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사주 헌터-164화 (163/256)

<164화>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다급히 향하자, 두 사람의 신부가 보였다.

바닥에는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남윤기는 심각한 중상을 입었고, 나머지 한 사람도 위급해 보였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대체 무슨 일이……!”

“이수호 사제님, 조심하세요!”

그들이 외치는 것과 동시에 기둥 뒤편에 숨어있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고 이수호는 무기를 꽉 쥐었다.

-크르릉……!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서강림이 아닌 거대한 짐승의 형상.

언뜻 보면 사자 같았으나 등에는 독수리의 날개가 자라나 있었다.

거대한 앞발에는 피와 살점이 묻어나 있고, 이빨 역시 붉게 빛나고 있었다.

“마수인가……! 다들 물러서세요!”

-촤아악!

이수호가 마수를 향해 날카로운 채찍을 휘둘렀다.

공기마저 찢어발기는 듯한 날카로운 타격음.

곳곳에 가시와 유리가 박힌 채찍을 보고 마수는 곧바로 살기를 내보였다.

-크르릉!

마수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라 이수호를 공격했다.

그러나 이수호의 채찍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마수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간악한 짐승아, 썩 물러나라!”

-촤악!

채찍질할 때마다 마수의 피가 튀어 올랐다.

그 맹렬한 공격에 마수는 거리를 둔 채, 으르렁대며 분한 울음만 토해내고 있었다.

이수호는 쯧 소리를 내며 쓰러진 신부들을 보았다.

‘이 수도원의 각성자들은 그렇게 강하진 않은 것 같군.’

꽤 강한 마수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중상자가 나오다니.

이 마경이 몇 달째 공략이 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이수호가 마수의 숨통을 끊고자 다시 한번 채찍을 휘두른 그 순간.

-덥석!

마수는 이수호가 휘두른 채찍을 그대로 물어버렸다.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입에서 피가 울컥 넘쳐흘렀지만 놓칠 기색이 아니었다.

이수호는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무기를 막으려 한 건가? 상관없어. 원거리 공격계 이능을 사용하면……!’

이수호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이능을 발동시키려 했다.

그 판단을 내리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1초.

전장에서의 1초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크아아악!

그때, 뒤에서 또 다른 마수가 튀어나왔다.

네 개의 머리와 날개를 지닌 표범이 나타나 그를 향해 번개처럼 달려들어 아가리를 벌렸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이수호는 공격 방향을 틀었다.

[이능 ‘성스러운 빛’이 발동됩니다!]

이능을 발동시킴과 동시에 허공에서 빛줄기가 나타나더니, 그대로 표범 마수를 관통해버렸다.

표범의 기습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 뒤에 마수가 남아 있었다.

-콰직!

사자 마수가 그의 어깨를 그대로 물어버렸다.

수단이 빠르게 피로 젖어 들어갔다.

이수호는 이를 악물고 채찍을 휘둘렀다.

“크윽……!”

간신히 사자의 입에서는 벗어났으나 부상이 심각했다.

게다가 어느 틈에 다른 방에서 마수가 한 마리 더 등장했다.

세 방향에서 포위당하자 이수호는 채찍을 꾹 그러쥐었다.

‘이건 좀 불리한데.’

한 마리라면 모르겠지만 세 마리가 협공을 해온다면 곤란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어설픈 마수도 아니고 위압감이 상당했다.

세 마리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다 동시에 이수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앙!

그는 빠르게 ‘성스러운 빛’으로 공격을 막아내려 했지만, 마수들이 그보다 빨랐다.

피에 젖은 이빨과 발톱이 이수호를 직격 하려던 그 순간.

-서걱!

눈앞에서 선혈이 솟구치는가 싶더니, 마수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수호는 제 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눈이 커졌다.

“서강림……!?”

서강림이 검을 한 번 휘두르자 표범의 다리가 두 동강이 나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표범 마수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서강림은 그 비명을 무시한 채, 곧바로 사자에게로 돌진했다.

-크르르릉!

사자는 서강림을 공격하려다 서강림의 기세를 보고 놀라 물러섰다.

이수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이곳의 모든 마수보다 서강림이 더욱 위험한 맹수처럼 느껴졌다.

-촤아악!

서강림의 검이 짐승들 사이에서 마치 송곳니처럼 희게 빛났다.

분명 그는 걷고 있는데도 마수들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날개라도 달린 것 같았다.

이수호는 그 현란한 검무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다급히 정신을 차렸다.

그가 다시 무기를 들고 전투에 참전했다.

-크르르릉!

마수들은 자신들이 수세에 몰렸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3대 1인 상황에서 3대 2가 되었을 뿐인데도, 승기는 확연히 기울어 있었다.

이수호의 채찍이 날카롭게 마수의 다리를 휘감은 순간.

-서걱!

서강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마수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2대 2가 되자 전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어느새 세 마리의 마수는 피를 흩뿌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서강림은 약간의 상처도, 피로한 기색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수호는 입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광명십자회와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오히려, 더 낫다.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확연한 실력 차이에 이수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는 서강림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분명 악인일 텐데, 왜 굳이 날 구한 거지?’

서강림 같은 악인이라면 자신이 죽든 말든 내버려 둘 줄 알았다.

그랬는데 서강림에게 도움을 받을 줄이야.

“서, 서강림 형제님! 왜 갑자기 뛰어가신……. 헉! 다들 괜찮으십니까?”

뒤따라온 요한이 부상자들을 보고 놀란 눈이 되었다.

요한이 부상당한 두 신부에게 치료 이능을 사용했지만, 온전히 회복하기까지에는 시간이 좀 걸릴 듯싶었다.

그 사이, 서강림이 이수호를 힐끗 보고 말했다.

“이수호 사제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잠시 이쪽으로 오시죠.”

이수호는 잠시 망설이다 요한과 서강림을 따라 옆 방으로 향했다.

옆 방으로 이동한 뒤, 이수호는 희미한 불안감을 느끼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르신 거죠?”

“광명십자회에서는 정말 우연히 이곳에 온 겁니까?”

날카로운 질문에 이수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서강림은 그들의 목적을 이미 꿰뚫어 본 듯한 기색이었다.

이수호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예. 우연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겁니다.”

서강림 같은 실력자가 자신을 도와준다면 일은 쉽게 처리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수호는 그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광명십자회가 외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다. 게다가 서강림에게?’

방금 전의 전투에서 방심만 하지 않았어도, 자신의 동료만 있었어도 무난히 처리했을 것이다.

이수호는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저희가 여기에 온 것은 우연일 뿐입니다. 설령 다른 목표가 있다 한들, 외부인인 당신에게…….”

“이, 이수호 사제님!”

그때 옆방에서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요란한 비명이 들려왔다.

세 사람이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하자 남윤기는 보이지 않고, 다른 신부가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었다.

이수호가 다급히 그를 일으켜 세웠다.

“무슨 일입니까? 다들 어디로 간 겁니까?”

“도, 도와주세요! 남윤기 신부님이 마수에게 끌려갔습니다!”

“어디로 갔죠?”

“이, 이쪽입니다!”

신부의 안내를 따라, 그들은 다급히 마경 안쪽을 향해 달려갔다.

긴 핏자국으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황급히 추적을 하던 이수호가 물었다.

“신부님들을 데려간 마수는 어떤 종류였습니까?”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지하에서 무언가가 나타나 끌고 갔는데, 너무 순식간이었어서…….”

그러던 중, 그들은 어둑한 복도 안쪽으로 들어가서야 멈춰 섰다.

뚝뚝 떨어지던 핏자국이 계단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지하로 향하는 길은 어둡고 역한 냄새가 풍겼다.

“……이 아래는 더욱 위험할 것 같습니다. 조심해서 내려오십시오.”

이수호가 신성한 빛을 소환하자, 그제야 주위가 조금 밝아졌다.

길고 긴 계단을 내려갈수록 역한 악취는 더욱 심해졌다.

가까스로 계단 끝까지 내려오자 깊은 곳에 쓰러져 있는 남윤기를 볼 수 있었다.

“신부님, 괜찮으십니까?”

이수호가 쓰러진 남윤기를 다급히 일으켜 세웠다.

핏자국이 사방이 가득했다.

남윤기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더니 이수호의 팔을 부여잡았다.

“네, 이수호 사제님. 저는 괜찮습니다…….”

-촤악!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남윤기는 이수호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공격은 불발에 그쳤다.

어느새 이수호가 남윤기의 팔을 으스러지게 붙잡고 있었다.

남윤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 어떻게 공격을 막아냈지……?!”

“당신들의 음모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퍼억!

이수호는 남윤기를 강하게 후려쳐 기절시켰다.

서강림은 동요 없이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안내를 맡았던 신부가 놀라서 다가갔다.

“이, 이수호 사제님. 대체 무슨 일이죠? 왜 남윤기 신부님이 공격을……!”

“이 수도원에 불손한 종자들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중에는 남윤기 신부도 포함되어 있었고요.”

광명십자회에게 제보를 한 사도가 실종되기 전.

그 역시 요한처럼 이상 징후를 보이는 신부들이 누구인지 파악해두고, 기록을 남겨두었다.

이수호는 떨어진 단검을 집어 들며 말했다.

“보고에 따르면 이상 징후를 보이는 자 중에는 남윤기가 포함되어 있었죠. 그래서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그럴 수가…….”

“이 상황을 수습하고자 저희 광명십자회가 왔으니 안심하십…….”

그때, 서강림이 이수호 쪽을 향해 다가왔다.

한 손에는 검을 든 채.

그에게서 살기가 흘러나오자 이수호가 다급히 경계 태세를 취했다.

“서강림 헌터? 왜 칼을…….”

-쩌저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수호의 얼굴 옆으로 차가운 얼음 칼날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칼날의 목표는 살아남은 신부.

얼음 칼날에 팔이 베이자 신부는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이수호가 당황하여 서강림을 말렸다.

“대체 무슨 짓입니까! 이 자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분명히 남윤기 신부가 수상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마, 맞습니다. 서강림 형제님. 이 분은 무고하신 분인데…….”

요한이 당황하여 다친 신부에게 다가서려는 것을 서강림이 막아섰다.

지금 고통에 몸부림치는 신부는 전혀 무관한 신부였다.

그러나 서강림은 동요하는 기색 없이, 검을 빼 들었다.

“이수호 사제, 당신이 아예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일부만 보았죠.”

그 말을 들은 순간, 이수호 역시 이상한 것을 느꼈다.

어느 틈엔가 사방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람들은 마수가 아닌 사도들.

서강림이 그들을 향해 검을 겨누며 말했다.

“남윤기 신부만이 아니라, 이 수도원의 모든 사제가 변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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