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3화 (3/50)
  • 3장. 침략

    급하게 최대한 산에 가까이 가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한결이와 유리는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강철진만 바로 알아들었다.

    “한결아! 유리 데리고 아저씨 말대 로 뛰어!”

    “네? 네!”

    한결이는 유리의 손을 잡고 산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무 조건 아빠의 말을 듣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에도 양아치들과

    싸울 때도 유리를 데리고 뛰었었다.

    “똘아! 아이들과 함께 가!”

    “ 컹!”

    똘이는 이성진의 명령을 듣자마자 한결이와 유리의 뒤를 따라 뛰었다. 이성진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 기다 리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으면 먼저 움직이세 요.”

    강철진은 이성진이 배낭을 챙기기 시작하자 이성진이 만든 지팡이를 들고 안간힘을 쓰며 일어나려고 노 력 했다.

    이성진이 배낭을 챙겨 메자 일어설 수 있었다.

    “이럴 상황이 될 줄 알았으면 진통 제를 줄 것을 그랬습니다.”

    이성진의 부축을 받으며 강철진은 어이없다는 둣 말했다.

    “진통제가 있어요?”

    “감기약이요.”

    감기약에는 열을 떨어뜨리고 진통 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감기가 안 걸렸어도 비상시에는 도움이 된 다.

    “나중에 줄 테니까 아파도 참고 더 빠르게 달려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이 불길 에 휩싸인 듯 거제도를 향해 떨어지 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저 정도 크

    기라면 거제도는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었다. 거의 핵폭발 수준의 폭 발력일 것이다.

    저런 것이 셀 수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강철진의 말대로 다른 세계 의 침공이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는 미사일 발사하듯 갑자기 운석 덩어 리를 지구로 뱉어 내지 않는다.

    “살 수 있을까요?”

    강철진이 아픔을 참고 최대한 달리 며 소리쳤다. 강철진 역시 저 정도 크기의 운석이 떨어지면 거제도는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뛰어요! 아이들 놔두고 그냥 죽을 건가요!”

    강철진은 이성진의 말에 더 힘을 주고 뛰었다.

    이성진은 운석이 떨어지는 것을 보 며 강철진을 부축해 뛰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빠르게 떨어지던 운석의 속도가 줄 어든 것 같았다. 처음 속도였다면 운석은 벌써 거제도에 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도 운석은 떨어지 고 있었다.

    “아빠!”

    “컹컹! 컹컹컹!”

    한결이와 유리의 모습이 보였다. 똘이는 빨리 오라는 듯 짖고 있었 다. 운이 좋은 것인지 한결이와 유

    리는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 다.

    단단한 바위 옆이였다.

    이제 운석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보이는 곳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죽을 가 능성이 크다.

    “모두 바짝 붙어!”

    거의 슬라이딩하다시피 하며 바위 옆으로 붙었다. 한결이와 유리는 서 로 껴안고 붙었다. 똘이는 바로 뛰 어와 안겼다.

    그리고 쿠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진동이라는 말이 더 맞다.

    땅이 흔들리며 돌과 모래 같은 것

    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강철진 은 한결이와 유리를 위에서 감싸 안 았다. 떨어지는 돌과 모래를 대신 맞기 위해서였다.

    진동이 멈췄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일어서지 않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란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운석과 거제도가 부딪 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갈 것 이다.

    그 충격파를 최대한 피하려고 산에 붙은 것이다.

    후웅!

    태풍이 불 때 들리는 바람 소리 비슷하게 나더니 나무가 부러져 날

    아가고 돌이 날렸다. 그냥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날아가는 돌을 맞았 다가는 죽을 정도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충격파는 사라 졌다.

    “강철진 씨.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아이들도 괜찮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운석이 속도를 줄인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강철진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한결이와 유리가 겁에 질려 있었다.

    “ 아빠.

    “괜찮다. 유리도 괜찮지?”

    “으•…" 응•…". 앙•…"

    무사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유리 가 울음을 터뜨렸다.

    강철진이 유리를 안고 등을 두드리 며 안심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운 석 낙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운석이 떨어지는 것이 보 였다. 이성진이 있는 위치에서 보이 는 운석은 바다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보였다. 운석이 진짜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동차 브레이크 를 밟듯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는 것 은 아니었다.

    “젠장! 강철진 씨! 또 엎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젠장이란 말이 입에 익어 버릴 것 같았다. 아이들이 있어서 다른 욕은 못 하겠다.

    강철진은 이성진의 말에 바다로 떨 어지는 운석을 봤다. 그리고 곧 운 석은 바다와 부딪쳤다.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물 기둥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 보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소리가 들렸 다.

    강철진은 다시 아이들을 안고 엎드 렸다. 하지만 이성진은 그러지 않았 다. 충격파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충 격파는 거제도를 덮치지 않았다. 그 냥 산들바람 같은 바람만 불었다.

    거리가 꽤 멀어서 그런 것 같았다. 대신 한 가지는 확실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높은 곳이요?”

    강철진이 일어나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또 해일이 올 겁니다!”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았다는 기쁨을 느꼈다가 또 죽을 뻔했다. 강철진은 이성진의 말을 듣자 해일이 올 거라 는 것을 알았다. 바다에 운석이 떨 어졌는데 해일이 안 오면 이상한 것

    이다.

    “올라가요!”

    답답한 마음에 소리쳤다. 그러자 강철진은 유리를 한쪽 팔로 안았다. 그리고 지팡이를 잡고 바위가 아닌 곳을 찾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결이는 두말없이 뒤따라갔다.

    이성진은 뒤에서 한결이나 강철진 이 쓰러지면 도울 생각으로 따라갔 다. 똘이도 짖지 않고 이성진의 옆 을 따라 올라갔다.

    “억]’’

    “아빠! 악!”

    지팡이를 잘못 디뎠는지 강철진이 쓰러졌다. 하지만 쓰러지면서 몸을

    돌렸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강철진 은 등부터 쓰러졌다.

    유리는 놀라 소리친 것뿐이었다.

    “아빠! 유리야!”

    “괜찮아요?”

    “으윽••••••

    강철진은 충격이 컸는지 바로 대답 하지 못했다. 조금 숨을 쉴 수 있자 안간힘을 쓰면서 말했다.

    “더 올라갈 수 있어요!”

    보기에는 더 올라갈 수가 없었다. 산길의 경사가 너무 심했다. 또한 강철진의 체력이 얼마 없을 것 같았 다.

    “여기서 쉬겠습니다.”

    “아닙니다. 더 올라가겠습니다.”

    “그러다가 또 넘어지면 아이들까지

    위험해요!”

    강철진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해일이 온다면 다 죽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이성진에게 말하려 했 다. 하지만 이성진이 더 빨랐다.

    “믿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만 제 감각이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알려 주고 있어요.”

    “감각이요?”

    “네. 이 감각 때문에 여태까지 살 아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한번 믿 어 봐요.”

    강철진은 이성진이 없었다면 아이 들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만 약 아이들을 만났다 해도 이성진이 치료해 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피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믿어 보죠.”

    강철진은 일어나지 않고 앉았다. 그러자 잠시 떨어졌던 유리가 다시 안겼다. 한결이는 옆에 섰다.

    “옵니다.”

    달이 두 개라 그런지 해일이 오는 것이 확실하게 보였다. 그리고 곧 해일은 거제도를 덮쳤다. 하지만 해 일은 이성진의 말대로 이곳까지 오 지 못했다.

    강철진은 신기한 듯 이성진을 쳐다 봤다.

    “물이 빠지려면 조금 있어야 하니 푹 쉬죠.”

    이성진도 주저앉았다. 강철진은 궁 금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다독여야 했다. 강철진은 놀란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그런 강철진의 노력 때문인지 아니 면 피곤해서 그런지 한결이와 유리 는 곧 강철진의 옆에서 잠이 들었 다.

    “추울지 모르니 이것 좀 덮어 주세 요.”

    이성진은 배낭 안에서 옷을 꺼내

    강철진에게 줬다.

    “고맙습니다.”

    강철진은 아이들에게 옷을 덮어 주 고는 이성진에게 궁금한 것을 조용 히 물었다.

    “이성진 씨. 이제는 말해 주셔도 되지 않나요?”

    “뭐를 말입니까?”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지 않나요?”

    이제 어느 정도 밝혀도 될 것 같 았다.

    “전직 SAS 대원이었습니다.”

    강철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 었다. 군인이면 한 번쯤 들어본 특 수부대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국과도 연락하며 정보를 공유했기 때문에 더 잘 알고 있었 다. 그런데 스쳐 지나가듯 생각난 것이 있었다.

    “혹시 헨리라고 아시나요?”

    “헨리요? 설마 헨리 존슨을 말하는 건가요?”

    강철진이 SAS 시절 동료였던 헨리 를 말하는가 싶었다. 그리고 그 생

    각은 맞았다.

    “맞습니다. 헨리 존슨!”

    “강철진 씨가 어떻게 헨리를 아는 거죠?”

    “영국 쪽 정보 담당자였습니다. 헨 리 대령이 언젠가 자신의 목숨을 5 번이나 구해 준 동료에 대해 말했었 습니다. 믿을 수 없지만, 그의 감각 을 따라서 살 수 있었다고요.”

    “헨리 그놈이 대령이에요?”

    “네.”

    15년이란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꾼 것 같았다. 다혈질에 위험한 짓만 골라서 했던 헨리가 정보 책임자로 대령까지 올라갔다니.

    헨리 때문에 몇 번을 고생했는지 모른다. 말 더럽게 안 들었다.

    “그 동료가 한국에서 딸과 함께 산 다고 말했었습니다.”

    연락을 끊었는데도 헨리는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니면 영 국 정부에서 감시했던지.

    워낙 많은 비밀 작전을 해서 영국 에서는 감시 대상이었다. SAS를 나 올 때도 힘들게 나왔다.

    10년이 지나 감시가 풀린 줄 알았 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 다. 헨리가 강철진에게 말을 홀렸다 는 것이 그 증거였다.

    헨리가 아무리 멍청하게 행동한다

    고 해도 정보를 마구 흘리지는 않는 다. 더군다나 정보 담당자로 대령까 지 승진했다. 그렇다면 꽤 많은 훈 련을 받았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영국 정부의 관심을 받 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다른 것은 안 물어보던가요?”

    “네. 그냥 다른 이야기 중에 나온 것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 다.”

    강철진은 이성진이 다른 것은 안 물어봤냐는 물음에 무언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보 계통의 일을 하는 사람은 단어 하나라도 의미를 둬야 했다.

    “혹시 우리 쪽에서 관심 가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아닐 겁니다. 헨리 말대로 그놈이 목숨 빚을 많이 져서 물어본 것일 겁니다.”

    강철진의 짐작이 맞을 것이다. 몇 가지 작전에 관한 것만 홀려도 영국 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뭐 이제 는 소용없지만.

    “강철진 씨.”

    “네.”

    “앞으로 제 말에 따라 주시기 바랍 니다.”

    강철진은 갑자기 말했는데도 고개 를 끄덕였다. 전직 SAS 대원에 헨

    리 존슨 대령이 칭찬할 정도면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직접 경험해 보기도 했 다.

    “부인이 계신 곳은 못 갈 것 같습 니다.”

    “알고 있습니다.”

    해일이 한 번 더 덮쳤다. 간신히 살아남았다 해도 해안가에 있었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없었다.

    “해가 뜨고 물이 빠진 것을 확인하 면 바로 장목면 군 시설로 가겠습니 다. 거제시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들리지 않겠습니다.”

    강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 쉬시죠. 똘이야.”

    “ 컹!”

    강철진을 놔두고 똘이를 불러 안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해가 뜨기 전부터 일어나 물이 빠졌는지 확인 했다. 물은 빠진 것 같았다.

    “내려가서 아침을 먹겠습니다.”

    “네. 한결아, 유리야!”

    강철진은 아직도 자는 아이들을 깨 웠다. 그리고 한결이의 부축을 받으 며 내려갔다.

    어제저녁 머물렀던 곳에 도착했다. 물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산으로 안 올라갔으면 해일에 당할 뻔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바로 출 발했다. 길을 따라 산을 돌았다.

    산을 돌자마자 모두 멈췄다.

    거제도 중앙에 달걀 모양의 거대한 운석이 서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 었다.

    “우와! 검은색 알이다! 오빠 저거 공룡 알이야?”

    가장 순수하고 보이는 것 그대로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다. 누가 봐도 거대한 알이었다. 하지만 그 크기가 30층 높이 빌딩만 하다면 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멍청아! 저렇게 큰 공룡 알이 어 디 있어!”

    “으응……. 그냥 물어본 건데……. 오빠 미워!”

    유리는 바로 강철진에게 달려가 바 짓가랑이를 잡고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한결이는 미안한 표정을 지 으며 유리에게 다가갔다.

    “유리야 미안해.”

    “몰라!”

    한결이는 아빠인 강철진과 다시 만 나자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평소와 같이 유리에게 행동했 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유 리에게 다가가 사과한 것이었다.

    “유리야. 오빠가 사과하잖아. 똘이 가 옆에서 유리 오기를 기다리네.”

    유리가 강철진에게 붙어 있으면 저 거대한 알에 대해 제대로 못 물어볼 것 같았다. 유리가 진짜 똘이가 옆 에 있는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똘이 가 유리의 몸에 두 발을 올리고 얼 굴을 핥았다.

    “아이! 간지러워! 야! 똘이 너 거 기 안 서!”

    똘이가 장난치고 도망가자 유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똘이를 쫓아갔 다. 유리가 다칠까 봐 한결이기 뒤 따라갔다.

    “주인 닮아 그런지 개가 참 똑똑하

    군요.”

    “하하. 그런가요?”

    주인이 된 지 며칠 안 됐다. 그런 데 저런 말을 들으니 기분은 좋았 다.

    “그건 그렇고 저 알같이 생긴 것에 대해 아는 것이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저곳에 떨어뜨린 것은 확실한 것 같 습니다.”

    “그렇겠죠? 중간에 속도를 줄인 것 같았어요.”

    “속도를 줄였다면 거제도가 멀쩡한 이유가 이해가 가네요.”

    강철진도 저 알같이 생긴 것이 떨

    어져 생긴 피해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 알 때문에 생각했던 루트는 못 갈 것 같으니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이성진이 지도를 꺼내자 강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진과 함께 지 도를 보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루트는 거제시를 최대한 피해 가는 루트였군요.”

    “네.”

    지금 위치는 율포리 도로였다. 율 포리에서 산을 끼고 오른쪽 도로를 따라가다가 북쪽으로 가면 거제시 외곽을 지나서 장목면으로 갈 수 있

    었다.

    그런데 북쪽으로 가는 도로에 저 거대한 알이 박혀 있다.

    “어쩔 수 없이 북쪽으로 가서 거제 시를 지나가는 길이 가장 빠르겠네 요.”

    강철진도 이성진의 생각과 같았다.

    “네. 그렇겠네요.”

    “후. 잠시 그늘에서 쉬면서 물품 확인 좀 하겠습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니면 저 거대한 알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받은 열이 퍼 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물품이요?”

    “네.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은 이 배 낭 하나입니다. 똘이야!”

    그늘로 가면서 똘이를 불렀다. 그 러자 똘이가 뛰어왔다. 당연히 유리 와 한결이도 같이 왔다. 아이들도 알아야 했다.

    똘이와 아이들이 그늘로 오자 배낭 을 열었다. 그리고 식량을 꺼냈다.

    “물이 500ml 2병, 2L가 1병, 참치 캔이 6개, 에너지 스틱이 20개 한 세트, 라면 2개 그리고 전투식량 5 개……

    한 사람이 가지고 다닌다면 충분한 양이었다. 하지만 사람만 4명이었 다. 더군다나 배고픔을 잘 참지 못

    하는 어린아이가 2명이다.

    더 문제는 물이었다. 어제 해일 때 문에 코펠 냄비 1개와 생수병을 잃 어 버렸다.

    “강철진 씨는 물론 한결이하고 유 리도 아저씨 말 잘 들어.”

    “네!”

    “네. 아저씨!”

    강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이 와 유리는 신나게 대답했다. 먹을 것을 꺼내니 먹을 줄 알았다. 하지 만 곧 아니란 것을 알았다.

    “중간에 먹을 것을 못 찾으면 여기 있는 것만으로 최대 3일까지 버텨야 해.”

    한결이는 알아듣는 것 같았다. 하 지만 유리는 무슨 소리 하냐는 눈빛 이었다.

    “그러니까 아껴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야.”

    아껴서 먹어야 한다고 말하자 유리 도 알아들었다. 그렇지만 알아들은 것과 실망하는 것은 달랐다.

    “으음……. 얼마나 아껴서 먹어야 해요?”

    “유리야 걱정하지 마. 오빠 거 더 줄게.”

    “정말?”

    한결이가 또 동생을 위해 자신이 먹을 것을 주려고 했다. 지금은 그

    래서는 안 된다.

    “미안하지만 한결아. 그건 안 된 다.”

    “네? 왜요?”

    “너 나 처음 만났을 때 쓰러져 있 었지?”

    “네? 네……

    한결이는 이성진을 처음 만났을 때 가 기억났다. 물도 제대로 못 먹어 탈진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 한결이 네가 쓰러진 다면 그게 유리를 더 힘들게 한다.”

    “하지만……

    한결이는 그래도 몰래 줄 것이 분 명했다. 그래서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유리는 오빠가 유리에게 먹을 것 주고 아픈 것이 좋아?”

    한결이가 아픈 것이 좋냐고 물어보 자 유리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소리쳤다.

    “싫어요!”

    “그러면 오빠가 먹을 것 주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까?”

    “안 먹을래요!”

    “그래. 유리 착하네.”

    강철진은 옆에서 아무 말도 못 하 고 있었다. 식량을 나누어 주고 같 이 장목면까지 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결아!”

    “네•…”

    한결이는 이성진이 또 뭐라 하는 줄 알고 풀이 죽어 대답했다.

    “아저씨가 한결이에게 임무를 줄 게.”

    “ 임무요?”

    “그래.”

    한결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성 진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이 되 고 싶었다.

    “네. 뭐든지 맡겨 주세요!”

    “한결이는 가면서 플라스틱 생수병 과 비닐로 된 봉지가 보이면 무조건 모아.”

    한결이는 이성진이 물을 정수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 생각났다.

    “정수된 물을 만들기 위해서군요!”

    “정답! 역시 똑똑하네.”

    “한결아. 정수된 물이라니?”

    강철진은 한결이가 어떻게 아는지 궁금했다.

    “아저씨가 어제 가르쳐 주셨어요. 살아 있는 나무로요……

    한결이는 자랑스럽게 강철진에게 살아 있는 나무로 물을 정수하는 방 법을 설명했다.

    “그랬구나. 앞으로도 아저씨가 가 르쳐 주는 것은 잘 기억하고 배워야 한다.”

    “네. 아빠!”

    한결이에게 말하면서 강철진은 이 성진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 다. 이성진이 한결이에게 살아남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었다.

    다른 세상의 침공이 아니더라도 이 런 상황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결이가 혼자 떨어진다면 살아남는 방법을 많이 알수록 생존 확률이 높 아진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성진은 한결이 의 생명을 구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 었다.

    “장목면에 가서 제가 꼭 보답하겠 습니다.”

    “그 말 안 잊습니다.”

    “네. 잊지 마세요.”

    이성진은 식량을 모두 배낭에 넣지 않았다. 절반 정도를 가지고 있던 비닐봉지에 담았다.

    “힘들더라도 이건 들고 다니세요.”

    “이걸요?”

    “네.”

    “알겠습니다.”

    강철진은 이성진이 더 고마웠다. 뜨거운 여름에 짐이 무거워서 식량 을 나누어 준 것이 아니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그럼 출발하죠. 똘이야!”

    “컹!”

    똘이가 앞장섰다. 유리가 똘이에게 안 진다는 둣 빠른 걸음으로 똘이 뒤를 따라갔다. 한결이는 이성진에 게 받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는 듯 쓰레기 더미만 보이면 달려가 빈 플라스틱 병과 비닐봉지를 찾았다.

    3시간쯤 걸었을 때 부춘리에 도착 했다. 해안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깨끗했다. 그렇다고 물에 안 잠겼던 것은 아니 다.

    “며칠 전에 이곳을 지날 때는 멀쩡 한 곳이 더 많았는데 저것 때문에 많이 부서진 것 같네요.”

    강철진이 가리키는 것은 거대한 알

    이었다. 아무래도 알과 거리가 가깝 다 보니 충격파의 피해가 더 컸다.

    “거대한 알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네요.”

    “네?”

    강철진은 이성진이 무슨 소리를 하 나 싶었다. 하지만 이성진이 바라보 는 곳을 보니 이해가 갔다.

    이성진이 바라보는 곳에는 약간 찌 그러진 생수병과 캔이 있었다. 건물 이 무너지면서 안에 있던 것이 튕겨 나온 것 같았다.

    “흐음. 아이들 데리고 여기 있어 요.”

    “아니요. 돕겠습니다.”

    “저 팔 안 보이세요?”

    식량 근처의 쓰레기 더미에 튀어나 와 있었다. 시체였다.

    “아! 네. 유리야! 한결아!”

    강철진은 유리와 한결이를 불러 옆 에 세웠다.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똘 아 가자.”

    “컹컹!”

    똘이와 함께 2L 생수병 2개와 꽁 치 통조림 3개를 주웠다. 하지만 바 로 돌아가지 않았다. 쓰레기 더미에 가까이 가자 그 안에 있는 시체가 더 잘 보였기 때문이었다. 경찰복이 었다.

    그렇다면 뒤에 무너진 건물에 무기 가 있을 수 있었다. 배낭에 생수병 과 통조림을 넣은 뒤 무너진 건물로

    갔다. 그렇다고 바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들어가지 않았다.

    발로 툭툭 차서 충격을 줬다. 그러 자 우르르 소리를 내면서 아슬아슬 하게 버티고 있던 건물이 더 무너졌 다. 그냥 들어가다가 잘못 건드렸으 면 생매장 당할 뻔했다.

    “하하! 이거 운이 좋네. 똘이 네가 있어서 그런가?”

    “컹컹! 컹컹컹!”

    똘이는 이성진이 좋아하자 자신도 기분이 좋아 신나게 짖었다.

    “위쪽에 식량과 무기를 놔뒀었나 보네.”

    건물이 추가로 무너지면서 2층이었

    던 곳으로 생각되는 곳이 1층이 되 었다. 그리고 라면과 생수, 참치캔은 물론 K2 소총과 권총까지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저곳이 안전한 것 같지 않단 말이야.”

    들어가면 안 된다는 감각이 등을 찌르르하게 울렸다. 그렇다고 발로 차서 무너뜨릴 수도 없었다. 그러면 식량과 무기는 건물 잔해 사이로 사 라져 버린다.

    “어떻게 가져올까 생각 좀 해 보 자.”

    “ 컹!”

    “야!”

    똘이는 이성진이 어떻게 가져올까

    란 말만 알아듣고 뛰었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하나씩 물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감각이 경고했는지 알았다. 똘이가 건물 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무너진 건물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똘이보다 무거운 이성진이 들어갔 다면 건물이 아래로 빠졌을 것이다.

    “잘했다.”

    “ 컹!”

    바로 꼬리를 흔들며 머리를 내밀었 다.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면서 칭찬해 줬다.

    똘이가 가지고 나온 것은 2L 생수 병 3개와 참치캔 10개, 라면 5개

    그리고 K2 소총 2정과 6연발 리볼 버 1정이었다.

    똘이도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곳은 더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최상이었다.

    확보한 물건을 가지고 강철진과 아 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런 데 강철진이 다리에 댄 부목을 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하는 겁니까?”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확인이 요?”

    강철진은 부목을 다 떼어 내고 나 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친 다리를 들었다가 놨다 했다. 마치 다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이었 다.

    “역시 그 정보가 맞는 것 같습니 다.”

    “무슨 정보요?”

    강철진이 양발을 번갈아 가며 재 자리에서 뛰었다.

    “다른 세계의 침공이 시작되면 예 상한 시나리오가 몇 개 있습니다. 그중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시나리 오가 하나 있었어요.”

    “말이 안 된다라……

    그때는 말이 안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말이 될지도 모른다. 저기 보이는 거대한 달걀이나 새롭

    게 나타난 달도 말이 안 되는 거니 까.

    “그 시나리오가 뭐죠?”

    “초인으로 각성한 사람들을 모아 부대를 만든다는 시나리오였어요.”

    “초인이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만했다. 하 지만 강철진의 말을 더 들으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초인이요. 사람 중에 초인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정을 했어요.”

    “이유도 없이요?”

    “무슨 마나 현상이라고 하던데 그 건 잘 모르겠고 초인이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은 알고 있어요. 그중 하

    나가 다친 곳이 빠르게 낫는 현상이 에요.”

    강철진은 최소 3〜4일은 조심스럽 게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지금 멀 쩡하게 발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일반인보다 힘이 강하고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강철진이 부목으로 댄 나무를 주워 가볍게 부러뜨렸다. 별로 힘도 주지 않은 것 같았다. 나무젓가락 부러지 듯 부러졌으니까.

    “하하. 그러니까 강철진 씨가 지금 초인이 다?”

    “아니요. 초인의 조건을 가진 겁니 다. 이건 기초적인 능력이에요.”

    “다른 능력도 있다는 건가요?”

    “네.”

    다른 능력도 있다고 하면서 말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능력은 뭔지 모릅니까?”

    “하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 해 자세히 읽지는 않았어요. 워낙 할 일이 많아서요. 기지로 가면 확 인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쨌든 강철진의 다리가 나았다니 다행이었다. 환자를 데리고 가는 것 은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 린다.

    강철진의 말을 옆에서 들은 한결이 는 바로 강철진의 팔에 매달렸다.

    “아빠! 힘세진 거야?”

    “그런 것 같네.”

    한결이가 매달려도 무겁지 않다는 듯 한쪽 팔로 들었다 놨다 했다. 그 러자 유리가 재미있어 보였는지 매 달렸다.

    강철진은 약간 힘들어하면서 한결 이와 유리를 한쪽 팔로 들었다.

    “우와! 우리 아빠 힘세다! 아저씨 도 우리 아빠처럼 힘세요?”

    유리가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그 리고는 강철진에게서 떨어져 이성진 에게 달려왔다.

    “유리 아빠만큼은 아니지만, 아저 씨도 힘세다.”

    “정말이요?”

    “그럼. 매달려 봐라.”

    팔을 내려 주자 유리가 매달렸다.

    “우와! 아저씨도 힘세다.”

    유리가 마구 흔드는데도 전혀 힘들 지 않았다. 혹시나 싶었다.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결아. 너도 와서 매달려라.”

    “네. 아저씨!”

    한결이가 달려와 매달렸다.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강철진이 한 것처럼 두 아이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래 도 힘들지 않았다.

    “저기 강철진 씨. 미안한데 여기 매달려 보시겠어요?”

    “네?”

    한결이와 유리가 매달렸을 때 약간 힘든 것을 생각한 강철진은 고개를 저었다.

    “한번 실험해 보려는 거니까 괜찮 습니다. 못 버티면 팔 내릴 겁니다.”

    “알았습니다.”

    강철진은 고개를 흔들면서 한결이 와 유리의 뒤에서 안는 거처럼 자세 를 잡고 이성진의 팔에 매달렸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안 무거우세요?”

    “전혀요.”

    강철진이 다리를 들었다. 무게가 더 실리게 했다. 하지만 이성진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움직입니다.”

    그냥 팔을 위로 아래로 들었다 놨 다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 다. 세 사람을 매달고 풍차 돌리듯 돌았다.

    “꺄! 아저씨 더 빨리요.”

    유리는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더 빠르게 돌라고 소리쳤다.

    “이제 그만하자.”

    더 빠르게 돌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세 사람 모두 원심력에 의해 튕겨 나간다.

    이성진이 멈추자 강철진이 먼저 떨 어졌다. 유리와 한결이는 재미있었

    는데 아쉬운 것 같은 표정으로 떨어 졌다.

    “분명히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 렇게 힘이 강하지 않았어요.”

    이성진은 확실했다. 그리고 무너진 집의 벽을 찼을 때부터 힘이 강해진 것 같았다.

    “저도 한 시간 전쯤 다리가 안 아 프기 시작하더니 이성진 씨가 저곳 에서 물건을 가지러 갈 때쯤 전혀 안 아팠습니다. 그래서 살짝 다리를 움직여서 확인했어요.”

    비슷한 시간대에 무언가 변화가 있 었다. 이런 변화를 일으킬 만한 것 은 새로 나타난 달과 저기 거대한

    알뿐이었다. 알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런데 거대한 알의 꼭대기에서 수 증기 같은 것이 나오는 것 같았다.

    “강철진 씨. 혹시 저 알에서 나오 는 수증기 보이나요?”

    강철진이 이성진의 말에 몸을 돌려 알을 쳐다봤다. 하지만 강철진의 눈 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요. 안 보입니다.”

    분명히 보이는데 안 보인다고 하니 답답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보 인다는 말이 들렸다.

    “아저씨. 저는 보여요.”

    한결이 었다.

    “알 위에서 뿜어져 나와요.”

    “한결아. 그게 보이니?”

    강철진은 놀랍다는 둣 한결이에게 물었다.

    “네. 아빠. 보여요. 아저씨가 보인 다고 해서 저 위를 보고 싶다고 생 각해 노려보니까 보였어요.”

    알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다음 노 려봤다고 했다. 그것이 멀리 있는 것을 보는 방법인가 싶었다.

    “강철진 씨도 한번 해 보세요.”

    “네.”

    강철진은 인상까지 쓰며 보려고 노 력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저는 안 되네요.”

    “나도 안 돼요!”

    유리도 해 보려고 한 것 같았다.

    “한결아. 그냥 쳐다봐도 보이니?”

    한결이는 이성진의 말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알을 쳐다봤다. 그리고 놀라며 소리쳤다.

    “안 보여요!”

    “그럼 보고 싶다고 생각한 다음에 해 봐!”

    한결이는 알 위를 보고 싶다고 생 각한 다음 눈에 힘을 주고 노려봤 다. 그러자 보였다.

    “지금은 보여요!”

    한결이는 멀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았다. 재미 있는 것은 이성진은 강철진보다 강

    한 힘과 한결이처럼 볼 수 있는 능 력을 동시에 가졌단 거다.

    “어? 아저씨! 알껍질이 갈라져요!”

    “진짜네.”

    한결이의 말대로 알껍데기가 갈라 지고 있었다. 갈라진다고 해서 알이 깨지듯 아무렇게나 갈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위에서 아래로 곧게 선을 그은 것처럼 갈라지고 있었다.

    이성진과 한결이 본 것을 강철진과 유리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곧 누구나 볼 수 있게 되 었다.

    “강철진 씨! 저런 현상에 대한 정 보가 있나요?”

    “미안하지만 없어요!”

    알껍데기가 열리고 있었다. 천천히 열리며 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건 멀리서 보니 천천히 열리는 것 같이 보일 뿐이다. 가까이 가서 보 면 30층짜리 빌딩이 빠르게 쓰러지 는 것같이 보인다.

    5분도 안 되어 알껍데기가 모두 땅에 떨어지고 안에 있던 것이 모습 을 드러냈다.

    중세 유럽의 성의 모습과 닮아 있 었다. 성의 정중앙에는 뾰족하고 높 은 탑이 보였다.

    “점 령전이군요.”

    그냥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공격한

    것이 아니었다. 성을 떨어뜨렸다. 전 초기지가 확실했다.

    성벽 위에 돌아다니는 것들이 보였 다. 생전 처음 보는 놈들이었다. 사 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결이가 정 체를 아는 것같이 소리쳤다.

    “고블린이 갑옷을 입었네요.”

    “한결아. 너 저놈들 알아?”

    “게임 캐릭터하고 닮았어요.”

    한결이가 게임 캐릭터하고 닮았다 고 말하자 강철진은 다시 물었다.

    “한결아. 모습 다시 자세히 보고 설명해 줄래?”

    “네. 아빠……. 음……. 그러니까 키는 유리 정도로 작고요.”

    유리 정도면 lm 10cm 정도였다.

    “얼굴은 정말 못생겼어요. 팔다리 가 짧아요.”

    한결이가 대충 설명해도 강철진은 충분했다.

    “소인족입니다. 한결이가 알고 그 런 것은 아니겠지만 못생긴 것이 고 블린 같다고 해서 암호명 고블린으 로 부르고 있습니다.”

    강철진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고블린은 20명씩 무리 지어 돌아 다닙니다. 기본 방어구로 갑옷과 방 패를 착용합니다. 소총탄까지는 막 을 수 있도록 특수한 처리가 되어

    있는 걸로 압니다. 창병과 검병 그 리고 궁수가 기본 편재입니다.”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네요.”

    “초인 같은 못 믿을 것은 그냥 넘 겨도 적의 군사력 정보는 그냥 넘기 지 않습니다.”

    “그 말이 아닙니다. 강철진 씨의 말이 맞다면 다른 세계의 정보를 너 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이상해서 그럽니다.”

    강철진도 이성진과 똑같은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저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알려 주지 않았습니 다.”

    또한 명령대로 해야 하는 군인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저씨! 저것 봐요!”

    강철진과 이야기하면서도 성을 주 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결이가 왜 저것 보라고 소리쳤는지 알 수 있었 다. 중앙에 있는 탑에서 빛나는 공 같은 것을 쏘아 올렸다.

    빛나는 공은 한참 올라가더니 멈췄 다. 그리고 조금씩 작아졌다. 하지만 작아지는 대신 하늘을 우윳빛 막으 로 뒤덮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저것도 알고 있나요?”

    “아니요. 저건 모릅니다.”

    이성진의 감각이 경고하기 시작했 다. 위험한 것 같았다.

    “유리를 업으세요. 제가 한결이를 안을게요.”

    “네.”

    강철진은 이성진의 말에 두말하지 않고 따랐다. 배낭을 메고 총을 챙 긴 다음 한결이를 안았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똘아 따라와!”

    “컹컹!”

    힘이 강해서 그런지 땅을 박차는 다리의 힘도 강했다. 꽤 빠른 속도

    로 달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곧 강 철진이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이성진 씨! 조금만 천천히 가요!” 강철진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슷 한 속도로 달리던 이성진이 지치지 도 않고 빨라지자 소리친 것이다.

    “아! 미안합니다.”

    이성진이 속도를 늦추자 강철진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궁금한 듯 물었 다.

    “갑자기 속도가 빨라졌어요.”

    “몸이 가벼워지면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가벼워지는 것 같아서 실험 좀 해 봤습니다.”

    강철진은 입을 다물었다. 이성진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한 가지 능 력만 뛰어나도 되는데 이성진은 여 러 가지 능력을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두려움도 같이 몰려왔다. 이성진이 너무 많은 것을 가졌기 때 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강철진 은 고개를 흔들며 이상한 생각을 떨 쳐 냈다. 지금은 이성진의 뒤를 따 라 달리기도 힘들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달렸다. 계속 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 O 으 ’’

    —=7*

    강철진이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쓰

    러지면서도 유리는 땅에 부딪히지 않게 몸을 돌렸다.

    강철진이 쓰러지는 소리에 이성진 이 멈췄다. 이성진 역시 슬슬 힘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배 가 고픕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

    “사실 저도 조금 배가 고프기 시작 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하지만 움직 이지도 못할 정도로 배가 고프다는 것은 이상했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요.

    저쪽 나무 아래까지 가서 쉬도록 하 죠.”

    “네.”

    강철진은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

    “ O 으 ’’

    —• —f •

    “왜 그래요?”

    “이상하게 몸에 힘이 없어요. 말하 는 것도 이제 힘들어……요……

    “잠시만요!”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 이 들었다. 한결이를 내려놓고 배낭 에서 바로 에너지 바를 꺼냈다. 그 리고 1개를 바로 강철진의 입에 넣 어 줬다.

    조금 전까지 움직일 힘도 없던 사 람이 에너지 바를 대충 씹어서 삼켰 다.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아서 하 나 더 줬다.

    이번에는 팔을 들어 에너지 바를 받아서 먹었다. 10개를 먹고 나서야 강철진은 일어설 수 있었다.

    “아무래도 능력을 사용하면 대가가 필요한 것 같군요.”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이성진 씨는 아무렇지 않으세요?”

    “저는 그냥 이거 하나만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에너지 베 1개를 먹자 몸에서 힘 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모르니까 오늘은 저 나무 밑 에서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1시간 내내 쉬지 않고 달렸다. 거 제시는 이제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 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알겠습니다.”

    강철진이 일어나 유리를 업었다. 그런데 한결이는 이성진에게 안기지 않고 똘이에게 다가갔다.

    “똘아 너 진짜 잘 달린다.”

    “ 컹!”

    한결이의 말에 깨닫는 것이 있었 다. 똘이도 한 시간 내내 뒤처지지 않고 달렸다.

    똘이에게 다가갔다.

    “똘아. 너도 배고프냐?”

    “컹컹컹컹!”

    왜 이제 물어보냐는 듯한 눈빛을 하고 짖었다.

    왜 몰랐을까!

    처음부터 똘이는 평범한 강아지가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말을 알아듣 는다 해도 너무 잘 알아들었다.

    그냥 잘 따라와서 그런가 싶었다. 아니 너무 익숙하게 옆에 붙어 있어 서 아무 생각 없이 넘겼을 수도 있 었다.

    익숙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것 을 알게 되자 등에서 소름이 올라왔

    다. 똘이의 능력이 아닐까 싶었다.

    SAS 대원으로 작전할 때 아무리 익숙한 동료라 해도 살피는 것을 잊 지 않았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적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컹! 컹!”

    똘이는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냐는 듯 짖었다. 고개를 흔들며 똘이의 관한 이상한 생각을 떨쳐 버렸다. 그리고 완전한 동료로 만들기로 생 각했다.

    어느 순간에도 등을 맡길 수 있는 그런 동료로.

    그렇게 하려면 첫 번째로 할 일은 칭찬과 보상이었다.

    “고생했다. 내가 너무 신경 안 썼 네.”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아 똘이 의 머리와 목덜미를 만져 줬다. 그 리고 에너지 바를 뜯어 똘이가 먹기 좋게 조금씩 떼어 줬다.

    똘이는 몇 번 씹지도 않고 바로 삼켰다.

    “모자라면 더 줄 테니까 더 먹고 싶으면 말해.”

    “ 컹!”

    이놈 확실하게 말을 알아듣는다. 옆에서 한결이가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강철진과 유리 역시 같은 표정이었다.

    “천천히 먹어라.”

    에너지 바 하나를 더 뜯었다. 꼬리 가 마구 움직이는 것을 보니 좋아하 는 것이 분명했다. 아직은 원초적인 본능이 더 강한 것 같았다.

    2개째 에너지 바를 다 먹었다. 그 러자 똘이가 한쪽 발을 턱하고 올리 더니 짖었다.

    “커엉! 컹!”

    “더 달라고?”

    “커엉!”

    이놈 애교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귀 여운 모습이긴 했다. 하지만 더 줄 수 없다.

    “똘이 너 그냥 더 먹고 싶어서 그

    런 거야? 아니면 진짜 배가 고파서 그런 거야? 진짜 배가 고프다면 더 줄게.”

    진짜 배가 고프냐고 물을 때 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 눈치 빠른 똘 이라면 알아들을 것이다.

    “끼 잉.”

    “그냥 안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 야. 지금 다 먹으면 나중에 못 먹거 든. 똘이 내일은 굶을래?”

    “끼 잉.”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을 보니 확실 하게 알아들었다. 두 손을 내밀어 똘이의 고개를 들게 한 다음 눈을 마주쳤다.

    “이제부터 똘이 너는 내 동료야. 서로 도우면서 서울까지 가자.”

    그동안 똘이에게 도움 받은 것을 생각하며 신뢰할 수 있는 동료라는 것을 눈빛에 담았다. 진심이었다.

    “컹! 컹!”

    똘이는 다른 것은 모르지만, 이성 진이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됐다는 것 은 확실하게 알았다.

    주인이었던 선장을 잃고 이성진을 주인으로 택했다. 혼자 남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똘이는 자신이 의지하는 대상과 더는 헤어지는 것 이 싫었다.

    첫 번째 헤어짐은 항상 핥아 주던

    엄마였다. 두 번째 헤어짐은 엄마와 자신을 돌봐 주던 주인 아줌마였다. 세 번째가 선장님이었다.

    사실 세 번째가 가장 두려웠다. 아 빠라고 부르라고 했던 선장님이 움 직이지 않고 혼자 남아 굶주리고 있 었다.

    그때 헤매다가 이성진을 만났다.

    “자식.”

    이성진의 손길을 느끼면서 똘이는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 의 말을 알아듣는다. 하지만 뜻보다 는 행동이나 감정을 느끼고 거기에 따르는 것이 많았다.

    하나씩 익혀 나가는 중이었다. 똘

    이는 기분이 더 좋아졌다. 꼬리가 자동으로 흔들렸다.

    지금 똘이가 가장 기분 좋은 이유 는 주인인 이성진이 자신과 교감하 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성진을 좋아하는 것만큼 이성진도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 같 았다.

    “참. 한결이도 하나 먹어라.”

    에너지 바를 한결이나 유리만 빼고 줄 수 없었다. 아직 다른 식량이 여 유가 있었다.

    “이건 유리 거.”

    에너지 베 1개를 더 꺼내 흔들자 유리가 달려왔다.

    “감사합니다!”

    한결이와 유리는 에너지 바를 받더 니 꾸벅 인사했다. 평소에도 예절 교육을 잘 받은 것 같았다.

    그런데 한결이가 에너지 바를 조금 떼어내더니 똘이 앞으로 다가갔다.

    “똘이야 먹어.”

    한결이는 더 먹고 싶은데 못 먹은 똘이가 안타까웠다. 물을 뜨러 갈 때도 같이 가고 자신 대신 유리를 달래 주며 같이 놀아줬다. 그래서 똘이에게 무언가 챙겨 주고 싶었다.

    “왜 안 먹어?”

    똘이가 고개를 팩하고 돌렸다. 그 러자 한결이가 고개 돌린 방향으로

    에너지 바를 내밀었다.

    똘이는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아저씨! 똘이가 안 먹어요?”

    “그래?”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더 달라던 놈이 왜 안 먹을까 생각하다가 혹시나 싶어 말 했다.

    “똘이야 먹어.”

    “왕!”

    “으왓!”

    똘이가 갑자기 눈을 뜨더니 전광석 화란 말처럼 한결이의 손에 들린 에 너지 바를 물었다. 한결이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찌었다.

    “하하. 한결아. 똘이는 이성진 아저 씨 명령만 듣는 것 같다.”

    강철진은 똘이를 더 신기하게 생각 하며 다가왔다. 그리고 똘이를 쓰다 듬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 다.

    똘이가 잽싸게 옆으로 피했기 때문 이었다.

    “크르르.”

    똘이가 알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에게 정말 귀여움 받을 짓만 하고 있었다.

    주인의 명령을 받지 않고는 먹지도 않으며 외부인의 손길도 거부한다. 군대에서 훈련하는 수색견보다 뛰어

    났다.

    SAS 특수부대 출신인 이성진의 눈 에는 더 사랑스럽게 보였다.

    “똘이야!”

    시험 삼아 불렀다. 그러자 똘이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이빨을 집어넣 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왔 다.

    “그래. 착하다.”

    머리부터 시작해 몸까지 다 쓰다듬 어 주며 칭찬했다. 강철진과 한결이 그리고 유리의 부러운 눈길이 느껴 졌다.

    “강철진 씨.”

    “네.”

    “강철진 씨가 보기에 저것이 하늘 을 다 뒤덮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강철진은 이성진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우윳빛 막은 지금도 천천 히 퍼지고 있었다.

    “저 정도 규모와 속도라면 거제도 를 다 뒤덮으려면 아무래도 최소 48시간은 걸릴 것 같아요.”

    강철진은 저 우윳빛 막이 거제도를 다 덮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거제도를 다 덮으려면 면적이 넓어 진다. 시간이 더 걸린다고 생각했을 때 48시간을 예상했다.

    “그러면 최대 24시간 안에 기지에

    가야겠군요.”

    강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진 의 말대로 24시간 안에 가야 했다. 저 우윳빛 막이 거제도를 뒤덮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절대 평범한 막은 아니다. 평범한 막을 저렇게 펼치지는 않을 테니까.

    “다시 한 번 경로를 확인하죠.”

    이성진이 지도를 꺼냈다. 현재 위 치와 거제시의 위치 그리고 장목면 군 기지의 위치를 확인했다.

    “거제시 근처까지 3시간 안에 가서 그곳에서 30분 휴식 후에 외곽을 돌아서 장목면으로 갔으면 합니다. 외곽 길은 다닐 만한가요?”

    “크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강철진은 지금 생긴 힘이라면 충분 히 어렵지 않게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거제시의 사람들과는 마주 치지 않았으면 해서 외곽으로 가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강철진도 이성진의 의도가 무엇인 지 알고 있다. 거제시의 생존자들과 마주치면 시간을 지체하기 때문이었 다.

    “저기 그런데 이번에는 안 달려갑 니까?”

    강철진은 조금 전처럼 달리면 1시

    간 안에 거제시 외곽에 도착할 것 같은데 이성진이 3시간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묻고 있었다.

    “네.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갈 겁니다. 또 달렸다가 쓰러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초인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 실하지 않아요.”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에 너지 바로 해결할 수 없을지 모른 다. 아무래도 몸이 가지고 있는 영 양소를 사용해 힘을 내는 것 같았 다.

    강철진은 1시간 쉬지 않고 빠르게

    달린 후 아예 못 움직일 정도였다. 고열량인 에너지 바를 먹었다고 하 지만 부족할지도 모른다.

    “알겠어요. 기지에 가면 기본 자료 는 다 있으니까 그곳에서 자료를 찾 아보겠습니다.”

    강철진은 이성진의 예리한 판단력 에 속으로 감탄했다. 서류와 파일로 만 정보를 얻어 검토하고 판단하는 것과 현장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서 로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렇게 바로 적용할 수 없었 다. 비교하고 결과가 나와 있는 것 만 봐 왔으니까.

    “바로 출발하시죠. 사용하실 줄은 아시죠?”

    출발하자고 말하면서 K2 소총 하 나를 강철진에게 줬다. 탄창에는 30 발이 꽉 차 있었다.

    “물론입니다. 1년에 2번 사격 훈련 받습니다. 참고로 만발입니다.”

    만발이란 사격했을 때 과녁판을 모 두 맞추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 과녁판은 멈춰 있다. 총을 잘 멘 다 음 강철진은 유리를 손짓해 불렀다.

    “유리야! 아빠에게 업혀라.”

    유리가 강철진에게 달려왔다. 그리 고 폴짝 뛰어서 강철진의 등에 업혔 다.

    “한결이는 아저씨에게 안기자.”

    “그냥 걸어갈래요.”

    “힘들 텐데?”

    “힘들면 말할게요.”

    한결이는 자신의 힘으로 걷고 싶어 했다. 강철진이 한결이에게 뭐라 하 려 하는 것 같았다. 살짝 손을 들어 막았다.

    “한결이가 나 힘들까 봐 그렇게 생 각해 주는구나. 고맙다. 하지만 정말 못 견디겠으면 말해야 한다. 한결이 가 체력이 남아 있어야 아저씨하고 아빠가 힘들지 않아.”

    한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한결이의 자존심을 지켜 줘야 했다.

    “좋아! 빠르게 걸을 거다. 잘 따라 와라. 똘이야!”

    “컹! 컹!”

    똘이가 먼저 앞장섰다. 그 뒤를 빠 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1시간쯤 걸었을까. 한결이가 땀을 뻘뻘 홀리며 뒤로 쳐졌다. 속도를 줄이며 한결이 옆으로 갔다.

    “손잡아라.”

    “더 갈 수 있어요.”

    “그러다 쓰러지면 더 안 좋아. 체 력이 회복되면 다시 걸으면 된다. 그렇게 반복하면 체력이 좋아져. 지 금 너는 한계까지 걸었다.”

    한결이는 손을 내밀었다. 이성진의

    말을 믿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성 진이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몸을 단련하고 체력을 기르 려는 것을.

    “웃차.”

    “어어?”

    그냥 손만 잡고 끌어 주는 줄 알 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몸이 붕 뜨 더니 이성진에게 안겼다.

    “다 큰 녀석이 안겨서 가니까 부끄 럽 냐?”

    “네•…"

    “괜찮아!”

    한결이는 이성진이 불편하지 않도

    록 몸을 밀착시켰다.

    “어떻게 하면 아저씨처럼 근육을 가질 수 있어요?”

    “ 나?”

    “네.”

    근육이 있어도 15년 전처럼 온몸 이 근육은 아니었다. 그런데 한결이 가 가슴 부근을 만지며 말하자 이상 한 것이 느껴졌다.

    “강철진 씨. 잠시만 쉬어 가겠습니 다.”

    앞서가던 강철진이 멈췄다. 똘이는 뒤돌아 달려왔다. 귀도 밝아요.

    개니까 당연한가?

    “무슨 일 있습니까?”

    “아니요. 한결이도 조금 쉬고 저도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 네.”

    한결이를 내려놓고 몸을 돌려서 상 의를 들어 올렸다.

    “복근이네.”

    무인도에 있을 때만 해도 약간 배 가 나왔었다. 지금은 쏙 들어갔다. 11자 복근을 넘어선 왕(王)자 복근 이 보였다.

    바지와 벨트를 고무줄처럼 늘어나 는 신축성으로 착용했다. 그러니 배 가 들어가도 바지가 안 홀러내렸다.

    “이것 참……

    한 명 더 확인해 보면 확실할 것

    같았다.

    “강철진 씨. 혹시 살이 갑자기 빠 졌거나 근육이 생기지 않았나요?”

    “저요?”

    “네. 확인해 보세요.”

    강철진은 이성진이 상의를 들어 올 리는 것을 봤었다. 그래서 자신도 상의를 들어 올렸다.

    “뱃살이 조금 들어가기는 했는데 큰 차이는 없어요.”

    옷에 가려 있어 몰랐는데 배가 좀 많이 나왔다.

    “이성진 씨는 근육이 생긴 겁니 까?”

    “네.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거든요.”

    아무리 힘들게 무인도를 탈출해 매 물도를 거쳐 거제도까지 왔다 해도 이런 근육이 생길 수는 없었다.

    “강철진 씨. 초인이 되는 정보, 그 러니까 무슨 간섭현상이라고 하셨 죠?”

    “마나 간섭현상이요.”

    “그것에 관한 자료도 기지에 있을 까요?”

    “있을 겁니다.”

    기지에서 꼭 확인해야 할 것 같았 다. 절대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감 각이 위험하다고 경고하지 않는 것 만으로 안심할 수 없었다.

    감각은 항상 외부의 위험만 경고했

    다.

    바로 지금처럼 찌르르하고 울린다.

    “크르르.”

    똘이도 무언가 느낀 것 같았다.

    “똘이야! 강철진 씨. 이쪽으로.”

    도로 옆의 쓰러진 풀들 사이로 뛰 었다. 똘이가 달려오고 강철진은 유 리를 안고 달려왔다. 한결이는 바로 옆에 있어 바로 같이 뛰었다.

    풀들 사이로 들어가 엎드렸다.

    “아빠 왜‘?”

    “쉿. 유리야 조용히 해야 해.”

    강철진은 이성진의 표정이 굳어 있 는 것을 보고 유리에게 조용히 하라 고 했다. 유리는 두 손으로 입을 막

    고 고개를 끄덕였다.

    “키엑! 킥! 킥!”

    다수의 군인이 움직이는 발소리처 럼 척척 규칙적인 소리와 함께 괴상 한 소리가 들렸다.

    소인족 그러니까 암호명 고블린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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