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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58화 (58/170)

58화

“뭐?”

“없습니까?”

경비병이 날 뚫어져라 바라봤다.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지만 곧 경비병은 왼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왼쪽으로 가면 빈민가가 있지. 너같이 곱상하고 돈 많은 이족이 가면 아주 좋아할 거야.”

이족. 이 대륙에는 나와 같이 동양인의 생김새를 한 이들도 있다.

그들을 약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뭐,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얘기지만.

“저한테 딱이군요. 감사합니다.”

“흠. 호위는 필요 없나? 괜찮은 놈들을 몇 알고 있는데.”

“괜찮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후에 문으로 들어갔다.

범조의 도시라는 별명이 붙는 것과 달리 내부는 꽤 깔끔했다.

최소한의 규율조차 없다면 도시로 남아 있지도 못할 테니.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도시를 둘러보다가 바로 왼편으로 꺾어 들어갔다.

초입은 멀쩡했지만 걸어가다 보니 금세 음침하고 더러운 구역이 나왔다.

“어이, 형씨! 몸이라도 팔러 온 거야?”

“이족은 이족대로 매력이 있지. 클클.”

골목길에 널브러져 있는 불량배들이 비아냥거리고.

“친구! 좋은 약 있는데 어때?”

척 봐도 약쟁이로 보이는 놈들이 흰색 가루를 내민다.

아예 시선을 돌리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눈만 마주쳐도 시비를 걸 놈들이 즐비하다.

상대해 봐야 시간 낭비일 뿐.

문제는 내가 찾는 이들도 여기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건데.

계속해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깊숙이.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니 시비를 걸기보단 가만히 지켜보는 놈들이 늘어났다.

위아래로 훑어보며 판단하는 거다.

털어먹을 놈인지, 손님인지. 아니면 자기보다 윗줄인지.

그리고 마침내.

“거기, 잠깐 멈춰 보지?”

판단을 끝냈나 보다.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나를 향해 쑥 다가온다.

“내 말 안 들려?”

“왜?”

“귀가 먼 건 아닌가 보군.”

세 명의 남자.

그중 내게 말을 건 건 대거를 든 남자였다.

“그래서?”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거를 휘휘 돌렸다.

“뭘 그래서야? 가진 거 다 내려놓고 가.”

“싫다면?”

“뭐, 그러면.”

대거가 쑥 앞으로 다가온다. 얼굴 앞에 위협스럽게 내밀어진 칼날을 무시하고서 놈을 봤다.

“모가지에 칼침 한 방 맞는 거지, 뭐.”

“멍청하긴.”

그대로 손을 뻗어 칼날을 붙잡았다.

놈이 제대로 반응을 하기도 전에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대로 찔렀어야지.”

파지지지직-!

“끄으으아아아악!”

전기에 감전된 채로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쓰러진다.

“이 씨발!”

“쥐 X만 한 새끼가!”

뒤에서 껄렁한 자세로 관망하고 있던 두 놈이 바로 칼을 빼든다.

“눈이 없는 건가?”

“죽어!”

한 놈이 몸을 낮추며 빠르게 몸을 날려 온다.

오른손을 뻗는 척하더니 칼을 순식간에 왼손으로 옮기고서 그대로 쭉 내민다.

기운을 쓸 필요도 없이 왼손으로 놈의 손목을 내리찍었다.

꽈득!

“아아악!”

불량배의 팔이 기괴한 각도로 꺾여 버린다.

내 힘은 이미 인간을 초월했다.

트롤과 팔씨름을 해도 가볍게 꺾을 수준이다.

쉬익!

한 놈은 반대편으로 쭉 돌아 내 대각선 뒤쪽에서 공격해 왔다.

발을 쭉 뒤로 들어 올려 꽉 쥔 손을 올려친다.

고개를 돌리니 하늘로 붕 뜬 대거와 놈의 당황한 얼굴이 보인다.

콱!

한 손을 뻗어 멱살을 잡은 다음 그대로 매쳤다.

꽈앙!

등으로 땅에 착지한 놈은 눈을 뒤집어 까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아마 머리로 착지했다면 그대로 즉사했을 거다.

지금도 정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쉭!

그때 부러진 팔을 붙잡고 쓰러졌던 놈이 바닥을 쓸 듯이 낮은 각도로 칼을 휘둘렀다.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발을 들었다가 내리찍었다.

콰드득.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아마 치료를 해도 숟가락 하나 제대로 못 쥘 거다.

“끄으으으읍!”

몸을 낮춰서 놈과 눈을 마주쳤다.

“야.”

“끄, 끄으윽. 왜, 왜 이 씨발 새끼야.”

아직 덜 맞았나.

놈의 뺨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짜악!

피가 튀고, 이빨 몇 개가 튀어 올랐다.

“야.”

“흐으으!”

짝!

남은 앞니가 마저 날아갔다.

“대답해.”

“오, 왜 그더십니카!”

힘이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반항적인 말투에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놈이 몸을 웅크리더니 다급하게 말을 내뱉었다.

“제소, 제송하니다! 되송하니다!”

“죄송할 건 없고.”

바닥에 쓰러진 나머지 두 놈들을 흘깃 바라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제들 본 적 있어? 검은색 사제복에, 가운데가 뚫린 원 펜던트를 차고 있는 사제들. 은으로 되어 있는 거.

놈의 눈이 좌우로 흔들렸다.

“모르는구나?”

“아니, 아니니다! 아님니다!”

놈은 황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와중에 내 옷에 피가 튀었다.

아, 빤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후우.”

녀석은 아예 경기라도 들린 듯 죄송하다고 계속해서 소리쳤다.

어느새 놈들과 나만 있던 골목에는 구경꾼이 하나둘 몰려들고 있었다.

슬슬 정해진 대사를 칠 타이밍이기에 놈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마물을 찾고 있는 남자가 있다고 소문내.”

“에, 예?”

“마물을 찾는 남자가 있다고 소문내라고.”

두 번이나 말해 준 후에 일어나서 기절해 있는 놈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전기에 감전되어 기절한 놈의 손을 발로 찍었다.

콰직!

“끄아아아아악!”

바로 눈이 떠지더니 비명을 내지른다.

“얘 조용히 시켜.”

“네!”

양손은 부러졌지만 다리는 일부러 안 건드렸다.

그는 빠르게 다가가더니 남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알아서 데리고 가고. 내가 말한 거 까먹지 마라. 살고 싶으면. 알았지?”

“예! 예!”

“알아들었으면 빨리 꺼져.”

놈들은 서로 뭐라 얘기하더니 빠르게 기절해 있는 녀석을 챙겨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반응이 와야 할 텐데.’

피가 흩뿌려진 바닥을 보다가 다시 발을 옮겼다.

사제들이 이 도시에 있다면 아마 반응이 있을 거다.

골목길 안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빈민가를 계속 해매고 다녔다.

그동안 스물넷의 불량배를 조져 놨다.

나중엔 조직원의 복수를 한다며 나타나는 놈도 있었다.

다른 놈들보다 칼을 제법 잘 다루긴 했지만 양손을 자르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타난 놈은.

“야, 넌 뭐가 부족해서 여기서 이러고 있냐?”

“뎨, 뎨소합니다.”

“뭐라고?”

“데송합니다!”

이빨을 다 털어 놔서 그런지 말을 알아먹기가 힘들다.

“마법사나 돼 가지고 이러고 살고 싶어?”

“제송, 제송합니…….”

“됐고. 넌 나랑 어디 좀 가자.”

마법사에다가 악마 숭배자.

이빨을 털기 전에 들은 바로는 흑마법의 재료를 모으느라 이 도시에 왔다고 한다.

악마와 연결 고리가 있기 때문에 그냥 죽이긴 찜찜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풀어 줄 수도 없고.

그래서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저번 여자에게 썼던 것보단 낮은 단계의 계약서였다.

펜을 꺼내 대충 휘갈기고서 놈에게 내밀었다.

“찍어.”

“에?”

“에는 시발. 찍으라고.”

“아겠습니다!”

놈의 엄지에 피를 묻힌 다음 그대로 지장을 찍게 했다.

“내일 정오까지 정문 쪽으로 와 있어라. 치료는 알아서 하고.”

“예!”

계약서의 내용은 절대 복종.

급이 낮은 놈이었기에 싸구려 계약서로도 충분했다.

부족의 주술사한테 노예로 던져 줘야지.

놈을 보낸 후 적막해진 골목길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 이러면 나가리인데.”

벌써 해가 졌다.

장장 여섯 시간을 넘게 불량배들을 조지고 다녔는데 소식이 없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하루.

이곳에도 없다면 거리 상 다른 곳을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빈민가에 들어설 때부터 ‘광전사’상태를 약하게 유지 중이었다.

범죄자를 상대하는 데 망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부작용으로 기분 나쁜 피로감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돌아다니자.’

어차피 잠을 잘 생각은 없다.

계속해서 골목길을 걸었다.

이제는 먼저 시비 걸어오는 놈들도 없었기에 내가 먼저 마주치는 놈들마다 노려보았다.

툭.

“죽고 싶냐?”

일부러 어깨를 부딪친 후에 시비를 건다.

우락부락한 몸에 흉악한 얼굴을 한 남자가 나를 보더니.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고서 도망가 버린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저벅. 저벅.

아예 인적이 드문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

“야, 이거 생각한 것보다 더 곱상하게 생겼는데.”

휙 고개를 돌리니 전형적인 불량배의 표본 같은 남자가 서 있었다.

상대의 얼굴을 보고 나서 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좀 생기긴 했지.”

“흐흐. 팔다리 잘라서 던져두면 애들이 환장하겠는데?”

“내가 몸매도 좀 잘빠졌거든. 여자들도 환장할걸?”

“비리비리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침이나 뱉고 안 나오면 다행이지.”

놈은 날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아냥댔다.

남자의 뒤로는 스무 명이 더 있었다. 모두 칼이나 몽둥이 같은 걸 들고 있다.

모두 낄낄거리며 나에게 뭐라고 한마디씩 던진다.

놈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크흐. 난 애꾸눈 잭이다. 내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애꾸눈 잭? 프흐… 눈깔 하나 없는 것도 자랑이야? 쫄다구 싹싹 긁어 온 걸 보니 겁쟁이 잭이 더 어울려 보이는구만.”

“이런 씨발 새…….”

“왜? 아니면 제인이라고 불러 줄까?”

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후우. 부하들 병신 만들어 놓은 핏값은 톡톡히 받아 주지.”

뭐라 더 말할 줄 알았더니 놈은 화를 삭이며 할 말을 했다.

아까 조진 놈들 중에 저놈의 부하가 있었나 보다.

애초에 피곤하고 답답한 상태여서 그런지 슬슬 인내심이 바닥난다.

‘이제 슬슬 안 봐줘도 되지 않을까.’

이미 나오려면 벌써 나왔을 거다.

슬슬 마음 한구석에선 희망이 옅어지고 있었다.

그 반작용으로 갑자기 확 분노가 치솟았다.

시야가 더욱 붉어졌다.

인격이 송두리째 바뀐 것 같은 이 기분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오라는 놈들은 안 오고 왜 이런 벌레 새끼들만 나오는 거지?

“입 그만 털고 덤비지 그래? 애들 손이 무거워 보이는데.”

“씨발! 저놈 조져!”

잭이 큰 소리로 외쳤다.

바로 앞에서 뛰어올 줄 알았더니 뒤에 서 있던 조직원들만 앞으로 우르르 달려온다.

저 비겁한 새끼.

앞으로 달려가다가 훌쩍 뛰었다.

빡!

“뭐, 뭐야!”

맨 앞에 서 있던 놈의 머리를 짓밟고 다시 한 번 뛰어 올랐다.

탁.

한 놈이 위로 몽둥이를 휘두르기에 그것도 밟고서 뛰었다.

몸이 앞으로 쭉쭉 나아가며 땅을 짚었을 땐 내 앞에 잭이 서 있었다.

“아까 뭐라고 했었지?”

“씨이발!”

잭이 발작하듯이 칼을 휘둘렀다.

손바닥으로 놈의 주먹을 쫙 내리쳤다.

카앙-!

칼이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야.”

비틀거리는 잭의 뺨에 손을 휘둘렀다.

짜악!

“뭐라고 했었냐고.”

“이 개새……!”

놈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순간 뒤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잭의 멱살을 붙잡고서 회전했다.

뻐억!

“악! 이 씨발!”

날 공격하려던 쫄따구의 몽둥이가 잭의 등을 내리찍었다.

“보, 보스!”

당황하는 부하를 뒤로하고 난 다시 잭의 뺨을 내리쳤다.

짝!

“어디 또 지껄여 봐!”

“우읍. 씨, 이이발!”

놈이 욕지거리를 내뱉는데 또다시 어떤 놈이 몽둥이를 휘두른다.

재빠르게 잭의 몸을 들어 그쪽을 막았다. 뻑 소리와 함께 다시 몽둥이가 잭의 몸에 꽂힌다.

“아악! 이 개새끼들아! 그만 때려!”

연이은 타격에 놈은 반항할 생각도 못한 채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아니, 나한테 말하라고!”

짜악!

손에 피가 묻어난다.

놈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빨이 바닥을 굴렀다.

부하들도 잭과 내 눈치를 보며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다 죽여 버릴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손이나 발 정도로 봐준 건 놈들이 도망쳐서 소문을 내고 다니길 원해서였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놈들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그렇다면 그냥.

다시 한 번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번엔 주먹을 쥔 채로.

딱.

그때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나만 들은 게 아닌지 부하들 중에도 흠칫 놀라 뒤를 보는 이들이 있었다.

저벅. 저벅.

이어서 내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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