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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114화 (113/256)

<114화>

그때, 내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벌떡 일어섰다.

여자가 단상으로 올라오자 유선민이 말을 이어갔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였다.

“많은 분이 성은교를 위해 힘써주시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이번 주, 특히 많은 헌신을 바친 한 분께 성은을 내리려 합니다.”

저 여자가 이번에 성은을 받을 사람인가.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유선민이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두었다.

“이제 당신도 당신의 운명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자가 눈을 번쩍 떴다.

유선민의 말대로 그녀의 앞에 사주창이 떠 있었다.

여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보, 보여요……! 사주창이 보여요! 그, 그렇지만…….”

희열이 느껴지던 목소리는 빠르게 가라앉았다.

여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저, 저…… 충삼품이었어요…….”

강당에 있던 사람들이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각성을 했는데 고작 충삼품이라니.

여자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자 유선민이 다정하게 어깨를 토닥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의 팔자가 사납더라도, 신께서 오시면…….”

그가 부드럽게 미소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우리는 신급 팔자를 타고난 사람보다 더 높은 곳에 가게 될 겁니다.”

여자는 그 말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아직도 눈물이 흐르지만, 더 이상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유선민이 다정하게 여자를 위로 했다.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습니까. 팔자를 잘못 타고 나, 각성의 날 전에도 그 이후에도 우리는 많은 불이익을 보고 살았습니다.”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는 열사처럼, 목소리에는 울분과 간절함이 가득했다.

그가 몸을 틀어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이제 신께서 찾아오시면, 우리는 빼앗겼던 그 모든 것을 되찾을 것입니다! 성은교를 믿으십시오!”

“성은교를 믿으십시오!”

흥분한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울고, 웃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다들 지나치게 격앙이 된 상황이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상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만한 예배가 아니었으니까.

그때, 내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서강림’을 대상으로 저주가 발동됩니다!]

예상했던 대로 저주가 발동됐다.

그 메시지를 봤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대비는 다 끝내고 왔으니까.

[‘저주 추적자’의 효과로 저주가 상쇄됩니다!]

[‘저주 추적자’가 저주를 건 대상을 추적합니다!]

‘저주 추적자’는 저주를 건 대상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동시에, 저주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알림창이 뜨며 저주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었다.

알려주지 않더라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유선민, 정말 사이비 같은 이능을 가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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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 세뇌의 목소리

[등급] 용삼품(龍三品)

[설명] 해당 이능을 발동하여 명령을 지시할 경우, 대상을 세뇌할 수 있다. 대상의 마력 등급이 높을수록 저항도가 높다. 사용할 때마다 업보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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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민이 갖고 있는 이능은 ‘세뇌의 목소리’.

일종의 저주 계열 이능이었다.

‘저주 추적자’를 낀 데다가 내 마력의 등급도 높아 내게는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다만 미각성자, 혹은 약한 각성자에게는 치명적인 이능이었다.

보통 사람의 경우, 한 번 이곳에 들어와 예배를 듣게 되면 빠져나갈 수 없다.

이러니 성은교가 점점 몸집이 커질 수밖에.

예배를 드리는 척하며 나는 유선민의 사주창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세뇌의 목소리’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등급이 높다.

운명 등급은 용삼품, 단수는 40단을 넘어 선 실력자다.

신내림은 받지 않았지만 그 외에도 눈에 띄는 이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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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 관상

[등급] 귀일품(鬼一品)

[설명] 상대방의 얼굴을 볼 경우, 대상의 사주창을 일부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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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역시 운명을 읽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손금을 읽는 것보다 더 강한 능력.

얼굴만 보더라도 대략적인 것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이능을 확인하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금 김제능의 얼굴을 빌리고 있다.

이 상태에서 관상을 읽게 되면, 내 사주창은 어떻게 나오는 거지?

만약 김제능의 사주가 읽힌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만약 내 사주가 읽히거나, 이능을 발동할 수 없다면…….

내 정체가 들킬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조심하는 편이 좋을 듯싶었다.

다행히 유선민은 내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강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성은교가 더 커지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다음 예배 때는 더 많은 분이 성은을 받길 기원합니다. 믿으십시오!”

“믿습니다!”

“믿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예배는 끝이 났다.

유선민이 물러간 뒤에도 사람들은 감동에 젖어있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눈물 젖은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어때, 제능 씨? 오길 잘했지?”

“네. 오길 잘했네요.”

“제능 씨도 얼른 5명만 모아와. 그러면 성은을 받을 수 있어.”

나는 그 말에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자, 그러면 식사라도 하자고. 이제 한 식구니 한솥밥 먹어야지.”

그들의 얼굴은 무척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빛나는 눈동자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일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과 함께 발을 옮겼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 그리고 식당으로 들어와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유하랑은 없었다.

아마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겠지.

나는 음식이 나오기 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제능 씨, 어디 가게?”

“잠깐 산책을 좀……. 아까 차를 타고 올라오느라 멀미를 한 것 같습니다.”

“어휴, 그래요. 바람 좀 쐬고 와.”

사람들은 큰 의심 없이 나를 보내주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동안에도 딱히 감시를 하는 기색은 없었다.

나는 밖으로 나온 뒤 강도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성은교에 잠입했어. 현재까지는 아무 일도 없어.]

[결국 혼자 간 거야? 신수아라는 사람은?]

[혼자인 편이 더 안전해.]

이번 목적은 성은교의 괴멸이 아닌 유하랑 구출.

혼자 들어오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도둑쥐’나 ‘은둔자’라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으니.

[일단은 유하랑을 찾아서 바로 나갈 거야. 그 이후의 일은 형이 수습해줘.]

[심부름이란 심부름은 다 시키는군. 일 끝나고 연락해라.]

번거로운 일은 강도현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제 유하랑만 찾아 빠져나가면 된다.

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능을 발동시켰다.

[이능 ‘은둔자’가 발동됩니다!]

수색을 하기에는 ‘은둔자’만큼 좋은 이능도 없다.

문제는 호흡을 참을 때만 투명해지기에, 1분 이상 유지할 수가 없다는 거지만.

나는 최대한 빠르게 건물 주위를 수색하였다.

전생에 신수아에게 듣기로, 외부에 비밀문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법한데.

건물 뒤편으로 돌아와 수색을 하던 중.

“수고가 많습니다, 다들.”

근처에서 유선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물 뒤편에 있는 문 근처에 유선민과 몇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뒤편에 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사이를 두고 유선민의 뒤를 따랐다.

내부는 어둑했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깔끔해 보이던 건물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내려가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젠장, 내보내 줘!”

“으흐흑……. 제발 집에 보내주세요!”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살 안에 몇 사람이 갇힌 것이 보였다.

유선민이 그들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직도 세뇌가 되지 않은 모양이군.”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표정은 단상 위에 있을 때와 영 단판이었지만.

감옥에 갇힌 사람이 울컥해서 소리쳤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여기에 가둔 거야!”

“잘못한 거……. 네 사주팔자가 너무 좋았던 게 잘못이겠지.”

유선민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

상대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바라보자 유선민이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성은교에 좋은 팔자를 타고난, 강한 인간 따위는 필요 없어.”

“뭐? 왜지? 내가 강하면 성은교에도 도움이 되는 거잖아!”

“강한 것들은 절실하지 않아. 약한 자들만이 간절해질 수 있는 법이니까.”

유선민의 목소리가 한 차례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잠들어라.”

“큭……!”

상대방은 저항을 하는가 싶더니 결국 풀썩 쓰러졌다.

유선민이 귀찮다는 듯이 발을 옮겼다.

“사주팔자가 좋은 놈들은 귀찮단 말이야. 세뇌도 잘 안 먹히고.”

이곳에 갇힌 이들은 세뇌가 먹히지 않아 끌려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둬두고 매일같이 유선민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것이다.

볼일이 다 끝났는지 다시 계단 쪽으로 향하며 유선민이 신도에게 물었다.

“유하랑의 상태는 어떻지?”

그의 입에서 유하랑의 이름이 거론된 순간.

나는 입술이 메마르는 것을 느꼈다.

신도가 고분고분하게 답했다.

“평소와 같습니다. 아무 문제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면 다행이고. 식사는 평소대로 갖다주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신도는 떠나갔다.

이제 이 자가 유하랑에게 가는 건가.

신도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아까 봤을 때는 사람이 버글거리고 있었지.

그곳이 아니더라도 실내에는 사람이 많았다.

‘은둔자’를 써서 추적하려 해도 보는 눈이 많고 숨을 장소는 적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을 쓰는 수밖에.

나는 조용히 신도를 쫓으며, 저물대에서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 * *

“음식은 다 준비됐어?”

“예. 준비되었습니다.”

신도의 말에 부엌에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쟁반 위에는 음식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쟁반을 들고 식당을 나섰다.

신도는 점점 건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건물은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복잡하고 내부가 넓었다.

그렇게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가던 중, 거울에 비친 무언가를 보고 신도가 눈을 찌푸렸다.

“젠장, 웬 쥐새끼야?”

거울에 흰 쥐 한 마리가 비치고 있었다.

쥐는 신도가 자신을 돌아보자마자 빠르게 도망갔다.

신도는 쫓아가서 잡는 대신 욕지거리만 한 번 할 뿐이었다.

“쥐덫을 놓으라고 해야지, 원.”

그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계속 발을 옮겼다.

도망쳤던 흰 쥐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신도를 바라보았다.

‘쫓아오지는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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