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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51화 (51/256)

<51화>

나는 1구역 인원들을 살펴보았다.

수는 열 명 정도.

아쉽게도 나머지 인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주위를 살피고 있자 홍대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왜? 네 동료들이 오길 기다리기라도 하나?”

내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홍대훈이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네 목숨이나 걱정하지 그래. 아까 딴 과일을 내놓으면 너는 무사히 살려서 보내주지.”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멍청하네.”

“뭐?”

발끈하는 홍대훈을 무시한 채, 나는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나는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원하면 가져가세요. 마음껏.”

방금 전까지 욕을 먹다가, 내가 순순히 내주니 홍대훈은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러다 이내 비웃는 얼굴이 되었다.

“새끼, 그냥 순순히 물러나면 될걸……. 한 번은 봐준다.”

홍대훈은 그렇게 말하고 1구역 인원들을 향해 말했다.

“민첩 높은 사람이 올라가서 과일 따고, 나머지 인원은 서강림 못 도망가게 감시해!”

그 말에 몇 사람이 나를 둘러쌌다.

나는 굳이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다.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될 테니.

만향과를 따는 사람들은 풍년을 맞이한 농부처럼 싱글벙글 웃는 낯이었다.

“와, 이걸 드디어 찾네.”

“그동안 뺑이 치느라 고생했는데 이제 돌아갈 수 있겠다.”

“홍대훈! 돈 받으면 제대로 나누는 거 맞지?”

“그래, 그래.”

다들 신이 나서 만향과를 따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과일을 따던 사람이 손에 들고 있던 만향과를 툭 떨어트렸다.

그 모습을 본 홍대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조심히 다뤄!”

“어, 어……. 그, 그런데 몸이…….”

그가 덜덜 떨며 말하는 사이, 무언가가 쿵 하고 추락하는 소리가 들렸다.

반대편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게거품을 문 채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야, 너 왜 그래?”

“정신 좀 차려보세요!”

“대체 왜 이…… 러…….”

부상자를 살피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된 건가.

슬슬 내 앞에도 알림창이 뜨기 시작했다.

[‘만향과’의 독향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너무 독한 향은 향기가 아닌 폭력이 된다.

수십 가지의 향수를 한 곳에 섞어버리면 더 좋은 향이 나기보다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처럼.

만향과 향기가 주위를 가득 채우는 와중, 근처에 있는 꽃밭이 눈에 들어왔다.

꽃에 가려져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으나 곳곳에 백골이 튀어나와 있었다.

만향과의 향기에 취해 죽은 자들의 시체였다.

만약 ‘독 내성’을 올려 두지 않았다면 나도 저 꼴이 되었지.

[‘독 내성’으로 인해 ‘만향과’의 효과가 무효화 되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낙원의 이면에는 지옥이 도사리고 있었다.

홍대훈도 독이 퍼지기 시작했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젠장…… 이게 대체 뭐야…… 왜, 독이…….”

다른 사람들은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는 와중, 홍대훈은 아직 버티고 있었다.

역시 귀급이라 그런가.

아니면 백향과와 천향과를 먹어 독 내성이 쌓인 걸지도 몰랐다.

이곳을 공략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그것은 백향과와 천향과를 다량 섭취하여 독 내성을 쌓고 이곳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홍대훈이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서강림…… 넌 왜 멀쩡한 거냐……!”

“영업 비밀입니다.”

-카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홍대훈이 무기를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그는 형태가 독특한 창을 들고 있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무기.

날 끝에 빛이 맺혀 눈을 찌를 듯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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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방천화극(복제품)

[등급] 용삼품(龍三品)

[설명] 찌르기와 베기, 타격 등 여러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장거리 무기. 강력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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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천화극이라고?

복제품이라 한들 지금 수준에서는 얻기 쉽지 않은 무기였다.

수호신으로부터 받은 건가 싶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과한 것이었다.

“그 무기, 어디서 났습니까?”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어. 중요한 건…….”

홍대훈이 방천화극을 들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당장 그 만향과를 내놔.”

-카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홍대훈이 달려와 내게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공격을 막긴 했지만 검을 쥐고 있는 팔이 찌릿찌릿 울렸다.

단순히 무기가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홍대훈의 능력 자체가 나보다 월등히 강했다.

“이 새끼, 잘난 척하더니 별것 없군……!”

홍대훈 역시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만향과의 독이 퍼져서 페널티를 받고 있을 텐데 이 정도라니.

과연 전생에 1구역이 최초 공략을 독점했던 것도 이해가 가는 실력이었다.

“뒈져버려!”

-카강, 캉!

그가 피를 토해내듯 소리를 지르며 공격을 퍼부었다.

한 차례 공격을 막으면 곧바로 반대 방향에서 공격이 날아왔다.

공격을 막는데도 얻어맞는 듯한 충격이 전해져왔다.

반격을 할 틈이 없는 데다가 그의 간격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하하, 하하하! 괜히 쫄았잖아!”

그는 더욱 기세가 살아 맹공을 쏟아 부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질 것이 뻔했다.

그러나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들을 맞이한 것은 아니다.

[아이템 ‘번개맞은 칠지도(미제련)’을 장착합니다!]

나는 빠르게 저물대에서 칠지도를 꺼내 쥐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무기에 홍대훈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이 보였다.

이제 더욱 당황할 일만 남았다.

[이능 ‘은둔자’가 발동됩니다!]

“이 자식이 또……!”

내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홍대훈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나는 빠르게 그의 간격 안으로 들어가 검을 휘둘렀다.

여섯 개의 날이 짐승의 이빨처럼 홍대훈을 갉아 먹으려 했다.

-카앙!

그러나 홍대훈이 마구잡이로 휘두른 창에 내 검이 막혔다.

행운은 홍대훈의 편에 서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가까이 접근한 것을 눈치챈 홍대훈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가까이 오면 죽여버리겠다!”

그가 방천화극을 사방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마치 돌풍이라도 이는 것처럼 주위의 풀과 나무들이 순식간에 잘려나가고 있었다.

【와 미친 방천화극 클래스.】

【야 강림아 그냥 은둔자 쓰고 튀어!】

【그래 그냥 튀어라!】

신들이 떠들어대는 것과 동시에 나는 은둔자를 발동시켰다.

홍대훈은 여전히 눈을 부릅뜬 채 좌우를 사정없이 베어내고 있었다.

【강림이 도망갔나 보네.】

【그래, 그게 현명하지.】

도망을 가는 것은 쉬운 방법이다.

신들의 말대로 은둔자를 쓰고 이곳을 빠져나가면 그만.

하지만 내가 이길 수 있는데 굳이 도망을 칠 이유가 없다.

나는 숨을 멈춘 채,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홍대훈이 창을 휘두르며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하자, 점점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숨이 거칠어지니 그만큼 호흡도 빨라지며 만향과의 향을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홍대훈’이 만향과의 독에 잠식되고 있습니다!]

그가 해야 했던 일은 나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만향과 나무에서 최대한 빨리 멀어지는 것이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것을 확인한 뒤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독이 다 퍼졌나보군.”

“이 비겁한……. 쿨럭!”

그가 피를 토하며 간신히 뒷걸음질을 쳤다.

피눈물이 조금씩 흐르는 걸 보니 만향과의 독이 이제 거의 한계까지 퍼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만향과 나무에 몸을 기댄 채, 홍대훈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너…… 너는 이곳을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

“지난번, 네게 배운 것이 있었지.”

홍대훈이 피에 젖은 얼굴로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라이터였다.

“너도 여기서 불에 타 죽는 거야!”

“……!”

말릴 새도 없이 그가 만향과 나무에 불을 붙였다.

불꽃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무에 옮겨 붙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멍청한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저 나무가 타버리면 여러모로 곤란하다.

아직 나는 충분한 양의 만향과를 수집하지 못했다.

나는 불을 끄려고 달려들었으나, 홍대훈은 마지막 힘을 다해 나를 저지했다.

그는 피를 흘리면서도 웃고 있었다.

“하하하! 다급한 꼴 좀 봐라……!”

“이러다간 당신도 죽어.”

“어차피 죽을 거면 같이 죽는 게 낫지!”

‘은둔자’를 쓰고 그를 제압하려 하였으나, 그는 내 공격을 받으면서도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어느새 불이 빠르게 퍼져나가 가지마다 불꽃이 꽃송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만향과에 불이 붙기 시작하자 그 향기가 더욱 강해졌다.

[‘만향과’의 독향이 강화 됩니다!]

[‘독 내성’의 수치를 초과하여 독향에 잠식되기 시작합니다!]

순간 다리가 휘청거렸다.

달콤하게 느껴졌던 향기가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서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불이 타오를수록 그 향기가 한층 더 강해져 오고 있었다.

【와 홍대훈 저거 미친놈이네.】

【여기서 다같이 불 지르고 죽자는 건가.】

【야야야 서강림 정신 차려라!】

【으아악 만향과 다 타버린다!】

도망을 치려고 해도 향기와 연기 때문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만향과 나무가 거대한 불꽃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독 내성이 있어도 만향과의 강력한 향기를 모두 견딜 수는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손조차 움직이지 않을 터였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저물대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홍대훈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뭐야……. 그 알은?”

바닥으로 미지의 알과 천향과가 투두둑 떨어졌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알을 집어 들어 천향과에 가져다 댔다.

-와자작!

알이 천향과의 냄새를 맡고는 정신없이 먹어치우기 시작하였다.

알의 심장 고동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곧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의 알’의 토(土) 속성이 1.1% 오릅니다.]

[성장 상황: 100%]

성장 상황이 100%를 달성하자, 알이 진동하듯 바르르 떨리기 시작하였다.

이제 알에서 깨어날 시간이었다.

【헉 이제 드디어 부화한다!】

【뭐 나오는 거지?】

【야 근데 지금 부화해봐야 소용 없지 않아?】

【아냐! 현무 나오면 불 꺼서 살아날 수도 있다!】

【멍청아 그런데 지금 토 속성을 너무 많이 먹었다고!】

미지의 알은 먹이의 속성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먹이의 속성이 전부 화(火)일 경우에는 주작.

목 속성은 청룡.

금 속성은 백호.

수 속성은 현무.

토 속성은 황룡이 태어나곤 했다.

[???의 알이 부화를 시작합니다!]

서서히 알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찬란한 빛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빛과 함께 어떤 동물의 그림자가 내 앞으로 드리워졌다.

그것은 새도, 용도, 호랑이나 거북이의 형상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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