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사주 헌터-13화 (13/256)

<13화>

4. 두 번째 문

[공적치를 10점 획득하였습니다!]

[공적치를 10점 획득하였습니다!]

[공적치를 10점 획득하였습니다!]

공적치 획득을 알리는 알림창이 정신없이 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달려드는 인골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이 지나간 궤적대로 뼈에 금이 새겨졌다.

-서걱!

인골귀의 정강이뼈가 잘려나가자 곧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머리가 훤히 시야에 들어왔다.

정수리에 칼을 박아 넣자, 곧 인골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후우…….”

나는 숨을 고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주위에는 인골귀의 사체가 가득 쌓여 있었다.

도산의 방은 이미 클리어했지만, 그 뒤에도 나는 계속 이곳에서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이제 슬슬 두 번째 마경으로 넘어가야 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놈과 두 번째 마경으로 함께 가야 하니, 그동안 사냥에 전념하기로 했다.

나는 숨을 돌릴 겸 내 능력치를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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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9단

[체력] 5단

[민첩] 8단

[감각] 5단

[마력] 5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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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공략을 한 이후, 생각보다 능력치가 많이 오르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충삼품인 나는 남들보다 서너 배는 노력해야 그 속도에 맞출 수 있으니까.

쌓아둔 공적치는 제법 있었다.

그러나 등급을 올리려고 모아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적당히 공적치가 쌓인 것을 확인한 뒤, 이능을 성장시켰다.

[이능 ‘광염일장’에 공적치를 투자합니다!]

[이능 ‘광염일장’이 충이품(蟲二品)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능은 반복 사용을 하거나, 공적치를 투자하는 것으로 성장이 가능했다.

‘광염일장’은 빌딩에서 신수아의 도움을 받아 이능이 일시적으로 진화했다가 다시 충삼품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새삼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한 공적치를 쏟아부어야 등급을 올릴 수 있는데, 신수아와 동행할 경우 2등급이 올라버리다니.

신수아는 흔히 말하는 나의 귀인인 셈이었다.

[출구에 도착하였습니다!]

인골귀들을 처치하며 어느새 도산의 방 탈출로까지 오게 되었다.

점점 클리어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듯하였다.

로비로 나가 잠시 숨을 돌리고 있자,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아, 서강림 씨. 안녕하세요. 덕분에 와이파이 잘 쓰고 있어요!”

내게 말을 붙인 사람들은 모두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공유한 이후, 사람들은 내게 호감을 가진 것 같았다.

그런 호의는 내게 꽤 낯선 것이었다.

“최초 공략을 하다니, 정말 실력이 뛰어나네요. 전 아직도 고생하고 있는데.”

“서강림 씨는 등급이 얼마나 되려나요? 못해도 귀급은 되겠죠?”

그들은 내가 대답하지 않는데도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중에 같이 사냥 가요. 두 번째 방은 같이 가면 좋을 텐…….”

그러던 중, 상대방은 무언가에 흠칫 놀라 말을 끊었다.

그가 힐끗 뒤를 돌아보고는 안색이 바뀌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피하듯 후다닥 발을 옮겼다.

“그, 그러면 다음에 또 이야기 나눠요. 서강림 씨!”

마치 마수라도 피해서 도망가는 듯한 모양새.

그리고 그들이 떠나자, 독고준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서강림, 오늘도 열심이네!”

방금 전, 사람들이 겁을 먹고 도망가게 만든 원흉이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람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으니 겁을 먹을 만도 했다.

지금은 그저 웃는 얼굴이었지만.

“엑스트라들이 너에게 관심이 많네. 뭐, 그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엑스트라 주제에 너랑 같이 가고 싶다니 양심이 없네.”

그가 상당히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독고준, 초반에는 외모도 괜찮고 유명해서 사람들이 그를 많이 좋아했지.

원래 성격이 드러난 뒤에는 모두가 피해 다녔지만.

나는 그를 힐끗 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독고준 씨, 무슨 일이죠? 용건이라도 있나요?”

“에이, 우리 사이에 용건이 있어야지만 부르나?”

내가 첫 번째 방을 최초 공략한 이후.

독고준은 나를 오랫동안 알아 온 사람처럼 호의를 표하고 있었다.

물론 그 호의를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와중에 독고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용건은 없지만, 겸사겸사 두 번째 방도 같이 가면 좋고!”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저는 빌딩 때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에이, 한 번만 용서해주라. 난 너랑 더 친해지고 싶다고.”

친해진다라.

그가 이제까지 진심으로 동료라 생각한 사람이 있을까?

전생의 행보를 보면 독고준은 여러모로 믿을 수 없었다.

독고준이 전생에 문파를 설립했을 때, 5대 문파인 것 치고는 문파원들이 많지 않았다.

이유는 바로 그의 인성 때문이었다.

어떤 문파원이 마경에서 사망하여 장례식을 열었을 때, 그는 많은 부조금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주인공 감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죽다니……. 겨우 조연급이었나. 실망이야.]

결국 그는 주위 사람을 인간이 아닌 ‘캐릭터’ 정도로만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주연급이라 생각해서 이렇게 대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태도가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또한 그런 점이 아니더라도 독고준과는 너무 친밀해지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 이야기도 안 해줬잖아? 이야기해줘. 그리고 진짜 너 회귀자나 그런 거 아냐?”

그는 내게 지나친 관심을 가진 상태였다.

적당히 이용을 하는 선이 좋은데 이 정도까지 관심을 갖는 건 좀 곤란했다.

특히 내가 회귀자라고 추측을 하는 부분이.

“그냥 귀신 종종 보는 평범한 어린아이였습니다. 빙의니, 환생이니. 그건 다 뭡니까? 귀신 같은 겁니까?”

“어라? 서강림. 웹소설 안 읽어?”

“안 읽습니다.”

“그러면 내 소설도 안 읽었겠네.”

유명하다는 것만 알 뿐, 딱히 본적은 없었다.

내가 그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임에도, 독고준은 더욱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환생물이나 귀환물도 좋고, 빙의물도 좋고……. 그렇지만 난 역시 회귀물을 제일 좋아해서. 내 데뷔도 회귀물이었거든!”

“그렇군요.”

“그래. 왠지 너도 그런 쪽일 것 같단 말이지.”

나를 따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저 ‘서강림 회귀자론’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데.

또한 두 번째 방에서 따로 해야할 일이 있기에 동행할 수는 없었다.

“두 번째 방 같이 가자, 서강림. 너도 손해는 아닐 거 아냐?”

“글쎄요. 전 별로 그쪽과 같이 가고 싶지 않은데요. 저는 아직 독고준 씨가 아직 못 미더우니까요. 실력도 그렇고.”

내가 그의 실력을 의심하자, 독고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가 의미심장하게 나를 노려봤다.

“그래?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최초 공략도 제가 먼저 했잖습니까?”

독고준은 내 말에 반박하지 않았지만 약간 자존심이 상한 눈치였다.

그러다 이내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미소 지었다.

“뭐, 좋아. 당분간은 따로 다녀보자. 이참에 누가 먼저 공략하는지도 내기해보고. 내가 최초 공략을 하면, 너도 내 실력을 믿을 수 있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빛냈다.

“기대하고 있을게, 서강림. 네가 어떤 결과를 낼지.”

독고준은 싱긋 웃은 뒤 자리를 떴다.

일단 당분간은 독고준과는 각개행동을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주시하고 있겠지.

내가 최초 공략을 한다면 또다시 회귀자니 뭐니 하면서 따라붙을 것이 뻔했다.

이대로 독고준이 최초 공략을 한다면,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며 따라붙을 테고.

독고준에 대해서는 방책을 세울 필요성이 있었다.

우선은 그놈부터 처리해야겠지.

나는 일단 회복약을 받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그마한 흙인형, 토우(土偶)들이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능으로 만들어진 이 토우가 식사와 청소, 세탁 등을 책임지고 있었다.

나는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 토우에게 말을 걸었다.

“건량이랑 물통 하나 줘.”

“옷!”

토우가 알 수 없는 기합 소리를 내더니 선반 아래에서 건량과 물통을 꺼내주었다.

“고마워.”

“옷? 옷옷?”

토우는 옆에 있는 메뉴판을 탁탁 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건량으로 충분하냐? 더 먹어라!’ 같은 의미 같았다.

이 녀석들, 예전부터 남 밥 먹이기에 혈안이었지.

“됐어. 난 이거면 충분해.”

“오옷…….”

토우가 몹시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 불쌍하다는 듯이 나를 보더니 슬그머니 뭔가를 하나 내밀었다.

“옷옷.”

자그마한 양갱 하나와 커피가 한 잔 놓여 있었다.

서비스로 주는 것 같았다.

“잘 먹을게.”

“옷옷!”

토우가 또 오라는 듯이 짧은 팔을 파닥파닥 흔들었다.

나는 자리를 잡고 양갱을 입에 물었다.

커피를 홀짝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입구 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는 덕분에 살았어요.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아니에요. 아까 구남 씨가 공격 막아주신걸요.”

상당히 화기애애한 목소리였다.

곧 사람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오고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느새 파티가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두 명이 있었다.

한 사람은 신수아였다.

원래는 나와 파티를 맺었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협력을 하게 된 모양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신수아가 아니었다.

무리 가운데 한 남자가 눈에 유독 들어왔다.

멀끔하게 생긴 얼굴에 후리후리하게 큰 키.

서글서글하게 생겨 사람들의 호감을 살 법한 인상이었다.

“구남 씨, 앉으세요.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제가 무슨 고생을요. 아, 커피 받아 올게요.”

천구남은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천구남의 인상을 물어보면, 대다수가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고 할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저 얼굴에 속았다.

천구남은 충삼품인 내게도 말을 걸어주고 스스럼없이 대했다.

그러나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천구남 때문이었다.

이곳에 들어와 첫 번째 문을 아등바등 깨고 있던 중.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나를 피하고 배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 등급이 낮아서 그런 줄 알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사주 훔치기’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따돌림을 당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천구남, 저자가 내 이능이 뭔지 모두에게 까발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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