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사주 헌터-161화 (160/256)

<161화>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방울 소리만이 잔향처럼 남아 있었다.

대신 알림창이 하나 뜰 뿐이었다.

[해당 혼을 불러올 수 없습니다.]

‘역시 강령이 안 되는 건가.’

축시가 지나는 바람에 강령 방울의 효과가 떨어져 실패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영혼이 너무 강력하거나, 거부가 심할 경우에는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는 주머니에 방울을 집어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요한 신부를 찾아가 봐야겠어. 그러고 보니 요즘 요한 신부의 상태가 좋지 않았지.’

자리를 비울 때도 많았고, 어딘가 모르게 넋이 나가 있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봐도 괜찮다고만 할 뿐.

아침이 밝아오는 와중, 서강림은 요한 신부에게로 향했다.

“신부님, 계십니까?”

서강림은 요한의 방에 노크를 했다.

곧 안에서 요한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이 열렸다.

그는 살짝 초췌해진 얼굴로, 그러나 미소를 지은 채 서강림을 맞이해주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형제님. 무슨 일로 오셨나요?”

“이야기를 좀 나누려고 왔습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깔끔하다 못해 황량한 방 안으로 들어서자, 십자가와 성서 정도만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은 뒤 요한 신부가 입을 열었다.

“서강림 형제님, 병원에 다녀오셨죠? 아버님은 괜찮으신지 모르겠습니다.”

“네. 괜찮으신 것 같습니다.”

그는 쌍둥이 남매의 아버지가 다친 일이 무척이나 마음 아픈 모양이었다.

자신의 이능으로 부상을 고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인지 더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요한 신부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형제님,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그게……. 제가 예언 아이템을 갖고 있는 건 아시죠? 신부님 주위에서 흉흉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언이 나와서 왔습니다.”

“예?”

“메시아 수도원에서 뭔가가 일어날 거라고 하더군요.”

요한은 깜짝 놀란 눈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가 짚이는 표정이었다.

“마침 주임 신부님이 제게 연락을 하셨습니다. 마경 공략을 하려는데 도움을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이제 아예 수도원으로 복귀하시는 건가요?”

“아, 그게…….”

요한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정직 처분을 받고 수도원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임 신부님께서 일단은 절 부르시기는 했는데…….”

회귀 전, 그가 파문을 당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사실인 모양이었다.

정직 처분을 받을 정도면 꽤 심각한 문제를 저질렀을 텐데, 요한이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요한은 정직 처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빠르게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그런 예언이 내려왔다니, 마음에 걸리네요. 하필 마경 공략 의뢰를 받은 타이밍에 그런 예언이라니…….”

“혼자 가기 불안하시면 제가 같이 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저, 정말이십니까? 저야 도와주시면 감사할 뿐입니다!”

요한은 감격한 눈치였지만, 도리어 서강림이 원하는 결과였다.

광대패가 그쪽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상, 자신도 그쪽을 조사해봐야 했다.

진짜 광대패든, 가짜 광대패든간에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였다.

* * *

메시아 수도원은 다소 한산한 교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즈넉한 풍경 속,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수도원은 더욱이 신성한 느낌이었다.

나는 입구에 선 채, 요한을 힐끗 보았다.

그는 이곳이 익숙할 텐데도 어딘가 모르게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요한 신부님, 괜찮으세요?”

“네, 네! 괜찮습니다. 서강림 형제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내가 말을 걸자, 그는 그제야 부랴부랴 수도원 부지 안으로 들어섰다.

바깥에서 봤을 때도 꽤 넓어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더 큰 것 같았다.

그때, 전방에서 아이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앗, 요한 신부님이다!”

“신부님, 어디 갔다 오셨어요?”

아이들은 요한을 발견하고는 반갑다는 듯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다들 요한을 상당히 반기는 눈치였다.

“신부님, 왜 이렇게 안 보이셨어요?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네, 저는 잠깐 할 일이 있어 떠나 있었어요. 다들 잘 지냈죠? 아, 이분은 손님이세요.”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나 표정을 보아하니, 요한은 아이들에게 애정이 꽤 큰 것 같았다.

그가 나에게 아이들을 소개해주었다.

“서강림 형제님, 여기는 보육원에서 지내는 아이들…….”

“어, 어? 지, 진짜 서강림이예요?!”

몰려든 아이들이 나를 보고 모두 놀라는 기색이 되었다.

날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몇 아이들이 잔뜩 흥분하여 나에게 다가왔다.

“우와, 진짜네! 요한 신부님, 서강림이랑 아는 사이예요?!”

“서강림이라니, 손님 이름을 막 부르면 안돼요!”

“그러면 강림이 오빠! 우와 진짜 실물로 보다니!”

“강림이 형! 저 형 팬이에요! 저 팬클럽도 가입했고, 독고준 소설도 다 읽었어요!”

아이들이 연예인 보듯이 나를 보고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아이들까지 독고준의 소설을 읽다니.

그거 전체 관람가였던가?

그 사이 아이들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오빠, 저 사진 같이 찍어 주시면 안 돼요?”

“찍어 줄게.”

“형, 이능 쓰는 거 보여주세요!”

“위험해서 안 돼.”

“강림이 형, 다음 소설 내용 어떻게 돼요? 진짜 신수아 누나랑 사귀어요?”

어느새 아이들이 복닥복닥 내 옆으로 몰려들어 사진 찍기 바빴다.

와중에 내 바로 옆을 차지하겠다고 싸움이 날 정도였다.

아이들이 내 양팔을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자, 요한 신부가 다급히 중재에 나섰다.

“이분은 손님이에요! 볼일이 있어서 잠시 와주신 거니까, 너무 귀찮게 하면 안 돼요.”

“히잉, 그래도…….”

아이들은 잔뜩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결국 나를 놓아주었다.

자리를 뜨는 와중, 아이들이 끝까지 나를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건물 안으로 들어선 뒤, 요한이 지친 듯이 웃었다.

“아이들이 서강림 형제님을 무척 좋아하네요. 일단 안으로 안내해드리죠. 주임 신부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략적인 상황은 이미 요한에게 들었지만, 한 번 더 주임 신부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요한이 사무실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고 작게 속삭였다.

“주임 신부님, 요한입니다.”

“예.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흰 머리가 성성한 초로의 신부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은은한 미소를 띤 주임 신부는 상당히 인상이 좋아 보였다.

그가 나를 보고 악수를 청했다.

“서강림 헌터시군요,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마경 공략 때문에 곤란에 처했는데, 이렇게 와주시다니…….”

나는 마경 공략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이곳에 왔다.

내가 협조하겠다고 연락을 했을 때 그는 상당히 기뻐하며 수락을 했었다.

지금도 나를 상당히 반기는 눈치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주임 신부님. 그런데 이분들은 누구시죠?”

의자에는 먼저 도착한 손님인 듯, 사제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수도원 소속은 아닌 듯싶었다.

앉아 있던 사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광명십자회에서 나온 이수호라고 합니다.”

“광명십자회라고요?”

광명십자회라는 말에 요한은 상당히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광명십자회는 상당히 강한 단체였으니까.

각성의 날이 찾아왔을 때, 주로 강력한 능력을 갖게 되는 자들 중에는 종교인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신의 총애를 받는 이들이니 말이다.

성당 역시 그러한 축복을 받는 단체이기도 하였다.

그중에서도 ‘광명십자회’는 신부, 수녀 중에서 특히 강력한 각성자로 이루어진 단체.

5대 문파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곳으로, 이곳에서 무기를 축성 받고자 하는 사람이 줄을 서곤 했다.

자신을 이수호라 소개한 신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요한 신부군요. 그리고 저쪽은…….”

이수호는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내가 지긋이 그 시선을 응시하고 있자, 주임 신부가 부랴부랴 입을 열었다.

“자, 일단 다들 앉으시죠. 모두 도움을 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들은 뒤에야 이수호는 시선을 틀었다.

나는 적당히 빈 자리에 앉았고 요한은 어딘가 모르게 초조한 기색이었다.

분위기가 얼추 정리되자 주임 신부가 말했다.

“마경 때문에 난감한 상태였는데 이렇게 지원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광명십자회에서도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요한 신부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표면적인 이유는 마경 공략 때문이었다.

이수호 역시 같은 이유로 초대 받은 듯싶었다.

주임 신부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수도원 근처에 꽤 큰 규모의 마경이 출현해서, 저희 수도원의 사도들이 조사를 하는 중입니다.”

성당 소속의 각성자들은 만신이 아닌 사도라 불리곤 하였다.

다른 문파들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면, 사도들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마수 토벌에 나서곤 하였다.

성인(聖人), 혹은 천사들의 수호를 받아 싸우는 그들은 다른 문파들보다도 훨씬 강한 결속력을 자랑했다.

전생에는 운명 보호국과 협력 관계여서 그 영향력이 더욱 컸다.

특히 이수호 사제는 전생에서도 유명한 각성자 중 한 명이었다.

강력한 신성력과 공격력을 자랑하던 사도.

그런 거물을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

와중에 주임 신부가 설명을 하는 것이 들려왔다.

“이제까지 여러 마경을 공략하였습니다만, 이번 마경에는 꽤 어려움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주임 신부는 이수호를 바라보았다.

“광명십자회 측에서도 이렇게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연락도 드리지 않았는데…….”

“근처에 마경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큰 도움을 받게 되었네요.”

주임 신부의 두 눈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그러다 나를 향해 시선을 틀었다.

“서강림 헌터께서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요한 신부가 우리에게 큰 복을 가져다주었군요.”

그렇게 말하며 주임 신부가 요한을 향해 미소 지었다.

요한은 그러한 반응이 부담스러운지 억지로 웃는 낯이었다.

“그러면 오늘은 푹 쉬시죠. 내일 마경에 가는 날이니 그때 뵙겠습니다. 아, 요한 신부는 잠시 남아 주시고요.”

“네, 네.”

주임 신부와 인사를 마친 뒤, 나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요한 신부가 조금 불안한 눈으로 나를 보던 것이 떠올랐다.

잠시 근처에서 상황을 보려고 하는데, 곧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이수호와 그 일행이었다.

그가 나를 보고는 말을 걸어왔다.

“서강림 헌터, 맞으십니까? 서강림 헌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신부님께서도 절 아시나 보군요.”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유명인이니까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이수호의 두 눈에는 강력한 거부감이 어려 있었다.

그는 미소 띤 얼굴로,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마경 공략은 저희만으로도 충분하니, 돌아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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