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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67화 (67/256)

<67화>

그 모습에 사람들은 넋이 나가버렸다.

분노를 잊게 할 만큼 경악한 모양이었다.

【독고준 저 저거……!】

【와 저거 미친놈인줄은 알았는데.】

【쟤 좀 살벌하다 자기 뱀까지…….】

【왜? 난 쟤 마음에 드는데? 재밌는 놈이네.】

독고준은 사람들의 반응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미친놈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미친놈일 줄이야.

독고준이 검을 들고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그럼 가자, 서강림.”

“그래. 그 전에 이야기할 게 있어.”

미친놈이지만 유용한 미친놈이니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용해야 한다.

마침 윤봄과 윤겨울도 우리 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사부님! 괜찮으세요? 이게 대체 무슨……!”

“으악, 여기 왜 이렇게 뱀들이 죽어 있어?”

이제 사람들이 얼추 다 모였다.

이 정도라면 강철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 * *

“안나비,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현재 2, 3구역 인원이 강철이와 대치 중입니다. 부상자는 다수 있지만 사망자는 없습니다.”

마경 안으로 들어온 공주가 2팀 차사들과 함께 다급히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수 강철이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각 팀의 팀장들에게까지 전달된 상태였다.

마수 토벌을 위해 자리를 비운 차사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인원이 독사의 방으로 집결 중이었다.

주성태가 뒤를 따르며 투덜거렸다.

“국장님도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어요. 교육생들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니 우리가 가고 있는 거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국장은 교육생들에게 사태를 일임했지만, 잘못하다간 많은 수의 사상자가 나올 터였다.

때문에 교육생들이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차사들이 제압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현장으로 달려가자 강철이가 울부짖으며 몸부림을 치는 것이 보였다.

“공 팀장님. 늦으셨네요.”

그곳에는 서문용녀가 현장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가면을 쓰지 않은 상태라 미소 띤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공주는 그녀의 인사를 흘려보내며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양 팀장님. 오랜만입니다.”

“흐아암, 오랜만…….”

3구역의 팀장, 양이백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런 양이백을 보고 공주가 조금 불쾌한 낯으로 말했다.

“그런데 팀장님, 다른 차사들도 있는데 규정된 복장을 착용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양이백은 다른 차사들과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른 차림새였다.

넥타이와 장갑도 없고, 단추는 잘못 끼운 채였고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탈 썼잖아요, 탈.”

양이백이 탈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공주는 잔소리를 퍼붓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양이백은 그러거나 말거나, 심드렁하게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4팀 팀장은?”

“외근이라 못 온다고 하네요.”

“아, 부럽다……. 나도 외근이나 나갈걸.”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지는 와중에도 양이백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가 귀찮다는 듯이 턱을 괴고 바라보았다.

“어차피 애들 못 잡을 텐데 우리가 빨리 처리하고 가면 안 되나?”

“일단은 기다려보죠. 국장님의 지시도 있으니.”

서문용녀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공주는 팔짱을 낀 채, 불안한 시선으로 그녀를 힐끗 거렸다.

가면이 있어서 표정을 가릴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서문용녀가 왜 굳이 여기에 왔지?’

오늘과 같은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차사들이 마경 안에 진입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었다.

자신의 구역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양이백이나 공주 같은 경우는 자신의 담당 구역이니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서문용녀는 다르다.

적당히 일이 있다고 한 뒤 빠져도 될 것을 굳이 이곳까지 왔다.

‘노리는 게 있는 것이 분명하군.’

공주는 날을 세운 채 서문용녀를 경계했다.

그녀는 무해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 놀라셨겠어요. 다들 죽지 말아야 할 텐데요.”

“……그러기 위해서 저희가 대기 중인 것 아니겠습니까.”

“후후, 그러게요. 최대한 빨리 다들 포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서문용녀를 그렇게 말하며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포기할 생각이 없나 보군요.”

-타앙!

그녀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총성이 울려 퍼졌다.

독기로 얼룩진 공기를 찢을 정도로 날카로운 총성이었다.

총이라기보다는 대포를 쏘는 것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공격이 시작되는 모양이네요.”

서문용녀 말에, 공주는 다급히 공격이 날아온 위치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2구역 교육생인 윤봄.

그녀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강철이를 노리고 있었다.

윤봄을 보고 공주의 눈이 크게 띄였으나, 윤봄 때문은 아니었다.

‘저 무기는 내 무기고에 있던 대물 저격총, 귀살자잖아?’

‘귀살자(鬼殺者)’는 대구경 탄환을 사용하는 대물 저격총 중 하나로 공주의 무기고에 있던 것이었다.

외피가 철갑처럼 단단한 마수들을 사용할 때 쓰는 무기였다.

‘서강림이 저걸 반출했을 줄이야. 난 전어도를 가져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기고에는 여러 무기가 있었지만, 강철이를 잡기 위한 필수 무기는 바로 전어도였다.

전어도는 이성계가 용족 우왕을 쓰러트릴 때 사용했다고 알려진 검.

능력 자체도 뛰어나지만 용족에게 특히 효과를 발휘한다.

강철이 역시 형상은 용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용족으로 분류되는 마수.

전어도 앞에서는 페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에 2개가 반출 가능하니, 나머지 하나는 전어도를 가져갔겠군.’

자신의 교육생이 활약하는 모습이 공주의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는 와중, 강철이는 총성에 반응하여 몸을 틀고 있었다.

-크르륵……!

강철이가 윤봄이 있는 방향을 향해 머리를 틀었다.

꼬리로 내려치기에는 거리가 제법 멀자, 강철이는 아가리를 벌렸다.

“화염 공격이 옵니다!”

주성태의 경고에 몇몇 차사들이 뒤로 물러서거나 방호벽을 쳤다.

그러나 팀장들은 요동이 없었다.

곧 화염이 발사되었다.

-화르르륵!

강철이가 윤봄이 있는 방향을 향해 화염을 토해냈다.

윤봄이 뒤로 물러나는 순간, 요한 신부의 보호막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이능 ‘보호막’이 발동됩니다!]

아까와는 다르게 범위를 좁힌 탓에 보호막의 방어력이 대거 상승해 있었다.

요한 신부는 식은땀을 흘리고는 있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서강림이 건넨 마력 회복차 덕분이었다.

열기가 쏟아져 오는데도 팀장들은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문용녀가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원거리에서 공략할 생각인가 보군요. 그런 것치고는 명중률이 좋지 않지만.”

윤봄이 발사한 탄환은 바닥에 꽂혀 있었다.

강철이에게 제대로 맞았다면 꽤 큰 데미지가 들어갔을 터였다.

공주는 그 사실에 실망하기보다는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저렇게 표적이 큰데 빗맞았다고?’

게다가 윤봄에게는 백발백중 이능이 있었다.

총알이 빗나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화염을 토해낸 강철이가 윤봄 쪽으로 다가가려던 그때,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 여기다!”

윤봄과 닮은 형체가 맞은편에 서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무기였다.

윤겨울은 거대한 활을 붙들고 나무 위에 서 있었다.

너무 커서 들 수조차 없는 탓에, 대궁(大弓)의 앵커를 바닥에 꽂아 고정시킨 상태였다.

화살 역시 활에 어울리는, 창처럼 거대한 것이었다.

-으드드득……!

질긴 철시위를 당기느라 팔의 근육이 터져나갈 듯 부풀어 올랐다.

-파앙!

시위를 놓자, 화살은 허공을 찢으며 강철이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화살은 옆구리를 간신히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옆구리에 통증을 느낀 강철이가 반대로 몸을 틀었다.

두 눈에 윤겨울의 모습이 담기자 강철이는 짜증스럽게 입을 벌렸다.

-화르르륵!

윤겨울을 향해 불꽃이 쏟아졌으나 그는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느새 윤겨울의 옆에 서 있던 리니가 불꽃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우웅!”

[이능 ‘물잡이’가 발동됩니다!]

강가에서 솟구쳐 오른 물이 거대한 방패의 형태를 이루었다.

물로 만들어진 방패를 화염이 가격하자, 불꽃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안개라도 낀 것처럼 사방이 안개로 자욱해졌다.

적이 보이지 않자 강철이는 더욱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타앙!

안개 사이로 총성과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방향을 향해 강철이가 번갈아가며 화염을 발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공주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저것도 내 무기고에 있던 대궁이군. 내 경고를 무시하고 3개 이상을 반출한 건가?’

2구역 인원들이 강해진다면 공주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수량 제한을 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팀장들이 뒤에서 자기 구역을 종종 돕긴 하나, 당연히 권장되는 사안은 아니다.

2구역 인원 중 한두 명 정도가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다면, 자력으로 구하거나 신에게서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다면?

꼬리가 밟힐 수 있기에 공주는 한 번에 2개까지만 반출하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서강림이 자신을 무시하고, 약속을 어겼다면 그로서도 더 이상 봐줄 수는 없었다.

그가 몇 개나 무기를 빼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주는 안나비에게 무기고 열쇠를 건네며 작게 속삭였다.

“무기고에 전어도가 있는지 확인해봐. 그 외로도 서강림이 무기고에서 몇 개의 무기를 반출했는지 확인해.”

만약 자신과 정한 규칙을 어겼다면, 열쇠는 압수할 예정이었다.

우등생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안나비가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자리를 뜬 사이.

서문용녀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꽤 좋은 무기들이네요. 어디서 구했을까요?”

“상점에서 샀겠죠.”

공주가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서문용녀는 소리 없이 웃었다.

그때 주성태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두 사람, 뭘 하는 걸까요? 지금 공격이 하나도 맞지 않는데…….”

그의 말대로 강철이에게 유효타가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번갈아 가면서 강철이를 공격하고 있을 뿐.

강철이가 포효하며 다시 한번 윤봄을 향해 화염을 내뿜으려던 그때.

-그륵, 그르륵…….

입안에서 불길이 나오려다가 곧 사그라들고 말았다.

서문용녀의 눈동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반짝였다.

“기름샘이 다 말랐군요.”

강철이의 행동 패턴은 단순하다.

근거리의 적은 공격하는 방식이 다양하지만, 원거리에 있을 경우에는 화염을 우선적으로 발사한다.

윤봄과 윤겨울은 거리를 벌린 채 화염 공격을 유도하여 기름이 다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크오오오!

강철이는 불꽃을 내뿜지 못하자, 마구잡이로 윤봄에게 달려들려 하고 있었다.

그때, 바닥에서 수많은 나무줄기가 솟구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능 ‘목엽지법’이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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