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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사주 헌터-24화 (24/256)

<24화>

혹여라도 독고준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면 곤란해진다.

바로 자리를 피하려던 찰나, 알림창 하나가 떠올랐다.

[세 번째 문, ‘한빙의 방’ 최초 공략!]

[대상: 독고준 (1인)]

최초 공략 알림 메시지였다.

사람들은 최초 공략자가 나오자 작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벌써 다 잡은 거야?”

“난 아직 5종밖에 못했는데…….”

독고준은 자신이 최초 공략자인 게 당연하다는 양,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나를 잠시 바라보았으나 무관심한 시선이었다.

곧 고개를 틀고 자리를 떠버렸다.

독고준이 내게 관심이 없는 듯해서 다행이었다.

나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힐끗 보며 말했다.

“독고준 씨가 최초 공략을 했네요. 저보다는 독고준 씨가 더 강하니, 저 사람이랑 같이 다니세요.”

“그렇지만 서강림 씨가 더 강한 것 같은데…….”

“전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같이 다니는 일행이 있어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때마침 로비로 윤봄과 윤겨울이 내려와 나는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봄이 나를 보고 반갑게 말을 걸었다.

“강림 오빠, 안녕하세요! 우와, 그 사이에 최초 공략자가 나왔나 봐요.”

윤겨울이 눈을 깜빡거리며 알림창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조금 미안한 기색이 되었다.

“전 솔직히 강림 오빠가 최초 공략할 줄 알았는데……. 저희가 같이 다녀서 못하신 거 아니에요?”

“딱히 상관없어.”

어차피 최초 공략을 할 마음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독고준이 또다시 관심을 보이겠지.

더군다나 이번 방에서는 최초 공략보다 히든 공략의 보상이 더 좋아서 미련은 없었다.

“그러면 출발하자.”

우리는 이제 익숙해진 설원을 향해 발을 옮겼다.

아직 오전이라 해는 높게 떠 있었다.

미리 봐둔 사냥터로 이동해 사냥을 하던 와중, 허공에서 기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이제 슬슬 시작이 된 건가.

[신(神)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세 번째 마경부터는 신들이 인간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신내림을 하기 위해.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고, 마수를 잡는 사람을 헌터라고 분류한다.

그리고 헌터 중에서 신내림을 받은 경우에는 만신(萬神)이라 불리곤 하였다.

신내림을 받을 경우 단숨에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뛰어난 헌터 중 대다수는 만신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이들이 신내림을 받고 싶어하긴 했지만 신들도 깐깐하게 따져 인간을 고르곤 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전생에 신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약한 인간에게 내려오고 싶은 신은 없을 테니.

[몇몇 신이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생에는 나를 눈여겨보는 신들이 생긴 상태였다.

달갑지 않은 시선들이었다.

나에게도 관심을 보일 정도면 슬슬 윤봄이나 윤겨울에게도 신내림 제안이 갔을지 모른다.

먼발치에서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보았으나, 딱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소리만이 요란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윤겨울, 너 왜 자꾸 내 마수 뺏어?”

“억울하면 누나가 먼저 잡으라니까.”

윤겨울은 윤봄이 화를 내는 모습이 재미있는지 더욱 약을 올리고 있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멀리 가지 말고,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마.”

“알겠어요, 형!”

“네, 오빠!”

두 사람이 계속 같이 다니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 근방은 비교적 약한 마수만 나타나기도 하고.

나는 우선 방금 전 사냥한 마수를 해체하기로 했다.

[‘설원 검치호의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설원 검치호의 뼈’를 획득했습니다.]

[‘설원 검치호의 고기’를 획득했습니다.]

“후우…….”

해체가 끝났을 즈음에는 양손이 피로 젖어 있었다.

설원 검치호의 사체에서는 유용한 것을 꽤 많이 얻을 수 있다.

아이템을 챙긴 뒤 몸을 일으키는데, 무언가가 날아왔다.

-피슝!

‘감각’ 덕분에 공격이 날아오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해낸 뒤,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수작입니까?”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천구남이 서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기세등등한 표정.

업보 쌓기 싫어서 살려놨건만, 제발로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는 모양이었다.

“당신이 지난번 나를 망신 준 만큼, 똑같이 되돌려주려고요.”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물론이죠.”

천구남에게 겁먹은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천구남이 씩 웃으며 말했다.

“내게 신내림이 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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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천구남

[등급] 인일품(人一品)

[오행] 수(水)

[신명] 역병의 작은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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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사주창에 ‘신명(神明)’ 항목이 생겨 있었다.

천구남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게는 신의 목소리가 들린다고요. 역시 내가 주인공입니다. 그러니 신도 날 선택한 거겠죠……!”

이제는 천구남까지 주인공 타령이라니.

수호신이 붙어서 여러모로 들뜬 모양이었다.

보아하니 새로운 이능도 받은 상태고.

그가 흉흉한 눈빛으로 말했다.

“후회하게 해주죠, 서강림 씨.”

그 말과 동시에 천구남의 주위에 십수 개의 수탄이 장전되었다.

주위의 온도가 낮아 수탄은 고드름 같은 형태가 되어 매섭게 나를 향해 내리꽂혔다.

-콰과곽!

수탄이 내 발치 옆에 아슬아슬하게 박혔다.

평소 같으면 쉽게 피했을 텐데 지형이 불리했다.

이곳은 주위에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장소.

수극화의 논리 때문에 내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내가 공격을 피하자 유쾌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꼴을 사람들이 봐야 할 텐데요!”

[이능 ‘수탄’이 발동됩니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두 번째 공격이 날아들었다.

지난번에 비해 공격력도, 속도도 확실히 높아졌다.

신내림의 영향뿐만 아니라 이 한빙 마경 자체가 천구남에게 유리한 장소였다.

이곳은 사방이 눈으로 덮인 곳.

수분을 사용해 수탄을 만들어내는 천구남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는 장소였다.

나에게는 역으로 불리한 곳이기도 했다.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 한다.

나는 수탄을 피해 달음박질을 쳤다.

“언제까지 도망갈 생각입니까, 서강림 씨!”

천구남이 나를 쫓아오며 소리를 쳤다.

온 감각을 곤두세운 채 도망치던 중,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수(水)의 기운이 ‘서강림’의 운명을 극(剋)합니다!]

[수(水)의 기운이 2번 중첩되어, ‘서강림’의 능력치가 20% 감소합니다!]

그 순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온몸이 물에 빠진 듯한 기분.

갑작스러운 페널티 알림에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움직이기가 힘든데 눈까지 내리자 몸에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한테는 신이 함께 하신다고! 도망가봐야 소용 없습니다!”

천구남은 신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해졌다.

그렇지만 신이라고 해서 다 같은 신은 아니다.

역병의 작은 손님, 철원 도령은 손님네라는 신 중 하나다.

손님네의 다른 이름은 마마신(媽媽神)으로, 역병인 천연두를 앓게 하고 낫게 해주는 신이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나쁘지 않은 신 같다.

역병의 신이지만 치료를 해주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같은 손님네라고 해서 급이 다 같은 것도 아니었다.

철원도령은 손님네 중에서도 하급인 작은 손님 중 하나.

이 정도라면 싸울 수 있다.

나는 저물대에서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 * *

물로 만들어진 탄환은 쉴 틈 없이 먹잇감을 찾아 달려들고 있었다.

천구남은 자신만만한 웃음을 띤 채 서강림을 쫓고 있었다.

‘신내림을 받으니 날아갈 것만 같아.’

홀로 설원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던 중, 천구남에게 신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신이 자신을 선택하고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에 기뻐, 단번에 신내림을 받았다.

철원 도령은 자신을 받아들인 천구남에게 힘을 빌려주고 새로운 이능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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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 마마(媽媽)

[등급] 인일품(人一品)

[설명] 손님네의 힘을 빌려 상대방을 마마에 걸리게 한다. 이능 ‘마마’를 발동시킨 상태에서 공격을 할 경우, 공격 받은 부위가 감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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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내림을 받자 마력이 크게 상승하여 아무리 수탄을 쏘아도 지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곳은 사방이 눈.

수탄의 재료인 물은 넘쳐나고 있었다.

‘서강림은 불 이능을 쓰는 걸 보니, 사주 또한 불 속성이겠지.’

천구남도 세 개의 방을 진행하면서 대략적인 상생 관계를 눈치채기 시작하였다.

불을 끄는 것은 물.

즉 서강림의 천적은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 증거로 서강림은 접근하지 않은 채 도망만 치고 있었다.

“도망 하나는 잘 치네요! 꼭 쥐새끼처럼!”

천구남의 조롱에도 서강림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천구남은 점점 숨이 차기 시작했다.

‘젠장, 저놈은 왜 이렇게 잘 도망치지?’

천구남은 발이 눈에 파묻혀 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그가 신고 있는 신발 역시 상점에서 산 방한용 신발이지만 서강림과는 차이가 있었다.

서강림은 신발에 얇은 사슬을 감아 미끄럼을 방지하고 있었다.

쫓으면 쫓을수록 거리가 벌어지는 와중, 철원 도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쟤 나쁜 놈인 거 맞지?】

【나쁜 놈한테만 벌줘야 해】

【구남아, 쟤 나쁜 놈 맞는 거지?】

“아, 맞다니까요.”

철원 도령이 이상한 소리만 해대자 천구남은 짐짓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독고준도 이상한 놈이고 수호신도 이상한 놈이고…….’

그가 속으로 투덜거리던 중.

서강림이 언덕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이 보였다.

천구남이 급히 그 뒤를 쫓아 내려다보니, 눈밭 사이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자기가 뛰어 봤자지.’

천구남은 이를 악물고 그곳을 향해 수탄을 날려 보냈다.

수탄이 명중함과 동시에 요란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꾸웨엑!

눈밭 속에서 버둥거리는 것은 자그마한 눈돼지였다.

마마의 기운이 섞인 수탄을 맞자, 순식간에 몸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젠장, 잘못 봤잖아.’

천구남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무언가가 움직이자 다시 한번 수탄을 쏘아 날렸다.

그러나 그 역시 서강림이 아닌 눈돼지였다.

천구남은 무언가가 움직인다 싶으면 곧바로 공격을 가했지만 전부 마수였다.

“젠장, 서강림. 어디 있어!”

천구남이 악을 지르며 다시 한번 움직이는 무언가를 향해 수탄을 날렸다.

또다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르르릉!

돼지의 비명 소리였지만 아까 전과는 확연히 다른 소리.

눈 더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성체 눈돼지였다.

새끼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였다.

-크르르릉!

성체 눈돼지의 눈이 맹수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천구남은 그제야 일이 꼬인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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