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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36화 (36/256)

<36화>

* * *

‘제, 젠장. 이 자식은 또 뭐야?’

남유준은 갑자기 등장한 독고준을 보고 당혹해하고 있었다.

독고준은 전투에 난입을 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남유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가강!

가까스로 검을 받아냈으나, 그것은 간발의 차였다.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한 공격에 남유준은 본능적인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이 자식, 대체 등급이 어떻게 되는 거지?’

남유준은 사람을 죽이고 그 능력을 흡수한 덕분에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4구역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해도 좋은 수준.

그런데 독고준의 검에 실린 무게, 그리고 속도는 받아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최소 귀급은 되는 것 같아!’

게다가 더욱 그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독고준의 눈.

그의 눈이 즐거움과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하하, 이제껏 마주친 마수보다는 강하네! 좋아, 이 정도가 딱 좋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독고준은 그저 즐거워 보이기만 했다.

남유준이 독고준의 공격을 막아내던 그때, 뒤에서 또다시 공격이 들어왔다.

-서걱!

서강림의 검이 날카롭게 남유준의 급소를 노렸다.

가까스로 피했지만 목에 실금이 생기며 피가 흘렀다.

서강림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독고준 못지않게 진하고 잔인했다.

‘서강림에게 동료가 또 있었을 줄이야. 그때 강가에서는 못 본 얼굴인데?’

며칠 전, 마수 복숭아를 이용해 서강림 일행을 습격했던 사람은 남유준이었다.

마수들이 몰려올 때 기습을 할 생각이었으나 서강림이 간파를 해서 일을 망치고 말았다.

남유준은 독고준 쪽을 힐끗 보며 말했다.

“서강림 씨, 동료가 많으시네요.”

“동료 아니야.”

“그래. 정확히 말하면 동료 후보지.”

독고준은 싱글벙글 웃는 낯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파악이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둘 다 남유준의 적이었다.

그가 잔뜩 긴장한 것과 달리 서강림과 독고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서강림, 얘는 악역으로 좀 약하지 않아? 도망치게 해준 뒤, 좀 더 크면 잡는 게 어떻겠어?”

“그쪽은 왜 볼 때마다 헛소리가 느는지 모르겠군요.”

자신을 앞에 두고 벌벌 떨기는커녕, 시시한 수다 따위나 떨고 있다니.

남유준이 경악하던 중, 신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산 자와 망자의 공포’가 도망치라 말하고 있습니다.]

[‘산 자와 망자의 공포’가 저들의 눈을 가려주겠다고 말합니다.]

나찰이 남유준에게 빠르게 아이템을 전송해주었다.

자신의 수호신까지 이렇게 말하는 이상, 도망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가 아이템을 꺼내든 순간.

이상을 감지한 서강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아이템 ‘독안개의 씨앗’이 발동됩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 보라색의 연기가 가득 차며, 맹독이 주위에 범람하기 시작하였다.

남유준이 재빨리 도망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독안개라면 들이마신 뒤 행동 불능이 되었을 테지만…….’

살인자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도망쳐야 할 때라고.

남유준은 이를 악문 채 미친 듯이 독안개를 뚫고 달려 나갔다.

사방을 가득 채운 독안개 때문에 마수조차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었다.

서강림은 나무 위에서 그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독안개의 씨앗인가. 비싼 아이템인데 나찰이 원조를 해줬나 보군.’

남유준이 ‘독안개의 씨앗’을 꺼내든 순간.

그것의 정체를 파악한 서강림은 곧바로 나무 위로 몸을 피했다.

와중에 ‘은둔자’를 쓰고 달아난 남유준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상태였다.

‘놓치긴 했지만 범인은 확실해졌어. 다만 전생보다는 좀 더 강해진 것 같긴 하네.’

전생에 목격했을 때보다 한층 더 강해진 남유준.

신의 보조까지 받고 있으니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 와중 옆에서는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도망갔나 보네. 나쁘지 않아. 지금은 슬슬 놓아 줄 타이밍이기도 했지.”

서강림이 위로 몸을 피한 것과 동시에 독고준도 뒤를 따라 올라와 있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이 꽤 즐거운 눈치였다.

독고준이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서강림, 눈썰미가 좋네? 보자마자 바로 대피하다니. 나도 덕분에 살았어. 처음엔 뭔가 싶었거든.”

“그나저나 왜 또 친한 척입니까?”

얼마 전까지는 서강림을 없는 사람 취급하더니, 이제는 또다시 둘도 없는 동료인 것처럼 대하고 있었다.

서강림은 그러한 변화에도 딱히 놀라지 않고 있었다.

‘천구남도 죽었으니 다시 내게 관심을 가질거라 생각했지. 내가 윤겨울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을 테고.’

독고준은 현재 주인공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런 와중, 천구남이 사라져버렸으니 새로운 후보를 물색할 것이 뻔했다.

지금 이 교육 시설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사람은 서강림 뿐.

그러니 그가 다시 접근할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천구남 씨가 주인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미안해. 내가 착각한 것 같아.”

독고준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너한테 조금 실망했었거든. 회빙환이라면 화탕의 방에서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리 없으니까.”

“그래서요?”

“그랬는데……. 그래도 네가 주인공으로서의 자질은 있어서. 내가 키우는 주인공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독고준의 눈동자가 음산하게 빛났다.

호의인지, 악의인지, 호기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눈빛이었다.

“난 네가 마음에 들어. 역시 너랑 투톱 주인공이 되고 싶어.”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다른 놈들은 전부 시시한 엑스트라일 뿐이야. 개성도 없고, 이야기도 없고……. 그러니까 다시 화해하자!”

독고준은 들뜬 듯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서강림이 그런 독고준을 힐끗 보며 말했다.

“당신을 믿으라고요? 벌써 몇 번이나 배신을 한 것 같은데. 지금도 속이는 거 아닙니까?”

“아니야. 그렇지만 충분히 의심할 상황이기도 하지.”

“스스로도 잘 아는군요.”

서강림의 말에 독고준은 고민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어떻게 해야 서강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눈치.

“내가 뭘 해야 네가 날 믿어줄까? 뭘 어떻게 할까? 아까 그놈 잡아 오면 될까?”

독고준은 스스로 도우미를 자처했다.

서강림이 원하던 상황이기도 했다.

서강림은 기회라도 주듯이 말했다.

“내키지 않지만, 한 번만 당신을 더 믿어보죠.”

그렇게 말하며 서강림은 마경도를 펼친 뒤,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4구역의 출입문이 있는 장소.

마경을 수색하며 무기는 찾지 못했지만, 4구역의 출입문은 확인해 둔 상태였다.

“이곳에 다른 구역의 출입문이 있습니다. 남유준이 도주할 확률이 있으니, 가서 대기하세요.”

남유준은 정체를 들켰으니 도망을 칠 확률이 있었다.

운이 나쁘면 그대로 퇴소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

독고준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상황 파악이 빠르네, 서강림. 게다가 4구역 문 위치도 알아내다니.”

독고준의 속도라면 남유준이 현재 출구로 향하고 있다 한들, 먼저 도착할 것이었다.

남유준의 성격을 생각하면 도주를 하기보다는 목격자인 서강림을 제거하러 올 확률이 컸지만.

독고준은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면 그쪽은 내가 커버할게. 서강림은 뭘 할 거야?”

“내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 찾아내려 합니다.”

“혼자서는 좀 부족할 텐데?”

독고준이 파악한 대로, 서강림과 남유준의 능력치는 비등비등했다.

혼자서라면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서강림은 냉정한 얼굴일 뿐이었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빨리 움직이기나 하세요. 그 사이 남유준이 도망치면 다 당신 탓이니까.”

“내가 놓칠 리 없잖아. 같이 싸우고 싶지만, 이번에는 참을게.”

그렇게 말한 뒤, 독고준은 몸을 한 번 풀고는 번개같이 숲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독고준을 보낸 뒤 서강림 역시 바로 행동에 나섰다.

‘남유준과 내 실력은 비슷한 상황이야. 그 무기를 찾아내면 내가 유리해질 수 있겠지.’

현재 마경을 90% 가까이 탐색한 상황.

그가 찾고 있는 물건은 코앞에 있었다.

서강림은 마경도를 확인한 뒤,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 * *

‘숨, 숨 막혀 죽겠어……!’

남유준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사력을 다해 도망가고 있었다.

숨을 참느라 속이 타들어 가는 듯이 고통스러웠지만, 차마 호흡을 할 수는 없었다.

한참이나 달린 끝에야 그는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 두 사람은 대체 뭐지?’

서강림이 혼자 다니길래 안심하고 있었는데, 또 동료가 있었을 줄이야.

독고준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을 뿐더러, 알 수 없는 광기에 살인자인 남유준마저 한발 물러설 정도였다.

‘목격자가 둘이나 되다니.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그가 마른입을 매만졌다.

교육 시설 내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긴 했다.

그러나 무차별 살인에도 보호국이 너그러울 리 없었다.

‘이대로 퇴소를 해야 하나? 아니, 그건 아까워. 차라리 목격자를 제거하거나…….’

남유준이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중, 근방에서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준아- 유준아 어딨어?”

4구역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남유준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가 주혜령을 향해 달려갔다.

“저, 저 여기 있어요!”

“아. 찾았잖아. 요즘 위험하니 혼자 다니면 안 된다고…….”

“그, 그 사람이 범인이었어요!”

남유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자 주혜령은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짧은 전투로 인해 남유준의 몸 여기저기에 난 상처.

남유준이 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서강림이란 사람! 그 사람이 자기 동료랑 저를 죽이려고 공격했어요.”

“뭐?”

주혜령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 사이 사람들이 다급히 다가와 남유준의 상처를 치료했다.

치료를 받는 동안 4구역 사람들이 잔뜩 흥분하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역시 2구역에 범인이 있었어!”

“그놈을 빨리 잡아야 해!”

주혜령도 살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2인 1조로 이 근방을 수색해봐요. 멀리 가지 못했을 겁니다.”

“저, 저도 같이 갈게요!”

남유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사람들은 걱정된다는 눈치였다.

“유준 씨, 쉬는 게 낫지 않겠어요? 부상까지 입었는데…….”

“아니요. 얼른 잡아야죠! 그래야 우리 쪽 사람들이 더 안 다칠 테고…….”

그 모습에 4구역 사람들은 일견 감탄한 모양새가 되었다.

한 사람이 대견하다는 듯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역시 유준 학생이야. 그러면 나랑 같이 가자고.”

“네!”

사람들은 각기 2인 1조로 조를 짜서 흩어졌다.

남유준과 동행하는 사람은 가는 내내 남유준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일단 내가 앞장설 테니 유준 학생은 뒤에서 따라와.”

“위험하실 텐데…….”

“하하, 내가 이래 봬도 여기 오기 전부터 운동하던 사람이야.”

상대가 너털웃음을 짓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남유준은 미소를 띤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앞장서면 위험하다니까요.”

그가 눈을 뜨자,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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