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 사주 헌터-6화 (6/256)

<6화>

-으직, 으지직…….

뼈가 씹히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주위가 피로 물들었으나 곧 사라졌다.

벌레들이 시체뿐 아니라 피까지 모두 먹어 치우기 때문이었다.

독고준은 멀찍이 서서 그걸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동료 캐릭터치고는 좀 애매하다 싶었는데, 역시나네.”

독고준은 이 세계가 게임이나 소설의 일부이며 자신이 주인공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문파 통합 회의 때도 자신 외의 사람들을 조연 취급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신수아가 이놈을 많이 싫어했었지.

지금도 경악한 얼굴로 독고준을 보고 있었다.

“캐릭터라니……. 당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일단 급한 것부터 처리하고.”

독고준이 마수를 바라보았다.

마수는 한창 식사에 열중해 있었으나 시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가 쇠파이프를 꽉 그러쥐는 것이 보였다.

“이놈을 잡으면 튜토리얼도 끝이겠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독고준이 마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시 한번 쇠파이프를 휘두르자, 벌레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그 소리에 독고준이 조용히 미소 지었으나 이내 굳어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십 수 마리, 잘 쳐줘 봐야 수십 마리의 벌레들.

빈자리는 순식간에 수복되었다.

같은 충급이지만 방금 전까지 상대한 거잠과는 전혀 다른 마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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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대거잠(大巨蠶)

[등급] 충일품(蟲一品)

[설명] 수많은 누에가 뭉쳐진 괴물. 누에를 모두 각개 격파를 해야 한다. 식성은 거잠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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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거잠은 등급이 낮지만 공략은 조금 까다로운 타입의 마수다.

창이나 세검 같은 경우는 거의 타격을 주지 못한다.

둔기로 으깨버리거나, 혹은 한 번에 불태우는 것이 적당한 대처법이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다 현재의 우리에게는 적당하지 않았다.

“상성이 안 좋은 타입 같은데. 물론 이 정도는……. 윽!”

독고준이 물러서려는 순간, 몇 마리의 벌레가 그의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피할 사이도 없이 벌레들이 이빨을 팔에 쑤셔 넣었다.

신수아가 다급히 소리쳤다.

“독고준 씨! 조심해요!”

그녀는 근처에 굴러다니던 각목을 재빠르게 집어 들었다.

그리고 대거잠을 향해 각목을 휘둘렀다.

둔탁한 타격음이 들려왔으나 곧 신수아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이게 대체……?!”

-가각, 가각……!

벌레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각목에 들러붙었다.

그리고는 마치 믹서기라도 되는 것 마냥 각목을 순식간에 갉아 먹어버렸다.

나는 벌레들이 신수아에게도 들러붙기 전, 재빨리 이능을 발동시켰다.

[이능 ‘광염일장’이 발동됩니다!]

벌레들을 향해 불꽃을 쏘아 보낸 순간,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벌레들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트는 것이 보였다.

―키이이익!

신수아에게 달려들던 벌레도, 독고준에게 들러붙어 있던 것들도 떨어져 나갔다.

대거잠이 불꽃에 놀라서 우리와 거리를 두는 것이 보였다.

광염일장은 충삼품(蟲三品)답게 화력은 좋지 않았다.

기껏해야 골프공만 한 크기였지만 위협용으로는 충분한 것 같았다.

다만 말 그대로 위협용일 뿐, 대거잠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독고준 씨, 괜찮아요?”

신수아가 독고준의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그의 오른팔에 구멍이 숭숭 나 있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독고준은 상처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말했다.

“괜찮아, 덕분에 살았네.”

옷이 피로 흠뻑 적셔진 와중에도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다 독고준이 나를 향해 시선을 틀었다.

그의 눈빛이 묘한 빛을 띠고 있었다.

“너, 서강림이라고 했던가? 너도 고마워. 동료로 삼기에 괜찮아 보이네.”

독고준은 여전히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가 웃는 얼굴로 대거잠을 힐끗 보았다.

“서강림, 저거 죽일 수 있겠어?”

“도망치는 편이 더 나을 겁니다.”

불은 확실히 효과적인 무기였으나, 대거잠을 쓰러트리기에는 화력이 약했다.

내 마력의 양이 적어 사용에도 한계가 있고.

지금은 대거잠이 경계하느라 몸을 사리고 있지만 다시 격돌하면 분명히 질 것이었다.

일단은 도망가서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조금만 더 끌면 운명 보호국에서 올 테니.

나는 빠르게 두 사람에게 말을 전했다.

“지금 빠져나갑시다. 제가 조금 더 불을 일으켜 볼 테니, 그사이에 도망치죠.”

대거잠은 아직 내 화력을 경계하고 있었다.

먹이도 배부르게 먹었으니 우리에게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 와중에 독고준은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도주인가. 그렇게 되면 전개가…….”

이 와중에도 헛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신수아가 그를 툭 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나를 바라보았다.

“신호 주면 바로 뛰세요. 알겠죠? 시선을 분산시키도록 각자 다른 방향으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아와도 시선을 교환했다.

나는 다시 한번 작은 불꽃을 틔운 뒤, 대거잠을 향해 던졌다.

-화르륵!

머리를 향해 불꽃이 날아오자 대거잠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마는 것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세 방향으로 나뉘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수천 개의 눈알이 나를 응시하였다.

-키이이익!

대거잠은 이 정도 불꽃으로는 죽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는지, 곧 몸을 틀어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불을 쏘아낸 나를 최우선으로 경계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문가에서 독고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런 패턴인가.”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독고준과 신수아는 출구에 도착해 있었다.

독고준은 이제야 알겠다는 얼굴로 내 쪽을 보고 있었다.

“강력한 적이 나오고, 동료가 죽고, 그걸로 인해 주인공이 각성하는 그런 패턴이구나. 이 여자는 히로인인가 보네.”

독고준의 목소리는 잔뜩 들떠 있었다.

마치 재미있는 무언가를 보는 듯이.

그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서강림. 너의 희생, 잊지 않을게.”

그리고 독고준은 신수아를 끌고는 곧바로 자리를 빠져나갔다.

신수아가 이놈을 싫어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냥 도망갔으면 딱히 아무 생각도 안 했을 텐데.

-키기긱……!

그 사이 대거잠은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일단 보호국이 올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

대거잠과 대치하며, 틈을 노리던 그때.

출구 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로인은 무슨 히로인이야, 이 미친놈아!”

역정을 내는 소리와 함께 다시 신수아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나를 향해 소리쳤다.

“강림 씨, 제가 주의를 끌 테니 도망가요!”

신수아가 나타나 각목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대거잠은 순간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놈이 신수아를 향해 몸을 튼 순간.

나는 곧바로 대거잠을 향해 불꽃을 쏘아 올렸다.

-퍼엉!

“어딜 봐? 날 봐야지.”

양쪽에서 공격을 하자 대거잠은 조금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이건 일시적인 방책일 뿐이다.

결국 대거잠은 공격 대상으로 나를 선택하고 이빨을 드러냈다.

-캬아아악!

대거잠이 분노에 차 울부짖으며 내 어깨를 씹어 삼키려 했다.

다급히 공격을 피했으나, 완전히 피한 것은 아니었다.

벌레들이 팔에 박히자 순식간에 피가 새어 넘쳤다.

“큭……!”

나는 다급히 불꽃으로 벌레들을 떼어냈지만, 이제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다.

마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껏해야 광염일장을 한 번 정도 쓸 수 있었다.

-키이이익……!

놈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나를 향해 기어 오기 시작했다.

뭔가 무기로 쓸 만한 게 없을까?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자, 한쪽에 쌓여 있는 자재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다급히 신수아를 향해 소리쳤다.

“신수아 씨! 목엽지법을 사용하세요!”

“이 근처에 나무 같은 게 없어서……!”

“각목으로 해보세요!”

나는 방금 전, 미친 듯이 각목을 갉아 먹어 치운 누에들을 떠올렸다.

거잠의 식성은 짐승.

사람.

그리고 초목.

‘목엽지법’은 근처에 흙이나 나무가 있으면 사용이 가능하다.

각목처럼 죽은 나무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신삼품인 신수아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때 이능 알림음이 들려왔다.

[이능 ‘목엽지법’이 발동됩니다!]

그녀의 눈동자가 일순간 빛나는 것처럼 보이더니, 들고 있던 각목에서 싹이 돋고 가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공사 현장 곳곳에 굴러다니던 각목에서도 싹이 자라나고 있었다.

-촤아악!

각목에서 수많은 나무 덩굴이 자라나 대거잠을 포박했다.

나를 물어뜯기 직전, 대거잠이 나무 덩굴에 붙잡히더니 거칠게 몸부림을 쳤다.

신수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제 됐어요! 이제 도망만 가면……!”

-키이이익!

붙잡힌 대거잠은 몸부림을 치는가 싶더니, 빠르게 나무 덩굴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그녀의 공격은 조금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대거잠은 미친 듯이 나무를 갉아 먹으며 회복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림 씨! 피해요!”

신수아는 절망에 가득 찬 얼굴로, 어떻게든 대거잠을 막으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피하지도, 절망하지도 않았다.

애초부터 ‘목엽지법’만으로 대거잠이 쓰러지리라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이능 ‘광염일장’이 발동됩니다!]

나의 모든 마력을 끌어모아 불꽃을 피운 뒤, 대거잠을 향해 날렸다.

순식간에 나무 덩굴에 불이 옮겨붙었다.

-화르르륵!

그러나 불길은 여전히 약했다.

대거잠 역시 이 정도 불길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놈이 당황하여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불길은 단순히 나무에 불이 붙은 것 이상으로 커지는 중이었다.

우리의 능력은 사주에 기반한 것.

사주의 논리가 전투에도 적용된다.

금속은 나무를 죽이는 상극(相剋)인 궁합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상생(相生)하는 궁합도 있다.

목생화(木生火).

나무는 불을 살린다.

아무리 작은 불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도와줄 나무가 있다면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알림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서강림’과 ‘신수아’의 운명이 얽히기 시작합니다!]

[‘신수아’의 운명이 ‘서강림’의 운명을 생(生)합니다!]

[이능 ‘광염일장’이 충삼품(蟲三品)에서 충일품(蟲一品)으로 일시적으로 진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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