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7화 (7/50)
  • 1장. 스파이

    최면을 깨는 방법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 최면보다 더 강한 최면 을 걸면 된다. 그러면 최면술까지 할 줄 아느냐.

    그것은 아니었다. 단지 비슷하게 흉내 낼 수는 있었다. 몇 번 해 본 적도 있다. 작전을 수행하다 보면 죽음밖에 안 보이는 상황이 발생한 다. 그때 대원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게 강한 의지를 심어 줬다.

    이것 역시 최면의 일종이다.

    자신이 죽더라도 동료와 임무를 위 해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

    “왜 이렇게 모두 모여 있으라고 했 는지 이유를 알 겁니다. 성녀 엘리 스 때문이죠.”

    모두 불안한 눈빛이었다. 자신들이 최면에 걸린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성진이 성녀 엘리스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 하는 마음의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눈빛이 하 나도 흔들리지 않는 2명이 있었다.

    한결이와 유리였다.

    성녀 엘리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불 안해하는 다른 사람과는 반응이 달 랐다.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 니다.”

    질문 몇 가지면 현재 상태가 어떤 지 간단하게 알 수 있다.

    “거제도를 지키고 탈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손을 드세요.”

    모두 손을 들었다. 아직 군인으로 서 해야 할 임무까지는 잊지 않았 다. 그러면 희망이 보인다.

    “나를 이곳 기지 사령관으로 인정 하고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 면 손을 드세요.”

    모두 손을 들었다. 힘줘서 번쩍 든 것을 보니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었 다. 이러면 더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이 중요했다.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질문이다.

    “성녀 엘리스는 개새끼다! 소리치 세요. 명령입니다.”

    “성녀 엘리스는 개새끼입니다.”

    “오빠. 이거 욕 아니야?”

    한결이와 유리만 아무렇지 않게 생 각했다. 나머지는 눈이 더 흔들렸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등했다.

    명령인 이성은 성녀 엘리스를 개새 끼다. 소리치라고 한다. 하지만 마음 에서는 어떻게 성녀님을 개새끼라고 소리치느냐고 거부한다.

    “그렇군요. 모두 대가리 박으세요.”

    “네?”

    강철진이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둣 당황했다.

    “쉬운 명령입니다. 머리를 바닥에 박고 뒷짐 지세요.”

    전혀 웃지 않고 말했다. 웃지 않는 얼굴을 본 사람들은 농담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후다닥 일어나 급하게 머리를 바닥에 대고 뒷짐을 지었다.

    한결이와 유리도 머리를 바닥에 대 려고 했다.

    “한결이하고 유리는 할 필요 없어. 성녀 개새끼라고 말하면 안 해도 된 다. 일어서라.”

    한결이가 살았다는 표정으로 일어

    섰다. 유리는 잠시 바닥에 댄 머리 를 문질렀다.

    “오빠. 성녀 언니가 개새끼야? 욕 아니고?”

    유리는 한결이에게 아무렇지 않게 물어봤다. 한결이가 난감해할 줄 알 았다. 그런데 한결이 역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성진 아저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 야. 유리야 생각해 봐. 성진 아저씨 말 들으니까 아빠도 만나고 먹을 것 도 먹고 이렇게 안전한 곳에 있잖 아.”

    “응. 오빠 말이 맞아!”

    한결이는 아주 광신도같이 말했다.

    유리는 오빠인 한결이 광신도 같았 고.

    “한결이와 유리는 똘이하고 나가서 놀아도 된다.”

    “정말이요?”

    한결이는 놀아도 된다는 말에 기뻐 했다. 해일이 일어난 후 지금까지 논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었다. 그런데 이성진이 놀라고 허락 해 줬다.

    “하지만 위험한 짓을 하거나 멀리 가서는 안 된다.”

    “네!”

    유리도 기뻐했다. 아직 어린아이들 이다. 노는 것이 즐거울 때다.

    “똘이는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지 켜 주고.”

    “ 컹!”

    당연하다는 둣 대답했다. 지켜 준 다는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했다.

    “나가서 놀아라.”

    한결이와 유리가 문을 열고 나갔 다. 똘이가 바로 그 뒤를 따라갔다.

    아이들이 나가자마자 강철진이 소 리 쳤다.

    “성녀 엘리스는 개새끼입니다!”

    “강 소령은 일어나세요.”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얼굴이 벌 게졌다. 피가 머리로 쏠리기 때문이 었다. 하지만 땀은 나지 않았다. 강

    철진 역시 마나를 받아들여 초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 정도로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들은 벌써 땀을 홀리 고 있었다.

    “강철진 소령! 임무가 무엇입니 까‘?”

    강철진은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 다.

    “작전 참모 장교로서 거제도를 탈 환하고 지키기 위해 이성진 대령님 을 보필하는 것입니다!”

    “엘 파나는 무엇입니까?”

    “주적입니다.”

    “성녀 엘리스는요?”

    “개새•…”

    군인 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말을 다하기도 전에 배를 얻어맞고 뒤로 날아갔다. 5m 거리 를 순식간에 날아오른 이성진 때문 이었다.

    “강 소령, 지금부터 적을 옹호하는 사람은 적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포 로 대우 그딴 것은 없습니다. 적 아 니면 아군입니다.”

    강철진에게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머리를 박고 있는 사람이나 배를 움 켜쥐고 있는 저놈에게 말하는 것이

    다.

    “알겠습니다.”

    강철진의 눈이 빛났다. 특수부대원 은 아니지만, 힘이 강해지고 있는 초인이다. 쓰러져 있는 일반 병사쯤 은 혼자서 반쯤 죽여 놓을 수 있었 다. 그리고 이성진의 의도를 알고 있다.

    강철진은 쓰러진 병사에게 다가갔 다. 그리고 뒷목 부근의 옷을 잡고 질질 끌고 갔다. 강철진은 병사를 무릎 꿇렸다.

    강철진이 잘하리라 믿고 이번에는 윤진수 중위를 지목했다.

    “윤 중위! 장교가 되어서 창피하지

    않나? 정신력이 그따위인가? 나라 와 국민을 팔아먹는 것이 대한민국 의 장교인가?”

    윤진수가 벌떡 일어났다. 눈은 활 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군 장교이자 험한 훈련 을 이겨낸 UDT 대원이었다. 나라 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군인 의 임무라고 항상 생각했다.

    그런 군인은 자신의 천직이라고 여 겼다.

    그런데 이성진이 그것을 건드렸다. 항상 생각해 오고 자부심을 가진 것 을 건드리니 그 무엇보다 분노했다.

    “아니라면 소리쳐라! 윤진수 중위

    너의 적은 누구인가!”

    윤진수는 목이 샐 정도로 소리쳤 다.

    “나의 적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 협하는 그 모든 것입니다.”

    여기서 윤진수의 정신을 제대로 돌 아오게 해야 했다.

    “그렇다면 윤진수 중위 너는 무엇 을 할 것인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협하는 그 어떤 것에라도 굴복하지 않고 나라 와 국민을 지킬 것입니다!”

    “어떻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것

    인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럼 지금 윤진수 중위 너의 적은 누구인가!”

    윤진수는 망설이지 않고 새어 버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의 적은 엘 파나! 그곳에서 온 소인족과 개 같은 성녀 엘리스입니 다!”

    윤진수는 훌륭하게 최면에서 벗어 났다. 끝까지 성녀 엘리스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벗어난 것 같았 다.

    윤진수의 대답은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나 UDT 대원

    들은 모두 제정신을 차렸다.

    10명의 UDT 대원이 벌떡 일어났 다. 그리고 우렁차게 소리쳤다.

    “나의 적은 엘 파나! 우리의 임무 는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것!”

    윤진수가 10명의 UDT 대원을 향 해 소리쳤다.

    “소인족과 개 같은 엘리스는 우리 의 적이다!”

    이제는 성녀란 말도 하지 않았다. 윤진수가 소리친 것을 10명의 UDT 대원이 똑같이 소리쳤다.

    “소인족과 개 같은 엘리스는 우리 의 적이다!!!”

    10명의 UDT 대원이 소리치자 나

    머지 19명의 일반 군인이 일어섰다. 윤진수와 UDT 대원들은 그들 역시 똑같은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하 지만 아니었다.

    “새끼들! 성녀님을 욕하는 새끼들 은 다 죽여!”

    가장 가까이 있는 군인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 은 편인 아군이었다. 그리고 동생들 이었다.

    UDT 대원들은 이런 경우를 처음 겪는다. 같은 편이자 동생이었던 사 람이 눈에 살기를 보이며 달려든다.

    머뭇거렸다. 그리고 순간의 머뭇거 림은 비극을 낳는다.

    이성진이 없었다면.

    “정신들 차려! 저들은 지금 적이 다!”

    어느새 이성진이 가장 앞에 있는 군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턱 을 살짝 쳤다. 턱 끝을 맞고 뇌가 흔들린 군인은 바로 균형 감각을 잃 고 주저앉았다.

    다음 군인은 허벅지와 턱을 얻어맞 았다. 다음은 위치상 어쩔 수 없이 목울대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명치를 칠 때는 힘을 최대한 뺐다. 죽이려는 것이 아니니까.

    순식간에 5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5명은 홀륭한 방패막이자 두려움이

    되었다. 남은 14명이 멈췄다.

    “뭣들 해!”

    이제야 윤진수와 UDT 대원들이 움직였다. 일반 군인과 특수부대인 UDT의 싸움은 쉽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옆을 돌아봤다. 강철진도 한 명을 패고 있었다. 무릎 꿇고 있던 군인 역시 반항한 것 같았다.

    “덤빌 생각이 나지 않을 때까지 때 려라!”

    UDT 대원들은 이성진이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 다른 생각 이 안 날 때까지 패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자신들도 그

    런 훈련을 받았었다.

    역시 특수부대인 UDT 대원들이라 그런지 패면서도 뼈가 상하거나 골 병이 들지 않게 패고 있었다. 하지 만 문제는 강철진이었다.

    결국 강철진이 패는 군인은 팔이 부러졌다.

    강철진에게 다가가 다시 내려치려 던 팔을 붙잡았다.

    “헉헉……. 놓으십시오.”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제정신을 차리게 하려는 것이지 죽이려는 것 이 아닙니다.”

    강철진은 팔에서 힘을 뺐다. 아니 빠졌다는 것이 정확했다. 이성진의

    말을 들으니 흥분했던 것이 가라앉 았다.

    “그만!”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윤진수 중위!”

    “네. 이성진 대령님!”

    “저놈들을 5명씩 분리해서 가두고 정신교육을 합니다.”

    윤진수는 이성진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았다. 5명씩 분리해서 가두면 UDT 대원 2명이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무슨 정신교육을 할 것인지 가 문제였다.

    “이성진 대령님 5명씩 가두는 것이

    야 쉬운 일입니다만……. 정신교육 은 어떤 것을……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아 직 경험이 부족하다. 그런 윤진수에 게 그것도 모르냐고 말하는 것보다 그냥 말해 주는 것이 낫다.

    가뜩이나 최면 때문에 자책하는 것 이 보였다.

    “적이 누구인지를 묻고 대답하게 만들어요. 제대로 대답할 때까지 체 력 단련은 멈추지 말고.”

    “알겠습니다.”

    윤진수는 이성진이 말한 체력 단련 이 그냥 체력 단련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정신교육을 똑바로 해서 다시는 다른 생각을 못 하게 하겠습니다.”

    “윤 중위. 보안 등급을 다시 올려 줄 테니까 따라와요.”

    “네.”

    “강 소령은 이곳을 통제해 주고 요.”

    “알겠습니다.”

    강철진에게 이곳을 맡기고 윤진수 를 다시 통제실로 데리고 갔다. 그 곳에서 보안 등급을 올렸다. 무기고 를 제외한.

    윤진수가 돌아가고 강철진이 통제 실로 왔다. 강철진 역시 보안 등급 이 내려가 있었다. 보안 등급을 올

    려 줬다.

    윤진수는 이성진의 명령대로 일반 군인을 5명씩 나누어 가둔 다음 정 신교육을 시작했다.

    쉴 틈을 주지 않고 각종 체력 단 련을 시킨다.

    잠도 재우지 않는다.

    먹을 것도 물을 제외하고 주지 않 았다.

    그렇게 3일이 지나자 한두 명씩 엘리스 개새끼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엘리스 개새끼라고 소리친 사람만 따로 모아 다시 가뒀다. 몇 번 소리 쳤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똑같이 체력 훈련을 한다. 대신 잠을 잘 수 있다. 또한, 먹을 것도 충분히 준다.

    다시 3일이 지났을 때 19명 중 12 명이 엘 파나와 소인족 그리고 엘리 스라는 단어만 들으면 이를 갈았다.

    7명은 첫 번째 단계를 지나 두 번 째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윤 중위.”

    “네. 대령님!”

    “정찰 나가 볼 생각인데 대원 2명 만 뽑아 줬으면 해요.”

    6일 동안 외부로 나가지 않았다. 주변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 야 했다. 물론 기지 주변은 잠망경 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기지 근처가 아닌 곳을 정찰할 생 각이었다.

    “알겠습니다.”

    윤진수는 바로 UDT 대원 2명을 데리고 왔다.

    “이호진 중사와 김필수 중사입니 다.”

    윤진수가 이름을 소개하자 두 사람

    은 우렁차게 경례했다.

    “ 필승!”

    “필승. 윤 중위에게 들었겠지만, 정 찰을 나가려고 합니다. 소음기를 장 착한 무기와 단검을 준비해요. 내 것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윤진수와 이호진 그리고 김필수는 바로 뛰어가 자신들의 무기와 이성 진이 사용할 무기를 챙겨 왔다.

    방탄조끼와 무기를 착용하고 얼굴 에 위장 크림까지 발랐다.

    그리고 기지를 나섰다. 이번에는 똘이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아이들

    과 노는 똘이를 부르기도 힘들었다.

    조심스럽게 기지 주변을 탐색하며 장목면 방향으로 움직였다.

    30분 정도 갔을까?

    이성진의 손이 들렸다. 그러자 이 호진과 김필수가 총을 겨누며 자세 를 낮췄다. 이성진 역시 자세를 낮 춘 상태였다.

    이성진이 조용히 움직이자 이호진 과 김필수는 주변을 경계하며 이성 진의 뒤를 따라갔다.

    20m쯤 가자 말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협조하지 않는 놈들이 있 다는 것이 신기해.”

    “신기하기는 뭐가 신기해? 그런 놈

    들도 있을 수 있다고 교육받았잖 아.”

    손을 들어 양옆을 가리켰다. 도로 옆 수풀 아래로 숨으라는 지시였다. 이호진은 이성진의 뒤를 따라가고 김필수는 반대편 수풀 아래로 숨었 다.

    “몇 놈■이나 된다고 정찰을 하라는 건지. 백부장님도 참……

    “그만 좀 투덜대라.”

    말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모습 도 보였다. 소인족이었다.

    소인족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있었다.

    소인족이 어떻게 한국어를 유창하

    게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정찰을 나온 5명의 소인족 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더 중요했 다.

    바로 옆의 이호진을 슬쩍 쳐다봤 다. 이호진은 이성진의 명령만 떨어 진다면 바로 총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인족 정찰대 5명 정도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고민하는 것은 이후의 일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정찰대를 찾아 더 많은 소인족을 보낼 것이다. 또 처 리한다고 하자. 그러면 소인족은 대 규모로 부대를 보낸다. 그러다 보면

    기지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숫자 는 소인족이 더 우위다.

    그렇다고 정보를 얻을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소인족이 바로 앞까지 왔다.

    “인간들 대부분 성녀님의 말에 감 화를 받아 투항하고 있잖아.”

    몇 놈이나 된다고 투덜대던 소인족 목소리였다.

    “그만 좀 하라고! 그러다가 숨어 있는 놈들이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지깟 놈들이 숨어 있어 봤자지. 무기도 제대로 없는 허약한 인간 따 위 내 창으로 꿰뚫어 주겠어. 흐흐.”

    “말 진짜 안 통한다. 사령관님이 뭐라고 하셨냐? 인간들을 쉽게 보지 말라고 하셨지!”

    “나도 처음에는 쉽게 안 봤지. 하 지만 너무 쉽잖아.”

    쉽다는 말에 다른 소인족의 어이없 다는 말투가 들렸다.

    “그게 너 때문이냐? 다 위에서 철 저하게 계획을 짜서 기습적으로 지 구를 공격해서지.”

    “그게 그거지. 그런데 어디까지 가 야 하는 거야!”

    너무 가까이 와서 그런지 한숨 쉬 는 소리까지 들렸다.

    “어후. 4만 걸음 걸어갔다 오라고

    했으니까. 2만 걸음 남았다.”

    “아! 이제 절반이네……

    소인족 정찰대 5명은 그냥 지나갔 다. 투덜거리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 을 때까지 숨어 있었다.

    조용히 일어나 손을 들었다. 그러 자 반대편에 있는 김필수가 조용히 뛰어왔다.

    다시 손을 들어 도로에서 벗어난 방향을 가리켰다. 조금만 더 가면 더 우거진 풀숲이 있다.

    이호진과 김필수는 고개를 끄덕였 다.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뛰어 풀숲으 로 들어갔다. 풀숲의 장점은 안에서

    밖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밖에서는 가까이 접근하기 전까지는 풀숲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기 힘 들다.

    또한,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도로 에서는 들을 수 없다.

    지도를 꺼냈다.

    “현재 위치가 여기?”

    짧고 빠르게 말했다. 이호진과 김 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목면 근 처 기지를 경비했다. 당연히 이 근 방은 다 알고 있다.

    “이곳까지 이동 후 정찰대 생포.” 이호진과 김필수는 눈을 크게 떴 다. 이성진이 가리킨 곳은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성진이 가리킨 곳까지 소인족 정 찰대에게 들키지 않고 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이호진과 김필수가 서로를 쳐다봤 다. 누가 말하겠냐는 의미였다. 이호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령님. 거리가 너무 멉니다. 그리 고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엄폐물이 없습니다. 중간에 교전이 일어날 수 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호 진의 생각일 뿐이다.

    “정보 획득 필수. 기지와 가까운 곳은 제외.”

    이성진의 짧은 말을 듣고 왜 멀리 까지 가서 소인족을 생포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엉뚱한 방향에서 정 찰대가 사라져야 기지가 안전할 확 률이 높아진다.

    “너무 위험합니다.”

    저렇게 자신 없어 한다면 데리고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아 직 초인이 되는 과정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이곳에서 대기. 2시간 이후 기지 복귀!”

    이호진과 김필수는 고개를 흔들었

    다. 이성진이 혼자 간다. 그리고 2 시간 이후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기 지로 복귀하라는 말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명령이다.”

    명령이라는 말에 두 사람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안 된다고 말하기 도 전에 이성진이 풀숲을 벗어났다.

    “억 ”

    김필수가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이호진은 입을 벌렸다. 이성진이 한 번 뛸 때마다 5m 이상 씩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5번 뛰었는데 25m나 이동했다. 또 한, 땅을 밟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

    다.

    김필수와 이호진은 몰랐다. 이성진 이 마음먹고 뛰면 10m 이상 뛸 수 있다. 몸을 낮추고 땅을 밟는 소리 가 들리지 않게 발끝으로 돌만 살짝 밟기 때문에 5m 정도씩 뛰는 것이 다.

    그래야 안전했다.

    어느새 이성진은 100m 이상 멀어 졌다. 이제야 왜 이곳에서 대기하라 고 한 것인지 알았다.

    두 사람은 전력으로 뛰어도 이성진 을 따라갈 수 없었다.

    김필수와 이호진은 풀숲에 엎드려 이성진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경계하

    기 시작했다.

    풀숲을 벗어나 이 속도로 30분 정 도면 목표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 다. 하지만 20분 만에 멈췄다.

    장목면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소인 족이 가득했다. 얼핏 봐도 100명이 넘는다. 제대로 된 진지와 망루까지 있었다.

    200m가 넘는 거리에서 보는 것이 라 들킬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저 곳에 가 소인족을 납치해 올 수는 없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나을까 생각하는 순간 도로를 따라 복귀하는 소인족이 보였다.

    숫자는 정확하게 5명이었다.

    망루에서 먼저 복귀하는 소인족을 발견하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그러자 진지 안의 소인족이 분주하 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저 움직임은 어디론가 떠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무기를 챙기고 방패 를 들었다. 투구를 쓰고 잊은 것이 없나 살펴보는 모습이 확실했다.

    조금 더 지켜보자 정찰하고 들어오 는 소인족과 교대해 바로 정찰을 나 가는 것이 보였다.

    왜 저런 비효율적인 정찰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기회였다. 지 도를 꺼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브 길 이 있었다. 2km 정도 떨어졌다. 소 인족 진지에서 보이지 않을 곳이다.

    결정했으면 바로 움직인다. 소리 없이 커브 길을 향해 뛰었다. 물론 주변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한 번에 3m 정도밖에 못 움 직였다.

    들키지 않기 위해 약간 돌아간다. 그래도 다리가 짧은 소인족보다는 빠르다. 더군다나 긴장감이라고는 하나 없는 정찰대다.

    거제도에 더는 자신들을 위협할 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 했다.

    오늘이 지나면 달라지겠지만.

    역시 다리가 짧은 소인족 정찰대보 다 먼저 커브 길에 도착했다. 들키 지 않고 기습할 만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주변에 그런 곳이 없 었다.

    일부러 누군가 근처를 청소했다. 15m 떨어진 곳에는 풀이 무성했다. 도로 주변만 풀이 없었다.

    거리가 애매했다. 단숨에 뛰어서 공격하려면 10m 정도가 최상이었 다.

    “오래간만에 시체 놀이하게 생겼

    네.”

    그렇다고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무기와 방탄복을 벗어 숨겼다. 손에 쥔 것은 소음기를 단 권총과 단검뿐 이다.

    옷과 머리에 먼지를 잔뜩 묻혔다. 얼굴도 침을 뱉어 흙을 발랐다.

    그리고 커브를 돌자마자 발견할 수 있도록 조금 떨어진 곳에 누웠다. 누가 보더라도 지쳐서 쓰러진 것처 럼 보이게.

    소음기를 단 권총과 단검을 든 팔 은 배 부분에 있게 해 몸을 돌리지 않고는 발견할 수 없게 했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뿐이다.

    움직이거나 일을 할 때는 시간이 참 빨리 간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하고 기절한 척 엎어져 있 는 시간은 생각보다 느리게 간다. 그래서 귀는 열어 놓고 다른 생각을 했다.

    소인족이 접근했을 때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머릿속 에서 상상한다.

    소인족이 그냥 아무렇지 않게 접근 한다면 최상이다. 하지만 멈춰서 활 을 쏘거나 창을 던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 는지 머릿속에서 그려 본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생각하던

    중 철그럭 소리가 들렸다.

    갑옷을 입고 다니는 놈들은 소인족 뿐이다.

    온몸의 긴장을 푼다. 경직되어 있 으면 멀리서 봐도 어색해 보이기 때 문이었다. 하지만 긴장을 풀었다고 해서 동작이 느려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드럽게 동작을 연결할 수 있다.

    점점 더 가까워져 간다. 그리고 코 너를 돌았다.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뭐야? 인간 아니야?”

    “아! 진짜. 돌아오는 정찰조 놈들 뭐한 거야! 일부러 저기 둔 건가?”

    이성진을 발견한 소인족이 투덜댔 다. 그러자 누군가 투덜대는 소인족 에게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냐!”

    “부장님……. 그게 저기 인간이 쓰 러져 있습니다.”

    소인족 중 지위가 높은 놈이 있는 것 같았다. 목소리가 들리는 위치로 봐서는 다른 놈들보다 약간 뒤에 있 다. 예전에도 목소리만으로 대충 어 떤 모습인지 그릴 수 있었다. 그런 데 지금은 더 선명하게 그려진다.

    한 놈은 계속 발을 땅에 탁탁 찬 다. 한 놈은 앞에서 경계하고 있다. 두 놈은 부장이란 놈에게 쩔쩔매며

    대답하고 있다.

    보지 않아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쯧. 돌아가면 앞에 정찰했던 놈들 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

    아무리 봐도 쓰러져 있은 지 오래 된 인간처럼 보였다. 먼지투성이에 다른 흔적은 없었다.

    “가슴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을 봐 서는 살아 있는 인간이다. 데리고 돌아간다.”

    부장의 말에 소인족이 바로 움직였 다. 아무런 경계심도 없었다. 조심스 럽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소풍 나온 것처럼 철그렁 소리를 내

    며 다가왔다.

    문제는 세 놈만 다가온다는 것이 다. 부장과 한 놈은 뒤에 남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지금 일어날 수도 없다. 소인족이 다가와 창대로 쿡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창대를 몸 안 쪽으로 밀어 넣었다. 더 가까이 와 서 몸을 돌렸으면 좋았을 텐데.

    푸두둥. 푸욱.

    창대에 몸이 돌아가는 순간 가운데 있는 놈과 오른쪽에 있는 놈에게 권 총탄을 선물했다. 속사로 2발을 쐈 기 때문에 거의 한 발을 쏜 것처럼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왼쪽 의 놈에게는 단검을 선물했다.

    뜻밖의 선물이었는지 소인족은 반 응도 못 했다. 조금 떨어진 부장이

    란 놈과 다른 놈은 앞에 있는 소인 족 몸에 가려서 이성진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른다.

    총과 단검을 맞은 세 놈이 스르륵 쓰러질 때야 눈치챘다.

    “방패!”

    부장은 빠르게 방패를 들면서 소리 쳤다. 하지만 옆의 놈은 반 박자 늦 었다. 그것을 놓칠 리 없다.

    다급하게 방패를 올리는 것보다 푸 둥하는 소리가 빨랐다.

    그대로 얼굴에 총알을 맞았다.

    부장은 방패 뒤에서 검을 뽑아 자 세를 잡았다. 그리고 빠르게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파악하려 했

    다. 하지만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충 격을 받았다.

    이성진이 어느새 달려와 방패를 찬 것이다. 밀어 찬 것이 아니라 비스 듬하게 내려 찼다. 부장은 뒤로 밀 리지 않고 엉덩방아를 찌듯 주저앉 았다.

    주저앉은 부장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른발로 검을 든 부장의 손 을 밟으면서 목을 졸랐다.

    “커흑•…”. 커••••••

    교묘하게 방패를 든 어깨와 팔을 누르면서 목을 졸랐기 때문에 부장 은 그 어떤 공격도 할 수 없었다.

    “소인족도 숨을 못 쉬면 어떻게 되

    까매지기 시 거리다가 눈 몸에서 힘이 그리고 추욱

    는지 보자.”

    까무잡잡한 얼굴이 더 작했다. 그러더니 커억 동자가 뒤로 돌아갔다.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늘어졌다.

    “2배 이상 걸리네.”

    보통 사람의 경우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경동맥을 압박하면 10 초에서 15초 사이면 기절한다. 그런 데 소인족은 30초 이상 압박해야 기절했다.

    검을 치우고 소인족이 가진 주머니 와 끈을 이용해 부장을 묶었다. 그 리고 소인족 시체를 15m 밖 수풀에

    감췄다. 핏자국은 어쩔 수 없었다.

    숨겨 놓은 무기와 방탄복을 입은 다음 소인족 부장을 들어 어깨에 걸 쳤다. 그리고 대놓고 추적하라고 흔 적을 남기며 도로를 따라 달렸다.

    10분쯤 달리다가 강하게 바닥을 차고 왼쪽으로 날아올랐다. 온 힘을 다했기 때문에 15m 이상 갈 수 있 었다. 다시 바위를 박차고 12m 정 도를 뛰었다.

    이런 식으로 5번을 더 뛰었다.

    소인족이 추적해 와도 중간에 사라 진 흔적 때문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 을 것이다.

    도로에서 한참 떨어지고 움푹 들어

    간 구덩이에 도착했다. 이놈을 데리 고 갈 생각은 없었다.

    이제 깨워서 물어볼 차례다.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갑옷을 연 결한 가죽을 끊었다. 그리고 다 벗 겨 냈다.

    이제 남은 것은 아래만 간신히 가 리고 있는 천 하나뿐이었다.

    발을 잡았다. 그리고 엄지발톱 끝 을 단검으로 찔렀다.

    “크아악]”

    “역시 소인족도 발끝은 신경이 예 민한 것 같네.”

    씨익 웃어 줬다. 그러자 소인족 부 장은 이를 갈았다.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냐?”

    “어.”

    “아악!”

    이번에는 더 깊숙이 찔렀다. 발톱 이 빠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잘라 졌다.

    “약하네. 소리 듣기 싫으니까 이거 물고 있어라.”

    소인족이 가지고 있던 가죽 주머니 에서 내용물을 꺼낸 다음 그대로 입 에 물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발 톱을 하나씩 뜯어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o o o

    “읍읍읍……. 읍으읍

    읍……

    “잠시 쉬었다가 손톱 손질 마저 해 야지.”

    그냥 웃어 줬다. 이제야 소인족 부 장 눈에 두려움이 보였다.

    “이제 다 쉬었지?”

    소인족 부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고개를 좌우로 맹렬히 흔들었다.

    “오른쪽 손톱 손질 먼저 하자.”

    “으읍. 으읍! 으으으읍!”

    피하려고 몸부림치는 놈을 땅에 엎 어뜨린 다음 무릎으로 등을 눌렀다. 그리고 손톱을 하나씩 뜯어냈다.

    “자. 이제 내 질문에 대답할 준비

    가 되어 있으면 고개를 끄덕여.”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으켜 앉힌 다음 고통을 참느라 걸레가 된 가죽 주머니를 뺐다.

    “으헝……. 뭐든지 말할 테니 죽여 주세요.”

    이놈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아는 놈 이다. 즉 이런 짓도 해 봤다.

    “아직 몇 가지 남았는데?”

    일부러 자극을 줬다. 그러자 소인 족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폭풍처 럼 쏟아 내기 시작했다.

    “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제가 아는 것은 일부분입니다. 더 고통을 당해 봤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러니까……. 제발! 고통 없는 죽음 의 영광을 주십시오!”

    소인족의 특성은 뭉치면 더 강해지 고 개개인은 약하다더니 정신력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소인족은 고개를 마구 흔들며 다급 하게 말했다. 정말 고통이 싫은 것 같았다.

    “아주! 아주! 만족하실 겁니다.”

    “좋아. 이름.”

    “쿠아텐입니다. 쿠아는 성이고 텐 이 이름입니다. 쿠아 가문의 10번째 아들입니다. 위로 누나가 5명 있습

    니다. 모두 아름답고 강한 여성입니 다.”

    쿠아텐은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대 답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것까지 말 했다.

    “아직 미혼입니다.”

    “웃긴 놈•이네. 물어보는 것만 대답 해.”

    쿠아텐은 아직 할 이야기가 많았 다. 하지만 입을 다물었다.

    “직위는?”

    “부장입니다. 한 부는 20명으로 이 루어져 있습니다. 20명을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5개의 부가 모여 하나

    의 부대가 됩니다. 100명을 책임지 는 지위는 백부장입니다.”

    이번에는 중간에 말을 끊지 않았 다. 물어볼 것을 알아서 대답해 준 다.

    “다시 부대 10개가 모여 천대가 됩니다. 천대를 책임지는 자리

    “ 천부장?”

    쿠아텐은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천대 10개가 모여서 만대냐?”

    “네……

    고대 로마 군대 체계와 비슷했다.

    “만대가 몇 개나 되지?”

    “10개입니다.”

    10개면 10만 명이다. 지금 거제도 에 10만 명의 소인족이 와 있다.

    “10개 만대 중 7개만 전투 병사입 니다. 3개 만대는 보급 및 건설 등 을 합니다.”

    3만 명이 보급이나 건설을 한다 해도 무시 못 할 숫자였다. 검이나 창을 주면 훌륭한 병사가 될 수도 있다.

    “왜 지구를 침공한 거야?”

    “그건 여러 가지 말이 많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들 은 바로는 복수를 위해 이곳에 왔다 는 말과 새로운 영토를 얻으려 왔다

    는 말도 들었습니다.”

    지위가 낮은 부장이니 정확한 목적 을 모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을 잡아가는 이유는?”

    “노예나 노예 병사를 만들기 위해 서입니다.”

    자연스럽게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 다. 성녀 엘리스는 항복하면 마치 잘 대해 줄 것같이 말했다. 그런데 쿠아텐의 말을 들으니 아니었다. 노 예나 노예 병사다. 노예는 죽을 때 까지 일하는 것이고 노예 병사는 총 알받이다.

    그리고 쿠아텐은 물어보지 않은 중 요한 정보를 말했다.

    “인간을 잡아 성에서 마법으로 강 력한 세뇌를 합니다. 저항할 수도 없습니다. 성녀 엘리스 님의 영상을 이용한 광범위 마법보다 한 명씩 하 는 마법이기 때문에 강력합니다.”

    이건 또 이상했다. 굳이 한 명씩 세뇌 마법을 해야 하나 싶었다. 이 미 성녀 엘리스의 광범위 마법에 세 뇌 당했는데.

    “왜 따로 한 명씩 세뇌를 하지?”

    “그거야……. 저도 잘 모릅니다. 카 악.”

    단검을 허벅지에 꽂았다. 편하게 말하게 해 줬더니 진짜 편하게 말하 고 있었다.

    “카아. 카아……. 성에 있는 마법사 가 말하는 것을 얼핏 들었습니다. 인간의 정신력은 생각보다 강해서 광범위 세뇌는 오래 못 간다고

    대충 알 것은 다 안 것 같았다. 그 리고 등을 간지럽히는 듯한 기분 때 문에 이곳에 더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경우 위험이 다 가온다.

    “너희들은 한국어를 어떻게 배웠 지?”

    “한국어요? 이곳 언어가 한국어군 요.”

    쿠아텐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것 처럼 말했다.

    “한국어를 모르는데 어떻게 말을 하는 거야?”

    “이 방어막 안에는 통역 마법이 작 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엘 파 나 공용어를 말하고 있습니다.”

    “통역 마법?”

    “네. 다른 언어로 말해도 그 언어 가 자신이 이해하는 언어로 들립니 다.”

    어쩐지 성녀 엘리스나 소인족이 한 국어를 유창하게 한다 생각했다. 짧 은 시간에 한국어를 습득한 것이 아 니었다.

    마법이라는 것을 이용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이다.

    “여러 가지 잘 알려 줘서 고맙다.” 쿠아텐은 고맙다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말과 행동은 달랐다.

    “키에엑. 크륵……

    가슴에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약속대로 잘 가라.”

    쿠아텐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이제 등을 타고 올라오는 감각이 더 강해졌다. 주변을 살펴봤다. 하지만 아무 문제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 문제가 생겼

    다. 예전 SAS 동료와 작전을 나왔 을 때 다른 동료에게 문제가 생긴 경우에도 이런 감각을 느꼈다.

    “내가 가기 전까지 아무 일 없어 라. 제발.”

    땅을 박차고 뛰었다. 지금은 소인 족이 발견해도 어쩔 수 없다. 소인 족은 지금 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 다.

    이호진과 김필수에게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빨리 돌아 갔다.

    한참을 달리다 이호진과 김필수가 숨어 있던 자리가 보이는 거리에서 멈췄다. 소인족이 보였기 때문이었

    다.

    “늦은 건가?”

    눈에 힘을 주고 더 가까이 보기를 원했다. 그러자 바로 앞에서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저놈들도 눈치챘네.”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눈이 마주 친 소인족은 갑옷이 달랐다. 지금까 지 만난 소인족의 갑옷이 그냥 철에 평범한 느낌이었다면 눈이 마주친 소인족은 잘 제련된 철에 고급스러 운 느낌이었다.

    눈이 마주친 소인족이 다른 소인족 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이호진과 김 필수를 거칠게 끌고 왔다.

    다행이다. 죽지 않고 포로로 잡혔 다.

    눈이 마주친 소인족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힘 차게 내뱉었다.

    [인간! 동료를 구하고 싶으면 내려 와라!]

    이호진과 김필수가 죽지 않고 포로 로 잡힌 것이 다행일 뿐이다. 같이 잡혀 줄 생각은 없었다.

    순식간에 소총을 앞으로 돌려 소리 친 놈을 향해 쐈다.

    퉁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총 알이 소리친 놈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소리친 놈은 옆으로 한 발자

    국 옮기면서 총알을 피했다.

    “300m 거리에서 쏜 총알을 피하는 놈이라……

    소리친 놈은 끝까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총알이 발사되는 화염을 보 고 방향을 예측한 다음 최소한의 움 직임만으로 총알을 피했다.

    [내려오지 않으면 동료를 죽이겠 다.]

    놈의 말에 다른 소인족이 검을 이 호진과 김필수의 목에 댔다.

    그렇다고 내려갈 생각은 없었다.

    소총의 조종간을 연발로 놓고 방아 쇠를 당겼다.

    투투두둥하는 둔탁한 소리가 29번

    들렸다. 자동으로 쏘면 30발은 4초 안에 쏠 수 있다.

    다 사용한 탄창을 분리해 내고 다 시 탄창을 결합해 장전한 다음 30 발을 자동으로 발사했다.

    59발을 발사하는데 걸린 시간은 9 초였다.

    “저 녀석 괴물이네.”

    소리친 놈을 향해서 2발 쏘고 이 호진과 김필수에게 검을 댄 소인족 에게 2발씩 쐈다. 다시 소리친 놈에 게 2발 쏘고 다른 소인족에게 2발 씩 쐈다.

    이런 식으로 소리친 놈에게 19발 을 쐈다. 그런데 놈은 팔에 달린 건

    틀릿 부분으로 19발의 총알을 모두 튕겨 냈다. 나머지 20명의 소인족은 모두 목과 머리에 총알을 맞고 죽었 는데.

    예전이었다면 자동으로 총을 쏴서 모두 맞출 수 없었다. 총이 발사되 는 반동 때문에 조준이 빗나가기 때 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했다. 두 손으로 잡고 총의 반동을 억제하며 감각적으로 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소인족은 소리친 놈뿐이 었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이 보였다. 이 호진과 김필수가 벌떡 일어나더니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렸다. 도망치 는 것이다.

    [으아아아아! 네놈 죽여 버리겠다!] 엄청난 소리를 지르더니 부하의 창 을 들어 던졌다. 창이 쐐애액 소리 를 내며 날아왔다.

    하지만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놈이 그랬던 것처럼 옆으로 한 발자 국 옮겼다. 그러자 창이 조금 전까 지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갔다.

    곁눈질로 힐끗 봤다. 얼마나 힘이 강한지 창이 절반 이상 땅에 박혔 다.

    거제도에서 창을 던졌던 놈보다 더 정확하고 강하다. 땅에 있는 창을 몇 개 들더니 던지면서 달려왔다.

    달려와 준다면 좋다. 창이 날아오 는 궤적을 피하며 새로 탄창을 바꿔 껴 총을 쐈다. 꽤 빠르게 달려왔다. 순식간에 200m 안쪽까지 왔다.

    그래도 총알을 팔로 쳐 낸다.

    다시 100m 안쪽까지 왔다. 벌써 30발을 쐈다. 탄창 교체까지 1초 걸 린다. 장전하고 쏘는데 0.5초다. 1.5 초 만에 탄창을 교체해 총을 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막아 낸다.

    저놈 뒤로 이호진과 김필수가 다시

    달려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대충 예상이 간다. 이 괴물 같은 놈을 이호진과 김필수는 어떻게 할 수 없어 일단 도망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총을 잡는 것 을 보니 뒤에서 엄호 사격할 생각인 것 같았다. 소인족이 빼앗아 간 무 기를 다시 잡고 이쪽을 겨냥하는 것 이 보였다.

    사격하기 쉽게 옆으로 달렸다. 총 알이 직선으로 날아가는 사선에 있 으면 이호진과 김필수가 제대로 쏠 수 없다.

    옆으로 달리자 놈도 옆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 이호진과 김필수가 총

    을 쐈다. 꽤 정확한 사격이었다. 3 발에 1발 정도는 놈의 갑옷에 맞고 불꽃이 튀었다.

    “신경도 안 쓰네.”

    옆으로 달리는데도 놈은 더 접근했 다. 일부러 접근하게 놔둔 것이다. 슬쩍 수류탄의 핀을 뽑아 2초를 센 다음 땅에 떨어뜨렸다.

    놈이 수류탄 위를 지나가는 순간.

    꽝 하는 폭발음과 함께 뒤로 훨훨 날아가는 놈이 보였다. 하지만 양손 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 리고 공중제비를 돌며 땅에 내려섰 다.

    이제 거리는 50m 정도.

    놈■이 검을 꺼냈다. 방패도 없이 검 하나만 달랑 들고 있었다. 하지만 무시할 수가 없었다. 어느 각도로 쏘건 피하면서 공격할 것 같았다.

    “인간. 이름이 뭐냐?”

    이호진과 김필수가 쏘는 총알은 신 경 쓰지 않았다. 400m가 넘는 거리 에서 정확하게 맞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S라고 불러라.”

    S라고 부르라고 하자 흠칫하는 것 이 보였다. 눈도 약간 흔들렸다.

    “큭. 나도 이상한 생각을 하는군. 그 인간이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 지.”

    “S를 아나?”

    SAS 대원 시절 암호명을 말한 것 뿐인데 반응이 이상했다.

    “아니. 나는 모른다. 하지만 으에 관한 대단한 이야기는 많이 있지. 가짜 S건 아니건 상관없다. 네 팔다 리를 잘라 몸과 머리만 남긴 다음 성문에 걸어 놓을 거니까!”

    말을 끝내는 동시에 지금까지는 장 난이었다는 둣 2배는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50m 거리는 순식간이다.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총을 쏘 며 비스듬하게 달렸다. 뒤돌아 뛸 수는 없었다. 저 속도를 계속 낼 수 있다면 더 빠르다.

    뒤를 잡힌다.

    20m 안쪽에서 쏘는 총알도 막아 낸다. 총알도 막아 내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힌다. 소인족 중에도 이런 놈이 있을 줄은 몰랐다.

    어느새 4m 안쪽으로 다가와 검을 휘둘렀다. 급하게 소총을 들어 막았 다.

    서걱.

    황당하게도 소총이 간단하게 잘렸 다. 힘도 강하지만 검도 보통 검이 아니었다. 일반 소인족이 사용하는 검보다도 약간 길었다.

    총을 자르고 내려간 검이 올라오는 것을 뒤로 피하며 권총을 뽑았다.

    바로 앞이라 막을 수 없을 줄 알았 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쏘는 총알도 막아 냈다. 검과 건틀릿으로 얼굴만 방어했다.

    “어디를 공격할지 알면 인간들이 자랑하는 총도 소용없다.”

    놈의 말이 맞다. 얼굴만 방어할 수 있으면 총도 소용없다. 하지만 사용 하는 무기가 총만 있는 것이 아니 다.

    탄창을 바꿀 시간이 없다. 권총을 그대로 집어 던지면서 앞으로 굴렀 다. 놈•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크흑.”

    이성진의 손에는 어느새 단검이 들 려 있었다. 앞으로 구르면서 단검을 뽑아 무릎 관절 사이를 긋고 지나간 것이다.

    갑옷을 연결하는 관절 사이에는 약 간의 틈이 있다. 그 틈을 노렸는데 제대로 먹혔다.

    “네놈 진짜 이름이 뭐냐?”

    놈이 공격하지 않고 물었다.

    “왜 자꾸 이름을 묻는 거지?”

    “네놈을 그냥 죽일 수는 없으니까. 네놈의 이름을 알아야 내가 누구를 죽였는지 알지.”

    누가 죽을지 아직 게임은 끝나지도 않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

    다.

    “그러는 너는 이름이 뭐냐?”

    “나는 엘 파나의 코타파란이다. 만 부장이지.”

    만부장이면 장군급이다. 어쩐지 강 하다 싶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이 있다. 지구의 장군과는 다르게 엘 파나의 장군은 강하다. 지구의 장군 이 사무실에 앉아서 작전 계획을 짜 고 명령만 내린다면 엘 파나의 장군 은 몸을 직접 움직인다.

    “이성진이다.”

    “좋은 이름이군.”

    코타파란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모

    른다. 하지만 좋은 이름이라고 들리 는 것을 봐서는 칭찬하는 것이 분명 했다.

    “하지만! 총 없는 인간 따위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성진!”

    검을 내세우며 땅을 박차는 것이 보였다. 검의 움직임을 끝까지 본다. 검이 정확하게 몸통을 향해 들어온 다.

    “대령님!”

    “안 돼!”

    이호진과 김필수가 근처까지 달려 오다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 다. 하지만 늦었다. 그리고 둘이 너 무 가까워 총도 쏠 수 없었다.

    꽈직!

    “말도 안 돼!”

    “엘보우다 새끼야!”

    코타파란은 뒤늦게 느껴지는 고통 에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이성진이 검을 든 자신의 팔을 몸 통 사이에 끼우고 팔꿈치를 거꾸로 부러뜨린 것 때문에 놀라 반응이 늦 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성진이 부러진 팔을 놔주지 않았 다. 명치에 주먹이 박혔다.

    우지끈.

    역시 총알을 막는 건 마법이 작용

    한 것 같았다. 갑옷의 강도 자체는 지구의 철과 다름없다.

    주먹 모양 그대로 갑옷이 우그러졌 다. 강철로 만든 갑옷이 우그러질 정도의 힘이니 몸이 받는 충격은 꽤 컸다.

    바로 숨이 막혔다.

    “커헉!”

    숨이 막히면서 자연스럽게 허리가 굽혀졌다. 머리가 내려온다. 내려오 는 머리에 팔꿈치를 들어 올렸다.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코가 부러졌 다.

    코타파란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 다. 팔이 부러진 고통을 참으려는

    순간 명치를 맞아 숨이 막혔다. 어 떻게든 숨을 쉬어 보려는 순간 코에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 이라 대처할 수가 없었다. 할 수도 없었고.

    “쿠룩.”

    무언가 턱밑을 지나 머리로 들어온 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코타파란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단검에 머리를 뚫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 면 생명체가 아니다.

    코타파란은 자만했기 때문에 쉽게 죽었다. 인간을 너무 얕봤다. 총만 없다면 인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

    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그랬고.

    코타파란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이성진의 힘과 능력이었다.

    “검은 내가 잘 쓸게.”

    그대로 주저앉은 코타파란의 손에 서 검을 뺐다. 얼마나 강하게 쥐고 있었는지 손가락을 부러뜨리고서야 뺄 수 있었다.

    강철도 쉽게 자르는 검이다. 도움 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사이 이호진과 김필수가 뛰어왔 다.

    “대령님!”

    “두 사람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굴이 부어 있다. 두들겨 맞았다. 그래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았다.

    “어쩌다가 잡혔습니까?”

    “그게……. 저 괴물 같은 놈이 지 나가다가 저희가 숨어 있는 곳을 쳐 다보더니 다가왔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안 들 어도 알 만했다. 총알도 막는 놈이 니 이호진과 김필수가 코타파란을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아나요?”

    “그건 잘……

    두 사람이 숨어 있던 곳은 쉽게 들킬 곳이 아니었다. 도로에서도 떨

    어졌다. 알고 오지 않는 한 모른다. 알지 못하는 탐지 기술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두 사람 모두 무사하니 되 었습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납시다.”

    코타파란과 싸울 때 수류탄을 터뜨 렸다. 다른 소인족이 몰려올지 모른 다.

    그런데 이호진이 머뭇거렸다.

    “왜요? 무슨 일 있나요?”

    “대령님. 소인족에게 잡힌 사람들 을 봤습니다.”

    이호진은 분명 잡힌 사람들이라고 했다.

    “최면에 걸려 자발적으로 항복한

    사람이 아니던가요?”

    “네. 묶여 있는데다가 소인족에게 반항했습니다.”

    “그래서 구하자는 건가요?”

    “네.”

    이호진의 마음은 잘 알겠다. 하지 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이호진이 뜻밖의 말을 했다.

    “저놈■이 근처에서 대기하라고 했습 니다. 소인족도 20명 정도뿐입니 다.”

    코타파란이 근처에서 대기하라고 했다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만부 장의 명령을 어길 리 없다. 하지만 어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인족이 멀리서 나타났다. 이호진 의 말대로 20명뿐이었다. 그리고 6 명의 포로도 보였다.

    안 봤으면 모르는데 봤는데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찾으러 갈 필요도 없다. 몇 분의 시간만 있으 면 된다.

    “이호진 중사!”

    “네. 대령님!”

    “총 나에게 주고 두 사람은 소인족 을 향해 뛰어요!”

    “네‘?”

    “이곳에서 저격할 테니까 두 사람 은 뛰어서 사람들 구하라고!”

    “네!”

    이호진이 바로 소총을 건넸다. 그 리고 김필수와 함께 소인족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소인족도 이쪽을 발견했다. 거리는 800m 정도.

    눈에 힘을 줘 소인족을 가깝게 봤 다. 그리고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놈은 활에 화살을 거는 놈이었다.

    약간 거리가 멀었다. 숨을 고르고 는 바람을 느낀다. 500m가 넘어가 면 모든 감각을 동원해 저격해야 했 다. 조금 전 코타파란과 부하들을 저격할 때와는 다르다. 더군다나 저 격용 소총이 아닌 일반 소총이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우측에서 분다.

    총구를 1mm 정도 옆으로 옮기는 순간 퉁하고 총알이 발사되었다.

    정확하게 활을 든 놈이 쓰러졌다. 바람이 바뀌기 전에 4발을 더 쐈다. 하나도 빗나가지 않았다.

    다음은 창을 들고 다섯 놈이었다. 바람이 역풍으로 바뀌었다. 총구를 1mm 옮겨 원위치한 다음 위로 2mm 올리는 순간 5발을 쐈다.

    총알이 발사되는 반동에도 총은 전 혀 흔들리지 않았다. 단지 몇mm씩 좌우로 움직일 뿐이었다.

    창을 든 다섯 놈이 쓰러졌다. 이제 검을 뽑아 들고 방패를 앞세운 열 놈만 남았다. 다섯 놈은 포로를 지

    키느라 남았다. 다섯 놈은 가장 앞 에 있어서 뒤의 동료가 쓰러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방패로 머리를 안 가리고 있다. 당 연히 먼저 제거했다.

    5발의 총알이 날아가고 다섯이 더 쓰러지자 포로를 감시하고 있던 다 섯 놈은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달아난다고 해서 그냥 보내 줄 수 는 없었다. 이번에는 더 세심하게 한 발씩 쐈다.

    방패를 뒤로 돌려 머리를 보호하지 않은 소인족은 모두 뒤통수에 총알 을 맞고 쓰러졌다.

    그리고 곧 이호진과 김필수가 포로

    들의 묶인 줄을 끊고 구출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무래도 수류탄 폭발음을 다른 소인족이 들 은 것 같았다. 40명의 소인족이 뛰 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호진과 김필수가 있는 곳으로 뛰 었다. 이호진과 김필수는 구출한 포 로를 데리고 이성진이 달려오는 방 향으로 뛰었다.

    이성진의 속도와 한 번에 뛰는 거 리가 다르니 순식간에 만났다.

    “이호진 중사와 김필수 중사는 사 람들 데리고 최대한 흔적을 지우면 서 돌아가요!”

    “대령님은요?”

    “저들을 막아야죠.”

    “그럼 저는 남겠습니다.”

    소총을 들고 있는 김필수 중사가 남겠다고 말했다.

    “아니요. 두 사람이 가야 흔적을 지우고 중간에 소인족 정찰대를 만 나도 무사할 수 있어요. 명령이니까 가요! 저놈들 흩어지면 더 어려워져 요!”

    이호진과 김필수는 명령이란 말 때 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금방 가죠.”

    이호진과 김필수가 사람들을 데리 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다음 이호진과 김필수가 간 방향과 반대로 뛰었다.

    달려오는 소인족을 향해서다. 소인 족은 이성진 한 명만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일단 숫자를 믿었다. 소인족은 40 명 이성진은 1명이다. 총으로 쏜다 해도 몇 명 쓰러지는 사이 이성진을 포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은 바뀌었다.

    이성진은 소인족과의 거리가 200m 안쪽으로 들어왔을 때 소총

    을 들었다. 그리고 150m 안으로 들 어오자 10발을 쐈다. 결과를 보지 않고 탄창을 교체했다.

    30명의 소인족이 100m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성진이 다시 총을 겨누 자 이번에는 모두 방패를 들었다. 그리고 화살이 날아왔다.

    화살을 피하면서 방패 사이로 난 틈을 이용해 화살을 날리는 놈들에 게 7발의 총알을 선물했다.

    날아오던 화살이 뚝 끊겼다.

    대신 23명의 소인족이 50m 안쪽 으로 들어왔다. 무식하게 방패로 얼 굴을 가리고 앞도 보지 않고 달려온 다. 총으로는 방법이 없었다. 소총을

    뒤로 메고 코타파란에게 빼앗은 검 을 들었다.

    그리고 더 빠르게 달려갔다. 일부 러 10m씩 움직이지는 않았다.

    드디어 가장 앞에 있는 소인족과 마주쳤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소인족이 방 패와 함께 뒤로 날아갔다. 날아간 소인족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의 방패에 얼굴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서걱. 서걱!

    “잘 잘리는구나.”

    “크악!”

    “어억!”

    뒤로 날아간 소인족 자리에 들어가

    양옆으로 한 번씩 검을 휘둘렀더니 갑옷 째로 잘렸다.

    소인족은 당황하지 않고 거리를 벌 리며 창을 찔렀다. 검을 든 놈들은 방패를 앞세우고 포위망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보고 있 을 리가 없다.

    귀에 착 감기게 서걱. 서걱. 소리 가 들렸다. 창이 잘리는 소리다.

    그리고 서걱 소리가 한 번씩 더 들릴 때마다 무조건 무언가 하나씩 잘렸다.

    방패가 잘려 나가고 팔이 떨어졌 다. 옆구리가 잘린 놈도 있다.

    굳이 신경 써서 머리만 노릴 필요

    가 없었다. 그래서 더 빠르게 처리 할 수 있었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온전하게 서 있는 것은 이성진 혼자였다.

    “좋은 검을 얻어서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소인족 중에는 중상을 입었지만 살 아남은 놈도 있었다. 이제 이호진과 김필수 그리고 포로들이 달려간 방 향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쐐애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창이 날아오는 소리였다. 그것도 40개 정도가 날아왔다.

    땅을 박차고 뒤로 뛰면서 창 몇 개를 검으로 쳐 냈다. 그리고 창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봤다.

    “하. 미치겠네. 저 거리에서 이런 위력의 창을 던져?”

    lkm 정도 밖에서 질서 정연하게 다가오는 소인족이 있었다. 100명 이상이다.

    다시 창이 날아온다. 여태까지 만 났던 소인족과는 급이 다른 것 같았 다. 무거운 창을 lkm 밖에서 던진 다. 그것도 거의 정확하게.

    다시 뒤로 뛰며 창을 피했다. 하지 만 이호진과 김필수가 간 방향으로 는 갈 수 없었다. 다른 방향으로 움 직였다.

    소인족이 다가오는 만큼 멀어졌다.

    1km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500m 안쪽으로 들어오면 저 창의 위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30분이 넘게 1km 거리를 유지하 며 다른 방향으로 유인했다. 소인족 도 이제는 답답한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창도 안 던지는 것으로 봐서는 창도 없다.

    “더 놀아 주고 싶어도 안 되겠다.” 유인하는 방향 쪽에서 찌르르한 느 낌이 났다. 소인족도 그냥 무턱대고 쫓아온 것이 아니었다. 분명 매복이 있다.

    몸을 완전히 돌렸다. 그리고 땅을 힘차게 박찼다. 순식간에 15m를 뛰

    었다. 그러자 소인족은 당황했다. 저 렇게 뛰면 절대 쫓아갈 수가 없었 다.

    소인족도 진형을 풀고 최선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다른 소인족보다는 3배 이상 빠르긴 했다. 그래 봤자 다리 짧은 소인족이다.

    한 번에 3m 이상은 못 뛴다.

    점점 더 멀어진다. 급기야 약 올리 둣 껑충 뛰어서 사라지는 이성진이 었다. 소인족은 20명씩 부대 단위로 찢어져 이성진을 추격하기 시작했 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어느 순간 흔적이 깨끗하게 사라졌기 때문이었

    다. 하늘로 솟은 것처럼.

    맞다. 하늘로 솟구쳐 올라 나무를 타고 옮겼다. 그리고 이호진과 김필 수가 간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움직 였다.

    중간에 이호진과 김필수가 만든 흔 적을 지우면서 기지를 향해 갔다.

    곧 기지 근처에서 이호진과 김필수 그리고 포로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령님!”

    “무사하셨군요.”

    “네. 그런데 왜 기지에는 안 가고.” 아무리 느리게 움직였어도 벌써 기 지 안에 들어가고도 남을 시간이었 다. 그런데 기지 근처에서 만났다.

    이호진과 김필수가 일부러 기지로 안 간 것이다.

    “대령님과 함께 가려고 기다렸습니 다.”

    대답을 저렇게 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대령님 없으시면 기지 안에 민간 인을 들여보낼 수가 없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한 건가요?”

    “이 안에 스파이가 있을지도 모른 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호진의 말에 사람들은 아니란 둣 고개를 흔들며 불안해했다.

    “맞는 말이네요. 그래도 이곳은 위 험하니까 기지에 가서 스파이가 있

    는지 없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갑시 다.”

    “네.”

    이호진과 김필수 그리고 사람들을 데리고 기지까지 갔다. 중간에 소인 족을 만나지는 않았다. 지상의 창고 안까지 들어가 멈췄다.

    “이호진 중사와 김필수 중사는 입 구를 막아요.”

    이호진과 김필수는 창고 입구를 막 아섰다. 그러자 사람들은 불안한 눈 빛을 하며 눈치를 봤다. 그중 한 명 이 용기를 내 소리쳤다.

    “우리는 스파이가 아닙니다. 스파 이라면 저놈들에게 끌려가지 않았습

    니다.”

    “물론입니다. 믿습니다. 하지만 그 래도 확인해야 합니다.”

    “어떻게요? 아니라고 하면 그냥 믿 어 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확인 할 방법이 있습니다.”

    소리친 사람은 간단하게란 말에 더 불안해했다.

    “그 어떤 폭력적인 수단은 사용하 지 않습니다. 단지 질문 몇 가지만 하면 됩니다.”

    질문 몇 가지만 하면 된다는 말에 안심하는 것 같았다.

    “한 명씩 하겠습니다. 한 명씩 나

    와서 제가 귀에 대고 말하면 대답은 다른 사람에게 안 들리게 하면 됩니 다. 당신 먼저 하시죠.”

    소리친 남자는 머뭇거리면서 이성 진에게 다가갔다.

    다가온 남자에게 한 말은 여러 번 한 말이다. 입구를 막고 있는 이호 진이나 김필수도 하루에 열 몇 번씩 외쳤다.

    ‘엘 파나 엘리스 성녀는 개새끼다.’ 남자는 눈을 크게 떴다. 질문이라 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 고 이런 질문은 작게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엘 파나 엘리스 성녀는 개새끼가

    아니요. 개 같은……

    “으아아아!”

    한 명씩 물어봐서 반응 오는 사람 을 잡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가 크게 말하는 덕분에 빨리 찾 아냈다. 벌떡 일어나 소리치며 달려 오는 사람이 있었다.

    “감히 성녀님을 개새끼라고 욕하다 니!”

    생각보다 움직임이 빨랐다. 어느새 주먹을 남자에게 정확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주먹을 휘두르는 소리가 후 웅 하고 들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목적을 이룰 수가 없었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주먹을 잡혔

    다.

    “이걸 똑똑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면 헛똑똑이라고 해야 하나.”

    소인족은 일부러 초인의 능력을 얻 게 된 사람을 스파이로 넣은 것이 분명했다. 들키더라도 충분히 빠져 나올 수 있게 할 생각이었던 것 같 았다.

    “이익•…"

    잡힌 주먹을 빼 보려고 하지만 절 대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 른 주먹을 휘둘렀다.

    빠악!

    하지만 주먹이 이성진에게 닿기 전 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느려.”

    추욱 늘어진 사람의 주먹을 놓자 털썩하고 쓰러졌다.

    “진짜 스파이가 있군요. 아직 안 끝났습니다.”

    인내심이 있는 놈■이 있을 수도 있 었다. 여기 있는 모두 성녀를 욕해 야만 1차 통과다.

    “자! 다음 나오세요. 나와서 엘리 스 성녀 욕하면 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로 앞다투어 나와 욕하기 시작했다. 차마 입으로 담기 힘들 정도의 욕을.

    만약 엘리스란 성녀가 이 자리에 있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정도였

    다. 성녀가 SNS를 한다면 이 욕을 그대로 달아 주고 싶었다.

    “이제 그만요! 그러다가 엘 파나에 성녀 자손이 아닌 사람이 없겠습니 다.”

    이호진과 김필수가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 하는 것이 보였다.

    “여기 이 사람 묶어서 데리고 갑니 다. 나머지는 따라오고요.”

    이호진과 김필수가 기절해 있는 사 람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둘이서 들었다. 사람들은 이성진의 뒤를 따 라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기지 입구에는 윤진수 중위와 군인 몇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령님. 이 사람들은 누구입니 까‘?”

    “포로로 잡혀 있던 사람들입니다. 저기 들려서 오는 사람은 스파이고 요.”

    윤진수 중위는 스파이라는 말에 바 로 부하들에게 지시해 독방에 가두 게 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식당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

    “윤 중위. 잠시 만요.”

    “네.”

    “저 사람들 역시 독방에 따로 가두 고 7일 동안 똑같이 해요.”

    이 사람들은 스파이 검사를 1차만 통과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

    너야 한다. 7일 동안 엘리스 성녀를 쉴 새 없이 욕해야 한다.

    윤진수 중위도 무슨 의도인지 알았 다.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을 데리 고 독방에 가뒀다.

    이제 얻은 정보를 가지고 소인족을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하지만 그 전에 기쁜 듯이 달려오다가 멈춰서 고개를 돌린 똘 이를 달래는 것이 먼저였다.

    “왜 그러냐?”

    “크홍.”

    콧바람까지 내뿜으면서 몸까지 돌 렸다.

    “너 혹시 나 혼자 나갔다 왔다고

    그런 거야?”

    “크흥흥.”

    다시 콧바람을 내뿜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그렇다고 안아 줄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는 똘이 네 도움이 필요하 지 않아서 혼자 간 거야. 똘이 네 도움이 필요하면 같이 갔지.”

    도움이라는 말에 똘이의 고개가 획 하고 돌아왔다.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약속할게. 똘이 네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딘가 떠나게 될 때는 항상 같이 간다고.”

    똘이는 항상 같이 간다는 말에 눈 을 반짝였다. 그리고 화가 풀린 것

    같았다. 또 주인과 떨어져 혼자 남 게 될 것 같은 불안했던 마음이 풀 어진 것이다.

    “가자.”

    발을 떼자 똘이는 못 이기는 척하 고 따라왔다. 어떻게 아느냐……. 꼬 리는 좋아서 흔들리는데 고개는 살 짝 옆으로 돌렸기 때문이었다. 웃음 을 참으며 강철진이 있는 곳으로 갔 다.

    “오셨습니까!”

    강철진은 통제실에 있었다. 지휘 통신실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다 시 줬는데도 이성진의 허락이 없거 나 다급한 일이 아니면 들어가지 않

    는다고 했다.

    “네. 다녀왔습니다.”

    “정찰은 어떠셨습니까?”

    강철진은 지금 밖의 상황이 궁금했 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 다. 장목면을 정찰하려고 했는 데……

    강철진에게 장목면을 정찰하려다가 소인족을 만났고 기지와 먼 방향에 서 소인족을 잡아 얻은 정보를 다 말해 줬다. 이호진과 김필수가 잡혀 구출하느라 만부장과 싸운 것도.

    “통역 마법이라니……

    강철진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리

    고 이성진에게 들은 정보를 빠르게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그중에 의문 점이 있었다.

    “만부장이면 만 명을 밑에 두고 있 는 장군급인데 왜 정찰을 나왔을까 요?”

    “스파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스파이요?”

    “네. 구출해 온 사람들 대부분이 최면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 들 안에 스파이를 심어 놓고 결과를 확인하려 한 것 같아요.”

    강철진과 똑같은 의문을 가졌었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그 이유 뿐이었다. 그리고 예상한 것이 맞았

    다는 것은 며칠이 지나 알 수 있었 다.

    “이거 생각보다 소인족의 숫자가 많군요.”

    강철진의 말한 것같이 소인족의 숫 자가 너무 많았다. 10만 명이면 거 제도에 살아남은 성인 남자의 숫자 보다 10배는 많았다.

    “더군다나 시간도 우리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소인족은 거제도 의 지배력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 다. 여기서 지배력이란 거제도의 중 요 지점을 확보하는 것도 있다. 하

    지만 사람들을 한 명씩 세뇌한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강 소령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 는군요.”

    “사실 그렇습니다.”

    강철진 소령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 물어본 것이다.

    “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정 확한 근거를 보고해요.”

    강철진 소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성진도 잘 알면서 묻는 것같이 들 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명령은 명 령이 었다.

    “알겠습니다. 언제까지 보고하면 될까요?”

    “최대한 빨리요. 저는 지휘 통신실 에 가 있겠습니다.”

    “네.”

    강철진에게 정확한 근거를 보고하 라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강철진이 안 된다고 생각한 이유만 피하면 된 다. 그것을 위해 더 많은 정보가 필 요했다. S급 정보를 몇 시간 만에 다 볼 수는 없다. 필요한 것만 검색 해서 본 것이다.

    이번에는 마법과 세뇌에 관련된 정 보를 검색해 볼 생각이었다.

    강철진을 놔두고 지휘 통신실로 가 서 S급 정보 중 마법과 세뇌에 관 련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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