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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110화 (110/170)

110화

화린 또한 옆에서 눈을 빛내며 펜던트를 보고 있다.

“그건 무엇인가?”

황금 갈기가 호기심을 드러내며 나에게 물었다.

“무언가 증거를 찾은 것 같군.”

난 씩 웃으면서 말했다.

펜던트를 뒤집어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내밀었다.

의아한 눈빛을 하고 있던 그의 눈이 점점 커진다.

“이거 설마?”

“맞아.”

펜던트를 거두며 덧붙여 말했다.

“네팔루치아의 상징물. 그리고.”

요사로운 빛을 뿜어내는 펜던트에 슬쩍 기운을 밀어 넣는다.

키잉-

그러자 강렬한 반발감이 느껴졌다. 내부에 존재하는 힘이 내 기운을 거부하는 것이다.

확실하다.

“놈들의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매개체야. 아마 주변에 이걸 미리 배치해 뒀을 거다.”

이건 들고 있다고 바로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

원하는 범위의 주변을 빙 둘러서 최소 아홉 개 이상의 아티팩트를 설치해 두어야 한다.

그러고도 꼬박 삼 일을 넘게 기다린 후에야 효과가 발휘되니.

“내통자는 어둠 송곳니 혼자가 아니라는 소리지.”

황금 갈기는 대놓고 분노를 드러냈다.

견고하리라 생각했던 그의 왕국엔 생각보다 쥐새끼가 많았다.

그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거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나.”

황금 갈기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나는 간단하게 답했다.

“이제부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 * *

‘악마의 속삭임.’

그것이 화린이 말한 퀘스트의 이름이었다.

악마의 속삭임은 아주 기나긴 연계 퀘스트로, 본래 퀘스트의 내용은 이렇다.

플레이어는 이곳 왕국 근처에서 수인 한 명을 발견한다. 그는 상처를 입어 거동이 힘든 상태다.

플레이어들은 그 수인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고, 도와줄 수도 있는데.

악마의 속삭임은 그를 도와주기로 했을 때 자동으로 시작된다.

정확히 말하면 연계 퀘스트 중 첫 번째인 ‘상처 입은 수인 (1)’을.

‘본래라면 던전 퀘스트보다 길었겠지.’

엔트를 통과하는 것도 본래 퀘스트다. 그 이후 왕국을 찾아가는 것도, 수인 왕을 만나는 것도, 사건에 참여하는 과정까지 모두.

‘어떻게 보면 난 전부 지름길로 온 거네.’

난 그 과정을 모두 스킵해 버렸다. 수인 왕국은 처음부터 초청 받아서 온 거고, 엔트는 아이템으로 꼬셨다.

자잘한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우리는 퀘스트의 핵심 아이템까지 얻었다.

난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을 모두 정리한 후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던 화린은 고개를 드는 날 보고선 입을 열었다.

“너 그 펜던트가 퀘스트 아이템인 건 어떻게 알았어?”

“이거?”

난 인벤토리에서 펜던트를 꺼내서 흔들었다.

“응.”

“어떻게 알긴. 너한테 퀘스트 내용 듣고, 이거 보니까 바로 감이 온 거지.”

퀘스트 내용대로라면 우린 이미 중반부를 넘어섰다.

네팔루치아 광신도들의 마수는 점점 깊숙이 뻗쳐 오고, 플레이어들은 동분서주하며 단서를 찾아야 하는 상황.

물론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휘이이-

창가로 바람과 함께 초록빛의 안개가 흘러들어 오는데, 그 중심엔 펜던트가 둥둥 떠 있었다.

“전하, 하나 더 찾았습니다.”

이렌이 그것을 받아 들며 내게 말했다.

그녀의 정령이 어딘가에서 찾아 들고 온 것이다.

“고맙다고 말해 줘.”

난 그것을 받아서 바로 인벤토리로 집어넣었다.

이걸로 다섯 개째.

목걸이를 탐색하는 건 수인족의 주술사 몇 명과 뇌조, 그리고 이렌이다.

“저쪽에선 두 개를 찾았다고 합니다. 두 개만 더 찾으면 될 것 같습니다.”

서로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건 이렌의 정령이 맡아서 하고 있다.

“그럼 우선 이 펜던트를 모두 찾으면 메인 퀘스트 중 하나는 깨는 거지?”

“응. 어쩌면 아예 퀘스트가 파괴될 수도 있어. 그게 없으면 놈들의 힘이 대폭 하향될 테니까.”

“좋아.”

우선 펜던트를 모두 찾을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황금 갈기에게도 말해 두었다.

퀘스트 진행상 몇몇 암살 위험이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일부러 왕궁 안으로 불러들였다.

“아마 놈들도 당황하겠지.”

“그렇겠지. 힘은 자꾸 약해지고, 표적들은 하필이면 왕궁 안에 틀어박혀 있으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꽤 몸이 달아 있겠지. 계획이 많이 어그러졌을 테니.

우선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

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힘주어 말했다.

던전 퀘스트 때 배운 게 있지 않은가.

우선 화린이 알고 있는 퀘스트 내용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되, 제2안, 3안도 마련해야 한다.

난 침대에 앉아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간간이 화린과도 의견을 나눴다.

우리가 그러는 사이에도 펜던트는 하나씩 발견되었다.

펜던트에는 은폐 주술, 인지 방해 주술 등등이 겹겹이 둘려 있었지만, 그 존재를 우리가 알아챈 이상 효력을 잃었다.

처음 찾아낸 펜던트를 분석해서 역으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에겐 뇌조가 있다.

은폐, 인지 방해 등등 모든 효과를 무시하는 그녀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펜던트를 발견했다.

게다가 이렌의 정령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수인 주술사들도 본격적으로 탐색을 시작하니 제법 유능했다.

“전하, 아홉 개를 다 찾았다고 합니다.”

“그래?”

시간이 지난 후 이렌이 펜던트 탐색의 끝을 알려왔다.

우린 다 같이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앞서서 우릴 안내해 줬고, 곧 황금 갈기가 있는 방에 도착했다.

“왔군.”

그는 턱짓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펜던트를 가리켰다.

“여기다 모아 놨네.”

“우리 것까지 해서 아홉 개. 다 찾았네.”

나는 그것들을 모두 인벤토리 안으로 집어넣었다.

안에 집어넣은 이상 부정적인 효과는 모두 차단이 될 것이다.

“이제 자네가 말한 대로 기다리면 되나?”

“응. 우선 도시 주변에 엔트들은 모두 불러 뒀지?”

“그렇네. 엔트족의 대장로가 직접 나서서 도와준다고 했지.”

“역시.”

아낌없이 주는 나무구만.

황금 갈기는 고개를 주억거리고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옆으로 몸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

“일이 벌어지는 걸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니.”

그는 착잡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게 더 피해를 줄이는 일이야. 함부로 들쑤셨다간 더 깊숙이 숨을 테니까.”

“그렇겠지…….”

우리가 기다리는 건 하나다.

적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

“나는 제법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네.”

황금 갈기는 아예 창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적이 이렇게 깊숙한 곳까지 숨어들 동안 모르고 있었다니.”

그는 창턱을 양손으로 꽉 쥐었다.

빠각

…악력만으로 돌덩이를 부수고 있다. 화가 많이 났나 보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나는 그에게 차분히 말해 주었다.

물론, 위로 같은 건 아니었다.

“예정된 일이었지. 자네가 왕국을 세우며 기존 신앙을 정리했을 때부터.”

황금 갈기는 왕국을 세웠다.

수인만을 위한 왕국을.

그곳은 수인들에게 일종의 낙원이었다. 황금 갈기가 직접 세운 실재하는 낙원.

그리고 그곳엔 신이 없었다.

황금 갈기가 자신의 왕국에 신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손아귀에 힘을 주던 걸 멈춘다. 여전히 뒤돌은 채로 서 있지만.

난 이어 말했다.

“악마족들은 항상 틈을 파고들지. 특히 이런 곳이라면 실체가 없는 악이 파고들기에 굉장히 쉬웠을 거고.”

“…악마는 약한 마음을 파고드는 놈들이지. 내가 좀 더 확실하게 관리했으면.”

“아니.”

난 그의 말을 뚝 끊었다.

황금 갈기가 슬쩍 날 본다.

“악마는 신앙이 없는 틈을 파고들어. 물론 자네라면 괜찮겠지. 자기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 또한 일종의 신앙이니까. 하지만.”

난 그를 단호한 눈빛으로 보았다.

“다른 이들은? 그들은 어디에 기댈 수 있지?”

이 세계에 신은 실존한다.

그들은 확실하게 존재하며, 사람들에게 힘을 내려 준다.

또한, 신을 믿는 것만으로도 악마 속성에 저항력을 얻는다.

크고 작고의 차이는 있지만, 신의 가호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왕국에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 원시 신앙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걸 봐.”

타악.

난 인벤토리에서 작은 물건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것은 지팡이를 든 채로 꼿꼿하게 서 있는 고양이의 조각상이었다.

“묘족의 신 케루벨. 자네도 물론 알겠지?”

“그래. 알고 있다.”

“이건 묘족 대장로의 방에 있던 거야.”

그룬이 방을 뒤지다가 발견한 거다. 나는 그냥 조각상인 줄 알았었는데.

그룬은 이게 묘족이 대대로 모시던 신을 조각한 물건이라고 챙겨 가자고 했었다.

“우선 한번 봐 보자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난 거기까지 말하고서 입을 다물었다.

‘이 정도면 밑밥으론 충분하겠지.’

이번 퀘스트는 일종의 기회이다.

고작 동맹의 주도권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회가 남아 있다.

하지만 급하게 움직여 봤자 판을 엎기만 할 테니 조심해야 한다.

기다리자.

* * *

달빛이 비치는 도시.

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

동공은 마치 취한 듯 흐리멍덩하게 풀려 있고, 입에선 침이 질질 새어 나오고 있다.

“크으…….”

그가 계속해서 어딘가로 걷는 동안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따라 도시 내부를 순찰하는 경비병들도 안 보인다.

여우 수인인 사내는 그저 어딘가로 걷고, 또 걸었다.

“크으으.”

그리고 놀랍게도 위와 같은 증상은 사내 한 명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도시 내에선 딱 봐도 십수 명의 수인들이 어딘가로 걷고 있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였고, 일견 명확한 규칙성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보고 있으면 알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누군가를 쫓고 있는 거군.”

“정확히 말하면 그를 따라가고 있는 거지.”

창가에 기대 있는 두 사내.

황금 갈기와 이호진.

그들은 유심히 수인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호진이 아는 대로라면 저 수인들의 움직임은 상대방이 원하던 게 아니었다.

‘부작용 같은 거지.’

네팔루치아 놈들은 펜던트를 매개로 해서 강렬한 주술을 발동했다.

그런데 호진이 직접 나서서 펜던트를 다 회수해 버리니 주술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맹목적으로 시전자를 쫓아가고 있군.’

세뇌 주술의 일종.

그것을 당한 이들이 펜던트의 상실로 주술이 변형되어 시전자를 따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시전한 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서 몸을 피하고 있는 거고.

“대충 위치를 알겠군. 애들을 보내도 되나?”

황금 갈기는 바깥을 보다가 호진에게 물었다.

호진은 한 번 더 바깥의 움직임을 살핀 후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네.”

그는 창가에서 물러나 몸을 풀었다. 그런 후 황금 갈기에게 말했다.

“내가 직접 갈 거니까.”

호진의 얼굴에 사나운 웃음이 걸렸다.

황금 갈기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부럽군.”

자신의 자리만 아니었으면 직접 나서서 족쳤을 텐데, 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가 위로 올라섰다.

그 후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냈다.

‘풍월검 개방.’

검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몰아친다.

‘풍신보.’

그리고 그 바람이 그의 몸을 휙 위로 띄웠다. 호진은 마치 바람처럼 하늘을 날았다.

뇌룡 질주보다 속도는 느린 대신 더욱 부드러운 움직임이 가능한 보법이다.

호진은 하늘 위에 떠서 작게 중얼거렸다.

“누가 사악한 악마를 숭배하는지 볼까.”

그의 눈이 황금색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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