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8화 (8/50)
  • 2장. 반격 준비

    4일 동안 식사도 지휘 통신실 안 에서 했다. 첫날 흥미로운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은 거의 만능이었다. 하지만 마법도 규모나 마법을 사용하는 종 족의 능력에 따라 위력이 달랐다.

    그리고 마나만 충분하다면 세뇌 마 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마법진이란 것을 이용하면 된다. 쿠아텐에게 얻 은 정보에 따르면 소인족은 마법진 을 이용해 사람들을 세뇌한다. 그

    시설이 소인족이 머무는 성에 있다 고 생각했다.

    소인족 성에 있는 마법진 시설을 탈취하거나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했 다. 탈취나 파괴 임무는 또 전문이 었다. 그리고 그 임무를 같이 수행 할 UDT 대원도 있다.

    거의 결론을 내릴 때쯤 화면에 불 이 들어왔다. 밖에 강철진과 윤진수 가 왔다. 안에서 문을 열어 주자 두 사람이 들어왔다.

    “벌써 점심때인가요?”

    윤진수의 손에는 식사 접시가 들려 있었다.

    “네. 점심때입니다.”

    “강 소령은 왜?”

    “지난번에 지시하신 보고서입니 다.”

    강철진은 30페이지 정도 하는 보 고서를 가지고 왔다. 빨리도 가져왔 다 싶었다. 3일이나 걸리다니. 그래 도 가지고 온 보고서를 봐야 했다.

    “주세요.”

    강철진이 보고서를 건넸다. 그리고 윤진수도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였 다. 식사를 내려놓고 나가지 않았다.

    “윤 중위는 왜요?”

    “데리고 온 포로 중에 추가로 한 명이 스파이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요?”

    이건 의외였다. 엘 파나의 성녀 엘 리스를 욕하는 스파이라니.

    “어떻게 알아냈나요?”

    “혹시 몰라서 겁을 좀 줬습니다. 처음에 스파이로 밝혀진 사람을 고 문하는 것 같이 꾸몄습니다.”

    고문하는 것 같이 꾸민 것이 아니 었다. 고문은 아니지만 스파이로 밝 혀진 사람의 최면을 깨기 위해 구타 와 함께 굶겼다. 3일이나 계속된 비 명에 바로 옆방에 있던 사람이 두려 움에 슬쩍 물어봤다.

    ‘스파이를 고문하냐고.’

    그래서 농담처럼 스파이를 그냥 둘 수 없다고 했다. 고문한 다음 처형

    할 거라고도 말했다. 그러자 겁을 먹은 옆방 사람이 스파이가 자수하 면 선처할 수도 있지 않냐고 물었 다.

    그것을 수상하게 여긴 윤진수가 옆 방 사람을 추궁해 스파이인 것을 알 아냈다.

    “최면에 당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 으로 소인족의 스파이가 된 사람이 었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 게도 많은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정보요?”

    “네. 유태주라는 사람이 소인족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알려줬습 니다. 유태주 씨는……

    유태주는 3일 동안 독방에서 이 기지를 유심히 살폈다. 나가 볼 수 없다. 하지만 귀로 듣고 움직이는 사람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많은 것 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로 진짜 소인족에 대항하기 위한 기지란 것을 알았다. 두 번째 로 생각보다 군인이 적었다. 기지 안에 사람이 많으면 분위기가 다르 다.

    기지는 적막했다. 독방에 오는 군 인만 온다.

    윤진수가 2번째 스파이를 밝혀낸 것을 듣고 따로 면담을 신청했다.

    “그러니까 유태주란 사람 말로는

    엘리스를 보고도 최면에 빠지지 않 은 사람과, 잠을 자느라 최면에 빠 지지 않은 사람 모두 합해서 200명 정도가 숨어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지휘관은 오원희라는 사람입니다.”

    오원희면 거제시 지휘권을 가지고 있던 예비역 중령이었다.

    “오원희 씨라면 도움이 되겠네요.”

    “아시는 사람입니까?”

    “예비군 중대장이면서 거제시를 지 키던 사람이었습니다.”

    예비군 중대장이란 말에 윤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윤진수 중위는 말끝을 흐렸다. 무 슨 말을 할지 안다.

    “그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싶은 건 가요?”

    “네. 그렇습니다.”

    “애매하네요.”

    윤진수 중위는 이성진이 바로 허락 할 줄 알았는데 애매하다는 말을 듣 자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성진도 이 곳에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 고 있다.

    윤진수의 표정을 보고 바로 이유를 말했다.

    “애매하다고 말한 이유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는 것보다 소인족 성을 습 격해 세뇌 장치를 탈취하거나 파괴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강철진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 다. 그래서 S급 정보와 쿠아텐이 알 려준 정보를 가지고 생각한 것을 말 해 줬다. 그러자 강철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 보고서는 안 보셔도 될 것 같 습니다. 쓸데없는 말만 있습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소인족과 거제 도 추정 생존자와의 비율부터 시간 이 지날수록 세뇌 때문에 더 불리해 진다는 것, 그리고 확보해야 하는 거제도의 거점을 보고서에 넣었다.

    모든 점에서 불리하니 할 수 있는 것은 게릴라전이라는 결론을 내려놨 다. 그런데 이미 이성진은 게릴라전 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요. 그래도 봐야죠.”

    “쓸데없는 정보만 나열한 것입니 다.”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 니다. 이 안에서도 제가 얻을 것이 있습니다.”

    “그럴까요?”

    “네.”

    없다고 해도 봐야 했다. 열심히 작 성한 보고서를 보지도 않는다면 작 성한 사람은 사기가 떨어진다.

    “보고서는 제가 잘 살펴보는 것으 로 하고, 숨어 있는 사람을 먼저 구 출하느냐! 아니면 소인족 성에 침투 해 세뇌 장치를 탈취하거나 파괴하 느냐를 정하죠.”

    먼저 윤진수 중위를 쳐다봤다. 의 견을 말하라는 것이다. 윤진수 중위 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 말했다.

    “저는 사람들 구출이 먼저라고 생 각합니다. 기지를 방어할 사람이 많 으면 많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집 니다.”

    “강 소령은요?”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기지를 운영하고 또 다른 사람들을 구출하

    려면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 니다.”

    “그렇군요.”

    이런 경우 결정하기 어려웠다. 감 은 소인족 성을 빨리 공격해야 한다 고 소리친다. 두 사람은 객관적으로 사람들을 구출하자고 한다.

    200명 정도를 데리고 오려면 이 기지 안의 군인 대부분을 데리고 가 야 한다.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소수 정예로만 움직여야 했다.

    이성진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때 갑자 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지휘 통 제실 밖에 누군가 왔다. 화면에 바

    로 떴다.

    이호진이었다. 문을 열자 급하게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소인족이 기지 앞까지 왔습니다!”

    “정찰대인가요?”

    “아닌 것 같습니다. 꽤 많은 숫자 가 왔습니다!”

    이호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웅 하는 울림이 들렸다. 폭발음이었다.

    지휘 통신실의 문제는 기지 외부의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것이다. 이 폭발음이 왜 일어났는지 알려면 지

    휘 통신실을 나가야 했다.

    그 누가 말하기도 전에 모두 문으 로 달려갔다. 똘이 역시 따라왔다.

    지휘 통신실을 나가 달려간 곳은 통제실이었다. 통제실에는 기지 안 의 모든 곳과 통화할 수 있는 전화 기가 있었다.

    잠망경이 있는 곳도 벽에 전화기가 달려 있다. 윤진수가 전화기를 들었 다. 직통 번호를 누르자 누군가 받 았다.

    “나 윤 중위다. 무슨 일이야!”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급한 목소리 로 소리쳤다. 그 덕분에 다 들렸다.

    [소인족이 문을 부수고 있습니다.

    조금 전 폭발 때문에 문에 설치된 잠망경이 부서졌습니다.]

    “다른 곳은?”

    [창고 외부를 볼 수 있는 잠망경 대부분이 드러났습니다.]

    드러난 잠망경은 모두 부서진 것이 나 다름없었다.

    “마지막으로 본 소인족의 숫자는 몇 명이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왔습니 다. 기지로 들어오는 도로에 끝없이 몰려오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남은 잠망경은?”

    [1 개입니다.]

    윤진수는 이성진을 쳐다봤다. 자신

    만 있다면 바로 명령을 내린다. 하 지만 기지 책임자인 이성진이 있는 자리에서는 이성진의 허락이 필요했 다.

    “윤 중위! 잠망경실은 포기하고 완 전 무장한 1개 분대를 입구로 보내 요.”

    “알겠습니다.”

    윤진수는 이성진의 말대로 잠망경 실 철수를 지시하고 다른 곳으로 전 화를 걸어 1개 분대를 입구로 보냈 다.

    또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기지가 울렸다.

    “윤 중위는 무기고를 개방해 무기

    와 탄약을 충분하게 주고, 강 소령 은 만약 기지를 떠날 경우를 대비한 준비를 해 줘요!”

    “알겠습니다.”

    윤진수와 강철진은 바로 명령대로 하기 위해 통제실을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 앞에 이호진이 서 있었다.

    “이 중사. 무슨 일이야?”

    “중대장님 아무래도 스파이 때문에 이 기지가 발각된 것 같습니다.”

    윤진수는 이호진에게 더 자세하게 말해 보라고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조금 전 첫 번째 폭발음이 들렸을

    때 스파이가 항복하지 않으면 다 죽 을 거라고 소리쳤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소인족이 올 것을 아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윤진수는 다시 이성진을 쳐다봤다. 이성진의 명령도 중요하다. 하지만 스파이 문제도 중요했다. 어느 것을 먼저 처리할지 물어보려 했다.

    그전에 먼저 결정해 줬다.

    “스파이에게는 내가 가 볼 테니 윤 중위는 무기고로 가요.”

    “네. 알겠습니다.”

    윤진수는 이호진을 놔두고 무기고 로 뛰어갔다. 강철진도 식당으로 뛰 었다.

    “이호진 중사. 갑시다.”

    “네.”

    “똘이야!”

    이호진과 함께 스파이가 갇혀 있는 독방으로 갔다. 똘이는 부르니 그냥 좋아서 따라 왔다. 독방에는 김필수 와 다른 UDT 대원이 기다리고 있 었다.

    “똑바로 말하라고!”

    김필수가 손과 발에 쇠사슬을 찬 스파이를 주먹으로 때리고 있었다. 계속 맞으면서도 스파이는 미친 듯 이 웃으며 말했다. 마치 고통을 느 끼지 않는 것처럼.

    “큭큭……. 너희들은 이길 수 없어.

    위대한 파나 신의 신탁을 받은 성전 이야.”

    때리는 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았 다. 그래서 조용히 불렀다.

    “김필수 중사. 잠시만!”

    김필수는 때리던 것을 멈췄다. 그 리고 이성진이 온 것을 알고 바로 자세를 바로잡고 옆으로 비키면서 말했다.

    “이놈 독종입니다. 아니 미쳤습니 다.”

    김필수의 말에 스파이는 더 웃으며 소리쳤다.

    “큭큭큭큭……. 내가 미친 것이 아 니지. 엘 파나의 성전에 대항하는

    너희들이 미친 거야!”

    “둘이 있고 싶으니 모두 나가요. 똘이도 밖에서 기다리고.”

    이호진이나 김필수는 나가라는 말 에 항의하지 않고 독방을 나갔다. 똘이는 살짝 고민하더니 몸을 돌려 나갔다. 독방 앞에는 이호진과 김필 수 그리고 똘이가 경비를 섰다.

    독방 안에 스파이와 둘만 남았다. 쭈그려 앉았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 해서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 물어봤네 요. 이름이 뭐죠?”

    너무 편안하게 묻자 스파이는 어리 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 정상적

    으로 미쳤다. 정상적으로 미쳤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고는 하는데 어떤 한 가지에는 일반적인 사고를 안 한 다는 것이다.

    그 어떤 한 가지는 엘 파나와 성 녀 엘리스였다.

    “김 철구다.”

    “김철구 씨! 나는 이성진입니다.” 처음 만나는 것처럼 인사하자 김철 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 다.

    “뭐야……. 나 안 때려? 혹시 항복 하려는 거야? 그럼 내가 잘 말해 줄게.”

    착각은 자유다.

    “김철구 씨. 잘 말해 줄 필요 없어 요.”

    “그럼 뭐하는 거야?”

    “미친놈한테 미친놈처럼 대해 주는 중입니다.”

    지금 감정을 하나씩 죽이는 중이 다. 일종의 자기 최면으로 지금부터 하려는 일에 거부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큭큭……. 나 안 미쳤어. 그리고 어떤 짓을 해도 난 말 안 해.”

    “안 해도 됩니다.”

    안 해도 된다고 말하면서 단검을 꺼냈다.

    “왜 그걸로 나를 찌르려고? 어디

    찔러 봐!”

    단검을 천천히 김철구에게 들이밀 었다. 김철구는 전혀 겁먹지 않았다. 눈빛이 살아 있었다.

    서걱.

    김철구의 셔츠 어깨 부분을 잘랐 다. 그리고 잡아 뜯었다. 초인이 되 는 중이라 그런지 김철구의 몸은 생 각보다 단단했다. 나이에 비해 배도 얼마 안 나왔다.

    “옷 벗겨서 뭐하려고?”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됩니다.”

    완전히 감정을 죽였다. 무표정하게 말했다. 김철구의 셔츠를 다시 2개 로 잘랐다. 1개는 말을 못 하게 입 안에 넣었다. 혀를 깨물지 않게 하 려는 의도도 있었다. 나머지 1개는 얼굴 전체를 덮었다.

    숨을 쉴 수도 있고 얇은 셔츠를

    통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한다.

    u O O O

    ...•

    “뭐하는 짓이냐고요? 그냥 느끼시 면 됩니다.”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고 말했다. 억양 없이 평탄한 목소리를 듣는 사 람은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특히나 눈이 잘 안 보이면 청각에 더 의존 하게 된다.

    단검의 날카로운 부분을 김철구의 가슴에 살짝 댔다. 움찔하는 것이 느껴진다. 김철구는 일반인이다. 최 면과 세뇌를 받았을 뿐 훈련받지 않 았다.

    또한, 아직 완벽한 초인은 아니다.

    정보대로 완벽하게 초인이 되었다면 벌써 탈출했다.

    눈을 가렸으니 차가운 단검의 느낌 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상상할 테니까.

    그 상상력을 더 높여 준다.

    “혹시 포를 뜬다는 말을 아나요? 알아도 들어요. 날카로운 이 단검으 로 살짝 아주 살짝 피부만 찌를 겁 니다.”

    쿡.

    살짝 찌르자 또 움찔했다.

    “그리고 이렇게 그어서 정사각형을 만듭니다.”

    단검이 정사각형 모양으로 피부 위

    를 지나갔다. 피가 흘렀다. 하지만 많은 피는 아니었다. 깊숙이 찌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사각형의 끝을 단검으로 살짝 들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피부만 벗 겨 냅니다.”

    아주 깔끔하게 피부만 떼어 냈다. 붉은색 근육이 보였다.

    “하나도 안 아프죠?”

    안 아프냐고 물으면서 떼어 낸 피 부를 김철구의 얼굴 위에 올려놨다. 코가 있는 부분에.

    피비린내를 아주 잘 맡을 것이다.

    “제가 최대로 포를 떠 본 것이 350개에요. 오늘 김철구 씨에게서

    351개 떠 봅시다. 기록을 세워야 죠.”

    아무렇지 않게 반대편 가슴에 단검 을 찔렀다. 그리고 똑같이 정사각형 으로 잘라 떼어 냈다. 떼어 낸 피부 는 다시 김철구의 얼굴에 올렸다.

    “아! 그리고 350개 포를 떠도 절

    대 안 죽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 니다. 피도 많이 안 흘려요.”

    다시 가슴에 단검을 찔렀다. 그러 자 김철구가 갑자기 상체에 힘줘 일 어서려 했다. 단검에 찔려 죽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김철구는 의도대 로 죽을 수 없었다. 단검을 빠르게 뒤로 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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