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13화 (13/50)
  • 4장. 사라진 기억

    똘이가 소인족을 학살하고 있을 때 이성진과 이호진 그리고 김필수는 소인족 성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성문에 작은 문이 있다. 그곳으로 몇 명씩 지나다니는 것 같았다.

    “김 중사. 상처는 어때?”

    “신기하게 거의 다 나았습니다.” 초인이 되면 상처 회복이 빠르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배는 안 고프고?”

    “사실 허기가 집니다. 하지만 참을 만합니다.”

    진짜 배고팠다. 그렇다고 작전 중 에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것을 허락할 지휘관은 없 었다. 김필수 자신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진은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 버} 먹으면서 잠시 휴식한다.”

    “네‘?”

    “초인이 되면 안정화가 될 때까지 급격하게 배고파지거든. 힘을 사용 하면 더 배고파진다.”

    “아! 몰랐습니다. 이런 적이 없었 는데 초인이 되는 부작용이었군요.”

    “이 중사도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둬.”

    “알겠습니다.”

    이호진도 슬슬 배가 고파 오던 참 이었다. 김필수와 이호진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 바를 꺼내 먹었다. 작 전 나갈 때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 르니 에너지 바 2〜3개 정도는 기본 으로 가지고 나간다.

    순식간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 바를 다 먹었다.

    “김 중사!”

    김필수는 이성진이 에너지 버} 1개 를 던지자 반사적으로 받았다.

    “대령님은요?”

    “나는 안 먹어도 배 안 고프더라 고.”

    이호진에게도 하나 던져 줬다. 이 호진이 에너지 바를 받으면서 부럽 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대령님은 이제 완전히 초인 이 되신 건가요?”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배는 안 고파.”

    진짜 모르겠다. 힘이 더 강해지고 이호진만큼은 아니지만 멀리 있는 것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강철진은 힘 이외에는 다른 능력이 생기지 않았다. 또한, 힘이 더 강해 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딱 5분만 더 쉬고 성벽을 오를 거니까 쉴 수 있을 때 쉬어.”

    5분 쉬는 것은 환영이었다. 하지만 성벽을 오른다는 말은 믿기 힘들었 다. 성벽 높이만 20m는 되어 보였 다. 말이 20m지 맨손으로 20m 성 벽을 오르는 것은 힘들다.

    “저기……. 장비가 없습니다.”

    “장비는 필요 없어.”

    이호진은 진짜 맨손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성벽을 자세히 봐 봐.”

    이성진의 말에 이호진은 멀리 있는 성벽을 가깝게 당겨서 봤다. 그리고 이성진이 왜 맨손으로 올라간다고

    했는지 알았다.

    “중간에 튀어나온 돌들이 있습니 다. 하지만 돌들 사이의 거리가 너 무 멉니다.”

    “그건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걱정 하지 말고.”

    해결해 준다니 믿을 수밖에 없었 다. 그리고 이성진을 믿었을 때마다 결과는 좋았다.

    “그리고 작전을 바꾼다.”

    작전을 바꾼다는 말에 이호진과 김 필수는 긴장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이 중사와 김 중사 모두 저격 포 인트에 대기하면서 퇴로를 확보한 다.”

    원래 작전은 이호진이 저격을 맡고 이성진과 김필수가 세뇌 시설에 침 투하는 것이다. 세뇌 시설에 폭탄을 설치한 다음 이성진은 다시 내성으 로 침투하기로 했었다.

    “대령님 혼자는 위험합니다.”

    “아니. 김 중사를 같이 데리고 가 려고 했던 이유는 폭발물 설치 때문 이었어. 하지만 이게 생겼으니 폭발 물을 설치하고 터뜨리는 데 문제가 없으니 굳이 같이 갈 필요가 없어.”

    파란색 화살을 가리키자 이호진과 김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자기 기가 작동하지 않는 지금 TNT 폭 발물을 설치해도 터뜨릴 방법은 총

    으로 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파란색 화살이 있다. 연쇄 폭발할 수 있게 설치만 하면 파란색 화살로 충분히 터뜨릴 수 있다.

    “알겠습니다.”

    원래 저격은 2인 1조가 원칙이었 다. 한 명은 저격에만 신경 쓰고 다 른 한 명은 탄착점을 말해 주면서 주변 경계를 한다. 저격 능력만 좋 아진 이호진 곁에 힘이 강해진 김필 수가 있다면 더 안전해진다.

    “5분 지났으니 출발.”

    보이는 성문 방향이 12시라면 3시 방향 성벽으로 움직였다. 소인족은 성문 쪽만 불을 피우고 경비를 세웠

    다. 20m 높이의 성벽을 오를 적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벽에 아무도 없 는 것은 아니다. 성벽 사이사이에 초소가 있다. 초소에서 소인족이 주 기적으로 나와 순찰을 한다.

    어쨌든 조용하게 움직이면 성벽까 지 장애물은 없다.

    성벽에 도착하자 바짝 붙었다. 그 리고 튀어나온 돌을 잡고 오르기 시 작했다. 3m 정도까지는 잡을 수 있 는 거리에 돌이 튀어나왔다.

    힘이 강한 김필수라면 튕기듯 뛰어 멀리 있는 돌을 잡을 수 있다. 하지 만 이호진은 아니었다. 이호진을 위

    해 이성진은 코타파란 형에게 얻은 검을 뽑았다.

    강철도 쉽게 자르는 검이다. 힘을 줘서 성벽에 틈을 만들었다. 손가락 을 걸칠 수 있을 정도로.

    이런 방식으로 올라가면서 틈을 만 들었다. 이호진이 잘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약간 힘들어 하는 것 같았 다.

    김필수야 힘이 강하니 힘든 기색도 없이 올라온다.

    계속 틈을 만들면서 올라갔다. 그 리고 3m 정도 남았을 때 멈췄다. 말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아! 지겨워. 나도 성 밖으로 나가

    서 인간들을 잡아 와야 하는데.”

    “웃기고 있네. 인간 만나면 도망칠 놈이.”

    “야! 내가 도망을 왜 가!”

    두 놈이었다. 순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위에 멈췄다. 그냥 지 나가지 왜 말다툼을 해 가지고는.

    “너 큰 소리만 나면 몸이 움츠러들 잖아. 총소리 들으면 얼어 버릴 놈 이……. 무슨 인간을 잡아!”

    “네가 봤어?”

    “안 봐도 빤히 보이지.”

    대화만 들으면 소인족이라고 생각 안 될 정도로 인간과 비슷했다. 어 쩌면 통역 마법 때문에 그렇게 들릴

    지도 모른다.

    “내가 겁이 많은 것 네가 봤냐고!”

    “겁이 없다면 성벽 위에 서서 오줌 싸 봐. 못 하지? 이거 할 때마다 너 어디론가 사라지더라.”

    “이익! 내가 못 할 줄 알고?”

    짜증이 확 나기 시작했다. 멈춰서 말싸움하는 것 때문에 매달려 있는 것도 화난다. 그런데 성벽에 다가와 오줌까지 쌀 것처럼 말하고 있다.

    절그럭 소리를 내며 바로 위로 다 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진짜 한……다……

    “해 보라니까!”

    “진짜 한다!”

    “그래! 하라고!”

    그런데 다가올 뿐 성벽 위에 서지 않았다. 주저하고 있다. 그리고 왜 주저하는지 다른 놈■이 알려줬다.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놈이 성벽 끝에 설 수 있겠냐?”

    “누가 그래. 내가 못 선다……

    “왁;”

    “으아악.”

    한 놈이 놀라게 소리 지르고 성벽 에 다가온 놈이 엉덩방아를 찌며 넘 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하하하. 거봐. 겁쟁이.”

    “이 새끼가!”

    결국, 둘이 싸움이 났다. 서로 치

    고받으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초 소에서 다른 소인족이 나올지도 몰 라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바로 아래까지 이호진이 도착했다. 이호진은 오래 매달릴 수가 없다. 벽을 한 손으로 잡고 뛰어올랐다.

    3m는 우습다.

    바닥에 깔린 놈이 눈을 크게 뜬다.

    “어어……. 저기……

    “뭐 이 새끼……. 커헉.”

    두 놈을 검으로 동시에 뚫어 버렸 다. 바로 들어서 성벽으로 던졌다. 그리고 이호진을 끌어올렸다. 김필 수가 밑에서 한 손으로 이호진의 발

    을 받쳐 올렸기 때문에 손이 닿을 수 있었다.

    김필수까지 순조롭게 올라왔다. 성 을 내려가는 계단은 초소를 지나야 한다. 초소까지 자세를 낮추고 조용 히 뛰어갔다.

    귀를 기울여 초소 안에 소인족이 있는지 살폈다. 안에서 말소리가 들 린다. 네 놈이었다.

    문을 두드렸다.

    “뭐야? 왜 문을 두드리고 그래?”

    문을 열자마자 소인족은 머리에 총 알을 맞고 쓰러졌다. 이호진과 김필 수가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들고 초 소 안으로 들어갔다.

    퉁 퍽 하는 소리가 3번 들렸다. 초 소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면서 TNT 폭발물과 수류탄 하나를 꺼내 서 부비트랩을 만들었다.

    누군가 문을 여는 순간 수류탄의 안전핀이 제거된다. 안전핀이 제거 된 수류탄이 폭발하면 TNT 폭탄이 같이 폭발할 것이다. 초소 하나는 그냥 날아간다.

    소인족을 죽이지 않았다면 조용히 지나갔다. 하지만 소인족을 죽여 성 벽 밖으로 던진 이상 누군가 침입했 다는 것은 곧 들킨다. 혼란을 줘야 했다.

    이호진과 김필수가 소인족 시체를 한쪽에 모아 놓았다. 초소 안 정리 가 끝나자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을 다 내려갈 동안 소인족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저 멀리 보이는 성의 중앙을 향해 움직일 차례다. 몸을 낮추고 빠르게 뛰었다. 건물 사이 그늘에 숨으면서 움직였다. 소인족이 사는 성이라고 해서 건물이 낮지는 않았 다.

    1층짜리 건물도 최소 3m는 되었 다. 마치 소인족 이외에도 살 수 있 게 만든 것 같았다.

    도시 계획을 해서 만든 것처럼 집 들이 가지런했다. 집들 사이로 넓은 도로가 있고 작은 골목이 있다.

    사거리마다 불을 피워 놓고 소인족 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건성으로 지킨다. 설마 누가 침투하리라고 생 각 못 해서 저런 것이다.

    내성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300m 거리에 안상식이 말한 세뇌 장치가 있는 건물이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소인족이 많고 철저하게 경비를 선다는 것이다.

    손을 들어 이호진과 김필수에게 위 를 가리켰다. 바로 옆에 3층짜리 건

    물 옥상으로 올라가라는 뜻이었다. 이호진과 김필수가 3층짜리 건물 문 을 살짝 밀어 본다. 그냥 열렸다.

    이호진과 김필수가 안으로 들어갔 다. 그리고 조금 후에 딱 하고 조그 만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호진이 살짝 고 개를 내밀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건물 안 을 수색한 다음 옥상으로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엄지를 세워 보여 준 다음 세뇌 장치가 있는 건물로 조심스럽게 접 근했다. 정면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 다. 건물 옆으로 접근했다.

    정면에 있는 소인족 40명을 조용 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 다.

    정말 조심하며 소리 내지 않고 움 직였다. 그리고 소인족의 눈을 피해 세뇌 장치가 있는 건물 옆면에 도착 했다. 창문이 없다.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정문뿐인 것 같았다. 소인족으로 위장할 수도 없 다. 키와 덩치가 다르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검을 꺼내 벽에 대고 조금씩 힘을 줘서 밀어 넣었다.

    제발 검의 길이보다 벽이 얇아라. 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밀었다. 어느

    순간 쑤욱 하고 들어갔다. 뚫린 것 이다. 벽의 두께는 30cm가 안 되는 것 같았다.

    [따르르르릉!]

    갑자기 종을 치는 듯한 소리가 엄 청 크게 울려 퍼졌다. 이 소리는 누 가 들어도 경보기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성벽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초소에 설치 한 부비트랩을 누군가 건드린 것이 다. 하지만 세뇌 장치 시설 앞에 있 던 소인족은 성벽에 집중하지 않았 다.

    경보음은 자신들이 지키는 시설에 서도 나기 때문이었다. 알람 마법이

    었다. 밤에는 시설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누군가 시설 안으로 들 어오면 경보음이 들리게 되어 있었 다.

    검이 벽을 뚫고 들어왔기 때문에 울린 것이다.

    일제히 무기와 방패를 들고 움직이 려는 순간 소인족 한 명이 하늘에서 날아오는 무언가를 봤다. 그리고 소 리 쳤다.

    “마나 화살이다!”

    마나 화살이라는 말에 사방으로 점 프하며 엎드린다. 마치 수류탄이 떨 어졌을 때 피하는 것처럼.

    소인족이 모여 있는 정중앙에 파란

    색 화살이 떨어졌다. 꽝 소리와 함 께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5명이나 폭발에 휘말렸다. 나머지는 폭발 충 격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순간 파란색 화살이 2발 더 날 아왔다.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는 길에 서 파란색 화살 2발은 15명의 소인 족과 함께 폭발했다. 나머지는 상처 입고 쓰러지거나 기절했다.

    끝이 아니었다. 쓰러진 소인족 머 리에 총알이 한 발씩 박히기 시작했 다. 500m 거리는 이호진에게 50m 거리나 다름없으니까.

    이호진과 김필수가 엄호하는 사이

    이성진은 어차피 발각된 것 과감하 게 검으로 벽을 잘라 냈다. 사람이 한 명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 을 낸 다음 들어갔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기지 지하 마나 발전기가 있던 곳처럼 이곳에도 수정이 불을 밝힌 다는 것이다. 누군가 들어오자 자동 으로 빛을 밝혔다.

    “뭐야 이거.”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 기의 유리관이 수없이 많았다. 얼핏 봐도 수백 개였다. 그런데 유리관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었다.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관 안에

    서 나는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자 익숙 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파나 신의 종입니다. 모든 것은 파나 신에게 바쳐야 합니다. 그것만이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 습니다. 느끼세요. 파나 신의 축복 을…….]

    성녀 엘리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표정은 정 말 행복해 보였다. 부르르 떨기까지 한다. 꼭 화장실 가는 것을 오래 참 았다가 해결하는 것 같은 느낌과 표 정이었다.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전입니다. 파나 신의 성 전에 참여하세요. 참여하지 않는다 면 고통과 불행이 찾아옵니다.]

    갑자기 얼굴을 찌푸린다. 그리고 괴로워한다. 이를 악물고는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온몸에 힘을 준다.

    [성전에 참여하면 달콤한 보상이 기다립니다.]

    달콤한 보상이라는 말에 다시 행복 한 표정을 짓는다. 입을 헤벌리기까 지 한다.

    빨리 결정해야 했다. 수백 명의 사 람을 이 시설과 함께 희생해야 하는 지를.

    밖에서 또 폭발음이 들렸다. 이호

    진과 김필수가 소인족을 공격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해 TNT를 꺼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란 말을 싫 어한다. 하지만 이 시설을 파괴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파나 신의 종이 되 는 세뇌를 받을 것이다.

    효율적으로 이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유리관과 유리관 사이 바닥에 기하학적인 모양이 새겨져 있다. 마치 연결된 것처럼.

    그리고 이 건물 중앙에는 유리관이 없다. 바닥의 기하학적인 모양을 따 라 중앙으로 달렸다. 그리고 그곳에

    마나 발전소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것이 바닥에 그려져 있었다. 다른 점은 중앙에 하얀색 석상이 하나 있 다는 것이다.

    “성녀 석상인가?”

    홀로그램처럼 거제도 하늘에 나타 났던 성녀 엘리스의 모습과 똑같았 다. 두 손을 모아 눈을 감고 기도하 는 것만 달랐다. 성녀 석상에서 느 껴지는 것은 포근함과 따스함이었 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흠칫.

    잠시 성녀 석상에 홀렸다. 어느새 손을 뻗어 성녀 석상을 만지려 했 다. 분명 만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성녀 석상 이 눈을 뜬 것이다.

    [드디어 만났군요. 내 사랑!]

    내 사랑이라는 말에 가슴이 찌르르 울린다. 이것 역시 최면인가 싶었다. 아라를 두고 먼저 떠난 지혜를 생각 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했다.

    그래서 화가 난다.

    “나를 잘못 건드렸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모욕 적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분 노가 일어난다.

    [나를 기억 못하나요?]

    성녀 석상이 울 듯한 표정을 짓는

    다. 두 팔을 내밀기까지 한다. 마치 안아 달라는 듯이.

    [당신을 찾기 위해 이곳까지 왔는 데 나를 기억하지 못하다니 슬퍼 요.]

    더는 봐 줄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시리다. 이건 엘리스를 좋아 하거나 사랑해서 시린 것이 아니다. 무언가 이룰 수 없는 안타까움 때문 이다. 그리고 꼭 만난 적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검을 들었다.

    [같은 선택이군요. 하지만 이번에 는 결과가 다를 겁니다. 당신을 꼭…….]

    성녀 석상은 더는 말할 수 없었다. 비스듬하게 두 조각이 났다. 석상 안에 숨겨져 있던 파란색 구슬도 같 이 잘렸다. 그리고 구슬에서 무언가 뿜어져 나왔다. 보이지는 않지만, 공 기가 무거워졌다는 것 때문에 짐작 할 수 있었다.

    “ 헙!”

    숨을 급하게 멈췄다. 머리가 어지 러웠기 때문이었다. 몸도 무거워졌 다. TNT를 바닥에 놨다. 성녀 석상 이 두 조각나면서 유리관에서 들리 던 소리가 멈췄다.

    성녀 석상이 세뇌 장치의 핵심이 분명했다. 하지만 성녀 석상이 더는

    없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바닥에 있는 것은 마법진이다. 마법진을 TNT로 부수면 성녀 석상이 더 있 다 해도 세뇌할 수 없을 것이다.

    유리관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을 TNT 폭발물로 죽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더 어지러워지기 전에 떠나야 했다.

    들어왔던 곳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내성이 반대 방향에 있기 때문이었다.

    벽을 검으로 잘라 냈다. 등에서 활 을 풀어 파란색 화살을 시위에 걸었 다. 그리고 몸을 돌려 땅을 박차면 서 등으로 밖을 향해 날아갔다. 중

    앙에 설치한 TNT 폭발물을 맞히기 위해서였다.

    몸이 건물 밖으로 나가기 직전 시 위를 놨다. TNT 폭발물이 있는 근 처에만 떨어져도 충분했다. 몸이 건 물 밖으로 나가는 순간 파란색 화살 이 TNT 폭발물에 정확히 떨어지는 것을 봤다.

    그리고 그 순간 엄청난 빛이 번쩍 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느린 화면처럼 중앙에서 시작한 폭 발이 건물 전체로 번지는 것이 보였 다.

    유리관이 터져 나간다. 기둥이 산 산이 조각난다. 그리고 그 폭발은

    순식간에 벽까지 번졌다.

    아직 몸이 땅에 닿지 않았다. 몸을 틀었다. 몸이 회전하면서 얼굴이 땅 을 본다. 몸의 전면이 땅을 보게 했 으니 웅크린다.

    “커헉!”

    엄청난 충격이 뒤에서 느껴졌다. 날아가기 싫은데 폭발의 영향 때문 에 계속 날아가고 있다. 꽤 멀리까 지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벽 같은 것에 부딪혔다. 뚫고 들어갔다. 충격 때문에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눈을 뜨고 정신 차리려는 순간 다시 몸을 웅크렸다. 뚫고 들 어온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봤기 때

    문이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이성진이 정신을 잃었을 때 이호진 과 김필수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 는 불기둥을 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 었다. 이성진이 들어간 것은 봤다. 하지만 반대편으로 빠져나오는 것은 못 봤다.

    그런데 세뇌 시설이 폭발했다.

    사방에서 소인족이 몰려온다. 횃불 을 들고 몰려오는 소인족의 숫자는 셀 수도 없었다.

    이호진은 김필수를 쳐다보며 웃었 다.

    “오늘 우리 여기서 죽는 날인가 보 다.”

    “죽는 것이 좋냐? 웃기는……

    “아니다. 필수 너라도 빠져나가라. 나는 빨리 못 뛰지만 너는 빨리 뛸 수 있잖아. 힘도 강하고.”

    이번에는 김필수가 웃었다.

    “너 같으면 가겠냐?”

    “아니.”

    “너 혹시 저 많은 소인족을 내가 유인하는 동안 도망치려는 거 아니 야?”

    “어떻게 알았어?”

    이호진과 김필수는 절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농담을 한 것이다. 제아무리 초인이 라고 해도 10만 명의 소인족을 피 해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 다.

    “그럼 하나라도 더 데리고 가야 지.”

    이호진이 활시위에 파란색 화살을 걸었다. 김필수 역시 활을 들었다.

    머리가 멍하다는 기분을 오래간만 에 느껴 본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여기가 어디지 생각하는 순간 소인 족 세뇌 시설 폭발 때문에 어디로

    날아가 무너진 건물에 있다는 생각 이 났다.

    죽지 않았다. 몸을 움직여 보려고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건물 잔해 때문이 아니다. 몸에 감각이 없다. 그런데 소리가 들렸다.

    “여기 인간이 있습니다!”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을 봐서는 소 인족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보 인다.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모르 겠다.

    “뭐야! 건물에 깔리고도 살아 있 네. 잔해 치워!”

    소인족들이 몰려와 잔해를 치우는 소리만 들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잔

    해 치우는 소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소인족들이 주변에 몰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인간, 살아 있는 건가?”

    “몰라. 숨은 쉬는 것 같은데?”

    “그럼 죽여야지. 어젯밤에 몇 명이 나 죽었는데 살려 둘 수는 없지.”

    어떻게 해서든 몸을 움직여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몸은커녕 눈도 떠 지지 않았다. 입이라도 열어 말할 수 있다면 욕이라도 해 줄 텐데.

    도대체 어젯밤 그 폭발은 왜 일어 났는지 모르겠다. 그 폭발만 아니었 으면 내성까지 들어가 차단막을 해 제하고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누가 죽이라 고 했어! 살아 있는 인간은 무조건 감옥에 가두라는 명령 못 들었어?”

    “부장님! 하지만 이놈은 분명 어젯 밤에 동료를 죽였던 놈이 분명합니 다. 잡힌 두 놈과 똑같은 옷을 입었 습니다. 억!”

    퍽 소리가 나고 땅에 쓰러지는 소 리가 났다.

    “그러니까 더 죽여서는 안 되지!”

    “왜 안 됩니까? 수백 명 넘게 다 치고 죽었습니다.”

    “너부터 죽여 줄까?”

    “히익. 아닙니다.”

    “다들 잘 들어라! 위대한 지도자의

    세 번째 아들이시자 사령관이신 하 늘쿤 왕자님의 명령이다. 놈들을 고 문해서 정보를 알아낼 때까지 죽여 서는 안 된다! 알았나!”

    여기저기서 알았다는 대답이 들렸 다.

    “이놈 감옥에 처박아!”

    소인족이 다가온다. 그리고 감옥으 로 데리고 가는 것 같았다. 조금 시 간이 지나자 철창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느낌은 없지만 집어 던진 것이 분명했다. 땅과 닿는 소 리가 가까이에서 났다.

    소인족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가 조용해졌다. 지키는 소인족 도 없는 것 같았다.

    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 느껴지 니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지도 모르 겠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떻게 해 서든 몸을 움직여야 했다.

    제발 움직여라! 움직여라! 속으로 소리치며 몸의 감각이 돌아오기를

    애썼다.

    꿈틀.

    손가락 끝에 감각이 돌아왔다. 손 가락이 움직여진다. 손가락이 움직 여지자 울퉁불퉁한 바닥이 느껴진 다. 하지만 손가락 이외에는 다른 곳은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끝이 움직이자 이상한 느낌 이 들었다. 몸이 무겁다. 몸 안에 무거운 무언가를 넣은 것 같았다. 그것을 느끼자 심장의 박동 소리가 바로 귀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들렸 다.

    두근. 두두근. 두근……. 꽤 빠르 다. 아니 빠른 정도가 아니다. 머리

    가 깨질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시나 사비르 엘리스!”

    성녀의 풀 네임이 기억났다. 그리 고 세뇌 시설 폭발이 왜 거대해졌는 지 알았다.

    “마나가 가득 찬 공간에 마나 폭탄 을 던졌으니 연쇄 폭발이 일어날 수 밖에.”

    몸에 감각이 돌아왔다. 심장 박동 도 정상적으로 뛴다. 왜 몸의 감각 이 없었는지 이유도 자연스럽게 떠 올랐다. 농도가 높은 마나를 몸 안 에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감각이 돌아왔다는 것은 마나에 적응이 끝 난 것이다.

    “젠장. 이 기억은 뭐냐?”

    더는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하지 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안다. 더 강 해졌다. 소인족이 오는 소리가 들렸 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처럼 다 시 누워 눈을 감았다.

    “진짜 죽일 거야?”

    “당연하지.”

    누가 죽을지 모르면서 저런 말을 하고 있다. 철문이 열린다.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단숨에 심장을 찌를까? 아니면 목 을 자를까?”

    “큭큭……. 팔과 다리를 자른 다음 에 목을 썰어 버리는 것은 어때?”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더는 들어 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 왔을 때 눈을 번쩍 뜨며 놀 라게 해 주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 다. 절그럭 소리가 가까이 다가온다. 그런데 뒤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두 놈은 그것을 모른다.

    “먼저 팔을……

    눈을 뜨려는 순간 뒤에서 다른 소 인족이 소리쳤다.

    “뭐하는 짓들이야!”

    두 놈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 봤다. 그리고 자신들은 죽었다고 생 각했다.

    “부장님……. 어떻게 이곳에…… 부장이면 20명을 이끄는 놈이다.

    “내가 경고했지. 하늘쿤 왕자님의 명령이라고……. 너희들이 죽고 싶 어 환장했구나!”

    스르릉 하고 부장이 검을 뽑는 소 리가 들렸다. 그러자 두 놈이 무릎 을 털썩 꿇었다.

    “그냥 장난입니다. 장난……

    “저희는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 습니다.”

    “정말이냐?”

    정말이라고 묻는 말에 두 놈은 살 았다고 생각했다.

    “네. 정말입니다.”

    “한 번만 눈감아 주시면 제가 인간 들에게서 빼앗은 좋은 것을 드리겠 습니다.”

    좋은 것을 준다는 말에 부장이 가 까이 다가왔다.

    “그래? 뭐 좋은 것이 있는데?”

    “반짝이는 금을 제가……. 커 헉……

    “부장님!”

    동료의 목을 긋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부장이 진짜 죽일 줄은 몰라 당황해 무기를 들 생각도 못 했다.

    서걱.

    “쿠룩•…"

    부장이 휘두른 검에 목이 절반이나 잘려 말도 못 하고 옆으로 쓰려졌 다.

    동료를 저렇게 쉽게 죽일 줄은 생 각 못 했다. 하늘쿤 왕자의 명령을 어기면 즉결심판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저씨! 18년이 지났는데도 똑같 으시네요. 이곳에서 설마 아저씨를 만날 줄은 몰랐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저씨가 구해 준 마을 아 이들을 모으고 있어요. 그 전에 눈 을 뜨시면 좋겠지만요.”

    한숨을 쉬더니 검을 집어넣고 죽인 부하를 끌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이

    안에 다른 사람은 없다. 어떻게 된 것일까 생각하는 사이 부장이 부하 두 놈을 모두 끌어내고 다시 다가왔 다.

    그리고 얼굴 위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빤히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대부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잠을 자는 척할 때 누군가 다가와 얼굴을 쳐다보면 보지 않아도 느껴 지는 것과 같았다.

    눈을 번쩍 떴다.

    “히 익!”

    깜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 로 후다닥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곧 반가운 표정으로 바뀌었

    다.

    “아저씨! 일어나셨군요!”

    “당신 나를 알고 있나?”

    가볍게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 러자 부장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 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안 보이세요? 아저씨가 치료 해 준 상처에요. 기억 안 나세요?”

    이마부터 눈 근처까지 긴 흉터가 있었다. 날카로운 무기에 의해 생긴 것이다.

    “내가? 어떻게?”

    허튼짓하면 언제든지 제압할 자신 이 있다. 그래서 편하게 물어봤다.

    어떻게란 질문에 답답하다는 표정이 었다.

    “미레스 마을의 꼬마 오피앙을 기 억 못 하세요? 10살 꼬마였던 제가 28살이 되어서 기억 못 하시는 것 은 아니겠죠?”

    조금 전부터 18년이란 말이 걸렸 다.

    18년 전쯤 1년 동안의 기억이 통 째로 사라졌었다. 작전에 나갔다가 폭발에 휘말려 머리를 다쳤다고 들 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니 그 렇게 알고 있었다.

    “사르바와 유투진, 케이루, 저반카 도 여기 같이 왔어요!”

    말하는 것을 봐서는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마법으로 세뇌도 하는 곳이다. 마법으로 기억도 조작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미치겠네. 진짜 기억 안 나세요?”

    “내가 어떻게 구했는지나 말해.” 오피앙은 한숨을 쉬면서 검을 풀어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 손바닥이 보이게 두 손을 들었다.

    “아저씨가 처음에 한 말이 검을 내 려놓고 두 손바닥이 보이게 손을 들 어! 였어요.”

    이건 포로를 잡거나 수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 습관처럼 말하던 것이다.

    검 대신에 무기나 손에 든 것을 내 려놓으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리고 상처 입은 저와 친구들을 치료해 준 다음 제국군을 피해 도망 갈 수 있게 해 주셨어요. 아! 이것 도 가르쳐 주셨어요. 조금 떨어져서 할게요.”

    검에서 몇 발자국 더 떨어지더니 팔을 내리고 자세를 잡았다. 저 자 세는 단검술 자세다. 몰라볼 리가 없다. 단검을 어깨 높이에 들고 웅 크린 둣한 자세를 한다. 베고 피하 고 찌르고 물러섰다가 다시 찌르는 동작까지 매끄럽게 보였다.

    “우리 모두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연

    습했어요. 덕분에 군인이 되어 부장 까지 되었죠. 저 그냥 부장이 아니 에요. 백부장 바로 밑이에요. 사실 출신 성분 때문에 백부장이 못 된 거지, 야타곤 그 자식 실력도 없으 면서 코타파란 만부장과 같은 고향 출신이라고 백부장 된 거죠.”

    생각보다 말이 많았다. 꼭 아버지 에게 자랑하는 아들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열심히 살라고 하셨는데.”

    “내가 뭐라고 했다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농담처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해 놓고 문제는 개뿔! 당연히 살아야지. 그 렇게 웃으시기도 했어요.”

    이건 동료들과 자주 하던 농담이 다.

    “콜사인이라고 들어봤나?”

    “으와 더블 S요?”

    기억을 조작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기억을 조작했다면 SAS 시절 동료 의 기억을 알아야 했다. 그럴 리는 없었다.

    “진짜 나를 18년 전에 만난 건 가?”

    “네.”

    “어떻게 나를 알아봤지?”

    “저도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니까 요. 건물 잔해 밑에 인간이 있다고 해서 갔더니 18년 전과 하나도 변 하지 않은 아저씨가 보이잖아요. 그 래서 부하들이 죽이려는 것을 막았 죠.”

    사실 부하들이 인간 한 명을 죽이 는 것쯤은 모른 척할 수 있었다. 사 기라는 것도 있다. 어제 꽤 많은 소 인족이 죽고 세뇌 시설까지 폭파당 했다. 분노하는 부하들의 화를 푸는 데 인간 한 명쯤은 희생할 수 있었 다.

    “평소에도 저 두 놈은 인간들을 싫 어하고 괴롭히는 것을 좋아해서 걱 정이었는데 잠시 다른 일 하다가 저 놈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 왔더니 여 기서 이러고 있네요.”

    “너 진짜 말 많다.”

    “흐흐. 제 성격 어디 가나요? 18년 전에도 아저씨가 입 좀 다물라고 하 셔도 저는 계속 떠들었어요.”

    “우리 꽤 친했냐?”

    “음……. 친했다기 보다는 두려움 의 대상이었죠. 엘 파나의 검은 사 신을 앞에 두고 두렵지 않은 종족은 없었어요.”

    “넌 하나도 안 두려운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잘해 주셨거 든요. 먹을 것도 주고 상처도 치료 해 주고……. 여자와 아이들은 보호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셨죠. 아! 가끔 여자 같지 않은 것들은 빼 고라는 말도 하셨어요.”

    “여자 같지 않은 것들도 있냐?” 여자 같지 않은 것들이 무언가 궁 금했다.

    “진짜 하나도 기억 못 하시는구나. 베어 걸이나 오우거 여성체는 치를 떠셨어요.”

    “곰 여자? 오우거 여자?”

    “네. 베어 걸 같은 경우 우리 종족 이 100명이나 달려들어야 간신히

    제압할 정도라고요. 뭐 아저씨는 손 짓 한 번에 머리를 날려 버리셨지만 요.”

    “잠깐만……

    계속 듣다 보니 분명 엘 파나에 갔었다는 듯 말했다. 혼자 갔을 리 가 없다.

    “인간들이 엘 파나에 갔었어?”

    “무슨 소리세요. 6개의 지구 인간 왕국이 있었잖아요. 뭐 지금은 폐허 가 되었지만요.”

    6개의 지구 인간 왕국이란 말에 엘 파란과 연결된 6개의 게이트가 생각났다.

    “더 자세하게 말해 줄 수 있어?”

    “지금은 안 되고요. 이따 저녁때 와서 말해 드릴게요. 저놈들 시체를 처리해야 해요.”

    믿어야 하나 생각했다. 믿을 수밖 에 없었다. 여러 가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잘하면 정보를 더 얻 을 수 있다. 또한, 쉽게 탈출할 수 도 있다.

    “알았어. 그런데 나 말고도 잡힌 인간이 있다고 하던데……

    “2명이요? 옆 건물에 있어요. 이 건물은 제가 관리하는 곳이에요.”

    “많이 다쳤어?”

    ‘* o ”

    M...•

    오피앙은 쉽게 말을 못 했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다친 거 야?”

    “그건 아니고요. 팔과 다리 그리고 어깨에 구멍을 뚫어 쇠사슬로 묶은 다음 벽에 박아 놨어요.”

    “뭐?”

    “사실 아저씨도 똑같이 해야 했어 요. 마나를 사용하는 인간은 그렇게 하게 되어 있거든요.”

    마나를 사용하는 인간은 초인을 말 하는 것 같았다.

    “회복력이 좋아서 쉽게 죽지 않는 것 아시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놈들 처리부터 할게요.”

    오피앙은 전혀 경계하지 않고 풀어

    놓은 검으로 다가가 집었다. 그리고 다시 검을 찬 다음 철창 밖으로 나 가 부하들의 갑옷을 벗겼다. 갑옷을 벗긴 다음 검으로 토막을 냈다. 토 막 낸 부하들은 감옥 끝 하수구에 버려졌다.

    갑옷과 무기는 옆방으로 옮겨서 숨 겨 놓는 것 같았다. 모든 처리가 끝 나자 오피앙은 다시 돌아와 머리를 숙였다.

    “아저씨. 누가 오면 그냥 깨어나지 못한 것처럼 하고 계세요. 어지간하 면 제 부하들은 이곳에 들어오지 않 을 거지만 그래도 모르니까요.”

    “ 알았다.”

    “그럼 이따가 봐요!”

    오피앙은 바로 감옥을 나갔다. 오 피앙이 그대로 있으라고 해도 그대 로 있을 수는 없다.

    첫 번째로 오피앙을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18년 전에 오피앙을 만나고 구해 준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 은 연기하는 것일지 모른다.

    두 번째로 이호진과 김필수가 옆 건물에 팔과 다리 그리고 어깨에 구 멍이 뚫린 채로 벽에 박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구출해야 한다.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혹시 오피 앙이 감옥을 떠나지 않고 밖에 있거 나 다른 소인족이 있는지 살피기 위

    해서였다.

    조그마하게 오피앙의 목소리가 들 렸다.

    ‘너희 넷은 이곳을 철저하게 지켜 라. 나 이외에는 절대 아무도 들여 보내서는 안 된다!’

    부하들에게 감옥 입구를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을 끝으로 오피앙의 목 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오피앙이 떠나자 부하들이 투덜거리는 것이 들렸다.

    ‘부장님은 왜 이곳을 지키라고 하 는 거야.’

    ‘안에 인간이 있잖아.’

    ‘그 건물 잔해에서 발견된 인간?’

    ‘그래. 부장님이 특별히 신경 쓰는 것 같아. 코타파란 만부장이 죽었으 니 공을 세워 야타곤 백부장을 제치 려고 그러는 거잖아.’

    ‘하기는 야타곤 백부장보다 우리 부장이 훨씬 낫지.’

    더 들어볼 필요는 없었다. 오피앙 의 거짓말을 했든 진실을 말했든 상 관이 없었다. 오피앙이 감춰 둔 무 기를 가지러 옆방으로 갔다. 철창은 잠겨 있지 않았다. 구석진 곳에서

    검과 갑옷을 찾아냈다.

    “만부장의 검이었으면 좋았을 텐 데.”

    강철도 베어 내는 검이라면 벽도 쉽게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벽을 뚫고 탈출할 계획이었다. 입구 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다. 오피앙이 부하를 버린 하수구는 너 무 작아 탈출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 인했다.

    힘이 더 강해졌다고 해서 벽을 쉽 게 뚫을 수는 없다. 물론 큰 소리가 나도 괜찮다면 주먹으로 벽을 쳐서 부쉈다. 하지만 낮에 수많은 소인족 이 있는 한복판에서 그런 미친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검을 벽에 대고 조금씩 힘을 주면 서 밀었다.

    “젠장. 휘어지네.”

    검이 돌로 만들어진 벽을 파고들지 못하고 휘어지는 것이 보였다. 검을 떼고 손으로 벽을 만지면서 돌과 돌 이 만나는 곳을 찾았다. 벽이 돌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은 아니다.

    이음새를 찾은 다음 검으로 긁었 다. 조금씩 후두둑 소리가 나며 이 음새의 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열 심히 긁어 댔다. 얼마나 긁었는지 모른다. 머리만 한 돌 주위를 거의 꽤 많이 긁어냈다.

    돌을 잡고 흔들자 많이 흔들렸다. 조금만 더 파면 쑥 빠질 것 같았다. 이제 옆의 돌의 이음새를 파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머리 두 개 넓이는 되어야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 다.

    한참을 더 긁었다. 처음 긁을 때보 다는 편했다. 아무래도 공간이 조금 더 확보되어 그런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을 때 돌을 흔들어 봤다. 아주 잘 흔들린다.

    이제 밀어서 돌을 빼느냐 아니면 잡아당겨서 빼느냐만 남았다.

    아무래도 미는 것보다는 잡아당기 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돌을 두 손으로 잡았다. 조심스럽게 잡아당기는 순간 밖에서 늑대의 울 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아우우우우우! 아우우우우〜우!]

    구슬픈 것이 꼭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어라!”

    갑자기 몸에서 힘이 넘쳐 나는 기 분이 들더니 돌이 쑤욱 하고 빠졌 다. 하지만 돌이 빠진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벽이 흔들리더니 우르르 하고 무너져 내렸다. 돌을 빼도 아 주 잘 뺐다. 중심축을 뺀 것이다.

    그리고 방향도 아주 잘 잡았다. 먼 지가 사라지자 무너진 벽 너머에 질

    서 정연하게 도열해 있는 소인족이 있었다. 그냥 봐도 수백 명은 넘었 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봤을 때 잠시 멍해진다. 현실인가 싶기 때문 이다. 소인족 역시 무너진 감옥 건 물을 보며 ‘이게 무슨 일이야!’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무너진 벽 뒤에 황당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성진을 발견하고도 소리 치거나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소인족이 소리쳤다.

    “인간이다! 잡아라!”

    소인족은 그제야 인간을 잡아야 한 다는 것을 알고 일제히 움직였다.

    질서도 없이 마구 달려온다. 인간 한 명쯤은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생 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지.”

    늑대의 울음소리를 듣고 힘이 더 넘쳐 난다. 감기약을 먹고 기분이 업 된 느낌과 비슷했다. 그렇다고 몽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신이 또렷했다.

    약간 휘어진 검을 꽉 쥐었다. 검 손잡이가 움푹 들어간다. 무너진 벽 을 뛰어넘었다. 아니 소인족 입장에 서는 하늘 높이 뛴 것이다.

    살짝 넘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높 이 올라갔다. 소인족이 개미 흩어지

    듯 흩어지며 공간을 만들었다. 저렇 게 높이 뛰는 인간은 마나 인간뿐이 다.

    막아 봤자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 다. 대신 거리를 두고 공격할 생각 이었다. 이미 수많은 훈련을 통해 익숙해졌다.

    높이 뛴 것 때문에 불리해졌다. 소 인족은 질서 없이 달려오며 잡으려 고 했었다. 지금은 거리를 두고 방 패를 들어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려 했다.

    빈 공터에 착지하는 순간 창이 찔 러 온다. 팔의 길이가 차이 나는 소 인족으로서는 최상의 공격이었다.

    사방에서 창이 다가온다. 피할 곳도 도망갈 곳도 없다.

    그렇다면 피하지도 도망가지도 않 으면서 길을 만들면 된다. 힘이 넘 쳐 난다.

    까강 소리와 함께 창 2개가 옆으 로 튕겼다. 그냥 튕긴 정도가 아니 었다. 소인족이 감당할 수 없을 정 도였다. 튕긴 창은 바로 옆의 동료 를 때렸다. 창에 맞은 소인족은 옆 으로 날아가며 다른 동료에게 부딪 혔다.

    2타 6피였다. 순식간에 소인족 6명 이 넘어졌다. 밀집된 대형에서 장애 물이 생긴 것이다. 조직적으로 이성

    진을 상대하려던 계획은 실패한 것 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을 테니까.

    빠르게 앞으로 달려 소인족 틈새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때 리고 찌르고 벤다.

    주먹에 맞은 머리가 으득 소리를 내며 부러진다. 검에 찔렸는데 갑옷 이 움푹 들어간다. 내장 기관이 상 해 주저앉는다. 검에 팔이 베었다. 그런데 팔목이 부러졌다.

    순식간에 10명이 쓰러졌다. 방패를 들어 주먹을 막았다. 하지만 꽝 하 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가며 동료 소인족과 함께 나뒹군다.

    어느새 이성진 주위에는 30여 명

    의 소인족이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더는 공격할 수 없었다.

    “하! 동료 의식 한번 좋구나.”

    30여 명을 이성진에게 미끼로 주 고 나머지는 뒤로 도망쳐 거리를 벌 려 놓았다. 소인족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근접전에서 상대가 안 된다. 거리를 두고 상대해야 했다.

    주변을 살피면서 그나마 멀쩡한 방 패를 들었다. 50m 거리까지 물러난 소인족들이 원거리에서 공격할 방법 은 창이나 화살뿐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화살이 날아온다. 직사가 아닌 곡사다. 하늘 위에서 떨어진다. 땅을 박차고 뛰었다. 직사

    가 아니면 절대 맞을 일이 없다.

    정면에 있는 소인족들이 좌우로 갈 라졌다. 피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대기하고 있던 소인족이 쇠로 만든 그물을 던졌다. 그물을 맞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방패 를 있는 힘껏 던졌다.

    날아오던 그물은 방패와 함께 소인 족에게로 돌아갔다. 그물 끝에 파란 색 수정이 보였다. 쇠 그물은 미처 피하지 못한 소인족에게 그대로 떨 어 졌다.

    그리고 쇠 그물에 파지직하고 스파 크가 튀며 전류가 흐르는 것이 보였

    다.

    “키에엑!”

    그물 근처에 있던 소인족도 같이 감전되어 쓰러진다. 쇠로 만든 갑옷 을 입었기 때문이다. 쇠 그물 하나 에 10명이 연기를 내며 쓰러졌다.

    하지만 소인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쇠 그물을 한꺼번에 5개나 던졌다. 한 곳만 노린 것이 아니다. 5개의 쇠 그물이 겹치지 않게 던졌다. 하 나라도 걸리면 되기 때문이었다.

    이건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쇠 그물에 몸을 닿게 할 수도 없었다. 소인족이 감전되어 쓰러진 다음 전 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감전사할 정도로 강한 전 류가 흐른다. 어쩔 수 없이 손에 든 검을 던졌다.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 는 검은 쇠 그물을 훌륭하게 소인족 에게 되돌려 줬다.

    소인족이 피한다고 피했다. 하지만 밀집한 대형에서 피할 곳은 많지 않 았다.

    “키에엑. 키에!”

    비명을 지르며 8명의 소인족이 쓰 러졌다. 소인족들이 주춤거리며 뒤 로 물러났다. 몇 분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50명이 넘는 동료가 쓰러졌 다. 화살은 피한다. 마나 인간을 잡 기 위해 준비한 쇠 그물은 통하지

    않는다. 근접전은 절대 할 수 없었 다. 방법이 없었다.

    “물러서는 자들은 사형이다! 조금 만 버텨라! 지원군이 온다!”

    뒤에서 소리치는 놈이 지휘관 같았 다. 소인족이 다시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땅을 박차고 뛰었다. 지휘 관을 잡기 위해서였다.

    한 번 뛰자 15m를 움직였다. 두 번 뛸 때는 탄력을 받아 20m를 움 직였다. 한 번만 더 뛰면 소인족 대 열에 뛰어들 수 있었다.

    흠칫.

    세 번째는 옆으로 뛰었다. 소리 없 이 10발의 검은색 화살이 방패 사

    이에서 날아왔다. 그대로 뛰었다면 맞았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놈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자신을 드러 낸 것이다. 함정을 팠다.

    “모두 물러서라! 인간이 도망 못 가게 포위한다.”

    소인족이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는 소인족이 있었다. 30 명이었다. 모두 검은색 석궁을 들고 있었다. 산에서 만난 특수부대였다.

    힐끗 뒤를 봤다. 뒤에서도 검은색 석궁을 든 특수부대 소인족이 있었 다. 그뿐만 아니었다. 척척 소리를 내며 100명의 소인족이 더 다가오

    고 있었다. 150m 거리에 멈췄다. 그리고 100명 중 20명이 보란 듯이 파란색 화살을 꺼냈다. 그리고 특수 한 활에 걸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지휘관으로 보 이는 소인족이 소리쳤다.

    “인간. 항복해라!”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봤다. 소인족이 가득하다. 소인족 특수부 대가 쏘는 검은색 화살만 아니면 도 망치든 싸우든 할 수 있었다. 하지 만 소리 없이 직선으로 날아오는 검 은색 화살은 위험했다. 아무리 감이 좋다 해도 수십 발이 동시에 날아오 면 한두 발은 맞을 수 있다.

    그러면 끝이었다.

    “열을 세겠다! 항복하지 않으면 공 격하겠다!”

    주변에는 쓰러진 소인족도 없었다. 무기가 없다.

    “하나!”

    검은색 화살을 피할 방법을 생각해 본다.

    “두울!”

    “여섯!”

    특수부대라 그런지 교차 사격이 가 능한 위치에 서 있었다. 어디로 뛰 어도 한 발은 맞는다. 거리까지 계

    산해 겨누고 있다.

    “아홉!”

    두 손을 드는 수밖에 없나 생각했 다. 손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무언 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꽤 컸다. 떨어지는 위치는 소인족 지휘관이 있는 곳이었다.

    “여..억‘?”

    소인족 지휘관 앞에 사뿐히 떨어졌 다. 덩치를 보면 떨어지는 소리가 나야 했다. 땅에 닿는 순간 무릎을 구부려 충격을 홉수하면서 소리가 나지 않게 한 것이다.

    “히 익?”

    “크릉!”

    소인족 지휘관의 마지막 말이었다. 성인 남성 정도 크기의 맹수가 입으 로 머리를 물었다. 그리고 흔들었다. 머리 없는 몸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 다.

    “괴물이다!”

    소인족이 소리친 것처럼 괴물 같아 보였다. 그런데 낯이 익었다.

    괴물은 불타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 러봤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알 수 있었다. 괴물이 아 니었다. 똘이었다.

    커다란 덩치만큼 강해졌다는 것도 알았다.

    “아우우우우우!”

    똘이가 고개를 들고 하울링을 했 다. 감옥을 탈출할 때 들었던 늑대 울음소리는 똘이가 낸 것이었다. 그 리고 똘이의 울음소리를 듣자 가슴 이 뛴다. 조금 전보다 더 활력이 넘 치고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소인족은 정반대였다. 똘이 의 울음소리를 듣자 대부분 벌벌 떨 었다. 똘이가 소인족의 상위 포식자 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기회였다. 빠르게 움직였다. 한 번 에 10m 이상 뛰는 것이 아니다. lm에서 1.2m 정도를 뛴다. 발의 앞 부분만을 사용해 뛴다. 방향 전환이 쉽고 조용하게 뛰는 방법이었다.

    똘이도 동시에 움직였다. 벌벌 떠 는 소인족을 사정없이 앞발로 후려 친다. 똘이의 발에 맞는 순간 훨훨 날아간다. 물어뜯고 씹어 버린다. 소 인족이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했 다.

    그사이 이성진은 소인족 특수부대 의 앞에 있었다. 소인족 특수부대는 이성진이 뛰어오는 것을 보면서도 반응을 할 수 없었다. 그 대가는 죽 음이었다.

    주먹질 한 번에 머리가 돌아가고 내장이 파열되어 쓰러졌다. 검은색 석궁과 검을 들었다. 검은색 화살이 파란색 화살을 쏘지 못하고 벌벌 떠

    는 소인족을 향해 날아갔다.

    가장 위험한 폭발하는 화살을 제거 했다. 다음은 쉬웠다. 종횡무진 돌아 다니며 소인족을 학살했다.

    얼마나 죽였을까…….

    서 있는 소인족은 없었다. 수백 명 의 소인족이 누워 있었다. 살아서 도망친 소인족도 있다. 하지만 더는 몰려오지 않았다. 똘이 때문이었다.

    똘이가 다가왔다. 덩치가 커도 너 무 컸다. 하지만 눈빛은 다시 만나 게 되어 정말 기쁘다였다.

    “자식! 너 때문에 내가 살았다.”

    “ 컹!”

    “목소리도 우렁차졌네.”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듯 숙였 다. 당연히 마구 쓰다듬어 줬다. 똘 이의 꼬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매 물도에서 똘이를 데리고 나오기를 잘한 것 같았다. 그리고 기지에서도 떼어놓지 않기를 잘했다.

    진짜 등을 맡겨도 될 정도의 동료 가 되었다.

    “똘아. 동료들 구하러 가자!”

    “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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