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사주 헌터-148화 (147/256)

<148화>

“으아아악!”

최필영의 오른팔이 풀밭 위를 굴러갔다.

그가 제 상처 부위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지르는데도 서강림은 아랑곳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서강림이 잘린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프지 않은 것 같은데, 엄살은 그만 부리지 그래? 피 한 방울 안 나면서.”

서강림의 말대로 잘려 나간 단면은 돌을 자른 것처럼 깨끗할 뿐,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최필영은 어이없다는 듯이 서강림을 바라보았다.

“하, 하하……. 와, 이거 미친놈이네?”

“보아하니 진짜 최필영은 아닌 것 같고……. 인형인가? 아니면 분신?”

그 말에 최필영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그 말대로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진짜가 아닌 분신.

최필영의 이능 ‘분신술’로 만든 허상이었다.

베기 전까지는 진짜 최필영인지 가짜 최필영인지 구분하지 못했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진짜여도 죽일 생각이었으니까.’

전생에 최필영에 의해 비호문 일행들이 고통받은 것을 생각하면, 해야 하는 일이었다.

또한 이번 생에도 자신과 비호문을 방해할 테니.

서강림이 잘린 팔을 대충 내던지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널 추적하던 기자가 죽었을 때, 너한테 알리바이가 있어서 빠져나왔다지.”

“…….”

“이런 이능이 있었다면 정말 네가 죽였을지 모르겠네.”

최필영의 분신이 이를 악다물었다.

그의 두 눈에 증오가 번들거렸다.

“하,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너, 실수했어. 감히 날 건드려?”

“…….”

“후회하게 해주지. 나중에는 내 앞에서 울고 기어도……!”

“시끄러워.”

-콰직!

서강림이 검을 들어 최필영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머리를 잃은 분신은 그대로 형체를 잃고 사라져버렸다.

서강림이 주위를 살펴보았다.

‘근처에 최필영은 없는 것 같군.’

근방에서 최필영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상당히 거리를 둔 채, 분신을 붙인 모양이었다.

‘최필영은 미끼를 물었으니, 다시 내게 올 거야. 일단 대마경 공략을 우선해야 한다.’

이번 마경의 공략 조건은 무덤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무덤을 먼저 찾아야 했다.

어둑한 밤의 숲은 마치 무한히 반복되는 듯하여, 길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들어가는 방법은 대충 알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서강림이 가장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자,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숲 공터 한가운데에 박혀 있는 거대한 묘석.

묘석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 보니 그 아래에 입구가 보였다.

‘여러 개의 무덤 입구가 있지만, 이쪽이 가장 빠르지.’

이번 마경에서는 누가 먼저 무덤 입구를 찾는지, 그리고 어떤 입구로 들어가는지가 관건이었다.

운이 없다면 가장 긴 통로로 들어가게 될 터였다.

‘독고준은 운이 좋아서 가장 짧은 길을 찾아냈었고.’

그것이 바로 지금 이 길이었다.

이 숲에는 수십, 수백 개의 통로가 있다.

통로를 활성화할 경우, 그 통로를 이용해 퇴장은 가능하지만 재입장은 불가능했다.

지금 서강림이 진입하려는 길은 전생에 독고준이 이용했던, 가장 짧은 통로.

서강림이 묘석 아래의 통로로 들어서자, 곧바로 위의 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서강림’의 입장을 확인합니다.]

[이후, 해당 통로로는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위쪽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닫혀있었다.

그나마 흐릿하게 비치던 별빛조차 사라지자 사방은 그저 어둠이었다.

[이능 ‘광염일장’이 발동됩니다!]

서강림이 불을 피우자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안에서는 오래된 무덤의 냄새가 풍겨왔다.

마치 버려진 유적처럼.

‘좋아.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서강림이 입술을 꾹 깨물고 앞으로 전진했다.

어둠이 천진하게 입을 벌린 채,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 * *

“뭐야? 쉽잖아?”

어둑한 무덤의 통로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대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는 꽤 넓은 방에 들어와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이 방을 지키던 마수들은 모두 사체가 되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그들은 서강림이 묘석을 찾아낸 것처럼,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를 발견해 안으로 진입했다.

1층을 수색하던 중, 중간 보스방을 발견하였고 그 뒤편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를 발견했다.

그렇게 해서 현재 지하 6층까지 내려온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가 여러 개인 것 같긴 하던데.”

한 사람이 칼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하를 수색하며 여러 개의 통로를 찾아냈다.

한 사람이 조금 불안한 듯이 말했다.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일단은…… 잘 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쉬워서 도리어 걱정이 된다니까.”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보스방 뒤편에 놓인 작은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래된 석관이 하나 놓여 있었다.

석관 가까이 다가가자 동시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전진하겠습니까, 귀환하겠습니까?]

그들은 그 메시지창을 보며 침묵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지금이 지하 6층이지?”

그들이 이 메시지를 보는 것이 벌써 6번째였다.

석관을 지키는 중간 보스를 쓰러트리고, 석관을 열었을 때.

알림창은 그들에게 귀환할 것인지, 전진할 것인지를 물어보았다.

첫 번째 층에서는 모두가 전진에 동의했다.

그다음도, 그다음도 마찬가지였다.

여섯 번째 층에 도착하자, 그들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지하 6층……. 여기가 제일 깊은 곳은 아니겠지?”

그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도 답을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가장 깊은 무덤으로 내려가십시오.]

[제한 시간 안에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간 사람이 보상을 얻습니다.]

[귀환을 선택할 경우, 이 이상 아래층으로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차라리 대마경의 공략 조건이 ‘지하 10층까지 내려가시오’였다면 나았을 터였다.

하지만 조건은 ‘참가자 중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는 것.

이 무덤의 끝이 어디인지도, 다른 사람들의 상황 역시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6층은 아니겠지?”

“그래. 다들 더 내려갔을 거야.”

“좋아. 우리는 전진하자.”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이 전진을 택하자, 석관의 뚜껑이 밀려나며 그 아래에 감춰진 통로가 드러났다.

그것을 본 누군가가 말했다.

“억지로 열려고 했을 때는 안 열리더니 말이지.”

귀환과 전진 중 하나를 골라야지만 열리는 석관.

석관은 조용히 무덤의 침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기운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번에는 우리가 최초 공략 한번 해보자!”

* * *

16시간 경과.

그들은 지하 10층에 도착하였다.

31시간 경과.

그들은 지하 21층에 도착하였다.

54시간 경과.

그들은 지하 35층에 도착하였다.

70시간 경과.

그들은 지하 41층에 도착하였다.

석관 가까이에 다가가자 또다시 알림창이 떠올랐다.

[전진하겠습니까, 귀환하겠습니까?]

파티원들은 황망한 눈으로 그 알림창을 보고 있었다.

한 사람이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아직도 가장 깊은 곳이 아니라고?!”

지하 1층에 내려와, 이번 대마경은 너무 쉽다고 웃던 그들의 얼굴에 더 이상 미소는 없었다.

이곳에 진입한 지 약 3일이 지났다.

한층 한층 아래로 내려갈수록 마수들은 강해져 갔고, 그들은 지쳐갔다.

고작 3일이 지났을 뿐인데, 이곳에서 몇 년은 산 사람처럼 모두 얼굴이 황폐해져 있었다.

“우리가 가장 깊은 곳까지 온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다른 놈들을 마주한 게 어디였지?”

“30층에서 마주쳤던 것 같은데…….”

그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들은 현재 어디까지 내려온 것인가?

한 사람이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그, 그래도 아직 가장 깊은 곳은 아니지 않을까요? 공략 기간은 7일이었고…….”

“그래서 더 내려가자고? 돌아가는 시간도 생각해야지!”

현재 진입한 지 3일이 지났다.

무덤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간다 한들,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죽은 목숨이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귀환을 하겠다고 선택하면 바로 입구로 돌려 보내주지 않을까요?”

“만약 아니라면?”

되돌아온 질문에 상대방은 침묵했다.

만약 귀환을 선택했는데,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면?

얼굴이 파리하게 질린 사람이 말했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해. 이제 4일 남았어. 우리 체력과 상태로 봤을 때, 돌아가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지도 몰라!”

“어차피 리셋되고 다시 도전할 수 있잖아?”

“그렇지만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공략을 해버리면…….”

“젠장, 난 돌아갈 거라고! 귀환을 선택한다!”

한 사람이 석관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또 다른 알림창이 떠올랐다.

[모두가 귀환하겠습니까?]

“아니, 젠장! 나만 갈 거라고!”

[전원이 귀환하거나, 전진할 수 있습니다.]

함께 들어온 파티원은 모두 선택을 공유해야 했다.

전진할 것인지, 귀환할 것인지로 그들은 목청 높여 싸우기 시작했다.

다른 파티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어디까지 내려가야 하는가?

고민 끝에 귀환하는 자들도 있었고, 조금만 더 내려가길 선택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4일째를 맞이하자, 대다수의 인원은 귀환을 택했다.

81시간 경과.

그렇게 다수의 사람이 위로 향하던 중.

한 사람만은 망설이지 않고 묵묵히 지하로 향하는 중이었다.

-촤아아악!

서강림은 앞을 가로막고 있던 시체를 반으로 갈라냈다.

반쯤 썩어 문드러진 송장들이 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산 자의 체취를 맡은 마수들을 도륙하며, 서강림은 앞으로 향했다.

그의 앞에는 석관이 있었다.

석관 가까이 다가가자 이제는 익숙해진 알림창이 떠올랐다.

[전진하겠습니까, 귀환하겠습니까?]

“전진하겠다.”

서강림은 망설임 없이 전진을 선택했다.

석관이 열리자,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계단이 드러났다.

서강림은 계단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의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지하 66층으로 진입합니다.]

66층으로 진입하자, 한층 더 강력해진 마수들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어둠 속에서 울부짖는 마수들의 입에서 검은 침이 뚝뚝 흘러내렸다.

놈들은 오랜만에 산 사람의 체취를 맡자 흥분하여 곧바로 이빨을 드러냈다.

-크르르륵!

마수들이 서강림을 향해 파도처럼 몰아닥쳤다.

이빨과 발톱으로 이루어진 포말이 서강림을 덮치려는 그 순간.

-카가각!

바다가 갈라지듯, 마수들의 파도가 반으로 쪼개졌다.

그들이 흘린 피가 바닥을 적시고, 웅덩이가 고였다.

서강림이 피웅덩이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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