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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48화 (48/256)

<48화>

다른 사람이라면 위압감을 느낄 상황이었지만 서강림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홍대훈이 그를 노려보다가 됐다는 듯이 말했다.

“하, 됐다. 누가 식당을 열었다고 들어서 불러봤어. 우리도 여기 들어와서 과일만 먹고 지내는 중이었거든.”

【강림이 출장 요리하러 온 거야?】

【특급 요리사다!】

【오늘은 내가~ 마수 국밥 요리사!】

【그런데 서강림이 신장개업한 건 어떻게 알았대? 염탐했나?】

신들의 말대로 1구역의 인원은 서강림의 야영지를 염탐하고 있었다.

서강림은 그때 그들의 기척을 느꼈으나 잡지는 않았다.

1구역의 리더와 만나보고 싶은 참이었으니.

서강림이 홍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요리라도 드시겠다고?”

“그러면 좋지.”

“돈은 있습니까?”

“아, 있어. 분명 영옥 200개랬지?”

홍대훈이 주머니를 들어 충급 영옥 200개를 좌르륵 쏟아부었다.

거래창을 통해서 양도를 해도 되는 일인데 굳이 바닥에 뿌려버렸다.

마치 주워가라는 듯이.

서강림은 힐끗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부족한데요.”

“200개 맞아. 주워서 세봐.”

“부족합니다. 귀급 영옥 200개가 밥값이니.”

귀급 영옥 200개, 말도 안되는 액수였다.

홍대훈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이봐, 농담은 작작 하지.”

“지불하지 못한다면 돌아가겠습니다. 더 용건 있습니까?”

서강림이 강하게 나오자 홍대훈은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약간 열이 받은 듯한 얼굴로 그는 입을 열었다.

“뭐, 좋아. 보아하니 그쪽, 쓸모 있는 이능이 많아 보이던데. 우리에게 협조해.”

“…….”

“그러면 상급 난이도로 공략하게 해주지.”

그가 으스대듯 이야기했고 서강림은 동요하지 않았다.

서강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목소리였다.

“고작 그겁니까?”

“응?”

“고작 그런 걸로 절 매수하려 했냐고 물었습니다. 애초에 그쪽, 상급 공략 조건을 못 찾아낸 것 같은데.”

상급 공략 조건을 찾았다면 이곳을 진작 빠져나갔을 것.

끽해야 중급 조건만 찾아낸 것으로 보였다.

서강림이 뒤로 돌아섰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봐. 그쪽이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홍대훈이 으르릉대듯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옆에 세워져 있던 거대한 창을 집어든 채.

“애초에 여기까지 온 이상 네게 선택지는 없어. 우리에게 협조하거나, 여기서 죽거나.”

‘감각’이 활성화 된 상태라 서강림은 가림막 너머의 상황도 감지할 수 있었다.

바깥에서 여러 명이 무기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서강림은 동요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보입니까?”

서강림이 꺼낸 것은 길쭉한 금속패였다.

홍대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것을 보다, 눈앞에 경고창이 뜨자 낯빛이 굳어버렸다.

“복수의 증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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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복수의 증표

[등급] 인일품(人一品)

[설명] 해당 아이템을 소지한 대상이 인간에게 살해당할 경우, 살인자에게 복수의 낙인이 찍힌다.

살인자는 ‘운명 보호국 소속, 공주 팀장’의 목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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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보내온 선물은 ‘복수의 증표’라는 아이템이었다.

보통 호위를 부탁하거나, 문파에 등록을 할 때 보호 차원으로 발급되는 아이템.

마수에게 살해당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지만 인간을 상대로 할 때는 효과가 있었다.

“나를 죽이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텐데.”

홍대훈 역시 그렇게 생각한 모양인지 무기를 들고 있는 손에 머뭇거림이 느껴졌다.

공주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운명 보호국’이라는 이름 자체는 영향력이 있었다.

서강림을 죽이면 운명 보호국의 목표가 된다.

홍대훈이 분하다는 듯이 서강림을 노려보았다.

“너……. 내 예상보다도 더 중요 인물인가 보네.”

홍대훈은 망설이는 눈치였으나 여전히 무기를 내려 놓지는 않았다.

그가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서강림에게 성큼 다가왔다.

어느 틈에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조건은 살해지?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 같은데, 어디 가둬두거나 해도 상관없겠지. 팔다리 하나씩만 잘라내거나.”

‘복수의 증표’의 단점 중 하나는 ‘살해’ 외의 피해까지는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

홍대훈이 눈을 희번뜩 빛내며 무기를 겨누었다.

“걱정마. 죽이지는 않을 테니.”

지난번, 주혜령이 포함된 4구역보다도 훨씬 적대적인 분위기였다.

4구역의 경우는 살인자 때문에 적대 관계가 되었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급습을 할 준비 중이었다.

서강림이 상황을 살피다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유나 알려주시죠.”

“뭐가?”

“왜 굳이 싸우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직 상급 달성 조건을 찾은 것도 아닌데.”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는 것뿐이지.”

홍대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반드시 우리 쪽에서 최초 공략자를 배출시키라는 지시를 받아서.”

서강림은 질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생, 1구역과 2구역의 마찰이 거세졌으나 그 원인을 몰랐다.

이유가 알고 싶어서 순순히 여기까지 왔는데 고작 최초 공략 보상 때문이라니.

‘공주가 복수의 증표를 보낸 것과 관련이 있나?’

그는 이번에 높은 난이도로 공략에 성공할 경우, 추가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했었다.

‘각 팀의 팀장들끼리 알력 싸움이라도 있나보네.’

1구역에서도 상당히 좋은 보상을 보장한 모양이었다.

서강림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운명 보호국 등쌀에 밀려 이 사단이 나다니.’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홍대훈의 창이 날카롭게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서강림이 재빠르게 왼쪽으로 물러섰다.

“무슨 헛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얌전히 잡히시지. 다들 서강림을 잡도록 해!”

그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가림막이 걷히고 여러 사람이 우르르 들어왔다.

모두 무기를 들고 서강림을 급습하려는 찰나,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어? 없어졌는데?”

“방금까지 여기 있었잖아!”

어느새 서강림은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버렸다.

홍대훈 역시 얼떨떨한 모습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위로 도망갔나?”

그들이 주위를 살펴보아도 서강림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강림은 현재 ‘은둔자’를 발동시키고 있었다.

지난번, 남유준을 해치우고 얻은 이능 ‘은둔자’.

‘살인 충동을 가져올까 싶기도 했지만…….’

‘살인충동’은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게다가 살인을 저지르면 업보가 쌓이게 된다.

‘차라리 은둔자는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편이지.’

지금만 해도 서강림이 사라지자, 모두 어안이 벙벙한 기색이었다.

서강림이 숨을 참은 채 그들을 살피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둘 정도 처치하고 싶은데.’

좁은 공간에서 ‘은둔자’를 사용할 경우, 여러 사람과 부딪칠 확률이 크기에 서강림은 우선 물러나기로 했다.

그러나 순순히 떠날 마음은 없었다.

[이능 ‘광염일장’이 발동됩니다!]

‘광염일장’을 가림막을 향해 던지자, 순식간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1구역의 인원들이 갑자기 나타난 불에 당황해하는 게 보였다.

“뭐야! 왜 갑자기 불이 붙었어?”

“얼른 물 이능 갖고 있는 사람 데려와!”

그 사이 서강림은 자리를 빠져나가며 곳곳에 불을 질렀다.

그들의 야영지가 순식간에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와중, 서강림은 타오르는 곳을 향해 마수 복숭아를 던져 넣었다.

지난번 몇 개를 챙겨둔 참이었다.

“어? 어디서 좋은 향기가……?”

“저, 저게 뭐야!”

마수 복숭아의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자 근방에 있던 마수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는 사이, 서강림은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불을 꺼!”

“아악, 이쪽에 마수가……!”

화재와 마수로 인해 한참 동안 난장판이 되어있던 야영지는 깊은 밤이 되어서야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잃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야영지는 대부분 불에 타버렸고, 부상을 입은 사람도 수두룩했다.

“젠장, 그 새끼 짓인가……!”

홍대훈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마수를 쓰러트리느라 온몸이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얼굴에는 검은 재로 얼룩져 꼴이 더욱 말이 아니었다.

“홍대훈, 이제 어떡하지?”

홍대훈과 비슷한 몰골을 한 사람이 물었다.

홍대훈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어떡하긴 뭘 어떻게 해? 서강림 그 새끼 잡아서 족쳐야지.”

“그러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상급을 클리어하는 게 낫지 않겠어? 서문 팀장님과 한 약속 지켜야지.”

공주가 서강림에게 접촉한 것과 마찬가지로, 서문용녀도 1구역의 몇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낸 참이었다.

홍대훈도 그 메시지를 받은 사람 중 하나.

“1억이야, 1억. 여기서 상급으로 최초 공략하면 1억이라고.”

서문용녀가 내건 조건은 1억이라는 액수.

1억이라는 말에 홍대훈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그에게는 무기나 아이템보다 1억이라는 액수가 더욱 유혹적이었다.

“그래. 그러니 더욱 서강림을 족쳐야지. 그놈이 최초 공략을 할 것 같으니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하지? 습격할까?”

그 말에 홍대훈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이내 퍼뜩 얼굴을 들고 상대방을 향해 고개를 틀었다.

“야, 너 영옥 얼마나 있어?”

“어? 500 영옥 정도…….”

“다 줘봐. 너 말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가져오라 그래.”

“왜?”

상대가 불안한 눈으로 말하자, 홍대훈이 씩 웃으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서문용녀가 보내준 선물이 있거든?”

그가 자신만만하게 꺼낸 것은 티켓 한 장이었다.

상대는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홍대훈이 티켓을 팔랑팔랑 흔들며 말했다.

“일회용 상점 출입증이야. 이게 있으면 여기서도 상점을 쓸 수 있댔어.”

“저, 정말?”

“그래. 그러니까 영옥 전부 긁어 모아와.”

홍대훈이 들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내던졌다.

마치 쓰레기라도 되는 듯이.

“그 영옥으로 가장 좋은 무기를 산다. 그걸로 서강림을 족치는 거야.”

* * *

“배고프다……. 밥 언제 돼요, 사부님?”

냄비 근처에서 윤봄이 쪼그려 앉은 채 물었다.

나는 약초의 잎과 뿌리 부분을 손질하다 그런 윤봄을 힐끗 보았다.

“좀 걸려. 못 참겠으면 백향과라도 먹든가.”

“아니에요! 기다릴 거예요!”

윤봄이 헤헤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약초를 더 빠르게 손질하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요리가 완성되길 기다리는 사람은 윤봄뿐이 아니었다.

다들 제 자리에서 할 일을 하면서도 내가 있는 쪽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마치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 같은 표정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한 사람이 주머니를 번쩍 들어 올렸다.

“강림 씨, 저 영옥 준비해뒀습니다!”

“저도요!”

“저는 600영옥 준비해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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