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15화 (15/50)
  • 6장. 반란

    결행은 소인족 성에서 채굴 기계를 지하 기지로 옮기는 날 저녁에 하기 로 했다.

    거제도를 점령하기 위해 4만 명의 소인족이 성 외부에 있다. 채굴 기 계를 지키기 위해 3만 명이 소인족 성에서 떠나면 3만 명 정도만 남는 다.

    더군다나 비전투 소인족이 1만 명 이 넘었다.

    사실상 1만6천5백 명 대 반란군 3

    천5백 명이다. 어떻게 빠졌는지 모 르겠지만, 오피앙과 친구들은 채굴 기계 호송에서 빠졌다.

    어쨌든 시간 싸움이 되었다. 내성 을 장악하고 광역 세뇌 마법을 발동 시키는 게 빠르냐, 아니면 채굴 기 계를 가지고 간 소인족이 지하 기지 의 입구를 뚫는 것이 빠르냐다.

    물론 소인족이 채굴 기계로 지하 기지의 입구를 뚫는다고 해서 지하 기지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잡히지 는 않는다.

    그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다. 이왕이면 기지 문이 뚫리기 전 에 광역 세뇌 마법을 사용하면 좋

    다.

    이호진과 김필수도 회복이 되어 준 비하고 있었다. 이호진은 크로우의 검은색 석궁과 화살 등 장비를 받아 원거리 저격을 한다.

    저반카에게 검은색 석궁에 관한 이 야기를 들었다. 검은색 석궁 안에는 조그마한 마나 수정이 들어 있다. 소리를 없애고 빠르게 날아가게 하 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나 수정이 필요했다.

    파란색 화살과 활에 관해서도 들었 다. 두꺼운 활 역시 마법 도구였다. 파란색 화살이 폭발하도록 안전장치 를 푼다. 그리고 멀리 날아갈 수 있

    게 활의 장력을 조절한다.

    김필수는 소인족의 갑옷을 개조해 입은 다음 검과 방패로 무장했다. 힘이 강하니 내성 입구를 지키기로 했다.

    드디어 소인족 3만 명이 채굴 기 계를 가지고 성을 떠났다. 그리고 해가 졌다. 움직일 시간이었다.

    유투진의 집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저반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 가시죠.”

    저반카의 부하들이 내성까지 가는 길목을 다 장악하기 시작했다. 크로 우가 길을 막자 소인족들은 특별한 일이 있는 줄 알고 접근하지 않았

    다. 똘이는 지금 상황이 심각한 것 을 알고 조용히 아무런 기운도 내뿜 지 않고 따라왔다.

    내성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순조 로웠다.

    그리고 내성 근처에 2천9백 명의 소인족이 숨어 있었다.

    내성 근무 100명이 문을 장악하고 열어 주면 일제히 들어가 내성을 장 악할 계획이었다.

    내성에는 소인족이 3천 명 정도 있다. 그중 전투 인원은 1천 명 정 도다.

    이 성의 책임자인 하늘쿤 왕자와 친위대 200명이 문제긴 하지만 오 피앙과 친구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성진과 함께하니까.

    신호가 왔다. 밤에는 어지간해서는

    열리지 않는 내성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횃불로 원을 그린다.

    “아저씨 열렸어요!”

    저반카가 앞장섰다. 이성진과 이호 진, 김필수 그리고 똘이가 따라가자 숨어 있던 저반카의 부하 100명이 따라붙었다.

    저반카와 이성진을 확인하자 오피 앙과 사르바 그리고 케이루는 동료 들을 이끌고 숨어 있던 곳에서 나오 기 시작했다.

    3천에 가까운 소인족이 우르르 나 오자 갑옷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울 려 퍼진다. 멀리서도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소음보다는 빠르게 내성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내성을 장 악하고 문을 닫아 버려야 시간을 더 끌 수 있다.

    내성으로 들어가자 반란군 100명 과 유투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법 연구를 핑계로 내성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투진은 바로 이성진과 합류했다. 이호진과 김필수는 내성 문을 지키 기 위해 남았다.

    이성진과 똘이, 저반카와 부하들 그리고 유투진이 내성 중앙으로 움 직이는 동안 오피앙과 다른 친구들 그리고 반란군은 내성으로 들어와 문을 지키기 위한 5백 명을 놔두고

    사방으로 퍼졌다.

    “너희들 뭐야?”

    “못 들었어?”

    순찰하던 소인족이 물어보자 사르 바가 천연덕스럽게 못 들었냐고 하 면서 접근했다.

    “뭐를 못 들어?”

    “미안하다고.”

    “컥……

    순식간에 순찰하던 소인족 두 명이 쓰러졌다. 설마 같은 편이 공격하리 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 다.

    이런 식으로 내성은 조금씩 반란군 에게 장악되어 가고 있었다.

    “저반카 대장?”

    내성 중앙으로 가는 길에 있던 소 인족 경비는 손쉽게 처리했다. 하지 만 마나막 생성 마법진이 있는 곳을 지키는 소인족은 아니었다.

    하늘쿤 왕자의 친위대이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인간이 함께 오 고 있었다. 친위대가 놀란 것은 크 로우의 대장 저반카 때문이었다.

    하늘쿤 왕자의 측근이라고 생각한 저반카가 인간과 함께 왔다. 그리고

    100명의 크로우 부하들까지 데리고 왔다.

    좋은 의도로 왔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것도 밤에.

    저반카는 친위대의 실력이 아깝다 고 생각했다. 천부장급 실력이다. 광 역 세뇌 마법이 성공하면 저들 역시 같은 편이 된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저반카의 말에 친위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지키던 문을 열었다. 왜 문을 여나 싶었다. 그 이유는 곧 드러났다.

    문 뒤에는 하늘쿤 왕자와 친위대가 있었다.

    “뭐야? 내가 방해하지 말라고 했 지‘?”

    “왕자님! 반란인 것 같습니다.”

    “뭐?”

    하늘쿤 왕자는 비릿하게 웃었다. 거제도에 있는 소인족 중 최강자는 하늘쿤 왕자였다. 그냥 떠밀리듯 지 구에 온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있었 다. 만부장 2〜3명 정도는 그냥 상 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성진을 보기 전까지는.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이 반란 따위 를 일으킨다는……

    친위대가 옆으로 비켜 만든 길을 따라 문 앞까지 가다가 멈췄다. 그

    리고 잘못 본 것이 아닌지 눈을 깜 빡였다.

    “그럴 리가 없어……. 당신은……

    이성진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하늘쿤 왕자가 악을 지르듯 소리쳤 다.

    “당신이 왜 이런 곳에 있어? 이건 악몽이야!”

    악몽이 맞았다. 이성진이 자신의 뺨을 때리며 ‘다시 한 번 보게 되면 그때는 죽는다.’라고 한 말이 소름 처럼 올라왔다.

    “문 닫아!”

    하늘쿤 왕자의 말에 친위대는 당황

    했다. 크로우 대장인 저반카와 100 명의 부하가 있기는 해도 해볼 만하 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늘쿤 왕자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하늘쿤 왕자는 급하게 문을 닫아 버렸다. 밖에 10명의 친위대가 들어 오지도 못했는데.

    “절대로 이 문을 열어서는 안 된 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곳에 입 구는 저 문 하나였다. 그리고 안 열 고 싶어도 밖에서 부수면 소용없다.

    “이건 왕명이다. 누구든 으를 죽이 거나 생포하면 작위를 주고 영지까 지 준다!”

    다급해서 S라고 말했다. 친위대는 S7} 누군지 잘 알고 있다. 밖에 인 간은 한 명뿐이었다.

    이제야 하늘쿤 왕자가 왜 문을 급 하게 닫고 저렇게 벌벌 떠는지 알았 다.

    하늘쿤 왕자와 친위대 200명 가지 고는 엘 파나의 검은 사신 드를 막 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싸울 의지 가 생기지 않았다.

    문밖에서 비명이 들렸다. 보나 마 나 동료 친위대원이 죽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짐작은 맞았다.

    문이 열렸다.

    “히익! 막아라! 막아! 재상의 지위

    를 주겠다!”

    하늘쿤 왕자가 재상의 지위를 준다 고 해도 친위대는 검을 쉽게 들지 못했다.

    “크르르!”

    이성진과 함께 똘이가 들어왔기 때 문이었다. 그리고 심장 파먹는 괴물 이 이성진의 부하란 것을 알게 되자 더 싸울 생각이 없어졌다.

    저반카가 뒤따라 들어와 소리쳤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살려 준 다!”

    이성진이 으란 것을 알았다. 만부장 도 못 건드리는 심장 파먹는 괴물도 있다.

    쩔그렁.

    누군가 검을 떨어뜨렸다. 살려 준 다는 말 때문이 아니다. 똘이와 눈 이 마주쳤는데 놀라 검을 떨어뜨린 것이다. 하지만 다른 친위대의 귀에 는 동료 중 누군가가 무기를 버린 것으로 들렸다.

    하나둘씩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 기 시작했다.

    “들어와서 묶어라!”

    저반카의 명령에 부하들이 우르르 들어와 친위대를 묶기 시작했다. 하 지만 어느새 하늘쿤 왕자는 사라졌 다.

    하늘쿤 왕자가 사라진 것을 눈치챈

    저반카가 친위대에게 어디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는 친위대는 아무 도 없었다.

    “저반카!”

    “네. 아저씨!”

    이성진이 저반카를 부하 부르듯 부 르고 저반카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 답하자 친위대는 반란이 성공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들어올 때부터 없었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하늘쿤 왕 자를 가장 먼저 찾으려고 했다. 그 런데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 혼자 아는 비밀 통로가 있 는 것 같네요.”

    그렇지 않고서는 하늘쿤 왕자가 사 라질 방법이 없었다. 안전하게 되자 유투진이 들어왔다.

    “아저씨! 하늘쿤 왕자는 나중에 찾 고 저것부터 해요.”

    유투진이 가리키는 곳에는 세뇌 건 물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성녀 석상 이 있었다. 다른 점은 성녀 석상에 서 빛이 나와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는 것이다.

    “알았다.”

    이성진과 유투진이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가자 저반카는 친위대를 밖 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투진도 마나막 생성 마법

    진을 광범위 세뇌 마법진으로 고치 기 시작했다.

    마법진을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유투진은 마법 진 바깥쪽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유투진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찾았다!”

    마법진이 가동되고 있는데 고칠 수 는 없었다. 마법진의 가동을 멈춘 다음 고쳐야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 고 마법진의 가동을 멈추면 마나막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마나막을 유지하는 상태에서만 광 범위 세뇌 마법이 가능했다. 정확하

    게 말하자면 마법진의 가동만 멈추 고 성녀상에서 올라가는 마나는 그 대로 유지해야 했다.

    유투진은 조심스럽게 마법진에 손 을 댔다. 환하게 빛나던 마법진이 외곽부터 조금씩 불이 꺼지듯 꺼지 기 시작했다.

    곧 마법진의 가동이 완전히 멈췄 다. 그러자 성녀상에서 하늘로 올라 가던 빛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유투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성녀 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빛이 완전 히 사라지기 전에 마법진을 분리해 야 하기 때문이었다. 원래 한 개의 마법진을 두 개의 마법진으로 만드

    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마나막에 공급하던 마 나가 100이었다면 10 정도만 공급 하게 하고 나머지 90은 광범위 세 뇌 마법진에 마나를 공급하게 해야 했다.

    성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마나 가 끊기기 전에.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마법진을 정 확하게 분리하려면 엄청난 집중력과 실력이 필요했다. 유투진은 땀이 홀 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며 마법진을 분리했다.

    성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빛줄 기가 점점 더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빛줄기가 가늘어지는 것을 신경 쓰 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을 안 보이게 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신경이 쓰였다. 유투진은 이를 악물고 마법진의 글자를 바꾸 고 선을 지웠다.

    성녀상에서 올라가던 빛줄기가 손 가락 한 마디도 안 되게 줄어들 때 쯤 유투진이 마지막 선을 지웠다. 이제 마법진은 두 개로 분리된 것이 다.

    그리고 바로 분리된 소형 마법진을 가동했다. 성녀상에서 하늘로 올라 가는 빛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손가 락 3개 정도 되자 더는 굵어지지

    않았다.

    “후우.”

    유투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고 개를 흔들었다. 쉴 때가 아니다. 나 머지 마법진을 광범위 세뇌 마법진 으로 고친 다음 성녀상이 있는 마법 진과 연결해야 했다.

    다시 유투진이 빠르게 움직였다. 마법진을 분리하는 데만 30분 이상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남은 1시간 30분 동안 광범위 세뇌 마법진으로 고쳐야 했다.

    “제기랄! 제기랄!”

    하늘쿤 왕자는 벽 뒤의 비밀 통로 를 이용해 내성 지하로 도망갔다. 자신만 아는 비밀 통로였다. 그 누 구에게도 알려 주지 않기를 잘했다 고 생각하면서도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었다.

    “일부러 안전하다고 생각한 섬을 고른 것인데……. 그리고 드가 있던 왕국의 게이트하고 이곳은 완전 먼 곳인데……

    하늘쿤 왕자는 물론 엘 파나의 그 어떤 종족도 지구의 인간을 쉽게 생 각하지 않았다. 신성 파나 제국이 신탁을 받아 엘 파나의 모든 종족을

    하나로 모으지 않았다면 지구에서 세운 6왕국은 아직도 건재했을 것이 다.

    특히나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은 가 장 강했다. S때문이었다. 케르넬 제 국과의 전투에서도 믿을 수 없는 승 리를 끌어냈다.

    유명한 파이튼 평원 전투였다. 제 국이 자랑하는 마법 병단도 기사단 도 그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제국의 마법 병단이나 기사단 하나 만 와도 자신의 소인족 자쿰 왕국은 벌벌 떨어야 하는데.

    마지막에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을 멸망시킬 수 있었던 이유도 으가 갑 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종족이 많았다. 하지만 엘 파나의 종족 중 누군가가 으를 죽였다고 생 각하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으를 죽인 영웅이 있다고 엘 파나 전체에 알려졌을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으는 엘 파나에 없었다. 그리고 그레이트 브 리튼 왕국이 멸망할 때까지도 나타 나지 않았다.

    만약 살아 있다면 지구에 있을 것 이다. 그렇다면 그레이트 브리튼 왕 국이 있던 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제도를 어렵게 고른 것이 다. 그런데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이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하늘쿤 왕자는 욕을 하면서 지하를 계속 달렸다. 만약 성이 점령당할 위험에 처한다면 내성을 파괴할 수 있는 자폭 마법진을 가동하기 위해 서였다. 그리고 하늘쿤 왕자는 장거 리 이동 마법으로 다른 성으로 갈 생각이었다.

    만약을 대비해 가장 가까운 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자폭 마법진으로 가는 길은 성녀상

    이 있는 방의 비밀 통로뿐이다. 다 른 곳으로는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

    하늘쿤 왕자는 드디어 지하 가장 깊숙한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수 백 개의 마나 수정이 박힌 마법진이 있었다.

    하늘쿤 왕자가 마법진을 가동할 수 있는 마지막 마나 수정을 꺼냈다.

    목걸이였다. 붉은색 마나 수정이 달린 목걸이를 항상 차고 다녔다.

    “이걸 중앙에 꽂고……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중앙에 붉은색 마나 수정의 크기와 똑같은 구멍이 있었다. 그곳에 꽂으

    면 된다.

    자폭 마법진이 가동되면서 장거리 이동 마법진도 같이 가동된다.

    하늘쿤 왕자가 다른 성으로 간 다 음 20분 후 마법진은 폭발한다. 그 리고 성녀상의 마나와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엄청난 마나 폭발 때문에 내성은 순식간에 소멸할 것이다. 외성도 무 사할 수 없다. 하지만 더 잘못되면 거제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마나막까지 폭발에 반응할 수 있으 니까.

    하늘쿤 왕자는 마지막 마나 수정을 꽂으면서 중얼거렸다.

    “부하들이 아깝기는 하지만 으만 죽 일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지.”

    엄청난 현상금은 물론 으를 죽였다 는 공로 때문에 더 큰 것을 받을 수도 있었다. 엘리스 성녀의 신임을.

    “뭐야? 이거 왜 이래!”

    자폭 마법진에 마지막 마나 수정을 꽂으면 마법진에서 빛이 나야 했다.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 꽂으 면 붉은색 빛이 나고 하얀색 빛이 나는 곳으로 가서 서면되는 건 데……

    자신이 마나 수정을 잘못 꽂지 않 았나 싶어 뺐다가 다시 꼈다. 하지

    만 마법진은 반응하지 않았다. 몇 번을 해 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제발 좀 되라!”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마 나 수정을 꽂았다. 그러자 우웅 하 는 진동과 함께 붉은색 빛이 나타나 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하얀색 빛이 나는 곳은 마법진 어디 에도 없었다.

    “이거 왜 이래!”

    마법진을 돌아다니며 다 살펴봐도 없었다. 이러다가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폭 마법진 을 멈춰야 했다.

    마법진 중앙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붉은색 마나 수정에 손을 대는 순간 소리를 질렀다.

    “으악!”

    엄청 뜨거웠다. 아니 뜨거운 정도 가 아니었다. 손바닥이 순식간에 녹 았다.

    화르륵!

    손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그 불은 하늘쿤 왕자의 몸 전체로 번졌다.

    “살려 줘!”

    하늘쿤 왕자가 재가 되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이었다.

    자폭 마법진은 마나막 마법진과 연 결되어 있다. 유투진이 마법진을 멈 췄기 때문에 자폭 마법진이 가동하

    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분리해 낸 마법진을 가동하 자 자폭 마법진 역시 가동했다.

    하늘쿤 왕자가 재로 사라지고 몇 분이 지나자 자폭 마법진 한쪽에서 하얀색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붉은색 빛도 하얀색 빛도 너무 약했다. 덕분에 원래 20분 후 에 폭발해야 하는 것이 200분 후에 폭발하게 바뀌었다.

    다른 성으로 이동할 수도 없었다. 마나가 모자라니까.

    그런데 하늘쿤 왕자가 불타면서 만 들어진 재가 마법진 곳곳에 눌어붙 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재도 안 남

    아야 하지만 마법진 출력이 약해져 재가 남은 것이다. 그리고 마법진의 글자를 변형시켰다.

    유투진은 마지막 선을 그리기 위해 침을 꿀꺽 삼켰다. 분리한 마법진을 다시 연결하면 된다. 다시 다짐하듯 이성진에게 소리쳤다.

    “아저씨! 제가 이 선을 그리면 성 녀상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성녀상을 안으세요!”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했 다. 유투진이 선을 그리면 바로 뛰

    어들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유투진이 마지막 선을 그었 다. 그러자 빛을 잃었던 마법진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그때 이성진이 뛰었다. 정확하게 성녀상이 있는 곳에 떨어졌다. 유투 진은 마법진에서 뒤돌아 달렸다. 유 투진이 마법진 영역에서 벗어나자 마법진은 완전하게 가동됐다.

    그우웅 하는 울림이 내성 전체를 흔들었다.

    이성진은 일부러 성녀상 뒤로 떨어 졌다. 세뇌 시설에서 성녀상을 만났 을 때 성녀상이 이상한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성녀상이 자동으로 이성진을 향해 몸을 돌리려 했다. 그것을 안 이성 진은 바로 성녀상을 뒤에서 껴안았 다.

    그러자 그럴 리 없지만 성녀상이 부르르 떠는 것 같이 느껴졌다.

    덕분에 어쨌든 성녀상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성진이 성녀상을 뒤에서 안자 마 법진이 더 환하게 빛을 냈다. 그것 을 본 유투진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보다 마나가 더 많이 모였다. 일정한 출력으로 마나가 유지돼야 했다. 그런데 2배 이상이다.

    마법진을 멈출 수도 없었다. 실패 인가 생각하는 순간 거제도 하늘에 홀로그램처럼 거대한 이성진의 모습 이 나타났다.

    그리고 유투진이 마법진에 입력해 놓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엘 파나와 지구의 인간은 적이 아 닙니다.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지 구의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생 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쿰 왕국의 소인족 여러분 역시 평등합니다.]

    다섯 친구가 엘 파나에서 이성진에 게 들은 말이었다. 자유와 평등. 이 것 때문에 반란을 계획한 것이다.

    [자쿰 왕국의 소인족 여러분! 왜

    싸워야 합니까?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합니까? 귀족을 위해? 왕족을 위 해? 그렇다면 싸울 이유가 없습니 다. 싸우지 않고 지구의 인간과 친 구가 되세요. 자신을 위해서……. 그 리고 미래의 자식을 위해서.]

    이제 다섯 친구가 생각하는 가장 충격적인 진실이 거제도에 있는 모 든 소인족의 정신을 흔들어 놓을 차 례 였다.

    [나를 따라 그것을 성취하면 됩니 다.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의 이름 으로 장담하겠습니다.]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이성진의 모 습에 어리둥절해 있던 소인족들이

    세뇌에 빠져 눈이 풀렸다. 그리고 엘 파나의 검은 사신 드란 말을 들 었을 때는 두려움과 확신이 생겼다.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는 죽음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두려워했고 그 가 장담한다면 이루어질 것을 확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현상이 일어났 다. 귀를 막거나 잠을 자던 소인족 역시 세뇌 마법에 걸린 것이다. 광 역 세뇌 마법진의 출력이 2배 이상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귀로 듣지 않아도 머릿속에 직접 전달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지하 기 지를 제외한 거제도에 살아남은 모

    든 인간도 세뇌당하기 시작한 것이 다.

    지하 기지를 제외하고 거제도의 모 든 소인족과 인간이 세뇌당할 때 이 성진은 죽을 맛이었다.

    마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온몸 을 통해 하늘로 올라가는 마나의 느 낌은 감전된 것과 비슷했다.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유투진이었 다면 몸이 폭발했을지 모른다. 회복 물약을 먹어도 안 되었을 것 같았 다. 마나가 2배로 늘어났다는 것을 모르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 다.

    그리고 세뇌의 말은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번 하고 오래 할 수록 세뇌가 강해진다.

    유투진이 말한 시간은 30분이다. 몸이 고통스러우니 30분이 300분 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리의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위험 신호였 다. 약한 신호였다. 여기서 그만할까 생각도 들었다.

    슬쩍 유투진을 봤다. 유투진은 신 호를 보내지 않았다. 시간이 되면 신호를 보내기로 약속했었다.

    아직 약한 위험 신호니 조금 더 참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성녀상에서 다시 움직임이 느껴졌다. 몸은 꽉 잡고 있다. 성녀 상의 목만 돌아가는 것이다.

    이 위치에서 180도로 돌아가면 성 녀상의 얼굴과 마주 본다.

    유투진도 밖에서 어쩔 줄 몰라 하 는 것이 보였다.

    성녀상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보기 는 싫었다. 하지만 팔을 풀거나 벗 어날 수는 없었다.

    그때 마법진이 더 환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등줄기가 서늘한 것을 넘어선 위험 이 느껴졌다. 성녀상에서 팔을 풀려 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팔까지 굳

    었다.

    “아저씨!”

    유투진이 마법진을 강제로 멈추기 위해 달려왔다.

    번쩍!

    유투진은 물론 마법진을 보고 있던 소인족은 모두 눈이 멀 것만 같은 빛 때문에 눈을 가리거나 감았다.

    곧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성진 도 사라졌다.

    “유투진! 어떻게 된 거야?”

    저반카가 화를 냈다. 똘이는 어리 둥절한 표정으로 있다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 이성진이 엄청 먼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

    이었다.

    유투진은 저반카의 말에 대꾸도 하 지 않고 대부분 빛을 잃은 마법진에 다가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살펴 보기 시작했다.

    저반카는 주먹을 쥐고 참았다.

    곧 유투진이 소리쳤다.

    “지하에 다른 마법진이 있어! 비밀 통로를 찾아!”

    저반카와 부하들은 비밀 통로를 찾 기 시작했다.

    비밀 통로는 곧 찾아낼 수 있었다.

    광역 세뇌 마법진에 영향이 갈까 봐 뒤지지 않은 것이다. 벽을 두드리면 서 돌아다니니 다른 소리가 나는 곳 이 있었다.

    “여기야!”

    저반카가 소리치자 유투진이 달려 왔다.

    “유투진. 아무래도 부숴야겠는데?”

    “아니야. 잠깐만.”

    유투진은 벽을 자세하게 살폈다. 그리고 벽장식 중 조그만 단추 비슷 한 것들에 손자국이 있다는 것을 알 았다. 벽장식을 차례로 누르자 덜컹 소리와 함께 벽이 살짝 돌아갔다.

    “내가 먼저 들어갈게.”

    저반카는 벽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 어갔다.

    “괜찮은 것 같아!”

    “알았어.”

    저반카와 유투진은 비밀 통로를 따 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성진이 어떻 게 되었는지 빨리 알아야 하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곧 자폭 마법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마법진은 뭐야?”

    저반카가 물었다. 하지만 유투진은 아무 말 없이 마법진을 살폈다. 저 반카에게 대답하는 것보다 마법진을 살피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 무슨 마법진인지 알아냈

    다.

    “이건 자폭 마법진인 동시에 장거 리 이동 마법진이야!”

    “자폭 마법진?”

    저반카가 깜짝 놀라 물었다. 하지 만 유투진은 또 대답하지 않고 이성 진이 왜 사라졌는지 이유를 생각했 다.

    저반카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다 물자 저반카는 더 묻지 않았다. 집 중해서 생각할 때 유투진의 성격이 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유투진은 갑자기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손으 로 마법진을 만졌다. 거친 면이 없

    어야 하는 마법진 표면이 거칠었다.

    “마법진이 변형되었어. 그래서 아 저씨가……

    유투진이 뒷말을 흐리자 저반카가 마법진 위로 뛰어 올라와 다급하게 물었다.

    “아저씨가 왜?”

    “다른 곳으로 간 것 같아. 더 연구 해 봐야겠지만……

    저반카는 이를 악물고 으르렁대듯 다시 물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아저 씨가 무사한 것이 중요하지!”

    유투진은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 다. 변형된 마법진에 자신이 계산한

    마나보다 많은 마나가 마법진에 모 였었다.

    “야! 너 자신 있다며!”

    “자신 있었지……

    유투진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 답했다. 자신의 잘못 같았기 때문이 었다. 유투진이 털썩 주저앉는 것을 본 저반카는 유투진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아저씨는 살아 있을 거야. 그러니 까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

    “정……말 살아 있을까?”

    “유투진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아저씨 살아 있어! 그러니까 찾아내! 안 그러면……

    유투진은 저반카의 눈을 보고 고개 를 끄덕였다.

    “알았어. 찾아낼게. 하지만 찾아낸 다고 해서 마나막이 사라지기 전까 지는 아저씨를 찾아서 못 나가!”

    “알아! 가장 먼저 할 일은 아저씨 가 어디로 갔는지 찾는 거고 그다음 에 마나막 걱정해!”

    “알았어.”

    저반카는 유투진을 놔두고 비밀 통 로를 거꾸로 올라왔다. 성녀상은 처

    음보다는 작은 빛줄기를 계속 하늘 로 쏘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똘이가 안 보였다.

    “여기 있던 심장 괴물, 어디 있 어?”

    부하에게 묻자 부하는 고개를 흔들 었다. 그 누구도 똘이가 어디 갔는 지 알지 못했다.

    똘이가 어디 갔는지 찾을 때가 아 니었다. 거제도에 있는 소인족에게 세뇌를 했다. 그런데 그 세뇌한 주 인공인 이성진이 없다.

    이성진이 없어도 되게 소인족 군대 를 장악해야 했다.

    저반카는 바쁘게 움직였다. 친구들

    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동지들을 모 아 이성진의 직속 부하같이 행동하 며 소인족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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