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14화 (14/50)
  • 5장. 18년 전의 인연들

    오피앙이 옆 건물이라고 했다. 무 너진 벽의 반대편에 건물이 하나 더 보였다.

    “반대편 뚫었으면 편하게 구하는 건데……. 내 팔자가 이렇지 뭐.”

    희한하게 어려운 길을 찾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똘이와 함께 옆 건물로 갔다. 문을 박차고 들어 갔다. 감옥은 같은 구조 같았다. 그 리고 끝 방에 손과 발 그리고 어깨 에 구멍이 뚫리고 쇠사슬을 감아 벽

    에 박혀 있는 이호진과 김필수를 발 견했다.

    “이 중사! 김 중사!”

    이호진과 김필수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죽지 않기를 잘했다 는 생각을 했다. 이성진이 눈앞에 있었다. 벌써 사로잡힌 것을 구해 준 것이 두 번째다.

    “아프더라도 참아!”

    쇠사슬을 잡고 당겼다. 생각보다 쉽게 빠져나왔다. 이 정도로 쉽게 빠질 정도면 힘이 강해진 김필수도 쉽게 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어쨌 든 지금은 그것을 신경 쓸 때가 아 니었다. 벽에서 내려 몸에 박힌 쇠

    사슬까지 다 제거했다. 희한하게 피 를 흘리지 않았다.

    “대령님. 감사합니다.”

    “으윽……. 이제 조금 살 것 같네 요.”

    두 사람은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 만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곳 은 다 멀쩡한 것 같았다.

    “두 사람 모두 못 움직이겠지?”

    “죄송합니다.”

    “힘이 안 들어갑니다.”

    두 사람 다 구멍이 뚫린 곳이 같 았다. 손바닥 정중앙과 발바닥 정중 앙 그리고 어깨는 빗장뼈 바로 밑이 었다. 그리고 피가 왜 안 나는지 알

    수 있었다. 상처가 불로 지진 것처 럼 아물어 있었다.

    “놈들이 구멍을 어떻게 뚫었나?” 이호진이 생각하기 싫다는 표정으 로 대답했다.

    “달궈진 쇠꼬챙이로 뚫었습니다.” 그리고 김필수가 말했다.

    “쇠꼬챙이로 구멍을 뚫자 몸에서 힘이 빠지고 움직일수 없었습니 다.”

    아무래도 초인의 힘을 억제하는 방 법인 것 같았다. 두 사람을 어떻게 데리고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방법은 하나뿐이다. 한 명씩 업고 나가야 했다.

    “크르르.”

    똘이가 무언가를 느낀 것 같았다. 감옥 뒤편 벽을 쳐다보며 이빨을 드 러냈다. 귀를 기울이자 살금살금 다 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한 명이었 다. 미친 소인족인가 싶었다.

    감옥 벽에 와서는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 저 오피앙이에요.’ 목소리는 오피앙이 분명했다.

    ‘이쪽 벽을 부수고 나오세요. 이곳 에 마나 화살을 쏠 거예요!’

    마나 화살이라면 폭발하는 파란색 화살이 다.

    “똘아. 지금 만나는 소인족 공격하 지 마라.”

    “끼잉?”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보였다.

    “우리 편이야.”

    우리 편이라는 말에 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 말을 잘 알아듣 는 것 같았다. 바로 움직여 주먹으 로 벽을 쳤다. 돌이 밖으로 튀어 나 갔다. 몇 개 더 돌을 치자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생겼 다. 다행히 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옆 감옥 건물은 재수가 없었던 것 같았다.

    오피앙이 보였다.

    “빨리 나와요! 시간 없어요! 이쪽 은 우리가 장악했어요!”

    오피앙이 작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손짓하며 말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확실했다.

    “뭐 하세요!”

    오피앙이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손 짓했다. 바로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진짜 믿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서 였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 느낌은 위험 경고였다. 이 경고가 오피앙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것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시간 없어요! 곧 이곳에 마나 화 살이 떨어진다니까요!”

    오피앙의 말대로 마나 화살이 떨어 진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쉽게

    말해 상대하기 어려운 적이 있으니 폭격으로 죽이겠다는 것이다. 이 위 험 경고가 파란색 마나 화살이 날아 오는 것 때문이기를 바라며 움직였 다.

    이호진을 먼저 들어서 구멍으로 밀 어 넣었다. 오피앙이 잡고 끌어서 안전하게 옆으로 옮겼다. 다음은 김 필수를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역시 오피앙이 조심스럽게 잡아 옮겼다.

    “똘이야! 먼저 나가라.”

    똘이가 구멍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오피앙은 기다리고 있다가 똘이의 눈과 딱 마주쳤다.

    “히 익!”

    바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예 움 직이지 못했다. 똘이가 간신히 빠져 나갔다. 그리고 벌벌 떨고 있는 오 피앙에게 다가갔다. 오피앙은 똘이 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간신히 손을 올려 입을 막았다. 소리 지를 것 같 았기 때문이었다.

    츄릅.

    “키이 익!”

    똘이는 겁내지 말라는 의도로 오피 앙의 얼굴을 핥았다. 하지만 오피앙 입장에서는 먹을 것에 침 발라 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소인족에게 똘이는 이미 유명했다. 죽인 뒤에 심장만 골라 파먹는다.

    수백 명이 그렇게 죽었다. 똘이 혼 자서 백 명을 가볍게 죽이고 심장을 파먹는 것을 본 소인족도 있었다. 하지만 소문은 ‘수천 명이 당했더 라!’ 식으로 확대되어 번졌다.

    그래서 똘이를 보고 소인족이 더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수천 명을 혼자서 학살한 괴물이니까.

    “똘이야. 김 중사 네가 업어야겠 다.”

    똘이는 오피앙을 더 핥아 주려다가 이성진에게 몸을 돌렸다. 오피앙은 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필수를 똘이의 등에 태운 다음 상의를 벗어 묶어 고정했다. 이호진

    은 직접 안았다.

    “위험하다며? 안내해!”

    “네? 네, 잠시 만요.”

    오피앙은 마음속으로 ‘괜찮아! 아 저씨가 같이 있잖아.’ ‘아저씨 부하 잖아. 나를 해치지 않을 거야!’ 생각 하며 공포를 이겨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쉽게 떨쳐 낼 수는 없었다. 일어날 수는 없을 것 같자 오피앙은 기었다.

    “이쪽이에요.”

    “왜 기어 가냐?”

    “못 일어서겠어요.”

    똘이를 힐끗 쳐다보는 것이 왜 그 런지 알 것 같았다. 이호진을 어깨

    에 걸치고 오피앙의 팔을 잡아 일으 켰다.

    오피앙은 이성진이 팔을 잡아 일으 키자 눈을 크게 뗬다. 18년 전 기억 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때도 아저씨 는 모든 것이 불타 버린 마을 앞에 서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은 자신의 팔을 잡고 일으켰었다.

    모든 공포와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성진 때문에 살아났고 살 수 있었 다. 그때의 이성진을 생각하면 두려 울 것이 없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아저씨 였으니까.

    “아저씨. 걸을 수 있어요.”

    “그럼 앞장서라.”

    “네.”

    건물 뒤쪽의 담장으로 갔다. 그리 고 소인족이 드나드는 작은 문을 통 해 나갔다. 2층이나 3층짜리 건물들 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었다. 조 금 전 나온 곳은 일종의 군부대 같 은 개념이라는 것을 알았다.

    감옥이 있고, 소인족 병사들이 도 열하고 훈련하는 연병장이 있다.

    건물 사이사이에 소인족이 무기를 들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막거나 소리치지 않았다. 못 본 척했다. 똘이를 보고 주저앉 을지언정 절대 공격하거나 소리치지 않았다.

    오피앙은 건물 사이 좁은 골목을 익숙하게 안내했다. 꽤 복잡하게 여 러 건물 사이를 지날 때 뒤에서 엄 청난 폭음이 들렸다.

    오피앙의 말대로 폭발하는 화살을 쏜 것 같았다. 들리는 소리로 짐작 해 보면 최소 100발은 쏜 것 같았 다.

    조금 더 가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건물이 보였다. 2~3층짜리 주택이 아닌 마당이 있는 넓은 단독 주택 같았다.

    단독 주택 앞에도 소인족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20명 한 부대였다. 그런데 오피앙을

    보자 주변을 더 경계하며 단독 주택 의 문을 열어 주는 것이 아닌가.

    오피앙은 손을 살짝 흔들어 주면서 말했다.

    “아저씨 여기는 안전할 거예요. 반 가운 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대답하지 않고 오피앙의 뒤를 따라 단독 주택으로 들어갔다. 똘이가 지 나갈 때 소인족들은 벌벌 떨기는 했 어도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 다.

    마당을 지나 단독 주택 안으로 들 어갔다. 꽤 넓은 집이었다. 거실만 20평이 넘는 것 같았다. 2층으로 올 라가는 계단도 있었다. 하지만 2층

    으로 올라가지 않고 1층 깊숙한 곳 에 있는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있는 곳으로 갔다.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실은 무슨 연구실 같은 곳이었다. 여기저기에 유리로 된 실험 기구가 보였다. 그 리고 4명의 소인족이 기다리고 있었 다.

    “아저씨! 아저씨가 구해 준 아이들 이에요. 기억 안 나시죠?”

    오피앙의 말대로 기억이 안 난다. 4명의 소인족이 섭섭해하는 표정이 었다. 하지만 곧 똘이와 눈이 마주 치자 홈칫하더니 몸을 가늘게 떠는 것이 보였다.

    “괜찮아! 심장 괴물은 아저씨 부하 야. 너희들을 해치지 않아. 나도 그 렇고.”

    오피앙은 용기를 내서 똘이에게 다 가갔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손 을 내밀어 똘이의 몸에 손을 댔다.

    츄릅!

    “어억!”

    똘이가 또 오피앙의 얼굴을 핥았 다. 오피앙은 자신의 얼굴 절반만 한 크기의 혀가 지나가자 침 범벅이 되었다.

    “으윽……. 저기 핥는 것은 참아 주면 안 될까?”

    뒤에서 큭큭 대며 웃음을 참는 소

    리가 들렸다. 침 범벅인 얼굴을 닦 으며 말하는 것 때문에 저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피앙은 침 범벅보 다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리고 오피앙에게는 선택권이 없 었다.

    츄릅! 츄릅!

    “으아!”

    결국, 오피앙은 똘이에게서 도망치 듯 떨어졌다. 그것을 보고 소인족 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겁쟁이 오피앙답다!”

    오피앙은 고개를 돌리며 버럭 화를 냈다.

    “사르바! 너는 안 그럴 것 같냐?” 오피앙 덕분에 4명의 소인족은 두 려움을 떨쳐 낸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환자들 먼저 어디 눕 혀 놓았으면 하는데.”

    “아! 죄송해요.”

    대답은 오피앙이 아닌 다른 소인족 이 했다.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리 고 얼굴 크기가 약간 작고 목소리가 얇았다. 여성 소인족 같았다.

    “이쪽 방에 눕혀 놓으시면 돼요.” 두 개의 방 중 하나의 방문을 열 었다. 그곳에는 침대가 2개 있었다. 먼저 이호진을 내려놓고 똘이의 등 에서 김필수를 풀어 눕혔다. 문은

    닫지 않고 나왔다. 이호진과 김필수 도 어떤 상황인지 들어야 한다고 생 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다시 소개할게요. 이놈이 사르바에요. 꼴에 백부장이라고 친 구 알기를 뭐같이 아는 놈이죠.”

    사르바는 오피앙을 노려보고는 이 성진에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아저씨! 기억 못 하시겠지만 오피 앙보다 더 믿음직스럽다고 한 사르 바입니다.”

    “믿음직스럽기는……. 쳇……

    오피앙의 반응을 봐서는 그렇게 말 한 것 같았다.

    “여기는 유투진이요. 우리 중에 가

    장 출세했어요. 마법사니까요. 이 집 도 유투진 집이에요.”

    로브를 입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다. 그런데 마법사였다.

    “아저씨! 오피앙에게 아저씨를 만 났다고 들었을 때 믿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진짜라니……. 기뻐요. 제 손 에 따뜻한 빵을 쥐여 주셨을 때가 기억나요.”

    배고프고 아무것도 없을 어린 나이 일 때 받았던 따뜻한 빵은 절대 잊 지 못할 기억 중의 하나였다. 지금 은 아무리 맛있고 따뜻한 빵을 먹어 도 이성진이 줬던 것처럼 맛있지 않 았다.

    “요기 과묵하게 있는 놈은 케이루 에요. 케이루도 백부장이에요.”

    케이루는 이성진을 쳐다보더니 슬 쩍 고개를 올렸다.

    “아! 씨! 아저씨가 남자는 우는 것 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성진을 처음 만났을 때는 지금처 럼 말이 없지 않았다. 너무 많이 울 었다. 그때 이성진에게 남자는 쉽게 울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울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그 이후로 절대 울지 않았다. 그리 고 이성진에게 들은 것처럼 열심히 노력했다.

    “울보 케이루 부활인가?”

    케이루는 눈물을 닦고 오피앙을 노 려 봤다.

    “그러다가 맞는다. 오피앙 부장! 어디 천부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백 부장에게……

    오피앙에게 말한 것이긴 하지만 이 성진에게 곧 천부장이 된다고 자랑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때의 울보가 천 명의 부하를 둘 정도로 성장했다.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반 카에요. 저반카는 크로우라는 특수 부대 소속이에요. 다른 것은 알려 주지도 않아요. 비밀이라나?”

    저반카의 복장과 무기를 보면 특수

    부대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은색 석궁과 화살을 가지고 있었다.

    “크로우의 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저씨……

    대장이라는 말에 다른 친구들이 모 두 놀랐다. 지금까지 저반카는 자신 의 직위를 알려주지 않았었다. 크로 우의 대장이면 만부장급이었다.

    “어어……. 너 진짜야?”

    오피앙이 믿을 수 없다는 둣이 말 했다. 친구들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배신당한 느낌이 었다.

    “진짜다. 그리고 내가 아니었으면 너희들의 반란 음모는 진작에 발각 되었을 거다.”

    오피앙과 다른 친구들에게 말하고 는 이성진을 쳐다봤다.

    “제가 크로우의 대장이 된 것은 아 저씨 덕분이에요. 아저씨가 화살 쏘 는 법과 숨는 법 그리고 마음가짐을 알려 주셨죠.”

    저반카는 사냥꾼의 아들이었다. 활 을 쏘는 방법을 알기도 전에 마을이 불타고 부모가 죽었다. 이성진이 아 버지의 유물인 활을 보고 활 쏘는 법과 숨어서 사냥하는 방법을 알려 줬었다.

    이성진은 또 다른 아버지나 마찬가 지였다.

    “어이없네. 저반카 네가 크로우의 대장이라니……. 유투진보다 위잖 아!”

    오피앙이 투덜거렸다. 보아하니 오 피앙이 친구들의 중심에 있다. 그것 을 싫어하는 친구도 없어 보였다. 저렇게 투덜대도 화내는 친구가 없 으니까.

    대충 소개가 끝난 것 같았다.

    “너희들이 나를 엘 파나에서 만났 다는 것은 믿겠어.”

    그런데 진짜 궁금한 것이 하나 있 었다.

    “그런데 너희들 내 이름 모르니?” 이름을 모르냐는 질문에 다섯 소인 족 친구들은 이성진을 쳐다보며 고 개를 끄덕였다.

    “왜?”

    왜라는 질문에 역시 오피앙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

    “이름을 안 가르쳐 주셨어요. 이름 까지 알면 너무 정이 든다고……

    “그래서 아저씨라고 부르는 거였 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보 면서 도대체 엘 파나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이름을 가르쳐줘도 될

    것 같았다.

    모두 진심으로 좋아하고 기뻐하는 눈빛이었다.

    “내 이름은 이성진이다.”

    이름을 가르쳐주자 다섯 친구들은 정말 기뻐했다.

    “야! 아저씨 이름이 이성진이래!”

    오피앙이 가장 먼저 호들갑을 떨었 다. 사르바가 기쁜 얼굴로 퉁명스럽 게 말했다.

    “나도 귀가 있다.”

    마법사인 유투진은 슬며시 다가왔 다. 그리고 손을 잡았다.

    “왜?”

    “진짜인가 싶어서요. 이게 꿈이지

    않기를……

    유투진이 이성진의 손을 만지자 너 도나도 다가와 팔과 다리를 만졌다. 28살의 성인이지만 소인족이라 그 런지 아직도 아이들 같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다른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가만히 손길을 느낀다. 어렸을 때 이성진의 손길을 다시 느껴 보고 싶었기 때문 이었다.

    “저반카 너 머리에 상처는……. 화 살……

    “기억나세요?”

    저반카의 머리를 만질 때 불현듯 떠올랐다. 지금보다도 더 어린 저반

    카의 머리에 화살이 스쳐 지나갔었 다. 그때 치료해 줬었다.

    “나 때문에 죽을 뻔했니?”

    “아니요. 몰래 다가간 제가 잘못한 거였어요.”

    유투진이 손을 흔들었다.

    “저는 기억 안 나세요? 머리가 좋 다고 사칙연산 가르쳐 주셨는데요. 덕분에 마법사 된 거예요.”

    “미안하다.”

    유투진이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마법사라면 이호진과 김필수 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유투진아! 혹시 저 사람들 고칠 수 있어?”

    유투진이 눈을 반짝였다. 이성진에 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이죠!”

    “정말 고칠 수 있어?”

    “아저씨! 저 마법사예요. 당연히 고칠 수 있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유투진은 이성진의 손을 놓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도구가 들 어 있는 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아저씨! 가요!”

    이호진과 김필수가 누워 있는 곳으 로 가면서 말했다. 유투진의 뒤를 따라가며 똘이에게 말했다.

    “똘이야. 여기서 놀고 있어.”

    “컹!”

    오피앙은 물론 사르바와 케이루 그 리고 저반카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 다. 이성진의 뒤를 따라 방에 들어 가려고 움직이려는 순간 멈칫했다.

    어느새 똘이가 방문 앞에 버티고 서 있었게 때문이었다.

    “크릉.”

    “하하. 도망가려는 것이 아니 라……

    저반카가 변명하며 오피앙의 등을 떠밀었다.

    “어어?”

    츄릅!

    오피앙이 당하는 것을 보고 사르바 와 케이루 그리고 저반카는 안심했

    다. 하지만 그건 너무 빠른 안심이 었다.

    똘이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츄르룹!

    그리고 왜 오피앙이 저렇게 똥 씹 은 표정을 하는지 알았다. 사르바와 케이루 그리고 저반카 역시 먹잇감 에 침 발라 놓는 듯한 느낌을 받았 으니까.

    가장 과묵한 케이루가 먼저 살기 위해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육포를 꺼냈다. 똘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였다.

    “배신자!!”

    동시에 케이루에게 배신자라고 외

    치며 먹을 것이 있나 주머니를 뒤지 기 시작했다.

    똘이가 밖에서 재미있게 놀면서 먹 을 것을 얻어먹는 동안 유투진은 가 방에서 날카로운 칼과 붉은빛이 도 는 약병을 꺼냈다.

    그리고 이호진에게 다가갔다.

    “엄청나게 아플 거예요. 제가 마나 인간을 잠들게 할 만한 마법 실력은 안 돼서 그냥 참아야 해요.”

    이호진은 날카로운 칼날을 들고 서 있는 유투진을 보더니 이성진을 쳐 다봤다. 방문을 열어 놨기 때문에 이성진과 소인족의 대화를 다 들었 다.

    소인족보다는 이성진의 판단을 믿 기 때문에 쳐다본 것이다.

    “이 중사! 어차피 못 움직이는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봐야지.”

    이호진은 이성진의 말이 맞다고 생 각했다.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고 짐 이 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저기…… 얼마나 아 픈가요?”

    어느 정도 고통인지 알아야 각오할 수 있을 것 같아 유투진에게 물었 다.

    “음……. 간단하게 설명할게요. 마 나가 순환하는 중요 지점을 일부러 달궈진 쇠로 뚫었어요. 그곳의 피부

    를 다시 잘라 내야 해요.”

    생살을 날카로운 칼로 잘라 낸다는 것이다. 마취도 없이.

    이호진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약을 사용해서 살과 뼈 를 회복시켜요. 불타는 듯한 느낌이 들 거예요.”

    이호진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차 피 해야 할 것 참아야 했다. 그런데 이성진이 옷을 둘둘 말아 가지고 왔 다.

    “입을 벌려.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 거야.”

    이호진은 한 번도 살을 도려내고

    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당해 보지 않아서 모른다. 잘못하다가는 혀를 깨물거나 이빨이 부러질 수 있었다.

    이호진은 이성진이 주는 옷을 꽉 물었다. 그러자 유투진이 치료를 시 작했다. 먼저 손이었다. 과감하게 불 타 지져진 부분을 잘라 냈다. 세심 하게 조금씩 자르면 고통의 시간만 더 길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 다.

    “으읍!”

    견딜 만한 고통이었다. 순식간에 고통이 끝났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 지만 유투진이 붉은색 물약을 피가 나는 상처에 붓자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O O•응I”

    ———— 버 «

    턱에 힘이 들어간다. 손바닥을 시 작으로 불길이 팔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유투진은 아무 소리 하 지 않고 반대편 손의 상처를 도려냈 다. 그리고 붉은색 약을 부었다.

    고통은 원 플러스 원이면 2배가 아니다. 4배가 될 수도 있다.

    “ 으오••••••

    유투진은 바로 어깨로 향했다. 지 져진 살을 도려내고 붉은색 물약을 부었다.

    이호진의 눈을 뒤집어 까고 기절했 다. 뇌가 과도한 고통을 위험으로

    인식하고 의식을 차단했기 때문이었 다. 오히려 잘된 일이다. 기절하면 고통을 못 느낀다.

    유투진이 잠시 이호진이 코와 심장 부분을 살폈다. 가끔 숨을 쉬지 않 거나 심장이 정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호진이 제대로 숨을 쉬고 심장도 잘 뛴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발로 향했다. 다른 곳과 똑같이 살을 도 려내고 물약을 부었다.

    기절해서 고통을 못 느낄 줄 알았 던 이호진은 물약을 부을 때마다 몸 을 움찔움찔했다.

    붉은색 약병 하나를 다 사용했다.

    얼핏 보니 3병 중 1병을 사용한 것 이다.

    “그 약은 뭐니? 신기하네.”

    진짜 신기했다. 현대 의술로도 저 렇게 급속도로 뼈가 재생되고 살이 차오르게 할 수는 없었다.

    “크롤링이라는 괴수가 있어요. 그 피를 정제한 약이에요. 마나 인간이 라 더 효과가 좋은 거예요.”

    “그래? 그 약 더 있니?”

    저 약만 있으면 어지간한 상처는 바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런데 유투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 다.

    “연구용으로 3병밖에 없어서요

    크롤링의 피로 만든 회복 물약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법 연구를 위해 간신히 구한 것이 3병이었다. 왕족도 1병 이상 구하기 힘들었다. 그런 것을 이성진의 치료 해 달라는 말 한마디에 아낌없이 쓰 는 것이다.

    “2병 중 1병은 치료에 쓰고 남은 1병 드릴게요.”

    “연구용이라며?”

    “잘하면 연구 안 해도 될지도 몰라 요. 아저씨가 있으니까요.”

    “ 나?”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치

    료 먼저……

    “알았다.”

    유투진은 바로 김필수에게 다가갔 다. 김필수는 이성진을 쳐다보며 말 했다.

    “저도 입에 물 것 좀……

    이호진이 기절한 것을 봤다. 사실 이호진보다 참을성이 없다. 자신보 다 인내심이 강한 이호진이 저렇게 기절할 정도면 얼마나 아플까 살짝 겁이 났다.

    “아! 미안.”

    더는 사용할 옷이 없었다. 이호진 의 입을 벌리고 침 범벅인 옷을 가 져왔다. 김필수는 다른 옷을 달라고

    할 수 없었다. 그냥 입을 벌렸다. 조금 찝찝하기는 했다. 하지만 곧 찝찝한 감정은 고통에 사라졌다.

    “으아악!”

    옷을 깨물지 않고 입을 더 벌려 소리쳤다. 그리고 손 하나만 치료했 을 때 이미 기절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유투진이 중얼거렸 다.

    “이상한 인간이네. 달궈진 쇠로 구 멍을 뚫을 때 비명 한 번 안 지르 는 독종이라고 했는데……

    이성진보다 먼저 잡혔다. 그것도 만부장이 3명이나 움직여서 사로잡 은 것이다. 소인족들이 보는 앞에서

    달궈진 쇠로 몸에 구멍을 뚫었다. 이를 악물고 비명 한 번 안 지르는 것을 보고 독종이라고 소문났었다.

    유투진이 김필수의 치료를 끝냈다.

    “하루 정도만 지나면 예전처럼 움 직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제가 10개로 나누어서 드릴게요.”

    “10 개로?”

    “네. 저 인간들은 상처가 심하고 여섯 군데나 치료해야 해서 1병을 다 사용했어요. 어지간한 상처는 10 분의 1만 사용해도 돼요.”

    “그래?”

    “네.”

    유투진은 바로 작은 병 10개에 붉

    은색 물약을 나누어 담았다. 몇 방 울 남은 것은 아까운지 입안에 털어 넣는 것도 보였다.

    “피로 회복에도 좋아서요.”

    멋쩍게 웃으며 작은 병을 다시 조 그만 가죽 주머니에 담아서 줬다.

    “잘 쓸게. 그런데 진짜 이 약이 필 요 없는 거야‘?”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일단은 다 같이 의논해야 하니까요.”

    유투진은 방에서 나가다가 흠칫하 고 멈춰 섰다. 친구들이 무릎을 꿇 고 똘이에게 먹을 것을 바치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한 번씩 얼굴을 핥을 때마다 주변

    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아온다. 유투 진은 자신이 숨겨 놓은 빵을 찾아 똘이에게 바치는 것을 보고도 화를 낼 수 없었다. 자신에게 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니까.

    “똘이야! 그만 놀고 가만히 있어.” 똘이는 이성진을 쳐다보고는 아쉽 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으로.

    츄르르르룹.

    얼굴을 한 번씩 핥아 주고는 이성 진 곁으로 다가왔다.

    “야! 애들하고 놀라고 그랬지 괴롭 히라고 했냐?”

    “끼잉•…"

    얼굴들을 보니 모두 하얗게 질려 있었다. 똘이는 이성진에게 혼나자 꼬리를 내리고 앞발로 눈을 가렸다. 혼날 때마다 하던 짓이었다. 작을 때는 너무 귀여운 모습이었다. 성인 남성만 한 크기가 되어 똑같은 짓을 한다. 귀엽기보다는 약아 보였다.

    유투진이 살짝 이성진의 손을 잡았 다. 여자 소인족이라 그런지 아라 생각이 났다. 약간 떠는 것 같아 손 에 힘을 줬다. 그러자 유투진의 떨 림이 멈췄다. 유투진과 함께 하얗게 질린 친구들에게 갔다.

    그러자 살았다는 듯이 안색이 돌아 왔다.

    “자! 이제 내가 몇 가지 물어볼게. 조금 전에 반란을 준비한다고 한 것 같은데?”

    저반카가 말했었다. 자신이 아니었 다면 반란 준비한 것을 벌써 들켰을 것이라고.

    오피앙이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딸랑.’하는 종소리가 들리자 오피앙 과 친구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웃는 얼굴이었다면 지금은 아무 표정 없는 무심한 얼굴이었다.

    “아저씨. 우리가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나 봐요. 아무래도 나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오피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피앙은 몰라도 백부장에 마법사 그리고 특수부대 지휘관까지 이곳에 있다. 지휘관이 찾을 수도 있었다.

    “오늘 저녁 근무는 비워 놨으니까 이따가 올게요.”

    오피앙을 시작으로 한 명씩 지하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똘이와 함께 이호진과 김필수가 회 복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회복되면 다시 내성으로 침 투해 마나막을 파괴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다섯 친구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디까지 도와 달라고 해 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지금 다섯 친구는 나름대로 성공한 삶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 다.

    하지만 만약 다섯 친구가 반란을 주도하고 성공한다면 그것을 돕는 것도 낫지 않을까 싶었다.

    마나막을 파괴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라를 찾

    아 서울로 떠난 후 거제도에 남은 사람들은 소인족과 싸워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답을 낼 수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곳을 벗어나 아라에게로 가는 것 이 최우선 임무다.

    ‘‘ o 으.”

    —■石" .

    이호진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이 중사. 괜찮아?”

    “아……

    이호진은 이성진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이 치료받다가 기절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팔을 들어 손에 난 구멍을 살폈다.

    불그스름한 것이 다 아물지는 않았

    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몸 이 움직인다.

    “대령님……

    소인족에게 사로잡혀 죽는 일만 남 았다고 생각했다. 죽지 않는다 해도 몸을 못 움직이는 상태로 고문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성진 덕분에 목숨도 살리고 몸도 고쳤다.

    “왜? 어디 안 좋아?”

    “아니요.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다 리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왜 울상이야.”

    “기쁘고 감사해서요.”

    “기쁘고 감사해?”

    “네.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다시 기회를 준 대령님에게 감사하고요.”

    진짜 이호진은 울려고 했다. 하지 만 옆에서 먼저 김필수가 먼저 울었 다.

    “크혹••••••

    “김 중사?”

    “죄……죄송합니다.”

    이호진과는 다르게 힘이 강해지는 능력을 얻어서 그런지 회복이 더 빨 랐다. 그래서 이호진과 비슷하게 깨 어났다. 이호진이 기쁘고 감사하다 는 말을 듣자 자신도 똑같은 생각을 하며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 너무 좋 았다.

    김필수도 자신의 팔과 다리를 움직 여 봤다. 제대로 움직였다.

    “크르르.”

    “누가 오는 것 같네.”

    똘이가 먼저 반응했다. 하지만 이 빨을 드러내지 않았다. 눈에 장난기 가 가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하로 들어오는 소인족은 다섯 친구였다.

    똘이가 바로 마중 나갔다. 다섯 친 구는 얼음이 되어 멈췄다.

    “똘이야! 장난치지 말고 이리 와!”

    “끼잉••••••

    소인족과 노는 것이 재미있었다. 한 번씩 핥아 주면 먹을 것은 주니 더 재미있었다. 이성진이 적이 아니

    라고 했기 때문에 다섯 친구는 적으 로 생각 안 했다. 똘이는 아쉬워하 며 이성진의 명령이라 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전에 한 번씩 핥아는 줬다.

    츄릅 소리가 5번 나고 처음 당하 는 유투진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장난은 그만 하라니까.”

    유투진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웠다. 다섯 친구는 똘이와 최대한 멀리 떨 어진 곳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모두 등에 한 보따리씩 메고 있었다.

    “그건 뭐냐?”

    “아저씨와 아저씨 부하들이 사용할 무기요.”

    2개의 보따리를 풀었다. 나온 것은 검은색 석궁과 검은색 화살 그리고 검이었다.

    “나머지 3개는?”

    “먹을 건데요.”

    “먹을 것도 챙겨 왔어?”

    다섯 친구가 서로를 쳐다봤다. 이 성진이 배고프다는 생각은 못 했다. 똘이에게 바치기 위해 가지고 온 것 이다.

    “하하! 네. 빵하고 고기 있어요.”

    오피앙이 멋쩍게 웃으며 보따리 하 나를 풀었다. 그런데 저반카가 심각 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혹시 지하 기지 아세요?”

    “어. 왜?”

    “그럼 코타화란 만부장을 죽인 것 도 아저씨세요?”

    “코타화란이면 코타파란 형 말하는 거야?”

    “맞군요. 코타화란이 가지고 나갔 던 마법 채굴 기계를 3일 뒤 지하 기지로 가지고 가요.”

    마법 채굴 기계는 레이저를 쏘는 것이 분명했다. 강철도 뚫어 버리는 위력이다.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마법 채굴 기계라는 것이 사각형 의 상자를 여러 개 연결해 만드는 것이 맞아?”

    저반카는 마법사인 유투진을 쳐다 봤다. 유투진이 설명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었다. 유투진은 바로 설 명했다.

    “네. 마나 수정을 이용해 고열의 빛을 내뿜는 기계에요. 원래 용도는 암석을 자르거나 터널을 만들 때 사 용해요. 그런데 코타화란이 인간들 이 숨어 있는 기지의 입구를 뚫기 위해서 가지고 나갔었어요.”

    고열의 빛으로 암석을 뚫는다는 것 을 봤을 때 확실했다.

    “이런 채굴 기계가 많아?”

    “아니요. 우리 왕국에도 20개뿐이 에요. 이곳에 가지고 온 것은 3개고

    요.”

    채굴 기계가 많을 수 없는 것이, 네모난 상자 안에 마법진을 새기고 상자끼리 마법진을 연동할 수 있게 해야 했다. 거기다가 상자마다 마나 를 담고 있는 수정을 넣어 일정한 출력을 유지하도록 조정해야 했다.

    고도의 마법 지식이 들어간 고가의 물건이었다.

    “그럼 성안에 있을 때 파괴하면 되 겠네.”

    파괴한다는 말에 일제히 고개를 흔 들었다.

    “왜들 그래?”

    이번에는 저반카가 대답했다.

    “만부장 3명과 그의 부하들 그리고 크로우 1천이 지키고 있어요. 지하 기지까지 그 인원 그대로 채굴 기계 를 가지고 갑니다.”

    만부장 3명과 그의 부하들이라면 3만 명의 소인족이 채굴 기계 하나 를 호송한다는 것이다.

    “똘이를 이용하면?”

    그래도 저반카는 고개를 흔들었다.

    “만부장 3명이면 어떻게 될지 몰라 요. 혼자면 벌벌 떨어도 3명이면 아 저씨 부하를 상대할 수 있을 거예 요.”

    소인족 특성이 그랬다. 뭉치면 강 하다. 저반카도 자신의 부하 1천 명

    만 있으면 똘이를 상대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죽으면 부하들은 제대로 싸워 보지 못하겠 지만.

    “그러면 내가 직접 가서 부술 테니 까 파란색 화살과 활만 준비해 줘.”

    “아저씨. 그것도 어려워요. 멀리서 쏘는 화살은 만부장이 먼저 발견하 고 중간에 차단할 거예요.”

    날아오는 총알도 팔목에 찬 각반으 로 막는 놈이 만부장이다. 수백 발 을 한꺼번에 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 내가 가지고 온 배낭에서 TNT라고 쓰인 것만 가져다줘.”

    바닥에 힘을 줘서 TNT라고 그렸 다.

    “그건 가능하지?”

    저반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부장 급인 자신이 가서 TNT만 빼 오는 것은 쉽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빼 올 생각은 없었다. 오피앙을 쳐다봤 다. 그러자 오피앙이 나섰다.

    “아저씨……. 그것보다 우리를 도 와주시는 것이 어떠세요?”

    “너희를 도와줘?”

    “네. 낮에 저희에게 반란에 관해 물어보셨잖아요.”

    채굴 기계로 지하 기지를 공격한다 는 것 때문에 물어보지 않았다. 그

    런데 오피앙이 말하고 있다.

    “저희는 꽤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 었어요. 그러니까 엘 파나에서 지구 침공을 준비할 때부터였죠……

    말하기 좋아하는 오피앙 답게 왜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인지 배경까지 설명했다. 그나마 말은 빠르게 했다.

    그러니까 엘 파나는 2제국 6왕국 이 존재했다. 신성 파나 제국과 케 르빌 제국이 가장 컸다. 하지만 실 질적으로는 케르빌 제국이 엘 파나 의 패권을 쥐고 있었다. 지구에서 넘어온 인간들이 왕국을 세우고 전 쟁을 하기 전까지는.

    오피앙도 이유는 모르지만, 중립을

    지키던 신성 파나 제국이 갑자기 인 간을 적으로 규정하고 전쟁에 참여 하면서 팽팽했던 전세는 케르빌 제 국으로 기울었다.

    지구 인간들이 세운 6개의 작은 왕국이 멸망하고 신성 파나 제국은 파나 신의 신탁으로 지구로의 성전 을 선언했다.

    하지만 케르빌 제국이나 6왕국은 성전에 반대했다. 지구 인간이 세운 6왕국과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보았 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신탁을 거 부할 수는 없었다.

    신성 파나 제국 역시 15년의 준비 기간을 줬다.

    15년이면 피해 복구를 할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 록 케르빌 제국과 6왕국은 지구 침 공을 새로운 영토를 늘일 기회로 생 각을 바꾸었다. 여기에는 또 정치적 인 문제가 있었다.

    케르빌 제국의 10명의 황자 중 황 제가 될 수 있는 사람은 1명뿐이다. 9명의 황자를 지구 침공에 보내 버 리면 된다는 정치적인 해법이 나왔 다.

    6왕국 역시 똑같은 생각이었다. 소 인족 왕국인 자쿰 왕국은 2왕자와 3왕자에게 각각 10만 명의 부하를 주고 지구 침공에 참여시켰다.

    “저희 역시 지구에 오는 것을 기회 로 생각했어요. 우리도 소인족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왕국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엘 파나 역시 철저한 계급주의 사 회였다. 왕과 귀족 그리고 천민과 노예로 나누어져 있다. 오피앙은 그 런 계급을 없앨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오피앙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꽤 많은 소인족이 그런 생각을 했다. 소인족뿐만 아니 었다. 케르빌 제국과 6왕국 곳곳에 같은 생각을 하는 종족들이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 지구 왕국에 점령당했던 종족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 성에 3천 명의 동지가 있어 요.”

    3천 명이면 전체 10만 명에 비해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고위 급 소인족은 없는 것 같았다.

    “아저씨만 도와주시면 반란을 성공 시킬 수 있어요.”

    “내가 도와준다고 해도 3천 명 가 지고는 어려울 텐데?”

    이것저것 다 빼고 3천 명이 반란 을 일으켰을 때 진압하는 소인족이 1만 명만 돼도 실패할 확률이 높았 다.

    “좋아. 그래! 반란에 성공했다고

    하자. 그러면 누가 이 성을 다스릴 건데?”

    이성진의 말에 일제히 시선이 한곳 으로 모였다.

    “나? 내가? 지구의 인간인 내가 소인족을 다스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투진 의 말을 들으니 허무맹랑한 생각은 아니었다.

    “아저씨! 제가 아저씨만 있으면 회 복 물약이 필요 없을 거라고 한 거 기억하세요?”

    “기억해.”

    “회복 물약이 필요한 이유는 광범

    위 세뇌 마법 때문이었어요.”

    “광범위 세뇌 마법?”

    광범위 세뇌 마법이면 성녀 엘리스 가 홀로그램처럼 거제도 상공에 나 타난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네. 반란의 핵심은 광범위 세뇌 마법이에요. 내성에 있는 마나막 생 성 마법진을 바꿔 이 섬에 있는 모 든 종족에게 세뇌를 거는 것이죠.”

    마법사라고 하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들고 나왔다.

    “그게 가능해?”

    가능하냐는 물음에 유투진은 눈을 반짝였다.

    “아저씨가 없었다면 10번 시도하

    면 1번 성공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아저씨가 있다면 1번 시도해 서 1번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유투진은 마법사다. 그냥 하는 말 이 아닐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종족의 차이에요. 소인족은 아무 리 뛰어나도 고위 마법사가 될 수 없어요.”

    소인족이 고위 마법사가 될 수 없 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이 있었다. 마법의 기본은 당연히 마나다. 마법은 마법사 자신이 촉매 가 되어 마나를 끌어와 만드는 기적

    이다.

    촉매에 따라 화학 반응이 달라지는 것처럼 소인족은 종족의 특성상 마 나를 대량으로 사용할 수 없는 몸이 었다.

    소인족 중 마법사가 귀한 이유였 다.

    그래서 마나 수정으로 마법진과 마 법 도구를 사용한다.

    “제가 목숨을 걸고 회복 물약을 먹 으며 마법진 안에서 버티려고 했었 어요. 하지만 아저씨라면 굳이 회복 물약을 먹지 않아도 마법진 안에서 버틸 수 있어요.”

    유투진은 확신했다. 인간은 그 가

    능성이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특히 나 유투진이 봤고 들었던 이성진이 라면 충분히 광역 세뇌 마법의 중추 를 감당할 수 있다.

    “나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라……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실패할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채 굴 기계를 파괴하는 것보다 광역 세 뇌 마법이 더 구미가 당겼다.

    “그런데……. 유투진 너를 의심하 는 것은 아닌데……. 정말 마법진을 고칠 수 있니?”

    유투진이 허리에 손을 올리더니 입 을 삐쭉 내미는 것이 보였다.

    “제가 소인족만 아니었다면 대마법 사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7단계 마법 수식까지 다 사용할 수 있어 요! 마나가 부족해서 못 사용하는 것이지!”

    7단계 마법 수식이란 말에 오치랑 과 사르바, 케이루, 저반카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을 본 유투진 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광역 세뇌 마법진이 7단계 마법이 야! 이 멍청이들아! 내가 최소 인간 만 되었어도 맨몸으로 5단계 마법까 지 사용했을 거다!”

    유투진은 소인족의 특성상 2단계 마법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몸이 견딜 수 있는 마나의 양이 2단계 마법이 니까.

    마법 보조 도구인 마나 수정이 박 힌 지팡이를 이용하면 무리해서 4단 계까지도 가능했다.

    물론 좋은 마나 수정이 박힌 지팡 이가 필요했다.

    유투진의 말에 저반카가 심각한 표 정으로 말했다.

    “유투진! 지금 7단계 마법진 안에 아저씨를 넣자는 거야‘?”

    유투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아저씨니까.”

    “유투진! 내가 볼 때 아저씨는 엘 파나의 검은 사신이 아니야.”

    엘 파나의 검은 사신이 아니란 말 에 모두 무슨 소리냐는 듯 저반카를 쳐다봤다.

    “내 말은 아저씨가 기억을 잃은 것 때문인지 엘 파나에서 있을 때 검은 사신의 능력이 없다는 것이지.”

    이 말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진이 엘 파나에서 있을 때처럼 검은 사신이었다면 소인족은 그냥 항복했을 것이다.

    갑자기 이 소인족 성의 지휘관 하 늘쿤 왕자가 죽는다. 그리고 차례로

    지휘관이 죽어 나간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지휘관을 잃은 소인족은 검은 사신이 나타났 다는 것 하나만으로 무릎을 꿇을 것 이 분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이성진은 검은 사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 다.

    “엄청난 양의 마나가 움직이는 7단 계 마법진 안에서 아저씨가 잘못되 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유투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계산에 의하면 가능했다. 아니 될 거라고 확신했다. 회복 물약 3개를 마셔 가며 자신이 해도 2번 성공할

    수 있는 계산이다.

    하지만 저반카의 말대로 될 수도 있었다. 계산은 단지 계산일 뿐이다. 실험 한 번 못 했다.

    유투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이성진을 쳐다봤다.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하 세요?”

    유투진의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그냥 대답할 수는 없 었다. 유투진이 자신감을 가지지 않 으면 될 일도 안 되니까.

    “유투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유 투진 네가 말한 대로 내가 하면 성

    공한다고 확신하면 나는 그것을 믿 는다.”

    유투진의 눈을 일부러 쳐다보며 그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투 진은 주먹을 쥐며 확신에 찬 목소리 로 대답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저씨라면 성공 할 거라고 확신해요!”

    “좋아! 그러면 결정된 거네.”

    이성진이 결정된 것이라고 말하자 저반카는 반대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가 믿는다면 저도 믿어요.” 저반카의 말에 유투진이 저반카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야! 내 말은 안 믿고 아저씨 말은 믿냐? 내가 마법사야!”

    “음……. 미안하지만 아저씨 말이 더 마음에 와닿거든? 그만 꼬집어 라.”

    유투진이 슬며시 팔을 내렸다. 더 꼬집었다가는 저반카가 화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저반카가 화 나면 꽤 무서웠다.

    “자! 그럼 결정된 거니까 상세한 계획을 들어 보자.”

    상세한 계획을 들어 보자는 말에 모두 서로를 쳐다보더니 다시 이성 진을 쳐다봤다.

    “설마 상세한 계획은 없는 거냐?”

    모두 입을 다물자 오피앙이 어쩔 수 없이 나섰다.

    “기본 계획만 세워 놓고 기회를 노 리고 있었어요. 아저씨를 만날 줄은 몰랐죠.”

    생각해 보니 오피앙과 친구들을 만 난 것이 하루밖에 안 됐다. 채굴 기 계 때문에 급하게 계획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장 말 없는 케이루가 갑자기 입 을 열었다.

    “이렇게 된 것 아저씨가 계획을 세 워 주세요.”

    저반카와 유투진이 손뼉 치며 동의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저도요!”

    나머지는 기대하는 눈빛을 보였다.

    “알았다. 그러면 너희들이 가진 모 든 것을 내게 말해 줘야 해.”

    이성진의 말에 다섯 친구는 동시에 대답했다.

    “당연하죠!”

    “누구부터 시작할까?”

    아니나 다를까 오피앙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반란에 가담하기로 한 인원은 총 3천 명이에요. 그중 내성 경비대에 100명이 있고……

    오피앙이 조직의 중추를 맡은 것

    같았다. 몇 명이 어디 소속되어 있 는지 다 말했다. 덕분에 사르바와 케이루는 할 말이 없었다.

    “언제든지 신호만 주면 내성 근처 주둔지에 모이기로 했어요.”

    다음은 유투진이었다.

    “저는 이미 알고 있으시겠지만, 내 성에 들어가서 마법진을 고치고 가 동하는 것만 맡았어요.”

    다 중요하지만 유투진이 가장 중요 했다.

    “마법진을 고치는데 2시간 정도 걸 려요. 마법진 고치는 시간은 확실하 게 확보해야 해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저씨가 마법진에서 최소 30분 이상 있어야 광범위 세뇌가 가능해요.”

    최소 2시간 30분을 지켜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 던 저반카가 끼어들었다.

    “나와 내 부하 500명이 도울 수 있어요.”

    500명이란 말에 이성진을 제외한 모두가 놀랐다. 특수부대 크로우 500명이면 2천 명 이상의 전력이었 다. 특수부대 성격상 길목을 잘 막 으면 1만 명 효과도 낼 수 있었다.

    오피앙이 투덜거렸다.

    “야! 케이루도 아니고 저반카 네가

    우리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을 줄 은 몰랐다.”

    오피앙의 말에 저반카가 스윽 웃으 며 말했다.

    “나 아니었으면 너희들 벌써 잡혔 다. 3천100명에서 왜 3천 명으로 줄어들었을 것 같냐?”

    오피앙은 바로 알아들었다.

    “100명이나 배신했어?”

    “배신은 70명이고 30명은 스파이 였다.”

    저반카는 친구들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 주고 있었다. 그런 저반카를 보고 이성진은 미소 지었다. 저반카 는 이성진의 얼굴을 보고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었다.

    “다 아저씨에게 배운 건데요.”

    “그래? 그래도 잘했다. 이제 알건 다 안 것 같으니까. 내성까지 가는 길이 표시된 지도를 볼 수 있을까?”

    모두 유투진을 쳐다봤다.

    “유투진이 지도 가지고 있어?”

    “네. 저는 마법사라 내성에도 마음 대로 드나들 수 있거든요.”

    유투진이 숨겨 뒀던 지도를 꺼냈 다. 직접 그린 것 같았다.

    “외부 지도는?”

    내성까지 가는 길도 알아야 해서 물었다. 그러자 저반카가 무심하게 지도를 꺼냈다.

    “내성을 제외한 모든 곳이 표시된 지도예요.”

    지도를 펼치자 꽤 컸다.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중요 포인트 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건 전술 지 도였다. 만약 적이 쳐들어온다면 효 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곳이 표시되 어 있다.

    “이거 괜찮은데? 이곳과 이곳만 막 으면 내성으로 가는 길을 차단할 수 있네.”

    “네. 그리고 그곳은 제 부하들이 막을 겁니다.”

    산에서 만난 크로우의 실력을 봤을 때 충분한 시간을 벌어 줄 것 같았

    다. 하지만 한 가지가 걱정되었다.

    “부하들 대부분 죽을 텐데……. 괜 찮겠어?”

    내성에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이 알 려지면 소인족은 어떻게 해서든 뚫 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저반카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저씨하고 유투진을 믿어야지 요.”

    시간을 줄이면 줄일수록 부하들의 생존 확률도 높아진다.

    “제 부하들은 무슨 수를 써서든 2 시간 30분을 버틸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다.”

    유투진도 저반카가 하는 말의 의도

    를 알았다.

    “나도 최대한 시간을 줄여 볼 수 있게 노력할게.”

    “그래 주면 고맙고.”

    이제 내성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지 가 남았다. 3천 명으로 내성을 장악 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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