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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171화 (170/256)

<171화>

서강림이 회귀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비호문 일행들은 대체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아무래도 믿기 힘든 이야기이니 그것이 보편적인 반응일 터였다.

그 상황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독고준과 신수아 정도였다.

“강림 씨 성격 상 거짓말을 하거나, 농담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믿었을 뿐이에요.”

“그래도 조금은 놀라거나, 궁금해할 법도 한데 말이지. 수아 씨는 참 강림 씨를 믿어준단 말이야. 의심 한 번 안 하고.”

어딘가 모르게 비아냥대는 듯한 어조였다.

그녀가 보여주는 조건 없는 신뢰를 조롱하는 듯도 했다.

신수아는 그런 독고준을 살짝 째려보았으나, 그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교육 시설에 있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신수아 씨, 왜 그렇게 서강림을 믿고 따를까? 서강림을 구하려고 자기 한쪽 팔까지 버렸잖아.”

“…….”

“게다가 질문권도 서강림을 위해 사용했다면서? 정말이지 지극 정성이라니까.”

독고준의 눈동자가 메스처럼 날카로웠다.

마치 신수아를 해체하려는 듯한 눈빛.

그가 음흉한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어갔다.

“신수아 씨가 서강림에게 보이는 호의는 상식선이 아니야. 나는 납득이 좀 안돼.”

“……글쎄요. 전생의 인연 때문일지도 모르죠.”

“아, 회귀 전의 기억이 영향을 준다? 어느 정도는 말이 되네. 그 백영이라는 여자의 얼굴을 봤을 때, 익숙하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서강림이 백영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녀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신수아, 유하랑, 장태헌은 그 얼굴이 몹시 익숙하다고 느꼈다.

또한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강렬한 살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독고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해. 장태헌이나 유하랑도 회귀 전, 서강림과 동료 사이랬는데. 신수아 씨처럼 헌신하지는 않거든.”

확실히 그들이 서강림을 대하는 태도와, 신수아의 태도는 달랐다.

신수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 역시도 이토록 서강림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신수아가 조금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자 독고준이 싱긋 웃었다.

“흥미로워. 그 감정의 기원을 알고 싶어. 나중에 혹시라도 알게 되면 꼭 알려줘?”

독고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자리를 떴다.

신수아는 그가 떠나간 뒤에도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독고준이 제멋대로 떠들고 간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자신도 의문을 갖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강림 씨가 신경이 쓰일까?’

이유는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오래전부터 알아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서강림이 위기에 처하면,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여 뛰어들곤 했다.

‘확실히 독고준 씨의 말대로 이상하기는 한데…….’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연유를 알 수 없었다.

회귀 전,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 걸까?

신수아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서 답이 돌아오지 않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 * *

현세와 마경의 틈새가 연결될 때, 문은 그 연결고리를 해주곤 하였다.

문의 형태는 다 달랐고, 개수도 달랐다.

일반적으로 마경으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지만, 크기에 따라서 두 개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서강림이 들어서는 이 마경 역시 규모가 크고, 특수 마경으로 분류가 되기에 문이 여러 개 존재하는 곳이었다.

문 중 하나는 비호문 건물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다른 문은 외진 산 깊은 곳에 생성이 되어 있었다.

즉, 도망자인 서화경과 조우하기 적절한 장소였다.

“강림아, 왔니?”

마경 안쪽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마수 하나가 혀를 길게 빼낸 채 죽어있었다.

서화경은 마수의 머리 위에 걸터앉은 채 서강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꽤 강한 마수였지만 서화경에게는 대수롭지 않았을 것이었다.

“동료들에게는 이야기를 다 했나 보네.”

“네.”

서강림은 서화경의 조건대로, 비호문 일행에게 자신이 회귀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누군가는 혼란스러워했고, 누군가는 당황했지만 결국 모두가 남기로 하였다.

서화경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도현이는 어떻게 됐니?”

“지금은 좀 진정했어요.”

서화경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 강도현 역시 서강림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충격받고, 안도하고, 동시에 같이 싸우길 원했다.

서화경을 직접 만나고 싶어했지만 오늘 같이 오기에는 위험 요소가 많았다.

“보호국에서도 빠져나왔어요. 도현이 형이 퇴사는 했지만, 당분간은 몸을 사리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보호국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서강림은 강도현에게 바로 퇴사할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강도현이 보호국 내부에 있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하지만 팀장급이 아닌 이상 접속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 인질이 되면 더 곤란했다.

“퇴사하는 과정에서 보호국이 손을 쓸 줄 알았는데, 다행히 넘어갔더군요.”

혹여라도 강도현이 해코지를 당할까 싶어, 서강림은 특수 마경에서 소환석을 구해온 상태였다.

소환석을 파괴할 경우, 원하는 대상을 호출할 수 있다.

강도현이 공격을 받을 때를 대비해서 주었지만, 다행히 그 아이템을 쓸 일은 없었다.

“놈들도 도현이를 해하거나 죽이면 티가 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그들이 서강림의 주위 사람들에게 손을 쓰고는 있지만, 아직 노골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었다.

보호국도 자신의 정체를 알리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

“도현이의 미래도 예지를 해봤는데, 일단 근 시일내에 죽을 일은 없을 거다. 흉살이 끼어있기는 하지만.”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것과 관련해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는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서화경에게 건넸다.

그것은 비호문 일행의 사주팔자가 적힌 단자였다.

“동료들의 미래를 확인해주셨으면 합니다.”

서강림은 운명의 길잡이, 그리고 경계의 효과로 종종 미래를 보고는 했으나 불완전한 능력이었다.

미래 예지에 있어서는 서화경을 따라잡을 능력자가 없었다.

서강림이 일행들의 사주를 살펴봤을 때는 초년운에 큰 흉살이 끼어 있다는 것 정도만 파악이 가능했다.

그녀가 사주단자를 받아 눈으로 읽어내려갔다.

“좋아. 자, 한번 보자……. 신수아, 이 아가씨는 기운이 상당하네. 인월, 인일, 인시에 태어났다라……. 인간이 아니라 꼭 범 같네.”

서화경은 사주단자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멤버들의 운명을 읽고 있었다.

모든 작업이 끝난 후 그녀는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신수아, 유하랑, 장태헌 이 셋은 미래의 분기점 중, 어디로 가더라도 흉살이 끼어 있다.”

“…….”

“회귀 전 죽었댔지? 아마 그게 그들 팔자였을 거다. 그들이 사망하는 건 고정적인 사건이고, 너를 떠난다 한들 오래 살 팔자들은 아니네.”

그 말을 듣자 서강림은 어딘가 모르게 뱃속이 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사망과 수명이 고정적인 운명이라니.

그때 서화경이 말을 이어갔다.

“그나마 네 주위에 있어야 살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어 보여. 정확하게 읽히지는 않지만.”

“원래 멤버가 아니었던 사람들은요?”

“그들도 팔자가 좋진 않아. 다른 사람들도 단명할 팔자인데……. 음?”

서화경이 사주단자를 살펴보던 중,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건 윤겨울의 것이었다.

“이 녀석이 좀 특이하군. 원래라면 진작 죽었어야 하는데, 왜 살아 있지?”

“아, 그건…….”

서강림은 회귀 전에 윤겨울이 죽었으나, 이번에는 사건에 개입하여 그를 살려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 말을 듣고 서화경은 꽤나 놀란 기색이 되었다.

“백호살이 껴 있는데, 그걸 없앴다고? 이 윤겨울이라는 녀석은 거기서 죽었어야 할 운명인데…….”

“선생님도 간혹 죽을 팔자인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살길이 여러 갈래여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지, 윤겨울은 다르다. 이 녀석은 죽을 길이 너무 확실했어.”

그럼에도 윤겨울은 살아남았다.

자신이 회귀를 하는 덕에, 정확한 미래를 알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던 걸까?

여전히 서화경은 수상하다는 눈치로 사주단자를 보고 있었다.

“뭐, 일단 당장 죽을 놈들은 없는 것 같다. 살고 싶다면 네 옆에 바짝 붙어 있으라고 말해.”

“네, 선생님.”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지? 고작 이런 거면 무불 통신으로 연락해도 됐을 테니.”

그녀의 말대로 서강림은 다른 용건이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마경에서 서화경과 약속을 잡았다.

그는 본론을 꺼냈다.

“선생님, 국장의 정체와 국장이 모시고 있는 신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아직 국장을 직접 보지 못해서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상당히 강력한 신이 관여한 것만 알고 있어. 그리고 그 신이 보호국을 창설했다는 것까지.”

천여울은 서강림을 회유할 때,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그들의 목적은 신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서화경이 씁쓸하게 말을 이어갔다.

“보호국의 신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건 확실하다. 이대로 가면 보호국은 더욱 영향력이 커질 거다.”

서강림은 회귀 전의 보호국을 떠올렸다.

서화경의 말대로 보호국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몸을 불리고 커져, 거의 정부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보호국의 신은 그런 식으로 세상을 점령해나가고 있었다.

“선생님, 어린 시절 저에게 내려오려던 신이 강력하다고 하셨죠. 그 신이 누구인지 알고 계신가요?”

“신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강력한 신이라는 것만 알고 있지.”

“보호국의 신과 제게 내려오려던 신이 같은 신일 가능성은요?”

서화경이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입가를 가린 채 생각에 잠겼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토록 강한 신이 여럿 존재하지는 않을 테니. 다만 그런 신이 어째서 널 노리는지 모르겠네.”

서강림 역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왜 충삼품인 자신을 그토록 노리고 있을까?

국장을 만나게 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서화경은 복잡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할 셈이냐, 강림아? 당장 보호국에 쳐들어가지는 않을 테고.”

그녀의 말대로 적이 누구인지는 알게 되었으나, 바로 행동에 나설 수는 없었다.

보호국이라는 거대한 단체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했다.

“우선은 보호국의 실체부터 밝혀내려 합니다. 만인의 수호자에서 만인의 적이 되어야 상대하기가 좀 편할 테니까요.”

“흐음. 방법은?”

“우선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가짜 광대패를 잡아서 정보를 얻어낼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그 전에, 자신은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위험을 동반한다 할지라도.

서강림은 서화경을 향해 말했다.

“선생님. 저의 귀문(鬼門)을 열어주실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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