기술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 다면 이성진보다 강한 힘을 이용하 는 것이 맞았다.

    규칙은 없다.

    한진구가 다시 조금씩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움직인 것이 아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땅을 파 듯이 움직였다.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한진구가 땅을 차올렸다. 있는 힘껏 찬 것이 기 때문에 홁이 빠르게 이성진을 향 해 날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성진은 옆으로 두 걸음 옮기는 것으로 날아오는 흙

    대부분을 피했다.

    뻔한 꼼수를 쓰는데 파악 못 할 리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한진구는 살을 주고 뼈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즉 사하는 급소만 피하면 된다. 회복력 이 빠르니 금방 낫는다. 하지만 이 성진은 어디를 찔려도 끝이라고 생 각했다. 힘으로 뚫어 버릴 생각이니 까.

    한진구가 조금씩 다가왔다. 그리고 또 1.5m 거리가 되었을 때 이성진 의 단검이 움직였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올 줄 알고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검은 속임수였다.

    이성진이 땅에 주저앉으며 다리를 펴고 빙그르르 돌았다. 이성진의 다 리에 한진구의 다리가 걸렸다. 균형 을 잃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 졌다.

    큰 타격은 없었다. 한진구는 이성 진이 단검을 찔러 올까 봐 옆으로 굴렀다. 하지만 이성진은 제 자리에 있었다. 한진구 혼자 데굴데굴 구른 것이다.

    그 모습이 웃긴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웃고 있었다.

    “에이! 시팔! 몰라!”

    한진구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한 번만 걸리면 죽는 거야!”

    단검을 든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힘이 강하니 팔이 움직이는 속도도 빨랐다. 사선으로 단검이 빠르게 움 직인다.

    이성진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자세를 살짝 낮추며 한진구 의 단검과 동시에 몸을 읽으려고 노 력 했다.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중앙으로……

    그냥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지 만, 패턴이 있었다. 그리고 검을 움 직이는 몸의 반응도 확실하게 보였 다.

    한진구가 다시 1.5m 거리로 들어

    왔다.

    후웅. 가각.

    한진구는 굳이 살을 주고 뼈를 취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성진 이 멍청하게 휘두르는 단검을 단검 으로 막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힘의 차이가 난다. 이성진이 단검을 손에 서 놓치거나 휘두르는 힘을 못 이겨 팔이 튕겨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진구는 자신의 단검이 미끄러지 둣 움직이다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 로 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성 진이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눈에는 한진구

    가 헛손질하고 이성진은 그냥 피한 것처럼 보였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다른 오르쿠만 정확하게 이성진이 한진구 의 단검을 빗겨 내 몸의 중심을 잃 게 했다는 것을 알았다.

    한진구가 당황하며 몸을 돌리면서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성진의 몸에 닿지 않았다. 이성진이 정확하 게 단검이 닿지 않을 거리까지만 떨 어졌기 때문이었다.

    당황하면서 뒤돌아 단검을 휘둘렀 기 때문에 동작이 커지고 허점이 많 이 보였다.

    서걱.

    날카로운 단검이 한진구의 허벅지 를 베고 지나갔다. 꽤 깊게 베었다.

    “ O 으 ’’

    —=7 •

    다리를 베였다고 저렇게 손으로 붙 잡으면서 고개를 숙이면 안 된다.

    서걱!

    “아악!”

    왼팔의 뼈가 보일 정도로 베었다. 한진구가 발악하듯 단검을 휘둘렀 다. 이럴 때는 오히려 피해 주는 것 이 낫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궤도로 단검을 휘두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야! 너! 쉽게 안 죽여!”

    발악하듯 소리쳤다. 저건 화가 난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기의 두려움 을 떨쳐 내는 소리였다. 이미 승부 는 났다.

    절뚝거리면서 뛰어와도 일반인보다 는 빨랐다. 하지만 단순히 빠른 것 뿐이었다.

    서걱.

    “아•…"

    한진구는 또 다른 허벅지를 베이자 주저앉으며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아무리 회복력이 좋다 해도 근육까지 잘린 이상 바로 움직일 수 는 없었다.

    최소 6시간은 걸린다. 죽음이 다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고통도 잊었다.

    툭!

    한진구가 단검을 땅에 떨어뜨렸다.

    “이진성 씨라고 했죠? 내가 다 보 상할게요! 모아 놓은 식량도 꽤 많 아요. 오르쿠는 식량만 주면 거의 관여를 안 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모은 식량 다 줄게요. 살……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한진구의 이 마에 단검이 박혔다. 멍청하게 가까 이 다가갈 생각은 없었다. 한진구가 단검을 떨어뜨리면서 몰래 돌을 집 는 것을 봤다.

    한진구의 힘이라면 조그만 돌멩이 하나도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가까

    이 접근하면 피할 수도 없다. 더군 다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도끼를 어깨에서 내리고 있었다.

    한진구의 목숨 구걸하는 모습이 보 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도끼를 날리 기 전에 이성진이 단검을 던져 죽이 는 것을 보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기분 좋은 콧바람을 내면서 다시 도끼를 어깨 위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성진에게 걸어갔다.

    “푸훙! 내가 이름을 기억한 인간 진성! 역시 전사다! 비굴한 죽음을 보지 못한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중간

    에 한진구의 팔에서 파란색 완장을 뜯어냈다. 그리고 이성진에게 내밀 었다.

    “푸훙! 내가 이름을 기억한 인간 진성! 지금부터 이것은 진성 것이 다. 또한, 찢어진 눈의 모든 것은 진성 것이다.”

    다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다음 말에 놀랐다.

    “푸홍! 옥수수 농장의 책임자도 진 성이다!”

    한진구와 같이 왔던 파란색 완장을 찬 2명이 똥 씹은 얼굴을 했다. 오 르쿠가 말한 이상 따라야 했다. 따 르지 않을 방법이 하나 있긴 했다. 이성진에게 도전해 싸워 이기면 된 다.

    하지만 조금 전 한진구와의 싸움을 보자 싸울 마음은커녕 생각조차 안 했다.

    이성진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몇 번이나 도움을 주자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푸흥. 내가 이름 기억한 인간 진 성! 왜 불렀냐?”

    “나를 도와주는 이유가 뭐냐?”

    이성진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에게 반말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 들은 곧 이성진이 죽겠구나 생각했 다.

    “푸훙흥! 내가? 도와줘? 아니다. 나는 용감한 전사에게 싸울 기회를 줬을 뿐이다. 내가 아니었어도 진성 너는 저 찢어진 눈을 한 인간을 이 겼을 것이다. 진성 너는 전사니까!”

    맞는 말이기는 했다. 한진구를 죽 이는 것쯤은 쉽게 할 수 있었다. 하 지만 그 이유뿐만 아니었다.

    “푸흥! 내가 이름 기억한 인간 진 성! 강해져라! 그리고 나하고 싸우

    자!”

    무슨 미친 소리를 하나 싶었다. 거 제도에서 강해진 힘 정도로는 어쩌 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이길 수 없다. 도끼 막으려다가 그대로 쪼개 진다.

    “푸흥! 나는 안다. 진성 네가 강한 전사라는 것을! 전사의 향기가 그것 을 말해 준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어쩔 수 없이 싸우고 이긴다면 어떻게 되 는지 궁금했다.

    “내가 너를 이기면?”

    “푸흥흥! 절대 못 이긴다. 하지만 이긴다면 파나 신에게 맹세한 율법

    대로 나의 모든 것은 진성 너의 것 이 된다.”

    이러면 계획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 른다.

    오르쿠는 강자에게 모든 것을 바친 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강자에게 모 든 것을 바치는 것이 아니다.

    오르쿠 전부가 덤벼도 이기지 못하 는 적이 쳐들어 왔다고 하자.

    그러면 오르쿠가 적이 강자니까 무 릎 꿇고 ‘다 바치겠습니다!’ 이렇게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다 죽는다.

    물론 저항할 수조차 없는 강한 상 대에게는 종족의 보존을 위해 무릎

    꿇는 경우도 있다.

    지금 같은 경우는 다르다. 이곳은 오르쿠가 점령한 곳이다. 모든 것이 오르쿠의 소유다. 인간 역시 오르쿠 의 소유다.

    오르쿠의 사회 안의 구성원이 된 것이다. 오르쿠 사회 구성원이 전사 가 되는 것은 오르쿠도 인정한다.

    그것이 인간일지라도.

    오르쿠에게 인정받은 강한 전사는 오르쿠를 밑에 둘 수 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걸 만한 일이다.

    “푸흥! 나는 언제나 진성 너를 지 켜보고 기다릴 거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을 처음 봤을 때 짜릿한 전율 같 은 것을 느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약하고 약한 인간이 맞았다. 하지만 전사의 느낌 은 달랐다. 목숨을 걸고 싸워도 될 만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인간 중에도 강한 인간은 존재했 다. 자신 같은 오르쿠 수백이 덤벼 도 상대가 되지 않는.

    이성진에게 느껴지는 것은 강한 인 간이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것과는 다르게 몸이 정상이 아닌 것 같았 다. 그래서 몇 가지 시험을 했다.

    이성진은 홀륭하게 자신의 시험을

    통과했다. 그리고 조금 강한 인간을 상대로 쉽게 이겼다. 이성진의 몸이 회복되고 자신과 싸우게 되면 얼마 나 짜릿할까 생각했다.

    “푸홍! 내가 이름을 기억한 인간 진성! 더 강해져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도끼 를 어깨에 척 걸쳐 메고는 뒤돌아서 다른 오르쿠들과 함께 떠났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떻게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는 파란 완장을 찬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이성진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당황 했다.

    “이제 내가 이 옥수수 농장 책임자

    인 것 같은데?”

    다짜고짜 다가와서 반말로 옥수수 농장 책임자라고 말하자 두 사람은 당황함을 넘어서 황당해했다.

    “오르쿠가 인정했다고 해서 우리가 인정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두 명 중 한 남자가 욱하는 심정 으로 말했다. 그러자 이성진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뭐 인정 안 해도 좋아!”

    이성진이 웃으며 말하자 자신들과 같은 편이 되려는 줄 착각했다.

    “오르쿠가 나에게 옥수수 농장을 맡겼으니까 나를 인정 안 하는 사람 은 옥수수 농장에서 나가라!”

    “뭐?”

    황당해서 반문했다. 이성진의 말이 맞다. 오르쿠가 옥수수 농장의 책임 자로 이성진을 지목했다. 하지만 나 가란다고 그냥 나갈 수 없다.

    옥수수 농장은 자신의 삶을 보장하 는 주요 수입원이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이성진이라면 기습이 성공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 이 들었다.

    “눈알 굴리지 마라. 기습 정도는 예상하고 여기까지만 온 거다.”

    이성진의 말을 듣고 보니 진짜 그 런 것 같았다. 5m 정도 떨어진 곳 에서 더는 다가오지 않고 말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성진이 한마디 더했다.

    “이번에는 저기 누워 있는 한진구 처럼 봐주지 않는다. 죽이려고 했으 면 한진구는 처음 공격이 실패했을 때 죽었다.”

    이성진이 한진구를 가지고 노는 것 을 봤다. 그것이 기억났다. 이성진을 기습할 생각을 버렸다.

    이성진은 완장을 찬 남자의 눈빛이 죽는 것을 보고 마음이 변한 것을 알았다.

    “그럼 결정해라. 나를 책임자로 인 정하고 남을 것인지 아니면 옥수수 농장을 떠날 것인지.”

    남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머리는 이 옥수수 농장을 떠나야 한다고 말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떠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마음도 있었 다.

    남자가 쉽게 대답하지 않자 뒤에 있던 다른 남자가 나섰다.

    “호영 형, 그냥 다른 농장으로 가 자! 어차피 다른 농장에서 공격하면 못 버텨.”

    “명수야. 다른 농장 가면 우리를 제대로 대접해 줄까?”

    명수라고 불린 남자가 심각한 표정 을 지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 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뒤로 조금 물러났다. 그리고 장재웅에게 물었다.

    “장재웅 씨. 다른 농장에서 공격하 는 일도 있나요?”

    먹을 것을 좋아하는 오르쿠가 농장 을 공격하는 인간을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것 같았다.

    “네. 농장의 관리권을 두고 싸워요.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주지만 않으 면 오르쿠도 관여하지 않아요.”

    장재웅의 태도가 조금 공손해진 것 같았다. 장재웅은 그럴 수밖에 없었 다. 옥수수 농장의 책임자가 된 이

    성진이다. 자신의 생계를 이성진이 쥐고 있다.

    장재웅에게 대답을 듣는 사이 호영 과 명수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명수야! 너는 오르쿠가 언제 이름 제대로 기억해 준 것을 본 적 있 냐?”

    “없지. 우리가 진짜 강하다고 생각 한 한결 씨도 오르쿠는 얼굴 하얀 남자라고 불러……. 그런데 저 사람 은 오르쿠가 이름을 기억해 줬어.”

    명수도 호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한진구와 싸울

    때 보인 몸놀림으로 봐서는 일반인 이 분명했다.

    자신들이야 이성진을 이길 자신이 없다. 하지만 자신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라면 이성진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아무 능력도 없는 이성진이 옥수수 농장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것은 빠르게 퍼져 나갈 것이다. 다 른 농장의 관리자들은 꽤 먹음직한 먹잇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더 고민이었다.

    “호영 형! 우리야 그렇다 쳐도 남 은 두 사람도 동의할까?”

    옥수수 농장을 관리하는 사람은 5

    명이었다. 5명은 옥수수 농장을 관 리하고 지키면서 공평하게 이익을 나누어 가졌다.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였다.

    다른 2명은 이성진과 한진구의 싸 움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동의 안 할 것으로 생각했다.

    “거봐. 그러면 우리 두 명이 이 농 장을 지켜야 하는데 지킬 수 있겠 어?”

    명수의 말에 호영의 시선은 이성진 을 향했다.

    “진성이라고 했나요?”

    “맞아!”

    이제는 반말해도 기분 나쁘지 않았

    다. 남는다면 이성진을 따라야 하니 까.

    “이 옥수수 농장을 지킬 자신이 있 나요?”

    호영은 이성진이 자신 있다고 대답 하면 남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엉뚱 한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 없어.”

    호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도 보였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호영은 명수 와 다른 농장으로 갈 결심을 하려고 했다.

    “대신 먼저 공격해서 쉽게 공격하 지 못하게는 할 수 있지.”

    호영의 고개가 획하고 올라왔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당신이 공격 할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결국, 우리를 총알받이로 사용하겠다는 거 군요.”

    “왜 아무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 는 거지?”

    호영은 자신이 이성진의 능력을 몰 라봤나 싶었다.

    “그럼 힘이 강한 건가요? 아니면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보나요? 빠 르게 움직일 수 있나요? 아니면

    호영은 자신이 아는 모든 능력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성진에게 한 가 지 능력이라도 있으면 믿으려는 것 이다. 왜 그런지 모른다. 하지만 이 성진을 어떻게 해서든 믿고 싶었다.

    그런 호영의 마음을 배신하는 대답 이 들렸다.

    “나는 남을 치료하는 능력도 힘이 강해지는 능력도 없어. 당신들처 럼……

    있다가 사라진 것이다. 몸이 더 회 복되면 능력 역시 회복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없는 것이 맞았다. 아무리 해 보려 해도 안 된다.

    “후우…… 그러면 나와 명수는 농 장을 떠나겠어요.”

    “좋을 대로 해. 대신 한 번 떠나면 절대 이 옥수수 농장에 돌아와서는 안 된다. 그때는 죽을 수도 있어.”

    아무 능력도 없는 이성진이 왜 저 렇게 자신감이 넘치나 싶었다. 이성 진의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을 본 명 수가 비아냥거리듯 소리쳤다.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봐. 다른 사 람들과 올 거니까.”

    “ 명수야!”

    호영은 명수가 걱정되어 소리쳤다.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다. 지 금 안 할 말을 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 말을 들어서는 안 되는 사람 앞 에서.

    호영은 이성진이 한진구가 떨어뜨 린 단검을 줍는 것을 봤다. 급하게 소리쳤다.

    “그냥 욱해서 한 말입니다! 나이 어린놈이 멋도 모르고 한 말이니까 그냥 보내 주세요!”

    하지만 이성진은 한진구의 몸에서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챙길 뿐 대답하지 않았다.

    호영은 명수에게 그냥 가자고 말하 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명수가 손가락에 쇠 구슬을 끼우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 다.

    명수의 능력은 쇠 구슬을 손가락으

    로 튕겨서 날리는 것이다. 조그만 쇠 구슬을 날린다고 무시할 만한 능 력이 아니다.

    500m 거리 안에서 명수가 튕긴 쇠 구슬을 맞으면 죽을 수 있었다.

    100m 거리 안에서는 백발백중을 자랑한다. 거기다가 자동차 철판도 뚫어 버릴 정도로 강했다.

    대신 다른 능력은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명수가 쏘는 쇠 구슬만 피해 접근하면 명수는 죽는다. 힘도 일반 성인과 똑같으니까.

    피잉!

    명수는 이성진이 절대 피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어?”

    이성진이 몸을 살짝 돌리며 자신이 튕긴 쇠 구슬을 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덕분에 이성진의 손이 올라 가는 것을 봤어도 피하지 못했다.

    “아악!”

    어깨에 단검이 박힌 다음에야 이성 진이 단검을 던졌다는 것을 알았다. 명수는 운이 좋았다. 만약 오른손잡 이 습관대로 오른쪽으로 피하며 머 리를 숙였다면 한진구와 똑같이 머 리에 단검이 박혔다.

    이성진이 던진 단검에 반응하지 않 은 덕분에 오른쪽 어깨에 단검이 박 히는 것으로 끝난 것이다.

    오른쪽 어깨만 사용 못 하게 했다 해서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단검 하 나를 더 들었다.

    그러자 호영이 앞을 막아섰다. 그 리고 삼단봉을 꺼냈다. 호영도 힘이 강해지는 능력이다. 강한 정도를 따 지자면 죽은 한진구와 비슷한 정도 의 힘이었다.

    그래서 더 이성진에게 덤빌 생각을 못 한 것일지도 모른다.

    “잠깐만요. 실수입니다.”

    “실수? 내가 보기에는 죽이려고 던 진 것 같은데?”

    일부러 유도한 것이다. 명수라고 불리는 사람은 눈빛이 죽지 않았었 다. 틈만 주면 다른 생각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한진구에게 무기 를 얻으면서 틈을 보였다.

    등을 돌린 것 같아도 사선으로 등 을 돌렸기 때문에 명수가 손에 무언 가를 들고 겨누는 것을 눈치챘다.

    손가락으로 튕기는 것 같은 동작이 다. 원거리 능력이다. 그렇다면 명수 가 손가락을 튕기기 직전에 몸을 움 직이면 된다.

    쉬운 일 같아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성진은 쉽 게 해냈다. 수많은 경험 때문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입니 다. 이제 23살이에요!”

    “그건 상관없어. 나를 죽이려 했다 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리고 23 살이면 알 거 다 알잖아!”

    호영은 이성진이 명수를 죽이기로 작정했다는 것을 알았다.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이성진이 성큼 다가오자 호영은 삼 단봉을 들어 찔렀다. 다가오지 말라 는 위협이었다. 하지만 위협은 통하 지 않았다. 오히려 당했다.

    “윽!”

    이성진이 삼단봉을 가볍게 피하면 서 단검으로 삼단봉을 쥔 팔목을 그

    었기 때문이었다. 팔목이 쩍 갈라졌 다. 삼단봉을 들 힘이 없어지니 손 에서 그대로 떨어졌다.

    호영은 뒤로 펄쩍 뛰면서 소리쳤 다.

    “명수야! 도망가!”

    명수는 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았다. 호영의 말대로 지금 이라도 도망가야 했다. 달리기는 일 반인과 똑같으니까.

    하지만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도망가면 호영이 죽는다.

    명수는 무릎을 꿇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호영 형은 그 냥 놔두세요!”

    “명수야! 그냥 도망가! 내가 어떻 게 해서든 막을 테니까!”

    호영은 죽음을 각오했다. 그리고 이성진을 어떻게 해서든 막겠다고 결심했다.

    “호영 형……

    명수는 그래도 일어날 수가 없었 다. 어깨의 단검을 뽑았다. 피가 뿜 어져 나오면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 졌다.

    “으윽……. 제가 죽으면 호영 형은 살려 주나요?”

    명수는 자신을 몇 번이나 살려준 호영에게 빚을 갚을 때가 왔다고 생 각했다. 하지만 이성진의 대답은 호

    영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네가 죽으면 호영이란 사람 도 죽는다.”

    명수는 자기가 죽으면 호영이란 사 람도 죽는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 다.

    “그럼 제가 살면 호영 형도 사는 건가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명수의 능력이 손가락 사이에 쇠 구슬을 넣어 튕기는 것이 아니었다 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

    명수는 이성진이 원하는 것이 무엇 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다른 대답 을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직설적

    으로 물었다.

    “제가 어떻게 살면 될까요? 가르쳐 주시면 그대로 하겠습니다!”

    명수의 말에 호영이 이성진의 입을 쳐다봤다.

    “나와 함께하면 된다.”

    명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알겠다고 대답하려 했다. 그 전에 이성진이 먼저 말했다.

    “나와 함께하면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

    명수는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에 이성진을 멍하니 쳐다봤다. 다 른 사람이 말했다면 이런 반응을 보 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능력도

    없는 것 같은 이성진이 강하게 만들 어 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믿는 마음이 생겼다. 아무 능력도 없는 것 같은 이성진은 한진 구를 죽이고 호영 형이나 자신을 너 무 쉽게 제압했다.

    그래도 묻고 싶었다. 진짜냐고…….

    “그 말 책임질 수 있나요?”

    명수의 질문에 확신을 담아 대답했 다. 그럴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책임질 수 있다.”

    명수는 확신하는 말에 마음이 더 움직였다.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성진에게 팔을 베인 호영은 옆에 서 고개를 끄덕였다. 명수가 강해지

    고 싶어 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 었다. 명수는 쇠 구슬을 날리는 것 이외에는 일반인과 똑같았다.

    그래서 호영이 명수 옆에 항상 있 어야 했다. 접근하는 상대방을 호영 이 잡아 둘 때 명수가 쇠 구슬로 공격했다.

    하지만 이성진에게는 통하지 않았 다.

    “좋아요. 그런데……

    명수가 호영을 쳐다봤다. 호영은 명수의 의도를 알았다. 그래서 이성 진을 보며 말했다.

    “저도 같이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강해질 수 있나요?”

    호영도 강해지고 싶었다. 이 옥수 수 농장은 작은 농장이다. 능력 가 진 사람 중에 약한 이들은 자연스럽 게 작은 농장으로 밀려난다.

    힘이 강해지는 육체 능력자 4명에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명수까지 5명이 합쳐도 이기지 못하는 능력자 가 많이 있다.

    호영의 질문에 이성진이 가볍게 대 답했다.

    “따라올 수 있다면 강해지는 것은 책임진다.”

    이성진의 대답에 호영은 명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제대로 인사하겠습니다. 이호영입

    니다. 능력은 힘이 강해지는 것뿐입 니다.”

    이호영이 고개를 숙이자 명수가 이 어받아 말했다.

    “전명수입니다. 저는 쇠를 날려 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 이 외에는 평범한 사람과 똑같습니다.”

    쇠를 날려 보낼 수 있어도 균일하 게 둥근 것이 아니면 원하는 방향으 로 정확하게 날아가지 않았다. 전명 수가 쇠 구슬을 무기로 택한 이유였 다.

    “좋아. 두 사람 모두 일어나도 돼.” 이성진의 말에 이호영와 전명수는 일어났다.

    “이제 이 옥수수 농장에 관한 모든 것을 나에게 누가 알려 줄 거지?”

    “제가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호영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 다.

    “이 옥수수 농장은 가장 작은 규모 입니다. 관리자는 최소 1명부터 제 한이 없습니다. 1명 이상만 있으면 오르쿠도 관여 안 합니다. 대신 매 일 생산해야 할 농작물의 양은 같아 야 합니다. 그리고……

    이호영은 이 옥수수 농장에 죽은 한진구를 포함한 5명의 관리자가 있 다는 것과 주변에 감자 농장 2곳, 양계 농장 1곳 그리고 옥수수 농장

    3곳이 있다는 것도 말했다.

    이 옥수수 농장을 포함한 8곳의 농장 중 양계 농장이 가장 크고, 파 란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 수도 21 명이나 된다고 했다.

    감자 농장과 옥수수 농장은 최소 4명에서 최대 6명까지 있다. 하지만 다 고만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 다.

    “그러니까 양계 농장이 실질적으로 이 지역을 다스리는 것이나 다름없 다는 말이네.”

    “네. 그렇습니다. 양계 농장의 오필 규가 가장 강합니다.”

    오필규가 20명의 초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힘이 강해진 초인 2~3명도 오필규 1명을 못 이긴다.

    “대충 파악이 된 것 같고…… 이 옥수수 농장에 있는 남은 2명은 어 디 있지?”

    “순찰하다가 옥수수 수확이 끝나는 저녁때쯤 입구로 돌아옵니다.”

    해의 위치를 보니 2시나 3시 정도 된 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있었다.

    “저기…… 입구로 빨리 가야 합니 다.”

    왜 입구로 빨리 가야 한다고 하는 지 궁금했다. 남은 관리자 2명은 순 찰을 핑계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이외에는 하는 일이 없을 것 같았 다.

    “왜 빨리 가야 한다는 것이지?”

    “옥수수를 딴 바구니를 확인하고 바꿔줘야 합니다.”

    이호진의 말을 듣고 보니 왜 빨리 입구로 가야 하는지 알았다. 사람들 이 옥수수를 따 가지고 오면 그것을 확인해야 했다.

    이 옥수수 농장에 관리자는 5명이 다. 2명은 순찰 중이다. 남은 관리 자가 다 여기 있다. 확인할 사람이 없었다.

    “입구를 그냥 비우고 온 거야?”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이호진이 머

    리를 긁적였다.

    “진구가 금방 끝난다고 해서…… 명수 혼자 놔둘 수도 없어서요.”

    이건 변명이었다. 능력이 생기고 농장을 관리하게 되면서 일반인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한진구만 사람들을 괴롭힌 게 아니 었다. 이호영이나 진명수도 사람들 을 괴롭혔다. 다만 한진구가 더 악 랄하게 괴롭혔을 뿐이었다. 한진구 가 이성진을 괴롭히는 것을 구경하 러 왔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었다.

    “이호영 당신은 일단 입구로 먼저 가!”

    “알겠습니다.”

    이호영은 벌떡 일어나 최선을 다해 뛰었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빠르게 뛸 수 있는 사람은 이호영이었다.

    “명수하고 재웅 씨는 나하고 같이 갑시다.”

    진명수가 일어났다. 그리고 장재웅 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거 횡재한 것 아닌가 싶었다. 항상 남 을 돕는 바보라기보다는 사기 당하 는 바보라고 놀림 당했다.

    그래도 천성이 그런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다쳐서 기억 잃은 이성진을 구해 줬더니 옥수수 농장의 최고 관 리자가 되었다.

    따라오라고 하는 것을 보니 그냥

    외면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장재웅은 신나는 발걸음으로 이성 진의 뒤를 따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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