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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81화 (81/170)

81화

카가각-!

창날이 미노타우로스의 머리를 파고들다가 확 미끄러진다.

미노타우로스가 팔을 들어 창을 옆으로 쳐낸 것이다.

그만큼 놈의 머리에 깊은 상처가 남긴 했지만, 놈은 괘념치 않고 나를 보면서 눈을 빛낸다.

“노려보지 말고 덤벼, 소 대가리 새끼야.”

난 다시 창을 치켜들었다.

계속 벽에 처박혀서 귀찮게 한다면 모를까 아예 밖으로 나온 이상 크게 위협적이진 않았다.

힘이 꽤 강한 것 같긴 하지만 건틀릿을 발동한 나보단 약하다.

속도와 지능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놈이 벽으로 도망가지 못하게만 신경 쓰며 놈을 계속 밀어붙였다.

카앙-!

카가각-!

놈의 팔이나 다리가 내 창과 부딪칠 때마다 돌가루가 크게 튀어 오른다.

도중에는 아예 건틀릿 발동을 해제하고서 창을 휘둘렀다.

어차피 정면으로 힘겨루기를 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끄워어엉-”

생각보다 더 약하다.

곧 어렵지 않게 끝장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문득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이 정도로 석인 기사들을 모조리 죽였다고?’

벽을 자유자재로 넘는 건 분명히 훌륭한 능력이긴 하다.

하지만 석인 기사들은 못 해도 열, 많으면 몇십 명씩 몰려다닌다.

겨우 이 소 대가리 새끼 한 마리의 기습에 그렇게 처참하게 당할 만한 전력은 아니었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 창을 더 빠르게 휘둘렀다.

콰직-!

다리를 부수고.

퍼석!

팔을 그대로 베어 버린다. 놈은 사지가 뭉개진 채로 정신없이 뒤로 물러난다.

이제 마지막 한 방. 한 방만!

“끄우어어어어컥!-!”

갑자기 미노타우로스가 괴성을 내질렀다.

중간에 다급하게 놈의 입에 창을 찔러 넣긴 했지만, 이내 주변에서 이상한 기척이 들려왔다.

쿵. 쿵.

그나마 대놓고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놈은 약과였다.

스스스-

츠츠츠츠-

“모두 벽에서 떨어져!”

갖가지 소리가 들려온다. 청력이 예민한 엘 리와 엘 라는 나보다 더 빠르게 눈치챘는지 소리를 질러가며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을 가운데로 몰아넣고 최대한 그 주변을 둘러싼다.

미노타우로스는 마지막 공격에 온몸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이렌-!”

나는 진형의 가운데로 뛰어들며 이렌을 크게 불렀다.

이렌은 내 뜻을 바로 알아채고 바람을 불러내 주변의 초록빛의 막을 만들어 냈다.

푸슉-!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전갈의 꼬리 같은 것이었다.

날카로운 꼬리의 끝이 이렌이 만들어 낸 막에 잠시 멈칫했다가 그대로 파고들어 간다.

다행히 그 위치에 있던 이는 막과 꼬리가 부딪치는 소리에 기습을 알아챘다.

이 얇은 막 하나로 공격을 완전히 막아 낼 수는 없다. 다만 갑자기 벽을 뚫고 나올 괴물들의 기습에 잠시 시간을 벌 정도는 될 거다.

키르르르르-!

가장 먼저 꼬리를 찌르면서 나타난 놈은 하반신은 전갈의 몸체를 하고 있으면서도 위에는 사람의 몸통이 달려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쉬르르르-

뱀의 몸에 사람의 몸통이 달린 놈.

스스스-

거미의 몸에 여인의 몸뚱이가 달린 놈.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 씨. 무슨 동물원도 아니고.”

나는 비아냥대듯 말하면서도 식은땀을 흘렸다.

모습을 드러낸 괴물들은 벽과 바깥에 반쯤 몸을 걸치고 있었다.

처음 나타난 소 인간처럼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단 소리였다.

모습을 드러낸 건 총 9마리.

다행인 건 놈이 철저히 흩어져서 나타났다는 거였다.

“짐승들을 상대할 때처럼 20명씩 한 조다! 10명씩 나눠 돌아가면서 상대해!”

그래도 200명 중 쓸 만한 사람들이 40~50명은 된다.

전 단계를 거쳐 가면서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여러 명이 상대하는 요령을 익혔으니, 확 밀리진 않을 거다.

공략을 위해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려 가야 한다. 아니, 그런 걸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쉽사리 우리 편을 죽게 놔둘 생각은 없다.

끼야아아아아-!

나는 가장 먼저 거미의 하반신에 여성의 몸통을 가진 괴물에게로 달려들었다.

파앗-!

주변에 있는 인간들을 공격하던 놈은 내가 접근하자 대번에 거미줄을 쏘았다.

촤아악-!

창으로 거미줄을 베었지만. 거미줄은 기분 나쁘게 끈적이며 달라붙었다.

파지지직-!

난 그대로 전격을 끌어올려 거미줄을 없앴다.

캬아아아-!

순식간에 거미의 몸뚱어리에 가까워졌다.

휘이익-!

첫 공격은 찌르기.

빠르게 놈의 머리통으로 창을 찌른다.

촤아아아아악!

하지만 놈은 다시 한 번 입에서 거미줄을 뿜어내며 내 공격을 저지했다.

“이 노출광 새끼야!”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상반신은 아예 노출되어 있기에 보기 심히 부담스러웠다.

나는 아예 전격을 계속해서 뿜어내며 창을 무차별로 휘둘렀다.

거미 여자는 거미줄을 뿜다가 안 되겠다는 걸 느꼈는지 휙 몸을 틀었다.

타다다다다닥-!

발을 빠르게 놀리며 그대로 벽을 타더니 천장 위로 올라간다.

캬아아-!

카가각-!

따라붙으려니 그대로 다리를 휘두르며 내 접근을 막는다.

미노타우로스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난 창을 쉴 새 없이 휘두르며 놈의 다리를 쳐내었다. 다리가 많다 보니 단순하게 다리를 휘두르는 것도 꽤 거슬렸다.

또다시 놈의 다리 하나가 쏘아져 왔다.

이번엔 단순히 쳐 내는 게 아니라 그대로 놈의 다리에 창을 박아 넣었다.

콰르르르릉-!

거친 전격을 만들어 내어 그대로 놈의 다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전격은 거칠게 거미 다리를 헤집으며 몸통까지 촤르륵 퍼져 나갔다.

끼야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거미 인간은 몸을 제대로 못 가누며 비틀거리더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애초에 놈의 거미줄이 내 전격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에 상성상 내가 훨씬 유리한 싸움이었다.

미노타우로스처럼 무식하게 힘이 세고 내구가 단단한 놈이 더 까다롭지.

놈은 한 방을 얻어맞고도 버텼었으니까.

퍼석-!

난 그대로 창을 휘둘러 그녀의 머리를 부숴 버렸다.

푸스스-

그대로 몸이 가루가 되어 흩날린다. 몸 위로 쌓이는 돌가루를 거칠게 털어 내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스스스스스스-!

엘 리와 엘 라는 각자 검을 휘두르면서도 그림자를 사방으로 퍼트려 주변을 돕고 있었다.

콰득-!

그림자 하나가 호랑이 인간의 몸을 타고 오르며 팔을 콱 붙잡는다.

퍼가가각-!

그러면 엘 리는 검을 휘둘러 그대로 팔을 난도질해 버린다.

저쪽은 걱정할 필요 없고.

이렌과 바하토프도 나름대로 분투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이는 없었지만 적어도 위험해 보이진 않는다.

문제가 되는 곳은…….

콰르르릉-!

나는 창에 전격을 가득 담아 그대로 쏘아 보냈다.

콰드드득-!

막 사람의 몸을 조여 터트리려던 뱀 인간의 몸이 크게 휘청인다.

‘뇌룡 질주!’

난 스킬을 발동시키며 빠르게 그쪽으로 날아갔다.

도착할 즈음엔 아예 양다리를 들어 올려 그대로 몸통을 걷어찼다.

꽈아아앙-!

키이익-!

뱀 인간의 몸이 그대로 반으로 꺾인다.

“뭐 해! 창으로 계속 찔러!”

“아, 알겠습니다!”

수세에 몰려 있던 인간들은 멍하니 나를 보다가 내 외침에 다시 창을 찌른다.

나도 계속해서 주변에서 창을 찌르며 곧 오래 지나지 않아 뱀 인간의 머리통을 쪼개 놓았다.

“으아아아악-!”

하지만 그 와중에 또 다른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나는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날렸다.

희생자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몇십 마리의 짐승을 상대할 때도 전혀 희생자가 없었는데.

콰가가각-!

가장 거슬리는 건 벽을 계속 넘나들며 공격을 하는 놈들이었다.

처음 쉽게 당했던 놈들과 다르게, 제법 지능이 있는 놈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싸운다.

우끼기기기-!

특히 거슬리는 건 저 원숭이 인간. 아니, 그냥 원숭이라고 해야 하나?

원숭이를 세로로 길게 늘어트린 것처럼 길쭉하고, 두 발로 뛰어다니는 놈이 한 마리 있었다.

그놈은 벽에 몸을 깊숙이 처박고 가끔 팔이나 다리, 꼬리를 뻗어서 사람들을 공격했다.

“이 개새끼야!”

나는 기회를 보다가 획 몸을 틀며 놈의 꼬리를 붙잡는 데에 성공했다.

키잉-

잠시 건틀릿을 활성화해서 놈을 그대로 끌어내어 바닥에 내리쳤다.

“니가 무슨 손오공이야?”

나는 꼬리를 붙잡은 채로 그대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놈이 거칠게 반항해 왔지만, 내가 계속 놈의 균형을 흐트러트렸기에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난 주변에 아무도 없자 그대로 놈을 다시 벽으로 내리쳤다.

“이…….”

꽈아아아앙-!

“개 같은 새끼!”

이 새끼 손에 죽은 희생자가 제일 많았다. 족히 열 명은 넘어가니까.

특히 계속 벽으로 기어들어 가는 게 거슬렸기에 난 아예 놈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계속해서 벽과 바닥에 내리찍었다.

끼이이이-

곧 놈이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나는 확실하게 놈의 머리통을 부숴 버렸다.

케에에에엑-!

이제 남은 괴물은 4명.

나는 급히 몸을 날려 다른 이들을 도왔고, 곧 합공해서 괴물을 쓰러트린 엘 리와 엘 라가 합류해 나머지 괴물들을 정리하는 걸 도왔다.

“하아. 하아.”

나는 거친 숨을 진정시키며 주변을 보았다.

“마틴. 사상자 파악해.”

“후우. 후읍. 알겠습니다.”

마틴도 괴물을 상대하느라 진이 다 빠졌는지 검에 기대 있었지만, 내 말에 비틀거리며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

곧 돌아온 마틴은 어두운 낯빛으로 말했다.

“서른두 명 사망. 중상자 열여섯. 경상자 서른넷입니다.”

피해를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피해가 컸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포션들을 꺼내서 부상자들에게 모두 나눠 주었다.

경상자들은 포션만으로도 모두 회복이 되었지만, 문제는 절단상을 입은 아홉 명의 중상자였다.

“끄으으윽.”

팔이나 다리, 어디 하나씩을 잃은 이들.

괴물의 공격에 으스러지거나, 아예 뜯겨 나간 상처들이었기에 포션을 몇 개나 더 썼는데도 효과가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팔다리가 소실된 상처는 나조차 쉽사리 회복시키기 힘들었다.

포인트 상점에서 살 수 있는 권능도 만능은 아니었으니까.

아이템을 제외한 권능들은 대부분이 공격 쪽에 치우쳐져 있어서 특히 더 회복 효과가 좋지 않았다.

난 우선 상점에서 몇 가지 회복 권능을 사서 그들에게 사용했다.

화아아악-

하얀 빛과 함께 부상자들의 자잘한 상처들이 아물어 간다.

그나마 팔이나 다리가 달린 부상자들은 상태가 많이 회복됐지만, 절단상을 입은 이들은 절단된 부분이 아물었다.

“부상자들은 돌아가면서 업도록.”

“알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 마틴에게 말해 전진할 것을 명했다.

그 전에 대열을 한 번 더 바꿔 전력이 강한 이들을 아예 대열 중간마다 배치해 두었다.

쭉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돌가루들이 보였다.

미로 안에 있는 석인들은 이미 아까 전의 괴물들에 의해 죽은 거로 보였다.

중간부터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특히, 미로에 있어야 할 중간보스조차 보이지 않는 건 의외였다.

“족장님! 여기 웬 팔찌가…….”

중간보스의 흔적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이건…….”

돌가루 위로 검은빛을 띠고 있는 팔찌가 놓여 있었다.

바로 이 구역의 중간보스가 드랍하는 아티팩트였다.

“바하토프, 너 써라.”

나는 그 팔찌를 살펴본 후 바하토프에게 던졌다.

주문력을 증폭시켜 주는 아이템이다.

“가, 감사합니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중에 회수할 거다.

본래 중간보스는 이 미로를 설계한 왕실 마법사다. 자청해서 이 구역을 맡고, 미로를 세운 마법사.

꽤 까다로운 놈인데…….

아까 그 괴물 놈들이 죽인 걸까?

우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긴 했지만,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었다.

분명 그 마법사는 이 미로의 지형을 자유자재로 변경하고, 자신의 수족처럼 다루는 놈이었다.

그 괴물들이 까다롭다고 해도 그 마법사보단 아니었다.

나는 걸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 생각했던 공략법과 달라진 점들을 하나씩 꼽아 보았다.

변수들.

첫 번째로 그림자 요정을 꼽을 수 있다.

본래는 단순히 휴식하고 거래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그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어 냈다.

다른 걸 떠나서 엘 리와 엘 라. 이 둘만으로도 전력이 많이 상승했다.

아마 둘이 없었다면 키메라의 습격 때 피해가 더 컸을 거다.

이건 긍정적인 변수다.

하지만 두 번째.

우선 키메라의 등장.

키메라는 본래 이 던전에 아예 존재하지 않던 괴물이다.

미로의 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을 보면 이 던전과 관련이 있긴 한 것 같은데.

정작 내가 아는 정보엔 그런 게 전혀 없다는 게 문제.

세 번째는 중간 보스가 죽어 있다는 것.

그 말은 중간 보스를 죽인 놈이 꽤 강하다는 걸 거다. 내 생각으로는 아까 전 만났던 놈들이 중간 보스를 죽이는 건 어불성설이다.

상대하기 까다로웠다고는 하나, 우리가 피해를 받은 건 전적으로 인원이 대규모이고, 기습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간보스는 그 열 놈이 다 한 번에 덤벼들었어도 죽지는 않았을 거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인원이 너무 많이 줄었어.’

부상자도 그렇고, 사망자까지. 최대한 온전히 데려가고 싶었는데 너무 피해가 컸다.

분명 보스를 공략하는 데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다.

“후우.”

긍정적인 변수 하나와 부정적인 변수 세 개.

나는 변수를 계산해 가며 공략법을 수정했다.

최선의 보스 공략법을 찾기 위해.

내가 고민하는 것과 별개로 우린 시시각각 4구역의 끝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내 걱정과 달리 우리는 거대한 문에 다다를 때까지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지 못했다.

“여기가…….”

“왕의 문이다.”

왕의 문.

단순한 이름이다. 별다른 함정도 없고, 주문도 안 걸려 있다.

그냥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왕의 처소로 이어져 있다. 본래라면 그 마법사가 이 문을 보호하는 역할이니까.

나는 다른 이들을 우선 뒤로 물리고 혼자서 문에 다가갔다.

그리고 문에 손을 올리려는 순간.

끼으으흐으크라아케에아아아악-!

형용할 수 없이 혼란스러운 괴성이 울려 퍼졌다.

나조차도 흠칫 놀라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날 정도로 기괴한 음성이었다.

크르라아케이이으!

부지불식간에 문으로 무언가가 쑥 튀어나왔다.

문이 열리거나 부서진 것도 아니었다. 아까 전의 괴물들이 벽을 뚫고 다닌 것처럼 그냥 안에서 튀어나온 거다.

나는 튀어나온 것을 올려다봤다.

그것은 괴물의 머리였다. 아니, 저게 머리가 맞나?

호랑이. 뱀. 사자. 독수리. 소. 원숭이. 여러 가지 짐승의 머리가 하나로 딱 붙어 있었다.

기괴했던 음성만큼이나 끔찍한 생김새다. 마치 어린아이가 막무가내로 이어 붙여 놓은 것 같은 생김새.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모습이었다.

키르으크으-

놈은 수십 개의 눈을 또륵 굴려 나를 내려다봤다.

나는 창을 들어 올리고 온몸을 긴장시켰다.

머리가 튀어나온 위치를 보면 어마어마한 크기일 터였다.

최소 탈로스만큼 거대한 몸. 그리고 생김새를 보면 그리 약할 것 같지도 않다.

왜 저런 괴물이 이곳에 있는 거지?

“족장님. 보조하겠습니다.”

어느새 이렌이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바하토프도 마뜩치 않은 얼굴로나마 내 뒤로 다가왔다.

엘 리도. 엘 라도. 마틴도. 모두 내 뒤에 따라붙는다.

나는 정신을 차리며 창을 강하게 쥐었다.

그래. 그래 봤자 괴물일 뿐이다. 놈이 강해 봤자 이무기보다 강하겠는가.

난 이를 악물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때였다.

-키메라. 돌아와라.

갑자기 문 너머에서 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

짐승 대가리 수십 쌍이 달린 괴물은 그 음성에 몸을 움찔 떨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내 손님들이니 그냥 돌아와라.

크리레에에.

기가 죽은 듯이 보인 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녀석은 고개를 몇 번 까딱이더니 문 안으로 대가리를 쏙 집어넣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 내 모자란 아이가 너무 무례하게 굴었군.

그리고 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등 뒤에 있는 마틴이 흠칫흠칫 몸을 떠는 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환영한다네.

나는 조용히 문을 올려다보며 귀를 기울였다.

-나의 왕궁에 온 것을.

이 던전의 최종 보스.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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