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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256화 (완결) (255/256)

<256화>

“뭐?!”

호양이가 놀라 경악을 했다. 그가 벌벌 떨면서 손가락질을 했다.

“무, 무슨 말입니까! 호랑이가 인간이랑 결혼을 하겠다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쪽처럼 나약한 호랑이보다는 훨씬 낫지요.”

“하지만 당신은 호랑이잖아요! 인간과 호랑이가 어떻게 결혼을……!”

“흐음. 사람 형태가 되면 되는 것이지요?”

신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너진 옆방으로 향했다. 옆방에는 몇 가지 약재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 중에는 쑥과 마늘이 있었다.

신부가 그 자리에 앉아 쑥과 마늘을 주워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커다란 덩치가 줄어들고, 흰 털이 슴풍슴풍 빠져나갔다.

잠시 후, 그곳에는 인간 형상을 한 여자가 있었다. 상당히 아름다운 여자로, 흰 꼬리와 귀가 없었다면 그냥 평범한 인간으로 보였다.

“자, 이러면 어떻습니까? 서강림, 당신의 신부가 될 자격은 충분하겠죠?”

신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서강림은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당신이 인간 모습이 된다 한들, 그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왜죠?”

“제게는 연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영원한 연인, 신수아가 있었다. 그녀 외의 다른 사람과는 혼례를 치를 마음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연인이 있다는 말에도 신부는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그 상대와 결혼은 안 한 거잖아요? 그리고 그대는 신부의 방까지 도달했죠. 자격은 충분…….”

“자격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신부의 말허리를 잘랐다.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신수아였다.

한바탕 날뛰고 온 듯 그녀의 몸 곳곳에는 작은 생채기가 있었다. 그녀가 저렇게 다쳤다면 다른 호랑이는 어떤 꼴이 났을지 안 봐도 뻔했다.

“지금 강림 씨랑 결혼하겠다고 한 건가요?”

신부는 순간 신수아의 기운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살기와 패기가 호제왕 못지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신부가 신수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전 서강림에게 시집갈 거예요.”

“그에게 애인이 있는데도요?”

“원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그런 건 아무 소용이 없어요. 힘으로 쟁취하면 그만이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신부는 정확히 자신이 뭘 실수했는지는 몰라도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신수아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에 온몸의 털이 빳빳하게 설 지경이었으니까.

“좋은 말이네요. 힘으로 쟁취하면 된다는 말.”

신수아가 옆구리에 찬 검을 꺼내 들었다. 이제까지는 맨손으로 상대를 해왔지만, 지금은 진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흉흉한 녹색 눈동자로 신부를 응시하며 말했다.

“서강림 씨의 신부 자격을 두고 한번 붙어보죠.”

신부는 그제야 눈앞의 이 사람이 서강림의 연인임을 눈치챘다. 하지만 신부 역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호양이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또한 서강림이라는 인간에게 흥미가 생긴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때, 서강림이 다급히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아니, 저는 저 호랑이와 결혼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니 괜히 싸우지 않아도…….”

“강림 씨.”

신수아가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가 서강림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강림 씨가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건가요?”

만약 어떤 놈팽이가 신수아와 결혼하겠다고 달려들었다면?

그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제대로 된 놈이 아닌 이상, 곤죽을 만들어서 내쫓을 마음이 가득했다.

신수아도 같은 마음일 것을 알기에 서강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리는 대신 저물대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신수아 씨. 그러면 이걸 사용해주세요. 이게 더 유리할 겁니다.”

그가 건넨 것은 검 한 자루였다. 그것을 받아 든 신수아가 놀란 눈이 되어 물었다.

“이건 대체 뭐죠?”

“선물로 드리려고 만들었던 건데, 지금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흰 칼날이 예사롭지 않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신수아가 그 검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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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삼인검

[등급] 용일품(龍一品)

[설명] 호랑이의 기운이 가장 강한 인월, 인일, 인시에 만들어진 검. 특수한 재료를 사용하여 일반 삼인검보다 강도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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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기운이 강한 날 만들어지는 삼인검. 그 검을 보던 신수아는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혹시 강림 씨, 이걸 만드느라 대장간에 자주 있었던 건가요?”

“네. 재료를 모으느라 혼자 사냥을 좀 자주 갔었고……. 신수아 씨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가 요즘 들어 혼자 있던 이유를 알게 되자, 신수아의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이런 검까지 받은 이상,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신수아가 검 자루를 쥐자 신부 역시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한마디의 말도 없이, 검 두 자루가 날카롭게 맞부딪쳤다.

-캉, 카강, 캉!

날카로운 금속음이 귀를 찢을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엉겨 붙어 싸우는 듯한 형국이 되었다.

쇄도가 몰아닥칠 때마다 신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서강림은 강한 인간이었지만, 신수아 역시 그에 비견할 만큼 강한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그녀는 인간이었고, 신부는 호랑이였다. 게다가 이곳은 호제왕의 신역이었다.

[‘호랑이’의 속성을 갖춘 자의 능력이 상승합니다!]

짐승은 제 영역에서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이곳은 호제왕의 신역. 호랑이인 신부의 힘이 배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은 비등비등한 싸움이었지만 결국 호랑이인 신부에게 기세가 기울 것이 분명했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건만.

‘어째서, 어째서 이 인간의 검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지……?!’

그때, 신부는 신수아가 들고 있는 검을 보았다. 거기에서는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삼인검인가……!’

인월, 인일, 인시에 만들어진 삼인검은 호랑이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때문에 호제왕의 신역에서 그 성능이 배가 되는 중이었다.

아니, 그러나 뭔가가 이상했다.

‘내가 쓰고 있는 건 사인검이라 더욱 강할 텐데……!’

분명 자신의 검이 한 단계 더 높을 텐데. 신수아가 휘두르는 검은 너무나도 날카롭고, 빠르고, 거칠었다.

검을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신부가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부만이 호랑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호제왕의 신역에서 ‘신수아’의 능력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호랑이띠였으나, 보통의 호랑이띠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인년, 인월, 인일, 인시에 태어난 인간. 그게 바로 신수아였다.

온 삶이 맹수의 기운으로 벼려져 있었다. 그녀 자체가 사인검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신수아가 다루는 삼인검은 이제 칠인검이나 마찬가지였다.

-카가강!

그때, 신부가 들고 있던 검이 두 동강이 나며 바닥에 푹 내리꽂혔다. 신수아가 검 끝으로 신부를 겨누었다.

“더 싸우겠어요?”

이 이상 반항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무너트리겠다는 의지가 가득 배어 있는 목소리였다.

신부는 자신이 맹수라고 생각했지만, 신수아의 앞에서는 한 마리 아기 호랑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패배를 인정하겠어요. 서강림의 신부 자리를 포기……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신부는 호양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굳게 다짐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호양이 님과 결혼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남의 힘에 기대서 청혼하고 싶지 않습니다.”

호양이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저도 부끄러움이라는 걸 아는 호랑이입니다. 이런 식으로 결혼 성사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 양가 어른들에게 말씀드려서…….”

“그렇지만 전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공방전 날짜를 다시 잡죠. 그때는 제 힘으로 이기겠습니다.”

호양이의 반응에 신부는 다소 놀란 기색이었다.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호랑이는 이빨이 빠져도 호랑이라고, 호양이 역시 맹수는 맹수인 모양이었다.

두 호랑이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파된 방을 빠져나갔다. 문제가 해결된 듯하여 서강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문제가 잘 풀린 것 같네요. 신수아 씨 덕분입니다.”

“제가 강림 씨 애인인데 당연히 막아야죠.”

애인이라는 말에 서강림은 조금 놀란 눈이 되었다. 물론 사귀고 있는 사이이긴 하지만, 이렇게 그녀가 대놓고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놀란 서강림과 달리 신수아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서강림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삼인검이라니……. 이런 선물을 줄 거라고 예상도 못 했어요.”

“……사실 삼인검 외로 다른 것도 준비를 했었습니다. 언제 드릴지 타이밍을 못 잡고 있었지만, 지금이 적기인 것 같네요.”

서강림이 저물대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작은 상자였다. 뚜껑을 여니 그 안에는 백금으로 된 반지가 한 쌍 들어 있었다.

섬세하고 화려한 세공이 들어간 반지. 그 반지를 본 순간 신수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예전부터 생각했습니다. 신수아 씨랑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하지만…….”

그가 천천히 반지를 꺼내 들었다. 오래전부터 준비해 놓은 반지였다.

“……제가 이걸 드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불운한 삶을 살아왔다. 숙명이 사라진 뒤, 그에게 드리워진 불운한 운명도 사그라졌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운명을, 사주를, 팔자를 믿고 있으니까. 믿음이 힘을 주는 이 세계에서 서강림의 운명이란 너무나도 불안정한 것이었다.

그런 자신이 신수아와 결혼을 해도 되는 것일까. 그가 망설이던 그때, 신수아가 말했다.

“왜 자격이 없나요?”

“제가 너무 모자란 사람이라서.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불운한 숙명이 찾아올 것 같아서…….”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숙명 따위, 강림 씨가 박살 냈잖아요?”

신수아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손을 잡아,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또다시 숙명이 우릴 찾아오면, 싸워서 다시 없애버리면 될 뿐이에요. 그리고 그 곁에 제가 있으면 좋겠어요.”

“…….”

“같이 이 삶을 살아가요, 강림 씨.”

신수아가 가만히 미소 지었다. 만월 아래에서 그녀의 미소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빨리 제게 말해주세요. 하려던 말이 뭐였나요?”

운명보다 강인한 미소 앞에서 서강림이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가 나머지 반지를 신수아의 약지에 끼워주며, 작게 속삭였다.

“……신수아 씨, 결혼해주세요.”

그녀가 서강림의 손을 꼭 잡았다. 한 쌍의 반지가 빛나는 가운데 신수아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네. 기꺼이요.”

* * *

화창한 날씨였다. 야외 결혼식장은 온갖 꽃과 레이스 장식으로 꾸며진 상태였다.

그 아래에 흰 턱시도를 입은 서강림과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수아가 서 있었다.

하객석 사이로는 익숙한 얼굴들이 잔뜩 보였다. 비호문 일행들을 비롯해 시민 보호국의 동료들, 그리고 이제까지 함께 해온 모든 사람들이.

서강림은 이제까지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옆에 서서 환히 웃는 신수아를 본 순간, 그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들과 친구, 동료, 연인이 옆에 있었으니까.

당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 그 모든 고난을 겪어야 한다면, 다시 한번 이 생을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강림은 신수아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를.

“그러고보니 예물을 미리 드렸네요. 삼인검은 원래 예물 교환식 때 드리려고 했는데.”

그 말에 신수아는 작게 웃었다. 예물이 검이라니. 독특하지만 두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물건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삼인검이 예물이었나요?”

“예물인 셈이기도 하고, 약속……이기도 한 셈입니다.”

“약속이라면요?”

“삼인검은 매년, 사인검은 12년에 한 번만 만들 수 있는 검이죠. 올해는 삼인검이지만 다음에는 사인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서강림은 부드럽게 웃으며 신수아의 손을 잡았다. 언제나 잡고 싶었던 손이었다.

“그리고 태어난 해에 맞춰서 만들려면 60년을 기다려야 하죠. 60살이 되었을 때, 딱 맞는 검을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육십갑자가 온전히 같은 해는 60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서강림은 그녀와 함께할 수십 년 뒤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 말에 신수아는 작게 웃었다. 그녀가 서강림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60살이 된 뒤에는 칼 만들어주고 헤어질 건가요? 그건 싫어요. 너무 짧아요. 100년 뒤에도 같이 하고 싶어요.”

“100년이든, 200년이든. 계속 함께할 겁니다. 우리는 서로의 신이니까요.”

서강림도 신수아를 껴안으며 웃었다. 서로가 서로의 신이며, 만신인 이상 세월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더라도 두 사람은 함께 할 것이었다.

두 사람은 청명한 햇살 아래에서 입을 맞추었다. 영원할 입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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