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166화 (166/170)

166화

모든 힘을 개방한다.

나는 백룡에게 받은 힘을 사방으로 퍼트렸다.

촤르르르르르-!

마치 유리처럼 반투명한 것들이 주변으로 자리를 잡는다.

주변에 떠 있던 에인헤야르의 몸이 더욱 뚜렷해진다.

저들은 저들대로 다른 이들을 상대할 것이다.

나는 내가 상대할 이를 상대하면 된다.

콰릉!

전격을 끌어모아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밑으로 전장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난 마물 군세의 중앙.

커다란 마물의 머리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남자도 날 발견하고는 곧장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난 그대로 온 힘을 끌어 올렸다.

후우우우우웅-!

창이 강렬한 빛을 뿜어낸다.

앞으로 쏘아지던 힘 그대로 난 바닥으로 급강하했다.

남자, 전략가가 나를 향해 손을 뻗는 게 보였다.

그리고 충돌.

웅-!

격돌음은 없었다.

벌떼가 우는 것같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난다.

전략가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일그러진 막 같은 게 펼쳐져 있다.

내 공격을 받아 내고 흐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것은 나와 그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전략가는 안경을 추켜 올리며 내게 말했다.

“직접 뵙는 건 처음이군요.”

“그래. 근데 여유가 있나 봐?”

난 왼손을 들었다.

환한 광채와 함께 손에 은빛의 건틀렛이 나타났다.

키잉!

“인사할 여유도 있고.”

난 사납게 웃으며 그대로 손을 내려찍었다.

콰드드드득!

격렬한 파열음과 함께 손이 그대로 막을 깨부쉈다.

건틀렛이 녀석의 몸에 닿기 직전 그를 태우고 있던 마물이 휙 몸을 틀었다.

쾅!

그 결과 내 주먹은 놈이 아니라 놈을 태운 마물의 몸을 강타했다.

-크오오오오!

마물의 상반신의 절반이 그대로 사라졌다. 녀석은 고통이 섞인 비명을 내지르더니 곧 바닥에 널브러졌다.

전략가는 바닥으로 내려왔고, 나도 그를 따라 내려서며 그와 마주했다.

그는 나를 향해 말했다.

“그쪽은 자신만만한가 보군요.”

녀석은 그 말과 함께 양손을 활짝 펼쳤다.

난 녀석이 술수를 부리기 전에 저지할 생각으로 바로 몸을 날렸다.

한 손으로 창을 뻗는다.

콰아아앙!

한데, 그의 옆에서 구멍이 하나 생기더니 그곳에서 거대한 주먹이 튀어 나왔다.

난 창을 그대로 내던지며 몸을 숙였다.

콰앙!

거대한 주먹이 애꿎은 지면을 때리고.

웅!

전략가는 다시 막을 만들어 내며 내 창을 막아 냈다.

휘익!

난 앞으로 달려가며 손을 뻗어 창을 회수했다.

쾅! 콰앙! 쾅!

조금만 접근하려 해도 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와 나를 괴롭혔다.

나는 달리면서도 그 거대한 손을 관찰했다.

고동색을 띠는 피부, 징그럽게 꿈틀대는 혈관.

무엇보다 주변을 침식하는 사이한 기운.

‘악마의 팔이군.’

다시 한번 그 팔이 내가 서 있었던 지면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땅이 움푹 파여 나간다. 난 힐끗 그 자리를 보았다.

그곳은 단순히 움푹 파인 것뿐만 아니라,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고위 악마의 흔적이다.

고위 악마는 그 자체로 걸어 다니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단순히 전투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악마란 무엇인가.

그 존재 자체가 사이하고 사악한 놈들이다.

개중에서도 고위급의 악마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주변으로 저런 기운을 내뿜는다.

그 기운에 접하면 식물은 시들며, 동물은 시름시름 앓는다.

기운이 강대하면 강대할수록 더욱 치명적인 속성을 띤다.

‘저 정도면 마왕. 그중에서도 상위급이군.’

내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어떤 놈들보다 더 강력한 놈들이다.

“희안한 술수를 부리는군.”

나는 전략가를 노려보며 말했다.

악마를 소환하는 것과 부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소환하는 것도 물론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녀석은 이상한 능력을 통해서 악마의 팔을 마음대로 부리고 있지 않은가.

그 난이도는 둘째치고 보통 악마 놈들은 자존심이 강해 저런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략가는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여유가 없어지셨나요? 말이 많아지기 시작하시는군요.”

“그 개 같은 존댓말 좀 안 쓰면 안 되나? 엄청나게 오글거리거든?”

이번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휘이이잉!

바람을 불어 공간을 일그러트리고, 전격으로 몸을 감싸며 몇 번이나 각도를 틀어 가며 달렸다.

순식간에 놈의 코앞에 다다랐다.

웅!

녀석은 아예 방어막 같은 걸 움직여가며 내 창을 막아 냈다.

난 창을 휘두르는 척하다가 그대로 바닥을 내려찍으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쿵!

머리 바로 위에서 발을 내려찍었다. 녀석은 팔을 뻗어 내 발을 붙잡더니 그대로 몸을 비틀어 꺾으며 날 내던졌다.

투웅!

난 바람의 힘을 모아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고서는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녀석의 손바닥과 내 주먹이 맞부딪치며 굉음을 내었다.

다시 달려들려는데 녀석이 손을 뻗자 갑자기 내 몸이 쭉 밀렸다.

“이거 아무래도 직접 싸우는 건 좀 힘드네요.”

“쫄리면 쫄린다고 말하…….”

“아뇨. 이왕이면 그냥 처음부터 제대로 싸우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녀석은 양팔을 쫙 벌렸다.

후우우우웅-!

놈으로부터 강렬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악마를 소환하기라도 하려는 건가?

난 우선 창을 들고서 기운을 끌어모았다.

바로 공격해 들어가기엔 녀석이 내뿜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쿵!

그리고 다음 순간.

녀석의 몸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한 점으로 응축되듯 찌그러지고 우겨지며 검은 구와 같은 형태로 바뀐다.

난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것을 빤히 보았다.

휘이이이이이이.

검은 구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쩌저적-

이내 균열이 생기고, 그것이 팍 터지며 주변으로 검은 안개를 퍼트렸다.

안개의 중심부에 다시 사람 얼굴의 형상이 나타났다.

-아주 잘해 주었다.

그것은 입을 열어 말했다.

왠지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구토감이 치밀어 난 인상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또한, 난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난 전략가가 ‘어둠’의 수하라고 생각했다.

녀석이 그 힘을 받아서 싸우는 것이리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방금 일련의 상황을 보며 깨달았다.

-대륙의 모든 기운이 지금, 이 순간 이곳으로 모였다. 그야말로 최고의 전장이지.

그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 검은 안개. 저것이 바로 어둠이다.

전략가라는 건 그저 껍데기에 불과했다.

애초에 어둠은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

-힘겹게 일군 곡식이 영글었으니 슬슬 수확해야겠지. 어디 그럼 마지막 여흥을 즐겨 보아라.

안개 속에서 보이던 얼굴이 사라지고 안개는 둥실 움직이며 검은 원을 만들었다.

“허억, 헉…….”

난 뒤늦게 몸을 강하게 짓누르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거친 숨을 토해 냈다.

처음엔 내 의지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압박감이 거두어지고 나서야 내가 강제로 못 움직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을 시간 같은 건 없었다.

난 거대한 검은 원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오는 것을 보았다.

고동빛의 거대한 발, 이어서 몸과 머리가 완전히 원을 빠져나온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 익숙하게 봐 왔던 흑룡이 원을 지나 나타났다.

다만 놈은 지금껏 봤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마도 저것이 본체이리라.

‘놈도 전략이고 뭐고 없었군.’

뭐가 전략가인가.

이렇게 무식하게 힘으로 때려 박는 놈이.

난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으며 원을 빠져나온 악마와 용을 보았다.

악마는 그 거대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악마와 맺은 고대의 계약에 따라, 나는 이 자리에 죽음을 선포한다.

용은 아무 말 없이 고고한 눈으로 지상을 내려다본다.

터무니없는 강적이 둘이나 나타났지만, 나는 직감했다.

이 둘을 쓰러트리면 이 전쟁은 끝이 난다.

어둠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흑룡의 몸, 그리고 악마의 몸에는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어둠의 힘이었고, 그렇기에 둘에게서 더욱 강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일 터.

“그래, 씨발 한번 싸워 보자.”

난 허공으로 훌쩍 몸을 띄웠다.

아직 두 놈이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틈을 타 전장의 상황을 쭉 살폈다.

전략가, 아니 어둠의 수하들은 확실히 강력했다.

마물이 우리 쪽으로 공격해 오는 걸 보고 뒤늦게 성문을 열어 합류한 제국이 아니었다면 아슬아슬했을지도.

특히 제국의 십 강이라 불리던 존재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마물들을 분쇄하고 있었다.

덕분에 전장 전체적으로 보면 여유가 좀 생겼다.

저 두놈을 빼고 생각하면 말이다.

제국 측에서도 새롭게 나타난 두 놈을 주시하고 있었는지 약 네 명 정도가 이쪽으로 돌진해 오고 있다.

나는 손을 뻗어서 에인헤야르까지 불러들였다.

안타깝지만 저놈들은 지금 내 힘이라 해도 혼자서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패배를 생각하진 않는다.

난 이길 거니까.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난 창을 들고서 뇌령을 자극했다.

뇌기(雷氣)가 사지로 퍼져 나간다.

몸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손끝에서부터 몸이 점점 반투명하게 바뀐다.

뇌기를 받아들이는 걸 넘어선 무언가. 굳이 표현하자면 뇌전으로 이루어진 몸.

창을 포함해 온몸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드디어 두 놈도 나를 똑바로 보았다.

콰앙!

하늘로 치솟았다.

어느새 내 곁으로 따라붙은 에인헤야르가 나를 따라 무기를 휘두른다.

난 악마의 미간을 향해 창을 내더졌다.

콰르르르르릉-!

한 점으로 압축된 강력한 힘이 창에 실려 악마의 미간에 작렬한다.

-크윽! 무슨!

악마의 머리가 뒤로 튕겨져 나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일격에 치명상을 입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난 그대로 놈에게 다가가 양 주먹을 들어 어깨를 내려찍었다.

-크아악!

악마가 괴성을 내지르며 팔을 휘저었다.

그것만으로 강렬한 풍압과 함께 사기가 치민다.

난 전격을 강렬하게 내뿜어 사기를 중화시키며 다시 창을 만들어 내었다.

이제 뇌룡창이니, 풍월검이니 하는 건 무의미해졌다.

그것은 오롯이 내 안에 속해 있고, 나의 힘이다.

무기의 형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뀌며, 그 힘은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부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게.

휘이이이이이이!

악마의 머리 바로 위로 강력한 회오리 바람을 만들어 내었다.

콰르르르릉!

그것에는 전격이 깃들어 있어 악마도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위력을 만들어 냈다.

악마는 한 손을 들어 그것을 흩어 버렸고, 그사이에 난 틈을 노리고 에인헤야르들이 놈의 겨드랑이를 찔렀다.

-크아악!

그리고 난 건틀릿을 만들어 내며 그 힘을 끌어냈다.

건틀릿의 능력은 힘의 증폭 및 집중. 하지만 그것의 본질을 살피면 단순히 ‘힘’에 국한되지 않는다.

‘증폭’, ‘집중’

그것은 모든 것에 통용되는 것이다.

순식간에 온몸을 감도는 기운이 배는 강해졌다.

그대로 그것을 악마의 복부로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지금껏 다른 무언가보다 강한 굉음이 터져 나오고, 악마의 복부에 휑한 구멍이 뚫렸다.

곧바로 수복하려는 듯 단면이 꿈틀거리긴 했지만, 전격이 끊임없이 튀어 오르며 회복 속도를 늦추었다.

나는 몸을 날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