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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199화 (198/256)

<199화>

소문으로 식당 안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식당에서 밥을 먹던 사내 둘이 값을 치르고 조용히 가게를 빠져나왔다.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선 뒤, 서강림과 장태헌이 덮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네.”

“형님 이제 완전 유명인인데? 반응도 꽤 괜찮고. 형님 수배지 몰래 뜯어가는 경우도 많다던데.”

단순히 서강림을 반역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신처럼 모시는 이들이 꽤 많이 늘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서강림의 얼굴이 그려진 수배지는 일종의 성물과도 같은 셈.

서강림은 골목에도 붙어 있는 수배지를 힐끗 보더니 조금 묘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나저나 수배지가 너무…… 미화된 것 같은데.”

자신의 얼굴과 닮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잘생기게 그려진 감이 있었다.

윤봄의 보고에 따르면, 독고준이 궁중 화가를 상당히 괴롭혔던 것 같다.

[지금 내 설명 제대로 들은 건가?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서강림의 눈동자는 우수에 차 있고, 갸름한 턱선과 콧날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 빵떡 같은 얼굴은 뭐지?]

그렇게 말하며 찢겨 나간 그림이 수백 장이라고 했던가.

자신에게 충성하는 건 좋지만 이쯤 되면 충성을 넘어서는 것 같았다.

미화된 자신의 얼굴이 민망했으나 장태헌은 태연했다.

“왜? 똑같던데?”

“……아니야, 됐어.”

장태헌도 자신을 너무 좋게 봐주고 있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이제 온 백성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신처럼 맹신하는 자들도 수가 상당해졌다는 것이다.

“형님,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할 거야? 이제 신수아 씨랑 합류하나?”

혼자서 힘들 텐데도, 도움 한번 요청하지 않고 세력을 키워나가는 신수아였다.

무불 통신을 통해 연락은 하지만, 실제로 마주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응. 신수아 씨와도 곧 합류할 거야. 그리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돼.”

왕을 쓰러트리는 계획은 세워두었다.

독고준의 시야를 공유할 때, 군림왕을 보고 그의 사주창도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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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군림왕

[등급] 신삼품(神三品)

[신명] 낙원을 수호하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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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를 확인해보니, 역시 오랫동안 왕위를 유지할 만큼의 강자였다.

등급도 신삼품에 능력치 역시 모두 90을 넘어가고 있었다.

거기에 수호신의 위력을 생각하면, 여기에서 얼마나 더 강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눈에 띄던 것은 상태 이상 항목.

군림왕이 걸린 상태 이상을 보고, 서강림은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잠입해서 왕을 암살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너무 수수해.”

대마경 공략은 기본이고, 여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려 인지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이 나라, 그리고 다른 나라까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일화가 필요했다.

조금 더 공을 들여, 백성들의 뇌리에 오래 남을 신화를 써 내려가야만 했다.

그 말에 장태헌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화려하게 가야지.”

서강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무대는 모두 준비되었고, 개막일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늘제.

그때만큼이나 나라가 무너지기 좋은 날도 없었다.

* * *

하늘제 당일,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낙원을 수호하는 하늘에게 걸맞은 날씨였다.

궁전 내에는 끊임없이 악단의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지고, 꽃가루가 흩날리고 있었다.

“소서국에서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이쪽은 자인국에서 보내온 비단입니다.”

사절단을 태운 화려한 마차가 줄을 지어 궁전으로 들어오고, 짐마차에는 수많은 공물이 실린 채였다.

들어오는 마차가 어찌나 많은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궁전 내는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였으나, 바깥은 상황이 달랐다.

상민과 평민, 노예들은 이 축제에 낄 수 없었다.

모두가 피골이 상접한 채로, 증오와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궁전을 응시하고 있을 뿐.

그러나 그 시선을 왕족과 귀족들이 알 리가 없었다.

“올해는 하늘제가 더욱 화려한 것 같군요. 역시 낙원국답습니다.”

“정말 굉장합니다.”

사절들이 화려하게 꾸며진 내부를 보며 감탄했다.

왕족들은 평소보다 더욱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를 걸친 채였다.

그중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옷을 걸친 자는 군림왕이었다.

그가 앉은 옥좌는 끝도 없이 높은 제단 위에 놓여 있었다.

군림왕은 마치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는 왕자들이 앉아 있었는데, 제 3 왕자인 독고준 역시 평소보다도 더욱 호화로운 의상을 입고 있었다.

“작년보다도 훨씬 하늘제가 크게 열렸구나. 막내가 공물을 더 걷으라고 했다지.”

옆에 있던 제 1 왕자가 독고준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말했다.

독고준은 말없이 그저 싱긋 웃었다.

그런 와중 제 2 왕자가 사절단 쪽을 보며 말했다.

어딘가 모르게 들뜬 기색이었다.

“형님, 소서국에서 공주가 왔던데 미모가 상당하더군요. 공녀로 요청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소서국의 공주? ……그렇군. 상당한 미색이다.”

가장 끝자락,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앉은 여자가 보였다.

왕족이라고는 하지만 약소국의 공주였기에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와 태도에서 흘러나오는 품위는 누구라도 한 번쯤 시선을 줄 법한 것이었다.

독고준은 역시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소서국의 공주를 응시하였다.

그러나 그는 감탄하기는커녕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는 모양새였다.

그 모습에 제 1왕자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막내야, 왜 웃느냐?”

“글쎄요, 소서국의 공주를 취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어서요.”

“낙원의 명령인데 저들이 거절할 수가 있겠느냐. 어차피 우리 손 안에 있는 보호국이거늘.”

소서국은 낙원의 지배를 받는 보호국 중 하나였다.

낙원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위치이니, 공녀로 공주를 보내라 한들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독고준은 입술을 비틀며 웃더니 말을 돌렸다.

“아, 형님들. 곧 연회가 시작되려는 듯합니다.”

독고준이 그렇게 말을 돌리자 왕자들도 홀 쪽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악단이 연주를 하고, 무희들이 현란한 춤을 추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주위로는 산해진미가 가득하고, 웃음 소리만 울려 퍼지니 그야말로 낙원이 따로 없었다.

“다음은 광대들이 준비한 공연입니다! 가무와 함께 신화를 연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희들이 물러난 자리에 가면을 쓴 광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색색의 옷을 입은 채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 와중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가 가볍게 인사를 올리는 것이 보였다.

상당히 큰 키에, 역시나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은 볼 수 없었으나 이 광대들의 우두머리 같았다.

그는 인사를 끝낸 뒤 곧바로 입을 열었다.

“오랜 옛날, 낙원을 수호하는 하늘께서는 가장 영민하고 뛰어난 자들이 있는 나라를 찾아 헤매던 중. 이 낙원국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연극의 시작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낙원국의 역사로 시작되었다.

뒤편에 있던 광대들은 각자 왕족으로 분장을 한 채, 춤과 연기를 곁들여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춤을 추는 동작이 제법 현란했다.

“낙원을 수호하는 하늘은 가장 고귀한 자들에게 뛰어난 이능을 선물해주셨고, 상민과 평민, 노예들은 그들을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가르치셨죠.”

허름한 복장을 한 자들이 무너지듯 춤사위를 보였다.

귀빈석에 앉은 이들은 그저 즐거운 얼굴이었다.

술과 산해진미, 유흥과 향락이 가득한 낙원에서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 사이 광대들의 춤사위가 더욱 현란해지고 있었다.

“군림왕께서 왕위에 오르신 뒤, 낙원국은 더욱 발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곳을 가득 채운 비단과 보석, 금과 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왕의 역할을 맡은 자가 한 바퀴를 빙 돌며 주위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사방이 금과 은으로 번쩍이고, 화려한 꽃과 싱그러운 과일이 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악단의 연주가 어지러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가 말을 이어 갔다.

“이 낙원을 위해 노예들과 평민들, 상민들이 헌신했습니다. 채찍질을 맞아가고, 굶주리면서도 반항하지 못했습니다. 그랬다가는 곧 죽을 테니까요.”

즐겁게 공연을 보던 이들의 얼굴이 조금씩 묘해지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아랫것들 이야기를 하고 있단 말인가?

연출인가 싶어 웅성거리는 가운데 광대는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은 아십니까? 낙원을 수호하는 하늘의 신화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 그것은…….”

그가 말꼬리를 흐리는 것과 동시에 하늘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마치 별이 뜬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분명 훤한 대낮이었다.

“이 나라의 패단이 극에 달할 때. 흙과 벌레의 왕이 나타나, 하늘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이능 ‘유성탄’이 발동됩니다!]

광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에서 유성이 쏟아지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왕좌에 앉아 있던 군림왕은 갑작스러운 사태에도 놀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때, 군림왕이 소리를 쳤다.

“주술사들은 상공의 공격에 대비하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방에서 대기 중이던 각성자들이 이능을 발동시켰다.

궁전을 감싸는 투명한 돔이 생기는가 싶더니 유성탄을 막아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의 이능은 약했지만 여럿이 모이자 강력한 보호막이 생성되고 있었다.

-콰과광!

유성탄은 모두 막을 수 있었지만 보호막에는 실금이 잔뜩 간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곧 보호막이 깨질 것처럼 보였다.

그때, 누군가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경악하며 소리쳤다.

“거, 검은 용이다!”

“흙과 벌레의 왕이 기른다는 용이야……!”

상공에는 유성탄 외에도 검붉은 용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요롱이였다.

강력한 화염이 보호막을 녹일 듯 퍼붓고 있는 사이, 지상에서도 본격적인 전투가 발발하고 있었다.

어느새 광대들은 가면을 벗고 있었다.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장태헌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가 이끄는 의적단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모두가 알고 있는 얼굴이 있었다.

서강림, 그가 어느새 가면을 벗고 왕좌의 맞은편 기둥 위에 서 있었다.

모두가 그를 보고 경악하던 순간, 의적단이 맹수처럼 사자후를 내질렀다.

“흙과 벌레의 왕께서 하늘을 무너뜨리고자 강림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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