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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200화 (199/256)

<200화>

호위를 하고 있던 병사들과 반란군이 맞부딪치며 전투가 발발하자, 사절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퇴로가 마땅치 않은 탓에 다수가 패닉에 빠진 꼴이 영 우스꽝스러웠다.

“다, 다들 비켜! 비키지 않고 뭣 하나!”

“나를 지켜라! 저놈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해!”

소란스러운 와중, 반역자들을 바라보는 군림왕의 눈동자는 고요했다.

이런 일은 조금의 여흥도 되지 않는다는 듯이.

“역시 이날, 훼방을 놓으러 오리라 생각했다.”

하늘제처럼 궁전이 개방되는 날은 여러모로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낙원을 수호하는 하늘을 무너뜨리려는 자가 이런 날을 놓칠 리가 없다.

때문에 서강림이 습격할 것을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끝내둔 상태였다.

“전군, 반역자들을 처리하라!”

-덜컥!

군림왕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안쪽 건물에서 수백의 병사가 쏟아져 나오고, 건물 위에서도 궁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화살이 반란군들을 노리고 있었다.

군림왕이 손가락을 까딱하여 신호를 보낸 순간, 활시위가 당겨졌다.

-쐐애액!

수많은 화살이 삽시간에 반란군들을 노리고 날아왔다.

상공을 빼앗긴 이상 그들로서는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화살은 목표에 채 닿기도 전, 허공을 가격하고 튕겨 나갔다.

[이능 ‘무형 방패’가 발동됩니다!]

[이능 ‘서리 불꽃’이 발동됩니다!]

-탕, 타당!

투명한 방패와 얼음 장벽이 형성되더니 화살을 모두 튕겨 냈다.

궁사들은 자신의 공격이 무력화되었음에도 개의치 않고 두 번째 화살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니, 그들보다 뛰어난 저격수가 내부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윤봄의 눈빛이 화살처럼 빛났다.

[이능 ‘총병대’가 발동됩니다!]

-타아앙!

수십 정의 총이 상공에 소환되는가 싶더니 그대로 궁사들을 쏴 맞추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저격에 놀랄 틈도 없이 그들이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였다.

친위대 사이에 숨어 있던 윤봄의 총부리가 그대로 군림왕을 노린 찰나.

-콰지직!

군림왕이 검을 휘두르자 날아오던 총알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공격이 채 닿기도 전이었다.

그가 윤봄이 있는 곳을 노려보며 검을 치켜들었다.

“친위대 중 배신자가 있었나. 그 죄는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봄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속도가 가히 음속과도 같았다.

군림왕이 곧바로 윤봄을 반으로 가르려던 그 순간, 날카로운 바람 같은 것이 그를 덮쳤다.

-카가강!

“네가 흙과 벌레의 왕인가……!”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흑발의 사내였다.

수배지에 그려진 얼굴과는 차이가 있었으나, 그가 흙과 벌레의 왕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두려움도 없이 그저 초연하게 타오르는 눈빛.

군림왕은 그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강림은 군림왕이 휘두르는 검을 막아낸 뒤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캉, 카강, 캉!

두 사람이 검을 맞부딪칠 때마다 뇌격이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쉴 새 없이 허공을 가르며 서로의 목을 노린 채 날아오는 검은 그야말로 음속과도 같았다.

언뜻 보면 대등한 싸움 같아 보였지만 서강림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열세라는 사실을.

“소문이 자자하여 어떤 자인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도 더욱 형편없군.”

군림왕의 목소리는 그저 고요했다.

한쪽 팔은 사용하지도 않은 채, 한 손으로 서강림의 맹공을 상대하고 있었다.

마치 평가를 하는 듯한 태도 같기도 했다.

-카강!

군림왕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내던 서강림은 어느새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잠깐의 전투였을 뿐인데 상대와의 역량차가 여실했다.

어느새 공격에 받아내기보다는 회피하거나 흘려보내며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군림왕에게 철벽과도 같았다.

“네놈뿐만이 아니라 네놈이 끌고 온 무리들도 하찮기 그지없구나.”

군림왕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곳에서는 전투가 한창이었다.

장태헌이 이끄는 의적단, 그리고 서강림이 ‘시체 소환’으로 불러낸 다수의 시체들.

그만으로도 상당한 병력이었으나, 병사들의 수가 더 많았고 실력도 상당했다.

또한 병사들뿐만 아니라 왕족과 귀족 중에도 전투에 참여하는 자들이 있었다.

제 2왕자 역시 무기를 들고 전장에 뛰어들었는데, 군림왕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한 실력이었다.

그가 장태헌과 일 대 일로 겨루는 사이 제 1왕자가 반란군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천한 것들이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그래 봐야 아무 소용 없다!”

[이능 ‘고귀한 혈통’이 발동됩니다!]

[지정 대상을 선택하여, 왕족과 귀족의 능력치가 100% 증가시킵니다!]

제 1 왕자의 이능이 발동되자 병사들은 몸에 힘이 깃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릿수로도 능력으로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들이 흥분에 도취하여 적을 몰아붙이던 그때.

누군가가 검을 들고 광풍처럼 휘몰아 닥쳤다.

-카가강!

전장에 난입하여 피의 꽃을 피우는 사람은 가장 볕이 들지 않던 자리에 있던 여자.

바로 소서국의 공주였다.

소서국의 공주가 병사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하자, 사절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뭐, 뭐야?! 어째서 소서국에서……!”

“소, 소서국의 공주가 반란을 일으켰다!”

그녀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나무와 같은 고동색의 머리카락이 바람과 함께 흩날렸다.

그 사이로 비치는 신록을 품은 두 눈동자.

소서국의 공주, 신수아였다.

신수아가 소서국의 공주에게 빙의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서강림은 자신과 합류하는 대신 그곳에서 따로 세력을 키우는 방법을 제안했었다.

소서국은 약한 이종족으로 구성된 나라.

각성자의 수가 턱없이 적어, 마수들이 나라를 침략하더라도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었다.

마수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낙원국이 지나치게 많은 공물을 요구하여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었다.

고통을 받던 와중, 망국의 공주가 검을 들고 나섰다.

그녀는 가장 험한 땅으로 향해 마수들을 쓰러트리며 백성들을 수호하였다.

절망 속에서 찾아온 기적.

낙원국의 백성들이 서강림을 신봉한다면, 소서국의 백성들은 신수아를 따르고 있었다.

[‘신수아’가 충분한 인지도를 확보하여, 신격화가 진행 중입니다.]

[신명 ‘절망을 가르는 신록’이 주어집니다!]

[이능 ‘보호수의 그늘’이 발동됩니다!]

신수아가 검 한 자루를 바닥에 내리꽂자 그것은 빠르게 가지를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궁궐 한가운데에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 있었다.

나무가 성장을 마치자, 반란군들은 알 수 없는 기운이 자신에게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능 ‘보호수의 그늘’에 사용한 무기의 등급에 따라 효과가 변화합니다!]

[이능 ‘보호수의 그늘’이 발동되었습니다!]

[지정 구역 내에 있는 아군의 능력치와 회복 속도를 200% 증가시킵니다!]

국왕군이 강화된 것만큼이나 반란군 역시 능력이 상승하고 있었다.

이제는 밀릴 이유가 없다.

그녀는 고함을 내지르며 병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흙과 벌레의 왕을 보좌하라! 오늘은 낙원이 무너지는 날이다!”

“예, 공주님!”

망국의 공주가 내리는 명령에 따라 지원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원군에 왕자들마저 당황하고 있던 그때.

옆에서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소서국의 공주를 공녀로 요구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카가강!

독고준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자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들이 당혹감과 배신감이 어린 눈동자로 독고준을 노려보았다.

“마, 막내 네가 어떻게……!”

“다음 왕좌를 노리고 배신을 한 거냐!”

“흐음, 뭐 비슷하지? 그나저나 형님들…….”

독고준이 빙긋 미소를 지었으나, 눈동자에는 살벌한 광기만이 어른거렸다.

“생각보다 꽤 세네? 재미있겠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방에서 촉수들이 뻗어 나오며 왕자들을 공격했다.

그 사이로 독고준이 광인처럼 검을 휘두르며 왕자들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왕자들이 당혹하여 소리쳤다.

“증원군은 왜 오지 않지? 바깥에서도 이 상황을 파악했을 텐데……!”

그들의 말대로 외부에서 대기 중이던 병사들도 이상 사태를 확인하고 궁으로 몰려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출입구를 막아선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바로 흑의문의 문주, 이현이었다.

“서강림 그놈, 귀찮은 일을 시키는군.”

그 역시 귀족 가문의 가주 중 하나로 빙의를 한 상태였고, 이미 서강림으로부터 지시 사항을 들었다.

그의 임무는 이 안으로 아무도 들여보내지 않는 것.

이현의 검은 옷자락이 휘날릴 때마다 땅이 개벽하고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과연 왕을 자처할만하군, 흙과 벌레의 왕. 소서국의 공주부터 시작해 제 3 왕자까지 포섭하다니.”

아래와 바깥에서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는 만큼, 서강림과 군림왕 역시 쉴 새 없이 검을 겨루고 있었다.

그럼에도 군림왕의 표정에 두려움은 없었다.

약간의 흥미 정도가 있을 뿐.

“하지만 유흥은 여기까지.”

그의 눈동자에 기이한 빛이 깃들더니 마력을 실은 목소리가 넘실거렸다.

군림왕이 마력을 실어 검을 내리치자 서강림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는 곧바로 이능을 발동시키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군림왕의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왕명이다, 모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라!”

[이능 ‘제압령’이 발동됩니다!]

-쿠웅!

순식간에 궐 내에 침묵이 찾아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격렬하게 전투를 치르던 모든 인원의 움직임이 멈췄다.

적군도, 아군도 몸이 굳어 있었다.

그들은 어느새 무릎을 꿇고 군림왕의 앞에 머리를 굽히고 있었다.

“어, 어째서 몸이……!”

반란군들은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와중, 어떻게든 일어서보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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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 제압령

[등급] 신삼품(神三品)

[설명] 자신보다 낮은 등급과 계급의 대상에게 강제적인 명령을 시행할 수 있는 능력. 성역에서는 그 능력이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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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가장 우월한 존재는 군림왕, 자신이었다.

제국의 왕이 내리는 명령을 거역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터였다.

제 3 왕자인 독고준도, 망국의 공주인 신수아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또한 서강림 역시.

“흙과 벌레의 왕. 네가 이 궁궐에 잠입할 수 있었던 것이 네 의지라 생각하느냐?”

군림왕은 하찮은 벌레를 보듯이 서강림을 내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군림왕을 몰아붙이던 서강림은 어느새 다른 이들처럼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칼을 한쪽에 박은 채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으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네 놈은 늘 신출귀몰했지.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네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유도했다.”

“…….”

“하늘제는 외부인이 침입하기 쉽고, 사람들을 선동하기 쉬운 날이지. 네가 이곳에 들어올 수 있도록 내가 조금 더 경비를 약화시켰다.”

군림왕은 조용히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즉, 너는 내 손 위에서 놀아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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