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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132화 (131/256)

<132화>

그가 꺼내 든 것은 초대장이었다.

독고준은 빙긋 웃은 채, 서강림을 향해 물었다.

“그래서, 서강림 너도 받은 거지? 아니면 1위는 다른 걸 받았으려나?”

독고준의 말대로 서강림 역시 저 초대장을 갖고 있었다.

보상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1위인 서강림은 영옥 100,000개와 공적치 50,000점. 그리고 신역 초대장, 부상으로 ‘붉은 황소 알데바란’을 받았다.

그러나 영옥이나 공적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신역 초대장.

1위부터 12위까지 보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초대장은 공통 보상이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이 순위권에 입상하였기에, 다들 초대장을 들고 있었다.

윤봄이 독고준에게 물었다.

“저도 받긴 했는데, 날짜만 쓰여 있더라고요. 다 같이 가는 걸까요?”

윤봄의 질문에 독고준은 잘 모르겠다는 양, 어깨를 으쓱했다.

“가봐야 알 것 같은데. 어디로 초대받는지도 안 나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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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신역 초대장

[등급] 신삼품(神三品)

[설명] 십이지 레이스의 보상. 신으로부터의 초대장이다. 지정된 날짜, 시각에 찢을 경우 자동으로 발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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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된 시각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강림은 제 손에 들린 초대장을 묵묵히 내려보고 있었다.

‘이번에 우승을 해서 다행이야. 이 시점에서 신역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이 아이템 정도뿐이니.’

신과 인간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과 인간의 세계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신이 인간의 세계에 자유롭게 올 수 있다면, 굳이 만신을 찾아 신내림 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신과 만나는 건 싫지만, 신의 힘은 필요하니까.’

서강림이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중.

시계가 3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독고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이 나서 외쳤다.

“이제 시간 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종이였던 초대장이 희미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은은한 빛이 감돌기 시작하며 강한 마력이 흘러넘치자, 서강림은 들고 있던 초대장을 망설임 없이 찢었다.

[‘신역 초대장’이 발동됩니다!]

[신역(神域)으로 이동합니다!]

그 알림 메시지와 함께 순식간에 공기가 뒤바뀌었다.

어느새 그는 빌딩 안이 아닌, 바깥으로 이동해 있었다.

‘……여기가 신역인가?’

전생에 신수아와 장태헌, 강도현이 다녀온 뒤 신역의 풍경에 대해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그곳은 마치 신선들이 사는 무릉도원 같았다고.

그들의 설명대로 눈앞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동양식의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그 뒤로 거대한 산들이 희미한 구름에 뒤덮인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서강림이 주위를 살펴보고 있던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나랑 서강림만 있네. 다른 사람들은 어디로 갔지?”

어느새 독고준이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나머지 멤버들은 보이지 않았다.

독고준이 주위를 둘러보던 사이,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대받은 손님들이시군요. 어서 오세요.”

어느새 그들의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아니,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강아지만큼 커다란 쥐가 사람처럼 두 발로 선 채, 옷을 걸치고 있었다.

독고준이 그 모습을 보고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에도 십이지에 따라 초대를 받았나 보네?”

독고준의 말에 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십이지신 중 한 분이신, 쥐의 신님께서 거처하시는 신역입니다.”

지금쯤 다른 멤버들은 자신의 십이지에 해당하는 신을 만나러 갔을 터였다.

쥐는 몸을 틀며 말했다.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따라오세요.”

서강림이 쥐를 따라가자, 독고준 역시 흥미롭다는 얼굴로 뒤를 따랐다.

그는 쥐의 옆에 달라붙어서 여러 질문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여기가 신역이야? 마경이랑은 뭐가 달라?”

“이곳은 말 그대로 신의 영역. 마경과는 차이가 큽니다. 신역과 현세 사이에 마경이 있죠.”

“흐음. 그러면 여기에 마수는 없나? 넌 뭐야? 너도 신?”

“저는 수행 중인 영수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 저도 신이 될 수 있겠죠.”

쥐는 귀찮지도 않은지 독고준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건물 안의 응접실로 들어서자 쥐가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여기서 대기해주시면 곧 부르러 오겠습니다.”

“그래, 그래.”

독고준은 그렇게 말하고 제 집마냥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에 들어섰다.

마치 사극에 나오는 것처럼 호화로운 동양풍의 방.

독고준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신역이라고 해서 엄청 특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경보다 평범한 것 같네. 그렇지?”

그 질문에 서강림은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조용히 주위를 관찰하고 있을 뿐.

독고준이 턱을 괴고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서강림, 이번에 건물까지 산 걸 보니까 정말로 내가 만든 문파에는 안 올 생각인가 봐.”

“당연한 이야길 하네.”

“그러면 내가 너네 문파에 갈까? 문파 이름은 뭐야?”

독고준은 서강림이 뭐라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서강림이 독고준의 말을 무시하던 그때.

-쾅!

거세게 문이 열리자 독고준의 말이 뚝 끊겼다.

그리고 동시에 서강림과 독고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대로 혼절해버릴 듯한 압박감.

들어온 상대에게서 악의나 살기가 없어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 없었다.

‘이 기운……. 마수도, 인간도 아니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푸른색이 도는 긴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하게 늘어져 있었다.

상대방에게서 흘러넘치는 마력은 오랫동안 제련한 것처럼 날이 벼려져 있었으며, 해일처럼 무시무시한 양이었다.

상대가 서강림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아, 서강림. 여기 있었군.”

여자는 서강림을 잘 아는 것처럼 반갑게 말을 걸었다.

서강림으로서는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때 쥐들이 뒤늦게 달려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용혈왕 님!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무리 신이셔도 이렇게 무단 침입을 하시다니!”

상황을 보자 하니 쥐의 신은 아닌 모양이었다.

용혈왕이라 불린 신은 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벅저벅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서강림이 그녀를 살펴보며 물었다.

“……신이십니까?”

“그래. 십이지신 중 하나인 용의 신이다.”

그제야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쥐들이 쩔쩔매며 용혈왕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용의 영역에도 사람이 오지 않았습니까? 돌아가 보셔야지요!”

“아, 오긴 했는데 기다리라고 하지 뭐. 지금이 아니면 서강림과 못 만날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왔어.”

“제게 볼일이라도?”

서강림이 묻자, 용혈왕이 가만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씩 웃었다.

“그래. 강철이 때문에 왔다.”

강철이라면 독사의 방 때를 이야기하는 모양이었다.

용혈왕이 서강림을 향해 말했다.

“네 덕에 오랜만에 용이 새로 하나 태어났어. 그래서 널 만나보고 싶었다. 십이지 레이스 때도 마음에 들었고. 네가 몇 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서강림이 용띠가 아닌 것이 꽤나 아쉬운 눈치였다.

그러다 용혈왕은 씩 웃으며 말했다.

“뭐, 일단 본론부터 해결하지. 네 용을 불러올 수 있겠나?”

서강림은 조용히 영계에서 요롱이를 소환하려 했다.

그러자 스파크가 일어나기만 할 뿐, 요롱이는 소환되지 않았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

신역이라 그런지 결계가 상당히 굳게 쳐져 있는 모양이었다.

용혈왕은 허공에서 일어나는 스파크를 본 뒤 호탕하게 웃었다.

“아, 소환이 안 되는군. 괜찮아, 괜찮아. 십이지 레이스 때 화면으로 보긴 했으니까.”

“그때 모습과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아직 유아기라서.”

십이지 레이스가 종료된 후, 요롱이를 다시 불러오니 여전히 자그마한 모습이었다.

용혈왕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이 성장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나저나 적흑룡은 오랜만에 봤어. 희귀종이더군.”

용혈왕은 어딘가 모르게 흐뭇한, 어버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또한 서강림을 향해 보내는 시선 역시 꽤나 너그러웠다.

신에게 반감이 있는 그로서는 그 시선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그래서, 저를 왜 찾아오신 겁니까. 용을 보고 싶으셨습니까?”

“음.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 네게 제안이 있어서 왔다.”

제안?

서강림으로서는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용혈왕이 씩 웃었다.

“말했듯 오랫동안 용이 태어나지 않아 나도 곤란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네 적흑룡을 더 키워볼 생각은 없나?”

“데려가기라도 하실 생각입니까?”

“아니, 그렇진 않아. 용을 지닌 네가 활약을 해주면 나로서도 좋은 일이니, 네가 데리고 있는 편이 낫지.”

용혈왕의 제안은 뜻밖이었으나, 서강림으로서야 좋은 제안이었다.

십이지 레이스때도 요롱이가 조금 성장한 것만으로 여러 도움을 받았으니.

“내 만신은 십이지 레이스때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네 덕분에 내 인지도도 제법 올라갔다. 그러니 일단 내가 있는 신역으로 가서…….”

-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한번 문이 거칠게 열렸다.

안으로 뛰쳐 들어온 것은 젊은 남자로, 복장을 보아하니 상당히 귀한 신분 같았다.

그가 용혈왕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침범을 해?!”

“아, 서패왕. 잠깐 보고 싶은 얼굴이 있어서 들렀…….”

“이쪽은 내 손님으로 온 인간들이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실력 발휘를 하겠다!”

신이 살기를 내뿜기 시작하니, 사방의 공기가 모두 바늘로 변한 것만 같았다.

찌릿찌릿한 공기 속에서 서강림은 내장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꼈다.

온몸이 터질 듯한 위압감.

그러나 서강림은 무릎 꿇지 않고 그 위압감을 버티고 있었다.

용혈왕이 서강림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놈…… 굉장하군. 서패왕이 이렇게 살기를 내뿜을 정도면 진즉 혼절했어야 하는데, 버티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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