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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61화 (61/256)

<61화>

예상하고 있었던 얼굴이지만 직접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장태헌이 3구역 소속인 건 알고 있었다.

다만 독사의 방에 들어와서 그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을 뿐.

지금의 장태헌은 내가 모르던 시절의 장태헌이었다.

비호문을 창설한 뒤, 장태헌이 문파에 가입을 하게 되면서 그때부터 안면을 트게 되었다.

“이봐, 내 말 안 들려?”

내가 알던 장태헌은 붙임성 좋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장태헌에게서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험악한 인상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으며, 온몸에서 적대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내가 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그는 잔뜩 날이 서고 거칠어져 있었다.

예전에 장태헌과 술을 한잔하면서, 그가 농담 삼아 꺼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우, 형이랑 마경에서 안 만나서 다행이지…… 그때 만났으면 쪽팔려서 못 봤을 듯.]

[그때 어땠는데?]

[그냥 뭐…… 좀 공격적이었죠.]

[공격적이었다니? 자세히 말해봐.]

[비밀이에요. 흑역사야, 흑역사.]

나는 궁금했지만 일부러 캐묻지 않았다.

나 역시 내 과거를 말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수년이 더 지난 뒤에야 나는 장태헌의 사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장태헌은 좋은 사주를 타고 난만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을 비롯하여 집안 식구들이 모두 검사나 변호사, 판사 등 법조계 인사들이었다.

때문에 장태헌 역시 어린 시절에는 당연히 법조인이 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장태헌은 집안뿐 아니라 사주 역시 법조계가 잘 맞는 사주였다.

병일(丙日)에 태어난 사람이 경(庚)을 만나면 법 쪽과 관련된 직업이 적성에 맞는다.

게다가 사주에 반안살, 출세나 승진을 하는 운수도 있었다.

분명히 소질은 있었다.

문제는 부모가 그에게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

[넌 좋은 사주를 타고났어. 분명히 잘 될 거다.]

[우리 이름에 먹칠을 해서는 안 된다.]

[큰 사람이 될 사주라는데, 왜 넌 이것밖에 못 하지?]

장태헌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에는 들어갔지만 가장 일류인 대학은 아니었다.

[너 같은 게 자식이라니, 부끄럽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포기했을 텐데.]

[너는 실패작이다.]

완벽하지 못한 것은 실패작이나 다름없다.

자신은 무엇을 해도 실패작일 것이라는 생각에 장태헌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싸움과 방탕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뿐.

[그때는 모두가 적으로 보였어.]

[모두가 나를 실패작이라 보는 것 같았어.]

지금 장태헌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타인에 대한 적의와 증오로 얼룩진 눈빛.

내가 모르던 시절의 얼굴이었다.

“방해하지 말고 꺼져. 난 저걸 죽여야겠으니.”

안타깝게도 추억이나 슬픔에 젖을 시간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무기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지금 당장 물 가장 깊숙한 곳으로 도망쳐. 절대 나오지 마.”

이무기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곤 물 밑으로 사라져갔다.

장태헌이 그것을 보고 버럭 성을 냈다.

“아! 도망가잖아!”

나는 장태헌이 쫓지 못하도록 검을 빼 들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를 향해 말을 걸었다.

“다른 뱀을 찾아보지 그래? 저건 내 이무기거든.”

“뭐? 이름이라도 써놨어?”

“그래. 저 이무기 목에 감아둔 끈에 내 이름이 적혀 있다.”

그 말에 장태헌은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거짓말 한 번 유치하네.”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어쨌거나 내 임무는 뱀을 지키는 거니, 난 내 임무를 다 할…….”

말을 끝내기도 전에 거대한 육체가 탄환처럼 나를 향해 날아왔다.

-으드득!

장태헌의 주먹이 복부를 노렸으나, 내가 한 수 더 빨랐다.

검을 세워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곧바로 연격이 들어왔다.

-콰광!

두 번째 공격을 가까스로 흘려보냈다.

하지만 세 번째 공격이 왼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정통으로 맞은 것도 아니고, 내 방어력이 낮은 것도 아닌데 스친 자리에 피가 맺혀 흘러내렸다.

역시 괴물은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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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장태헌

[등급] 귀이품(鬼二品)

[속성] 토(土)

[신명] 만 명 앞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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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등 뒤로 신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

만인지적(萬人之敵), 만 명을 대적할 수 있다는 칭송을 받는 『삼국지』의 명장 장비.

그 장비가 선택할 정도로 장태헌은 소질이 있는 각성자였다.

장태헌과 함께 마경을 다니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강력한 공격력과 체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속도.

파티의 강력한 수비대인 동시에 공격대이기도 했던 장태헌.

아군일 때는 너무도 든든한 사람이었지만 적으로 만나니 그의 능력이 한층 더 대단해 보였다.

얻어맞는 와중에 장태헌이 대단해 보일 줄이야.

내가 피식 웃자 그것을 본 장태헌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그가 짐승처럼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웃어? 이 상황이 웃긴가 보네?”

내가 비웃는다고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내 사정을 모르는 장태헌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해명하지도, 변명하지도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즐겁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는데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금 서로 싸우고 있는 상황조차도 내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장태헌은 아니겠지만.

“재수 없는 새끼!”

장태헌이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징을 박은 장갑을 낀 채, 그의 주먹이 폭력적인 속도로 날아왔다.

그의 공격은 몹시 빨랐지만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슈욱!

【서강림, 또 피했잖아?!】

【아니, 아직이야!】

내가 공격을 피해내자 장태헌이 몸을 크게 틀어 반대편으로 주먹을 날렸다.

나는 검등으로 그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보냈다.

-촤악!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장태헌은 두 번째 공격이 끝나기 전부터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자식이……!”

그가 뼈를 부술 기세로 나를 걷어차려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그의 공격은 내 눈에 훤히 보였다.

발차기가 날아오는 궤도에 미리 검을 대기시켜두자, 장태헌이 당황하여 공격을 거두었다.

장태헌, 공격 패턴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구나.

【서강림 저거 대체 어떻게 피하는 거임?】

【쟤 민첩이 딱히 높은 것 같지는 않은데.】

【동체 시력이 좋나?】

【이능 중에 미래시 같은 거 있는 거 아님? 공격 패턴을 읽고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의 말대로 나는 장태헌의 패턴을 알고 있었다.

강력한 능력자인 장태헌에게 약점이 있다면, 패턴이 일정하다는 것.

물론 마경을 공략할 때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마수들 중 패턴을 외울 정도로 지능이 높은 경우도 없었고, 패턴에 익숙해지기 전에 이미 전투가 끝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인전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한 나는 장태헌을 오랫동안 봐왔다.

장태헌의 습관이나 패턴 쯤이야 이골이 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젠장, 이건 어떠냐!”

장태헌이 온몸의 마력을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이번에는 얼굴을 노리는 척하면서 반대편으로 갈비뼈 쪽을 노리겠군.

-콰과곽!

예상대로 장태헌은 얼굴에 주먹을 날렸으나, 정작 공격이 들어온 것은 아래쪽이었다.

어떤 공격이 들어올지 알고 있으니 나는 그저 그 공격을 피하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아까는 반가운 마음에 잠시 방심했지만, 두 번은 맞아줄 수 없지.

장태헌은 공격이 계속 빗나가자 적잖이 분한 얼굴이었다.

【와 서강림이 완전 갖고 노네.】

【강림아, 그만 갖고 놀아.】

【태헌이 씩씩대는 거 봐라.】

내가 장태헌을 갖고 논다니, 신들도 눈이 옹이구멍인 모양이다.

언뜻 보기에는 내가 우위에 선 것 같았지만, 능력상으로는 장태헌이 훨씬 우월했다.

체력 싸움으로 끌고 가도 내가 불리했으며 한 대라도 정통으로 맞으면 거기서 끝.

이 이상 시간을 끌면 내가 불리해진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수밖에.

나는 장태헌의 상단 공격을 피한 뒤, 빠르게 아래로 몸을 낮추었다.

그와 동시에 칼자루 끝을 장태헌의 명치에 있는 힘껏 찔러 넣었다.

-콰악!

“커억……!”

급소에 공격이 들어오자 장태헌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나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급소 한 대 맞았다고 해서 쓰러질 위인이 아님을 알기에.

-빠각!

나는 뼈를 부러트릴 기세로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

칼등으로 내리친 탓에 베이진 않았지만, 적잖이 데미지가 들어갔을 터였다.

결국 장태헌이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장태헌의 목에 칼을 겨누며 말했다.

“승부는 난 것 같은데.”

장태헌이 쿨럭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호의가 아닌 적의 가득한 눈빛.

“너…… 두고 보겠어.”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빠르게 뒤로 물러서고는 자리를 피했다.

나는 사라져가는 장태헌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전생에서는 양 구역 모두 임무가 모두 동일했다.

때문에 신수아와 장태헌은 연합을 맺어, 모두가 다음 방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인연이 얽히며 비호문까지 함께하는 것이 큰 흐름이었는데…….

이제는 임무가 바뀌어 두 사람은 적대 관계가 되어버렸다.

연합을 맺지 못하고 적이 된다면, 장태헌과 신수아는 남남이 되어버린다.

어째서 전생과 임무가 바뀐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그들을 엮는 수밖에.

일단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나는 컨테이너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서는데 최상원과 서정민이 말다툼을 하는 것이 보였다.

“미리 이야기 해줘야지! 타 구역 사람들은 뱀을 해치우는 게 목표라고!”

최상원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에 비해 서정민은 그저 평온해 보였다.

“마수에게서만 지켜야 한다며!”

“어라, 그렇게 말한 적은 없는데요. 여러 가지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 했었죠.”

“뭐? 지금 그걸 말이라고……!”

최상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서정민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3구역 인원이 적이 되었다고 한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하나뿐입니다. 일주일 동안 뱀을 지키세요.”

“그걸 말이라고……!”

“지금 저랑 이렇게 이야기할 여유가 있으신가요? 최상원 씨 뱀을 돌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최상원이 잔뜩 화가 나 입만 뻐끔거리다 결국 제 분을 못 이기고 컨테이너를 뛰쳐 나갔다.

서정민은 그 모습을 여유롭게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서강림 씨. 서강림 씨도 질문이 있으신가 보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과 무엇이 어디까지 바뀐 건지 알아야 했다.

“이번 임무는 2구역과 3구역이 경합하는 겁니까?”

“예, 그런 셈이죠.”

“그건 좀 이상하군요.”

그 말에 서정민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찬찬히 그의 태도를 살폈다.

“운명 보호국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각성자를 육성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이런 식으로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다른 방에서도 타 구역과 대립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적대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전원이 통과할 수 있는 구조였건만.

게다가 전생에는 분명 독사의 방에서 대립하는 임무가 아니었다.

내 말을 듣던 서정민은 조금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흐음,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시네요.”

살짝은 감탄하는 기색도 섞였다.

그는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뭐, 보호국에서는 최대한 많은 각성자를 육성하려고 하지만, 실력이 부족하면 아무 소용 없죠. 현재로서는 변별력이 없다고 판단해서요. 무임승차하는 경우도 많고.”

“무임승차?”

“네에. 2구역 같은 경우는 발설의 방에서 합격자가 대거 속출했죠? 남이 준 열매를 받고 나온 것 같던데.”

내가 천향과를 줘서 통과시킨 사람들인가.

언뜻 보면 내 탓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건 변명에 가까웠다.

같은 구역의 인원끼리 협력을 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

나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을 받았다.

내가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 하는 만큼, 운명이 반대 방향으로 뒤틀리는 듯한 느낌.

마치 장태헌과 나의 운명이 얽히지 못하도록 무언가가 방해하는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뱀 수가 넉넉하진 않거든요. 2구역 인원이 들어올 때마다 한 마리씩 푸는 구조라.”

“…….”

“그러니까 2구역과 3구역이 협력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죠.”

어쩐지 서정민의 목소리에 희미한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3구역과 싸울 수밖에 없겠지만, 서강림 씨라면 잘 해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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