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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145화 (145/170)

145화

우리는 마중 나온 화린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숲처럼 보이는 이곳은 사실 중요한 시설 중 하나다.

그것은 숲의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는 건물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크기는 폴그룬 도시에 있는 신전보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내부 시설들은 거의 비슷하다.

“오셨습니까.”

가까이 다가가자 앞에 나와 있던 트렌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일련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난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다음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군요.”

그들은 흥미 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물론 나 또한 그들에게 아주 흥미가 많다.

저들을 모으라고 지시했던 게 나니까.

난 먼저 내 소개를 했다.

“전 폴그룬의 왕 이호진이라고 합니다. 본래 게임에서의 이름은… 카이저였고요.”

자신감 있게 말하려는데 마지막에 닉네임을 말할 때는 좀 부끄러웠다.

그래도 소개를 하고 나니 모두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요, 랭커이거나 그에 준하는 인물들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게임상에서의 서열로 따지면 대부분이 철우 형과 비슷하거나 그 윗줄.

하지만 이곳은 게임이 아니다.

그렇다는 건 이들의 능력도 그곳과는 다르리라는 것.

당연히 기대감이 있긴 했지만, 반대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직접 확인해 보면 그 옥석이 가려질 테니.

“다들 이곳까지 온 건 화린과 트렌의 통해 건넨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일 겁니다.”

다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한 번 더 물어보겠습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제 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 모두 받아들인 것 맞습니까?”

화린, 트렌이 말했겠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물어본다.

이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던 지금 이 자리에서 한번 확실히 하고 갈 필요가 있으니까.

난 단순히 협력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다.

동료를 뛰어넘는 확실한 ‘내 사람.’

그것도 내 명령을 듣고, 내가 지시한 것을 수행할 부하들을 모으고자 함이다.

저들에게 공손한 태도를 요구하고, 존경을 표하라는 명령을 내리진 않을 거다.

그저 내 명령에 반발을 하거나 도움이 아니라 걸림돌이 될 사람을 가리기 위함이다.

“물론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은 있습니다.”

그때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최강열법사.’

난 나선 사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의 닉네임을 떠올렸다.

아까 전 닉네임을 말할 때 얼굴이 새빨개졌던 걸 보며 동질감을 느낀 사내였다.

그것과 별개로 나는 그가 중년의 사내인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기억상으로는 닉네임으로 보나 말투로 보나 중딩인 줄 알았는데.’

액면가로 보면 그 당시에도 최소 이십 대는 되었을 거다.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나 지위, 명예를 바라고 온 것이 아니오. 그렇기에 더더욱 직접 확인하고 싶소.”

표정이나 말투는 굉장히 진지한데 닉네임을 생각하니 자꾸 웃음이 나올 것 같다.

난 최대한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힘을 보여 주시오.”

다행히 그의 말은 짧고 담백하게 끝났다.

나도 이미 예상하던 것이기에 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들도 이곳에 온 지 좀 됐으니 최근 우리 왕국의 행보는 충분히 들었을 거다.

이제 보여 줘야 할 건 그곳의 왕인 내 능력이겠지.

난 손을 뻗었다.

인벤토리에서 창이 튀어나와 내 손바닥에 안착한다.

난 그것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자세를 취했다.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전력을 다하지 못하는 점. 양해해 주십시오.”

그 말과 함께 나는 기운을 끌어올렸다.

주변에 피해를 줄 순 없으니 허공을 겨냥한다.

또한, 그 힘을 최대한 한 점으로 집중시키려 애쓰며 묵직하게 기운을 창끝에 담았다.

전력을 다하진 못해도 저들에게 의심을 남길 수는 없다.

적어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보여 줘야겠지.

우우우우웅-!

창이 거칠게 진동하고 황금빛이 뻗어 나온다. 창 주위로 어슴푸레하게 생겨나는 황금색의 비늘.

곧 부리부리한 눈과 함께 용의 형상이 나타난다.

과거 쓰는 것만으로 내게도 피해를 입혔던 기술은 이제는 완전히 내 통제하에 있다.

난 그 힘을 그대로 하늘로 방출했다.

콰르르르르르르릉-!

사방에 우렛소리가 퍼지며 땅이 떨린다.

그것은 성난 용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며, 용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 같기도 했다.

신기 뇌룡, 그 힘이 사방의 모든 것을 떨게 했다.

휙.

난 뻗었던 창을 회수하며 앞의 사람들을 다시 보았다.

“이 정도면 되었습니까?”

그들의 창백한 낯빛을 보며 활짝 웃어 주었다.

* * *

그들은 모두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노라 말했다.

난 그들의 수장된 사람으로서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다들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 합을 나누며 전력을 끌어올리십시오.”

이들에겐 우선 반공대를 유지했다.

내 밑으로 들어온 이상 말을 낮추는 게 맞으나, 바로 그러기도 어색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계속 그럴 생각은 아니고 이들이 본 무리에 합류하면 말을 낮출 생각이다.

이들에게도 그렇게 말해 두었다.

“그것이면 됩니까?”

최강열법사. 즉, 유스칼이 내게 물었다.

하긴 자신들을 모은 후 따로 무엇을 시키지 않으니 궁금하겠지.“그렇습니다. 지금은 당장 전투도 없거니와, 전력은 감춰 두는 만큼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음, 그렇군요.”

유스칼 외에 사람들도 그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테면 이번 바하트리스, 에바 연합과의 전쟁만 해도 그랬다.

그들은 우리의 전력을 한참이나 얕잡아 보았다.

그들은 과하게 방심을 했고, 과하게 여유를 부렸다.

결국, 그들이 처참하게 패한 건 그들이 단순히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력 분석 자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그렇게 멀지는 않았을 겁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화린이나 트렌에게 말하고요.”

이들의 전력은 하나하나가 최소 3성급 이상이다.

그 판단은 화린과 트렌이 직접 보고 확인을 했고, 내 실력 행사가 끝난 이후 나도 이들의 힘을 간단하게나마 확인했다.

기실 이들을 이번 전쟁에 참여시킬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건 시기상조라 생각했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모호한 상황.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기도 전에 내 패를 모두 까발린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병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물론 강자의 수가 많은 건 중요하다. 병사의 피해도 줄이고 적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으니까.

나 또한 당장 병사의 수보다는 ‘강자’ 그 한 명, 한 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그렇다고 병사, 즉 사람 수가 아예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지금이야 전장이 그리 확대되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나중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군데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다른 나라에서 여러 갈래로 침공하거나 마물들이 그렇게 한다면?

전력은 자연스레 분산되기 마련.

결국, 병력을 늘리는 것은 필수다.

“그럼 우린 이만 가 보지.”

“벌써 가십니까?”

새로 합류한 이들과 얘기를 하느라 잠잠히 있던 화린이 말을 걸어왔다.

“응. 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렇군요.”

그녀는 아쉬운 표정을 짓긴 했지만, 무어라 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난 그녀에게 나중에 술이나 한잔하며 회포를 풀자 했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도 그리 말했고.

난 미래의 적들에게 아주아주 날카로운 비수가 될 이들을 확인하고서 등을 돌렸다.

이제 확인할 건 다 확인했으니 정말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제법 먼 곳으로.

* * *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 셋은 열심히 뛰고 또 뛰며 이동했고, 곧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엔 산이네.”

“그렇습니다. 크룩.”

“케르륵.”

우리는 높다란 산을 올려다보다가 경사진 길로 발을 내디뎠다.

가장 앞장선 것은 케륵이었다.

이번 목적지에 대해선 그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루룩. 몇십 년이 지났는데 그들이 있을까?”

걷던 도중 크룩이 케륵에게 질문을 했다.

케륵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가 입을 열었다.

“케륵. 확신할 순 없다. 그래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옮겼을 것 같지는 않군.”

그의 말에 나와 크룩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케륵도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완전히 확신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하긴 직접 와 본 것도 아니고 전대 족장에게 들었다 했으니.

‘그러고 보면 전대 족장이라는 놈은 생각보다 박학다식했나 보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인족들과도 교류하고, 부족과 꽤 거리가 있는 외부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케르륵. 여기서 왼쪽입니다.”

그런 생각 등을 하며 착실히 케륵을 따라 걸었다.

이곳에 도착한 것까지는 전대 족장의 정보에 의한 거였지만, 산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그의 주술적 능력에 기대었다.

흔적 및 길찾기 능력.

크룩도 물론 주술사이긴 하나, 그의 주술은 케륵에 비해선 많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성장을 주술보다는 직접적인 무력 쪽으로 많이 하기도 했고.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용안을 통해서 흔적 찾기나 탐색 등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음.

솔직히 귀찮아서 케륵에게 맡겼다.

케륵이 할 수 있는 걸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지.

뭐,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창을 들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으니 나름 내 몫을 하고 있기도 하고.

“케르륵.”

케륵은 그러거나 말거나 한 번씩 멈춰 서며 우리를 안내했다.

어느 정도 걷다 보니 그는 아무래도 찾던 이들이 아직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것 같다 말했다.

그들에 대한 흔적이 남아 있다나.

산은 제법 높았고, 우리는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중간에는 한번 멈춰 서서 밥을 챙겨 먹기까지 하고, 그러고 나서도 또 한참 동안 오른 후에야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음.”

나와 케륵, 크룩은 주루룩 나란히 섰다.

더는 케륵의 안내를 따라서 이동할 필요가 없었기 떄문이다.

“제법 화끈한 환영 방식인데?”

“케르륵. 그렇습니다.”

우리의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괴수였다.

그것도 온몸에 창 수십 개가 꽂혀 있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군요. 크루룩.”

크룩은 괴수에게 다가가 그것의 몸을 더듬더듬하며 말했다.

누군가가 사냥을 해 놓고 그냥 버리고 간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향하는 경로에 떡 하니 놔둔 걸 보면 일종의 경고인 듯하다.

앞으로 더 다가오면 이렇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경고.

“맘에 드는 놈들이군요. 크루룩.”

그러거나 말거나 크룩은 어금니를 드러내 보이며 활짝 웃었다.

나와 케륵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터프한 게 낫지.”

우리가 찾아온 건 나약한 사냥감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이곳은 엘드린 산.

케륵이 말한 바에 의하면 ‘고블린’들이 지배하는 산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내 왕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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