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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150화 (149/256)

<150화>

* * *

광염일장의 빛이 희미하게 일렁였다.

어둠 속에서 위태롭게 타오르는 불빛은 마치 꺼지기 직전의 촛불 같아 보였다.

그 빛을 바라보자, 이곳에서 지냈던 과거가 떠올랐다.

[신수아 씨, 정말 여기서 돌아가려고요?]

전생에 세 번째 대마경에 들어섰을 때.

신수아는 비호문의 멤버 몇 사람을 비롯해, 다른 사람과 파티를 맺은 상태였다.

파티원들은 99층에 도달한 상태.

그리고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석관 앞에서 신수아는 귀환을 주장했다.

[네. 우린 돌아갑니다.]

[이제 다음이 100층입니다! 저기가 마지막일지 모른다고요!]

[애초에 4일째까지만 내려가고, 그 뒤로는 귀환하기로 했던 일입니다. 만약 100층에 보스가 있다면, 지금 내려가는 건 자살 행위에요.]

신수아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가, 곧 나를 흘겨보았다.

그들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저 새끼만 아니었어도 내려갈 수 있었을 텐데…….]

그때, 나는 거의 빈사 상태가 되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다치긴 했지만, 운명 등급과 능력치가 낮은 나는 유독 상처가 심했다.

[벌레 자식이 왜 여기까지 따라와서는…….]

[눈치 없는 새끼. 지 때문에 이 사태가 된 걸 알면 알아서 죽든가.]

그 말을 들으며 딱히 화가 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진 않았다.

그들의 말대로 나는 내가 그들에게 피해를 끼칠 걸 알면서도 부득불 따라왔으니까.

혹여라도 누가 눈앞에서 죽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을 품은 채.

때문에 나는 그들의 비난에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오히려 나보다 신수아가 더욱 화가 난 것 같았다.

[제 동료를 모욕하지 마세요. 사과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그렇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에 모두가 흠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대마경을 진행하는 동안, 다른 이들 역시 신수아가 얼마나 강한지 체감하고 있었을 터였다.

[미, 미안합니다. 서강림 씨. 죄송합니다.]

[마음이 급해서……. 미안합니다. 바로 귀환하도록 하죠.]

다른 이들은 결국 이를 악물고 귀환을 택했다.

그들의 동료 중에도 부상을 입은 자가 꽤 많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돌아서서 지상으로 향하는 동안, 그들은 그저 아쉬워했다.

[100층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전생의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100층이 마지막이었을지 모른다고.

나는 전생에 오지 못했던 100층의 석관에 다가갔다.

[전진하겠습니까, 귀환하겠습니까?]

100번째 듣는 질문.

그리고 100번째 대답도 똑같았다.

“전진하겠어.”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석관이 미약하게 흔들리며 뚜껑이 열렸다.

그 아래로는 여전히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리니가 옆에서 놀라 펄쩍 뛰었다.

“웅? 우웅?”

왜 100층이 끝이 아니냐는 듯, 당황한 얼굴이었다.

요롱이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어디가 끝인지 모른다면 나 역시 절망했을 터였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서두르자.”

앞으로 남은 시간은 60시간 정도.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무덤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101층.

102층.

103층…….

그리고 107층, 석관의 문을 열었다.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계단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는 뭔가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끝이 났을 계단이, 지금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선형의 계단이 그저 어지러웠다.

독고준의 말에 의하면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것만 1시간이 걸릴 터였다.

여기서 시간 낭비를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뼛조각을 삼키며 계단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능 ‘도둑쥐’가 발동됩니다!]

[마수 ‘칼날 박쥐’의 모습을 일부 빌립니다!]

-촤아악!

내 몸이 빠르게 바람을 스치고 지나가며 추락하던 중.

등 위로 커다란 피막 날개가 순식간에 돋아났다.

‘도둑쥐’를 성장시킨 결과,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전체보다 일부만 바꾸는 쪽이 부담도 덜했다.

“자. 너희들도 따라와.”

“캬, 캬르릉……!”

영수들도 곧 내 뒤를 따라 날아 내려왔다.

족히 한 시간은 걸리는 길을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108층에 도착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웅, 우웅……!”

리니는 근처의 풍경을 보고 꽤 놀란 듯싶었다.

그곳은 무척이나 넓고 황폐했다.

다른 층에서는 마수들이 들끓었지만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독고준이 설명했던 것과 똑같았다.

그는 세 번째 대마경을 공략한 뒤, 그곳에서 겪었던 일을 나불나불 떠들어 댔다.

[난 100층이 끝일 줄 알았는데, 더 있더라고? 108층에 가서야 끝이 나더라.]

[108층 내려가는 데만 1시간쯤 걸렸지. 내려가 보니 정작 텅 비어서, 누가 먼저 도착했나 싶었지만.]

나는 텅 빈 홀을 걸어 안쪽으로 향했다.

마치 침입자를 인도하듯 긴 복도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안쪽을 한참 들어가 보니, 복도 끝에 아주 작은 방이 있었다.

그 안에는 석관이 놓여 있었다.

위층에서 봤던 석관은 수수한 편이었는데, 이 석관은 꽤나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게 무덤의 가장 깊은 곳에 놓인 석관인가.

석관 가까이 다가가도 귀환, 혹은 전진을 묻는 질문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석관을 밀어 열었다.

-쿠웅……!

석관을 밀자, 그 안에서 매캐한 죽음의 냄새가 피어올랐다.

다른 층에서 보았던 석관과 달리 그 안에는 계단이 없었다.

그저 넓은 구멍과 백골이 놓여 있을 뿐.

백골의 크기가 상당히 컸고, 개과 마수의 뼈로 보였다.

사주창을 통해 확인해보니 꽤나 거물이었다.

백골 주위로는 수많은 보석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자그마한 반지를 꺼내 들었다.

[아이템 ‘탐욕의 그릇’을 획득하였습니다!]

여기에 있는 아이템 중, 내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 바로 이 아이템이었다.

붉은 보석이 기묘한 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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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탐욕의 그릇

[등급] 신삼품(神三品)

[설명] 마력을 한계 이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아이템. 소유자의 마력 등급과 무관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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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내 마력의 총량이 100이라 할 경우, 이 상태에서는 마력 회복약을 먹어도 100 이상 충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탐욕의 그릇’을 사용했을 경우에는 제한 없이 마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마력을 사용하는 만큼 효과가 증대하는 이능의 경우, 사기급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나는 구슬을 챙긴 뒤, 백골의 입을 강제로 벌렸다.

어둑한 입안에서 무언가가 둔탁하게 빛나고 있었다.

녹슬고 오래된 작은 방울.

다른 보물에 비하면 하찮아 보였지만, 내게는 꼭 필요한 아이템이기도 했다.

“캬르릉!”

“웅웅!”

와중에 요롱이는 금관을 제 머리에 쓰고 있었다.

리니도 목걸이를 주렁주렁 맨 상태였다.

저 아이템들도 다 챙겨가서 팔든지 해야겠지.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무덤의 가장 깊은 곳이 훼손되었습니다!]

[침입자의 존재를 확인하였습니다!]

-쿠르릉……!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았다.

복도 양쪽의 벽이 올라가며, 숨겨진 내부가 드러났다.

그곳에는 백은 족히 되어 보이는 수의 병마용이 있었다.

흙으로 빚은 조각상들이 기계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해서 외쳤다.

【침입자를 처단하라!】

【무덤을 훼손한 자를 말살하라!】

사방에서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들이 들고 있던 병장기로 바닥을 쿵쿵 찍어 누르자,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바닥이 울렸다.

“캬르릉!?”

요롱이가 당황하여 꼬리를 치켜세웠다.

리니 역시 놀라 뒤로 숨은 상태였다.

어느새 병마들이 하나둘씩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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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병마용(兵馬俑)

[등급] 귀삼품(鬼三品)

[설명] 무덤을 지키는 마수들. 평소에는 조각상처럼 잠들어 있지만, 무덤이 훼손될 경우 숨을 쉬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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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하나가 귀급인 마수.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기물이었던 그것들은 이제 명백한 의지를 갖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석관이 있는 방으로 통하는 길은 좁은 복도다.

바깥에 몇백, 몇천이 있다 하더라도 들어올 수 있는 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때, 병마용 중 하나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식을 깨운 자에게 죗값을!】

“리니! 보조해!”

“웅!”

[이능 ‘오행의 조화’가 발동됩니다!]

[이능 ‘서리불꽃’이 발동됩니다!]

-쩌저적!

버프를 받은 ‘서리 불꽃’이 순식간에 복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좁은 공간에 있던 병마용들은 차마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불꽃을 맞아버렸다.

【죄, 죄, 죄, 죗값…….】

놈들은 얼어붙었지만 아직 숨통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때 병마용들의 뒤편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안식을 깨운 자에게 죗값을!】

-콰직!

병마용 중 하나가 목이 그대로 뎅겅 잘려 나가 쓰러져버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마수들은 당황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병마용 중 하나가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주위의 마수들을 도륙하는 중이었다.

다른 병마용들도 동료의 갑작스러운 변절에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 사이 병마용이 두 마리를 더 처치하고 있었다.

[이능 ‘마수의 지휘자’가 발동 중입니다!]

이능으로 한 마리를 조종하여, 제 적들을 역으로 공격하게 만들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마수들이 변절자를 처치했지만 어느새 대여섯 명은 쓰러진 상태였다.

변절자가 쓰러지자, 놈들은 다시 내게 눈을 돌렸다.

【안식을 깨운 자에게 죗값을!】

【안식을 깨운 자에게 죗값을!】

【안식을 깨운 자에게 죗값을!】

아직도 수많은 마수가 내 목숨을 거두어가고자 줄을 서서 달려오고 있었다.

요롱이와 리니조차 그 기세에 눌려 꼬리를 말고 있었다.

아무리 지형적 이점이 있다 한들, 이쪽은 기껏해야 셋.

저쪽은 백을 넘는 수다.

‘마수의 지휘자’가 있기는 하지만, 조종 대상의 등급이 높은 데다가 본능과 정반대의 명령을 내리는 터라 마력 소모가 컸다.

대마경의 리셋 시간을 생각하면 도망치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나는 도망치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며, 방금 전 무덤에서 챙긴 백골의 조각을 씹어 삼켰다.

[이능 ‘도둑쥐’가 발동됩니다!]

순식간에 온몸에 기이한 힘이 깃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높이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내 이빨과 발톱이 병마용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오오오!

내 입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천 년을 살아 신수가 된 여우, 무덤에 봉인되었던 신수.

천년호의 울음소리였다.

내가 발을 한번 구르며 놈들을 짓밟을 때마다, 병마용들이 단말마도 없이 스러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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