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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95화 (95/170)

95화

와. 진짜 미친.

한눈에 봐도 이 뒷마당 전체가 범위 안에 들어 있다.

‘설마 귀를 안 들리게 한 것도?’

난 인상을 찡그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피잉-!

그 와중에 철우 형은 어느새 다시 몸을 일으켜선 화살을 쏴 댄다.

캉! 캉! 캉!

빠르게 연사해 대는 화살을 쳐내며 몸을 빼려고 했지만, 이미 무기류들이 바로 위에 와 있었다.

카앙!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다.

진짜 말 그대로 혼이 빠지는 듯한 공격이었다.

강철비.

그렇게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따다다다당-!

슬슬 돌아오는 청각에 무기들을 쳐내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높은 위치에다가 소환했었는지 무기 하나하나에 제법 묵직한 힘이 실려 있었다.

“풍막(風縸)!”

검에서 초록빛의 기운이 빠져나와 주변을 그물 모양으로 감싼다.

떨어져 내리는 것들의 힘이 많이 약해져 여유가 생겼다.

이제 문제는.

쿠구구구구구-!

불길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는 저 바위다.

나는 검을 휘두르면서도 기운을 끌어올렸다.

쿠웅-

쿵-

바위가 바로 위까지 다가오는 타이밍.

바로 지금.

환한 빛 무리가 맺힌 검 끝을 머리 바로 위의 바위에다가 가져다 댔다.

“삭월(朔月)!”

카라쿨을 죽였던 그 기술.

일순간 주변이 캄캄해진다.

모든 소리가 사라지며 주위가 고요해지고.

불길하게 울리던 소리도 사라져 있다.

휘이이이이-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엔 돌가루와 철가루가 섞인 먼지가 휘날리고 있었다.

짝짝짝-

“와. 이 미친 새끼.”

격해진 기운의 흐름을 진정시키며 서 있으니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손뼉을 치면서 내게 다가왔다.

“형이야말로 미친 거 아니에요? 죽을 뻔했네.”

나는 질린 얼굴로 바닥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무기들을 보았다.

삭월의 영향으로 내 근처에 있던 것들은 모두 산산조각이 나 버렸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내가 만든 기술이야. 이름은 만천화우(滿天花雨). 어때?”

만천화우.

보통 무협 소설의 사천당가가 사용하는 암기술로.

‘하늘에 꽃비가 가득하다’라는 말처럼 암기를 던져서 전 방위 공격을 하는 무공이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옆으로 걸어가 내 몸만 한 대검을 걷어차며 말했다.

“그건 암기로 하는 거잖아요. 이게 암기야?”

게다가 던지지도 않았잖아.

무식하게 하늘에서 한 번에 떨어트린 거지.

“왜. 대충 비슷하잖아.”

“비슷하긴 개뿔. 차라리 게이트 오브 뭐시기로 하지.”

난 모 작품에서 나왔던 기술을 생각하며 비아냥댔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하여튼. 난 당연히 네가 막을 줄 알았어. 이렇게 완전히 산산조각을 내 버릴 줄은 몰랐지만.”

“이야. 동생을 그렇게 믿어 주다니.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납니다그려.”

철우는 빙글빙글 웃더니 약간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너 도대체 레벨이 몇이냐? 공격 흘려 내는데도 손이 저릿저릿하더라.”

56이다. 하지만 그대로 말하긴 좀 그렇고. 난 에둘러서 표현했다.

“뭐. 꽤 높아요. 열심히 사냥 좀 했죠. 그나저나 형은 언제 또 그런 기술을 익혔어요?”

“글쎄.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냐. 사실 마전사 테크를 타려고 하긴 했는데…….”

그는 몸을 쭉쭉 풀며 말했다.

“내가 마나 감응력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더라. 그래서 적은 마나로 싸우는 방법 좀 고민해 봤지.”

“대단한 게 아니긴. 마나 컨트롤이 어마어마한 거 같던데. 아니,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마나 양이 보통은 아닌 거 같던데요?”

“뭐. 마나 양 늘려 주는 아이템 같은 것도 열심히 사 먹긴 했지.”

그는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하나씩 꺼내며 바로 마법을 발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안 보이게 꺼내 하늘에 띄우고, 그걸 고정해 놨다가 한 번에 떨어트리는 것.

모두 마법을 응용한 방법이다.

다 듣고 보니 마나 자체는 엄청나게 들진 않을 거 같긴 하다.

대신 내가 직접 한다면 머리가 터져 버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 뿐.

그는 곧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나는 합격이냐?”

그런데 그런 내 귓가로 철우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몸을 풀던 걸 멈추고서 그를 바라봤다.

“뭘 그런 표정으로 봐? 힌트를 한두 개 준 것도 아니면서.”

이미 내 생각을 알아채고 있던 건가.

참, 원래 생긴 건 곰같이 생긴 사람이.

눈치 하나는 여우 같다.

하지만 난 일부러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뭐라고 형을 테스트합니까? 저 철 등급 용병이에요. 은도 아니고 금 등급이나 되시는 분을 제가 어찌 감히?”

“능청 떨지 말고. 레벨이 오십이 넘는 철 등급 용병이 어딨냐?”

그는 내 허리춤에 걸린 검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검. 최소 유일, 아니다. 아예 성유물인 거 같은데?”

이야.

진짜 눈썰미도 대박이다.

성유물 풍월(風月)검.

그의 말대로 기존 체계가 아니라 따로 분류되는 귀물이다.

성유물은 신의 힘이 강하게 깃들어 있는 유물을 말한다.

“네 레벨과 아이템. 그리고 그 정도로 뛰어나면 소문이 돌 법도 한데 네 얘기는 전혀 못 들어봤단 말이야?”

나도 말 돌리는 걸 멈추고서 그를 똑바로 보았다.

“개인으로 다녔다면 오히려 더 소문이 나기 쉬웠겠지.”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또 어제부터 나와 화린이에게 계속해서 무슨 계획은 있냐, 상황은 어떻게 되냐 물어보고 다니고.”

나는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그는 결론을 짓듯이 내게 말했다.

“나와 화린이를 스카웃하러 온 거냐?”

난 그를 빤히 보다가 물었다.

“그렇다면요?”

“흠. 그렇다면야.”

철우 형은 씩 웃더니 과장된 몸짓으로 예를 표했다.

“부디 데려가 주십시오.”

나는 약간 황당함을 느끼며 다시 고개를 드는 그에게 물었다.

“아니, 보통은 좀 튕기기도 하고, 뭐 하는 단체냐, 내가 지금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서 안 된다, 뭐 그런 말도 하지 않아요?”

“튕기긴 무슨. 야, 인마. 나 완전히 개털이야. 용병단은커녕 지금 내 자리도 간당간당하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밀당까지 필요하냐?”

“필요 없긴 하죠.”

그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번에 사망한 모험가 중 대다수는 그의지지 세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곳의 지부장을 따르는 이들은 이번 명월 기간 동안 거의 피해가 없었고.

그 결과 철우 형 자신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되었다고 했다.

“하이고. 그놈의 정치 싸움.”

“멀쩡히 지부장이 눈 뜨고 있었는데 어떤 놈이 자꾸 치고 올라오니까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냐.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서 쳐내지도 못하고.”

“그런데 이제는 완전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 거네요.”

철우 형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턱을 쓰다듬다가 그에게 물었다.

“지금 밑에 몇 명이나 있습니까?”

“화린이를 포함해서 스물넷. 목 등급은 없다. 대부분이 동 등급이고, 은 등급도 몇 명 있어.”

“훌륭하네요. 형이 고른 사람들이면 다들 제 몫은 할 테고. 모험가 연합으로부터 독립하는 건 문제 없습니까?”

애초에 모험가 연합은 느슨한 집단 체계이긴 하지만, 깊게 연관된 사람이나 연합에 빚을 진 사람은 조금 다르다.

난 그걸 물어본 것이고.

“응. 애초에 연합과 연이 없는 사람 위주로 골랐거든.”

“좋네요. 그리고 스카웃하러 온 것도 맞아요.”

나는 팔짱을 끼고서 다시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자세한 건 지금 말씀해 드릴 수 없어요. 확실히 수락하시고 모두 그곳으로 옮긴 후에나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거예요.”

철우 형은 날 빤히 보더니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안전하고 세력 기반이 튼튼하기만 하면 어디든 괜찮아. 그리고 우리의 입지도 보장이 된다면야 금상첨화지.”

“뭐, 그거야 당연하죠. 애초에 형편없는 곳이었으면 데려가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럼 됐어. 그 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표정을 굳히며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전 어중간하게 갈 생각 없습니다.”

“나도 어중간한 건 싫어한다. 남자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지.”

“위험할 수도 있어요. 형도, 화린이도. 다른 사람들도.”

“나야 그렇다 치고, 화린이도 이제 성인이야. 적어도 자기 몸 하나 건사할 정도는 되고. 그리고 나머지 놈들은 데려가 준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걸?”

그도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나는 그에게 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겠습니다.”

형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저한테 존댓말 쓸 각오도 돼 있습니까?”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날 봤다.

나는 이미 킥킥대며 웃고 있었다. 형은 그제야 내가 장난친 거란 걸 깨달았다.

난 그가 뭐라고 하기 전에 미리 손을 내밀며 말했다.

“너…….”

“같은 배를 탄 걸 환영합니다. 철우 형.”

그도 뭐라 하려다 내가 내민 손을 보며 손을 맞잡았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곧 입을 열었다.

“후. 그래. 잘 부탁한다.”

“저도요.”

우리는 마주 잡은 손을 흔들었다.

* * *

악수를 한 우리는 엉망이 된 뒤뜰을 정리하고 무기를 다 회수한 후에야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벤과 칼은 물론이고 화린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뭐야. 벌써 한바탕한 거야?”

화린은 우리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타박했다.

나는 그제야 철우 형과 내 옷이 흙먼지로 얼룩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털어 낸다고 털어 냈는데 아무래도 남은 얼룩은 빨아야 없어질 것 같다.

“그냥. 가볍게 운동한 거지, 뭐.”

철우 형은 능청스럽게 받아치며 테이블 한편에 앉았다.

나도 그를 따라 그 옆에 앉고서 화린에게 뭐라 말하려다가 슬쩍 그 옆을 봤다.

‘저런.’

가엾은 벤과 칼.

둘은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나마 칼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벤은 긴장으로 몸이 굳어 맥주를 입으로 마시는지 코로 마시는지 모르는 거 같았다.

“푸흡!”

…진짜로 코로 마시고 있었네.

“괜찮아요?”

나는 수건 하나를 꺼내 그에게 던져 주었다.

“어, 어. 고마워.”

“뭘요.”

난 괜찮다고 말하며 철우 형과 내 맥주도 한 잔씩 시켰다.

곧 나온 맥주를 단숨에 들이켜고선 나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실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언제 떠날 수 있어요?”

“흐음. 다 정리하고 떠나려면 못해도 일주일은 걸릴 거 같은데?”

“음. 저는 당장 내일이라도 우선 출발해야 할 거 같은데.”

철우 형은 턱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대답했고, 나도 난색을 표했다.

일주일이라.

너무 길다. 그 일주일 동안 여기서 할 것도 없고.

우선 난 먼저 출발하는 게 나으려나.

“그게 무슨 얘기야?”

그런데 화린이 불쑥 고개를 내밀며 우리에게 물었다.

“아. 우리 얘 따라서 가기로 했어.”

“뭐?”

화린은 눈썹을 치켜들며 철우 형을 확 노려봤다.

“언제? 아니, 나한텐 물어보지도 않고?”

“왜? 싫어?”

“그런 말이 아니잖아! 적어도 미리 말은 해 줬어야지.”

“그래서 지금 말하고 있잖아.”

화린은 철우 형의 태연한 대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이런 사람을 믿고…….”

철우 형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맥주를 들이마셨다.

나는 그 와중에도 곰곰이 생각하다가 화린을 향해 말했다.

“향덕아. 너는 뭐 준비해야 할 거 있어?”

“응? 딱히 그런 건 없는데.”

“그럼 우리 둘이 먼저 출발할래? 할 거 없으면 먼저 가서 네가 미리 봐뒀다가 형한테 다시 안내 좀 해 주면 좋을 거 같은데.”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철우 형도 괜찮은 것 같다고 했고, 그녀도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그래. 잘 생각했다, 향덕아.”

화린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다가 획 고개를 돌렸다.

“왜 삼촌까지 향덕이라고 불러요!”

“아니, 왜 나한테만 그래. 쟤도 방금 향덕이라고 불렀구만.”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걸 보다가 난 중간에 끼어들어서 철우 형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의뢰 중에 벨루곤까지 가는 거 있어요?”

“뭐 상단 의뢰나 그런 거? 하긴 돈이 있어도 보통 국경까지 넘어서 가는 마차는 잘 없긴 하지.”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나 있긴 한데, 그게 최소 네 명은 더 모집돼야 출발할걸?”

“그럼 금방 모집되지 않아요?”

“평소엔 그렇지. 근데 요새는 아무래도 사람도 적고. 국경 넘어서까지 나가려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

결국, 이것도 명월이 문제였다.

상단은 호위를 든든하게 하려고 네 명 정도 호위를 더 모집하기를 원하고.

모험가들은 마물이나 그런 문제 때문에 장거리 임무를 꺼리고 있다.

어떻게 하지.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벤과 칼이 눈에 들어왔다.

벤은 여전히 코로 맥주를 마시려고 하고 있었고, 칼은 딱딱하게 굳어서 눈만 굴리고 있다.

“저기요.”

“으, 응?”

난 둘을 불렀다. 그들은 움찔 놀라며 나를 보았고.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일 한 번만 더 같이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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