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사주 헌터-119화 (118/256)

<119화>

두 사람의 목소리에 유하랑은 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신으로 죽으라는 목소리와 인간으로 살아가라는 목소리.

‘정말로, 서강림은 아버지의 말대로 악인인 걸까? 나를 속이려는 걸까?’

혼란 속에서 유하랑은 서강림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한 치의 거짓도, 욕심도 없어 보였다.

정말로 그저 자신을 구하고 싶은 사람처럼.

“네가 이 사람들을 구원하고 싶다면, 넌 죽어서는 안돼! 내가 방법을 알려줄게! 그러니까 유선민의 말에 복종하지마!”

“…….”

“네가 이대로 죽는다면, 여기있는 모든 사람들은 살인자가 돼! 넌 그걸 원해?”

그 말에 유하랑의 손끝이 떨려왔다.

신도들을 구원하고 싶었는데, 도리어 죄를 짓게 만드는 걸까?

주위를 둘러보자 신도들의 얼굴에는 살기만이 가득했다.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던 신도들 역시 평소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유하랑이 원한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망설이던 유하랑이 주먹을 꾹 쥐었다.

[이능 ‘강제 해제’가 취소됩니다!]

그 순간, 서강림은 자신의 몸을 옥죄던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유하랑은 더 이상 유선민의 아군이 아니었다.

그 와중 유선민은 악악대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다들 서강림을 죽이고, 유하랑을 죽여! 얼른!”

그 말에 신도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서강림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가 영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요롱이, 사람들을 제압해! 리니는 물잡이로 불을 꺼!”

“캬앙!”

“웅웅!”

어느새 ‘강제 해제’가 취소되어, 영수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요롱이가 독안개를 내뿜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다만 리니 쪽이 문제였다.

“웅, 우웅!”

목탑이 너무 빠르게 타고 있었다.

근처에 충분한 수원이 있다면 ‘물잡이’로 진화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공기 중의 수분이 전부였다.

목탑은 거대한 불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죽는구나.’

유하랑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불꽃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사방이 불로 가로막혀 있었다.

열기에 온몸이 타들어갈 것만 같았다.

방금 전까지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살고 싶었다.

정말이지 간절하게 살고 싶었으나 불꽃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유하랑이 죽음을 예감하며 눈을 질끈 감은 그 순간.

“유하랑!”

불길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하랑이 눈물을 참다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그 앞에는 기적처럼 누군가가 서 있었다.

“서, 서강림……?”

온몸에 ‘광염일장’을 두른 서강림이 불길 속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넘쳤다.

아무도 자신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자신이 죽기를 바랐는데.

“유하랑, 가자!”

그는 유하랑을 번쩍 안아 들었다.

‘광염일장’이 유하랑에게도 와닿았지만 아프지 않고 그저 따뜻할 뿐이었다.

-콰르륵!

나무탑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서강림이 유하랑을 안고 뛰어내렸다.

유하랑은 서강림의 목을 꼭 껴안고 히끅히끅 울었다.

“아,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을 거라 생각 했는데…….”

“이제 안전해. 바깥으로 나갈 일만 남았어.”

나머지 사람들도 리니와 요롱이에 의해 거의 제압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유선민은 상태가 멀쩡했다.

요롱이가 위협하는 소리를 내며 독을 내뿜자, 그의 앞을 신도들이 가로막았다.

“부교주님을 지켜라!”

인간으로 만들어진 방패.

세뇌에 걸린 인간들은 두려운 줄도 모르고 유선민의 앞을 막아섰다.

그가 핏발 선 눈으로 외쳤다.

“유하랑, 넌 절대로 나갈 수 없어! 나가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다 죽여야 할 거다!”

유하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신이 되길 포기했다 한들,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었다.

서강림이 그들을 힐끗 보다 말했다.

“유하랑, 이능을 사용해.”

“이능?”

“강제 해제. 그걸로 저 사람들의 세뇌를 풀 수 있어.”

유하랑의 이능이라면 그들을 제정신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유하랑은 망설이고 있었다.

신도들은 이 작은 낙원에서 행복해 보였다.

아버지의 뜻에 거역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망설이는 유하랑을 향해 서강림이 작게 속삭였다.

“네 신도들을 지키고 싶잖아. 저 사람들에게 자유를 줘. 네가 정말로 이들의 교주라면.”

유하랑은 떨리는 시선으로 바닥을 보다가, 무언가를 다짐한 듯 고개를 들었다.

또렷한 목소리가 신도들을 향해 울려 퍼졌다.

“모두 눈을 떠라! 세뇌에서 벗어나!”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게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유하랑과 가장 가까이 서 있는 몇 사람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이능 ‘강제 해제’가 발동됩니다!]

“어? 대체 무슨……?”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으윽, 나는 왜 다쳤지? 몸이 너무 아픈데……?”

유하랑의 목소리를 듣고 몇 사람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얼굴.

그 모습을 보고 유선민이 비웃듯이 말했다.

“그래 봐야 몇 명이지! 수백 명의 세뇌를 다 풀 수는 없……!”

그러나 유하랑의 이능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서강림이 자신의 마력을 유하랑에게 끊임없이 주입해주고 있었다.

또한 아군은 서강림 뿐만이 아니었다.

“우웅!”

[이능 ‘오행의 조화’가 발동됩니다!]

‘오행의 조화’는 이능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이능.

유하랑은 자신의 몸에 마력이 차오른 것을 깨닫고는 다시 소리치기 시작했다.

“세뇌의 목소리에서 벗어나라!”

[이능 ‘오행의 조화’가 발동됩니다!]

[이능 ‘강제 해제’가 발동됩니다!]

오행의 조화가 더해지자, 강제 해제는 더욱 속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멍했던 사람들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화형탑이 모두 타버리는 것과 같은 속도로 신도들은 원 상태로 되돌아왔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제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유선민 한 사람뿐.

기도 소리는 없이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앓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모두의 세뇌를 푼 뒤, 유하랑은 마력 고갈로 기절해 있었다.

모든 신도가 쓰러진 자리에 서강림만이 유선민 앞에 서 있었다.

두 눈이 형용할 수 없는 살기로 타오르는 중이었다.

그 눈빛을 본 유선민이 덜덜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하, 하랑아. 일어나. 일어나! 아버지를 도와…….”

“아버지?”

-서걱!

검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유선민의 몸에 붉은 선을 그었다.

목덜미를 타고 붉은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거짓과 현혹의 목소리는 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자식을 죽이려는 놈이 어디서 부모를 자칭해?”

순식간에 유선민의 옷이 피로 물들었다.

서강림이 쓰러진 유선민 위로 다시 한번 칼을 박아 넣었다.

“그렇게 신을 원한다면, 네가 죽어서 신이 되도록 해.”

“서, 강…….”

유선민의 몸이 파르르 떨리다 결국 움직임이 멎었다.

서강림은 그의 사주를 훔친 뒤, 기절한 유하랑을 품에 안아 들었다.

아이는 너무 작고 부스러질 듯 약해 보였다.

신이 되지 못한 아이.

앞으로 인간으로 많은 시간을 살아갈 아이.

서강림은 유하랑을 꼭 끌어안은 뒤 발을 옮겼다.

“밖으로 나가자, 유하랑.”

기절한 유하랑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하지만 유하랑은 그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하랑’과 ‘서강림’의 운명이 얽히기 시작합니다.]

[비틀리던 운명이 서강림의 뜻대로 자리를 찾습니다.]

[서강림의 운명 등급이 귀이품(鬼二品)으로 상승합니다!]

13. 십이지의 차례

[이능을 이용해 사람들을 세뇌한 사이비 종교 단체, 성은교 적발]

[피해자가 수백 명을 넘는 것으로 확인. 감금되어 있던 피해자를 구출하는 데 성공하여…….]

“와, 여기저기서 성은교 이야기뿐이네.”

뉴스와 커뮤니티를 살펴보던 윤겨울이 경악하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미디어에는 성은교에 대한 이야기가 범람하고 있었다.

성은교에서 유하랑을 구출하고 며칠이 흘렀다.

사이비, 그것도 이능을 이용한 사이비 종교의 이야기는 가십 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호텔에 모여 함께 기사를 보고 있던 장태헌이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 형님 혼자 간 거야? 우리한테 이야기 좀 해주지.”

기사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적혀 있었다.

[헌터 서강림, 투서를 받고 성은교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실체를 밝혀내어.]

그 기사를 읽은 일행이 나에게 얼마나 잔소리를 하던지.

지금도 다들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나는 나를 노려보는 장태헌을 향해 말했다.

“투서에는 그냥 성은교가 수상하다고만 적혀 있어서. 별일 아닐 줄 알았지.”

“하긴, 형님도 어린애를 죽여서 신으로 만들 거라 어떻게 알았겠어.”

장태헌이 살짝 누그러진 상태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기사에는 유하랑에 대한 내용이 없네?”

기사로 보도된 내용 대부분은 실상과 비슷했다.

유선민이 이능으로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금전을 뜯어내 교세를 확장시켰다고.

다만 차이는 있었다.

[성은교의 교주 유선민, 현장에서 사망.]

교주는 유선민으로 기록되었다.

유하랑에 관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어린아이를 죽여 신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이야기 역시.

“내가 보호국에 다르게 알려줬어. 유하랑이 아닌 유선민이 교주였다고.”

“왜?”

“유하랑 이야기는 여러모로 흥미를 끌기 쉬우니까. 유하랑이 구출된 이후에도 곤란해질지 몰라.”

전생에도 그랬다.

유하랑의 이야기는 미디어를 통해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얻었다.

유하랑은 어떤 의미에서는 신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로 인해 유하랑에게 접근하는 인간들도 많았고.

유하랑을 필두로 새로운 종교를 만들려고 하는 놈들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유하랑은 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다.

“강림 씨 말이 맞아요. 이미 충분히 고통받은 아이니, 이제라도 평범하게 살아야죠.”

신수아가 낮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유하랑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다.

오랜 시간 감금되어, 양아버지에게 살해당할 뻔했던 유하랑.

트라우마에 시달려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 어린 유하랑을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중.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서강림! 여기 있느냐!”

유하랑의 활기찬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하랑이 어설프게나마 제 발로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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