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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54화 (54/170)

54화

아이템의 설명이 떠올랐다.

[대지의 오브]

[유일]

[신수 ‘지룡’의 힘이 담긴 오브. 하루에 한 번. 지룡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유일급 아이템.

생각지도 못한 득템이다.

현재 내가 가진 유일급 아이템은 두 개.

바로 ‘뇌룡갑’과 ‘뇌룡창’이다.

둘 다 신수 ‘뇌룡’과 관련되어 있는 아이템이다.

게다가 이번엔 신수 ‘지룡’의 힘이 담긴 오브란다.

“신수.”

오브를 꽉 쥐었다.

기억 속에서 봤던 지룡.

그들은 분명히 뇌룡의 영역에 쳐들어간다고 했었다.

그림자의 색출을 위해서.

“마지막 벽화엔 골렘들이 그려져 있었지.”

그리고 그 골렘들은 대지의 신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룡. 기억 속에서 본 그 남자의 동상에는 대지의 신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하. 신수면 신수고, 신이면 신이지. 씨발.”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의 목적은 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

이 빌어먹을 게임을 끝내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내 집으로.

그런데 점점 큰일에 휘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게임엔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나는, 아니 우리 플레이어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뭐지?

‘이번 퀘스트가 끝나고 나면 다음 퀘스트가 또 이어지겠지.’

그곳에 새로운 단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런 이유 없이 날 그곳, 대지의 신의 사원으로 움직이게 했을 리는 없을 테니.

난 오브를 꽉 쥔 채로 생각했다.

만약 이 세상이 게임이 아니라면.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걸까.

더 나아가. 퀘스트를 내리는 것은 누구일까.

* * *

“거기! 뒤처지지 말고 이동해!”

한 인간 남자가 사람들을 향해 소리 지른다.

헥터. 얼마 전 사제로 임명된 남자였다.

그는 한 늑대의 위에 올라탄 채로 사람들에게 무어라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가 사제를 맡은 이후로 사람들의 신앙심이 제법 가파르게 상승했다.

내가 의도했던 효과가 발휘된 것도 있었고, 저 헥터라는 자도 생각보다 능력이 있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인간들에게 종교를 설파하고 다녔다.

특히 그는 자신의 설교를 듣는다면 식량을 나눠 준다고 사람을 꾀었던 모양이다.

일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그가 설교를 할 때 나눠 주는 식량을 공동 창고에서 배급해 주기로 결정했다.

“얼마나 남았지?”

난 고개를 돌려 펜릴에 같이 타 있는 고블린에게 말을 걸었다.

주로 내 옆에서 보좌 임무를 수행하는 고블린이다.

저번 전쟁에서도 같이 타 있었고.

“대족장님이 말씀해 주신 지형이 슬슬 나타나는 걸 보면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

펜릴과 둘이 왔을 때에 비해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하긴 인원이 많으니까.

지금 내 뒤로는 사백 명의 인원이 있다.

병사 백 명.

생산 일을 하는 부족원 이백 명과 인간들 백 명.

바로 새로운 거점을 건립하기 위한 인원들이었다.

“아! 저 앞에 보입니다!”

고블린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것은 특이한 모양의 바위.

기억해 두었던 것이다.

계속 지도를 펼치고 있긴 귀찮으니까.

난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지도를 꺼내 제대로 왔다는 걸 확인했다.

“모두 이곳에 정지한다!”

“예!”

내 말에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멈춰 섰다.

펜릴의 등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갔다.

손에는 며칠 전 획득했던 ‘대지의 오브’가 들려 있었다.

이미 며칠에 걸쳐 사용법과 성능을 알고 있었다.

난 그것을 들고서 집중했다.

우우우웅-

내 기운이 오브에 흘러 들어가자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중하자.’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기회는 하루에 한 번.

만약 실패한다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드드드드드드.

땅이 울린다.

몇몇 놀라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미리 언질해 둔 덕분에 순식간에 소란이 잦아들었다.

콰가가가가각-!

이어서 땅이 솟았다.

구조는 요새의 성벽을 참고했다.

다행인 점은 크게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흙으로 된 성벽이 순식간에 모습을 갖춰 간다.

앞으로 제대로 된 거점을 세울 예정이기에 부지는 최대한 넓게 잡았다.

저 흙벽은 1차 방어선 역할을 할 것이다.

그그그그그!

높다란 흙벽이 솟아오르는 게 끝났을 때 내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후우.”

숨을 고르고서 뒤돌아섰다.

힘들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하니.

“신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땅이다!”

내가 한마디를 끝내고, 이어서 사제들이 미리 일러두었던 말들을 읊는다.

곧 사람, 몬스터 할 것 없이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신화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신화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포인트는 항상 부족하다. 그래도 제법 큰 이적을 봐서 그런지 포인트 상승 폭이 평소보다 컸다.

“가자!”

우리는 다시 이동을 해 흙벽의 안으로 들어갔다.

사각형의 구조인 흙벽의 가운데는 뻥 뚫려 있었다.

이곳에도 우선 문을 설치할 예정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몇몇 부분에 눈에 띄었다.

‘생각한 대로 됐네.’

한눈에 내부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기에 불안했는데.

다행히 원하는 대로 됐다,

흙벽의 내부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흙으로.

병사들이 올라가 경계를 설 수 있도록 설치해 둔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땅은 평평하게 되어 있었다.

“모두 짐을 풀고 한 시간 동안 휴식하며 식사를 한다! 케르륵!”

난 케륵에게 지휘를 맡겨두고서 펜릴의 몸 위에 누웠다.

지금은 용안을 개방하지 않아 안 보이지만 아마 옆에 그룬도 있을 것이다.

그 옆에는 본래 요새에서 목공으로 일하던 인간들이 붙어 있다.

나도 휴식을 취하다가 곧 상점 창을 열었다.

“케륵아!”

“예!”

케륵이가 내 부름에 달려왔다.

난 그와 함께 건물들의 위치에 대해 다시 토의했다.

이젠 그룬과 목공들도 있고, 충분한 인력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물은 직접 지을 거다.

하지만 몇몇 건물은 내가 포인트로 구입하는 것이 훨씬 났다.

그래서 그것들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 다시 가 봐.”

“알겠습니다! 케르를.”

난 상점 창을 조작해 몇 가지 아이템들을 쭉 구입했다.

한 번에 몇십만 포인트가 사라진다.

왠지 속이 쓰린걸.

아니다. 어차피 사야 되는 것들이니.

“어디 보자.”

아이템을 클릭하자 시야에 초록색으로 면적이 떠오른다.

위치는 펜릴의 뒤. 제법 넓은 공간이다.

입구를 기준으로 반대편에 설치한다.

“중앙 신전 건설!”

꽈르르릉!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내리며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그리고 내가 지정했던 공간엔 어마어마한 크기의 신전이 있었다.

“상위 단계라 그런지 때깔부터 다르네.”

기존에 구입했었던 그냥 신전보다 한 단계 위의 물건이다.

그만큼 비싸고. 대신 추가 효과가 있다.

‘이제 세례를 내릴 수 있겠군.’

그리고 세례를 사용하지 않아도 ‘권능’을 깨우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회복실, 훈련실 등의 편의 시설도 생기고.’

나야 기본적으로 종교 테크트리로 가다 보니 신전의 형태이다.

하지만 다른 트리에선 각자 그것에 맞는 건물이 있다.

예를 들면 길드 건물.

용병. 상인 등의 테크트리라면 길드 건물을 살 수 있다.

귀족 쪽이라면 성 같은 것까지 구입할 수 있고.

“좋아. 그다음은 거주 시설 세트 건설!”

벼락이 또 내리쳤다.

이번엔 한 번이 아니라 몇 차례나 이어졌다.

무려 오십여 채.

각자 집으로 쓰는 건 아니고, 공사를 이어갈 동안 사용할 공동 숙소다.

나중엔 사제나 병사들 우선적으로 집으로 배분할 예정이고.

이어서 창고와 망루 같은 걸 설치했고, 나아가 문까지 설치해 버렸다.

단순히 아이템을 구입하고 사용한 것뿐인데, 다 끝나고 나니 피로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신화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포인트가 상승한다는 메시지가 끝도 없이 올라왔다.

건물들을 사는 데 소모한 포인트를 모두 충당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식량이나 기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포인트 소모량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펜릴아.”

-예?

난 다시 펜릴의 몸에 기대며 녀석을 불렀다.

“형 피곤하다.”

-아, 예.

“예? 그게 끝이야?”

녀석은 내 눈치를 살피며 눈을 떼굴떼굴 굴렸다.

-음, 그. 어, 어떻게 할까요?

“우선 신전으로 가자.”

신전 안에 좋은 게 있거든.

* * *

“하, 살 것 같네.”

“께르르르륵.”

앞에 앉아 있는 케륵이도 기분 좋은 듯 고블린어로 중얼거린다.

크룩이가 같이 없는 게 아쉽네.

녀석은 요새에서 병사의 훈련을 맡고 있어서 같이 못 왔다.

“후우.”

뜨끈한 열기가 몸을 기분 좋게 풀어 준다.

내가 있는 곳은 바로 목욕탕이다.

“이런, 이런 것은 처음입니다.”

“그치? 나도 엄청 그리웠다.”

“족장님이 본래 있던 곳엔 이런 게 있었습니까?”

신전 내부에 있는 편의 시설 중에 하나인 목욕탕.

커다란 탕 안에 물만 부어 넣으면 자동으로 물이 데워진다.

바로 옆에는 냉탕도 있다.

“그럼. 널리고 널렸었지.”

“케르륵. 신기하군요.”

“앞으로도 언제든 사용하고 싶을 때마다 사용해.”

“감사합니다!”

케륵은 행복한 표정으로 물을 둥둥 떠다녔다.

나는 한참을 몸을 담그고 있다가 탕을 빠져나왔다.

케륵은 좀 더 있다 간다기에 먼저 준비해 둔 천으로 몸을 닦고서 밖으로 나갔다.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늘어진다.

이제 딱 침대에 누우면 세상 바랄 것이 없겠다.

흐느적거리면서 침실로 향하는데 누군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렌?”

“족장님!”

이렌은 오늘 경계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는 건.

“무슨 일이지?”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렌이 손을 뻗자 초록색의 빛 무리가 떠올랐다.

바로 그녀의 친구 바람의 정령이었다.

“칠흑보다 어두운 것. 불길하며 위협적인 것. 어둠을 타고 흘러드는 것.”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정령을 바라보더니 다시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람이 말해 준 것입니다. 더 자세한 걸 물어보았지만 무슨 일인지 계속 저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난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톡톡 두드렸다.

우선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늘 쉬는 건 글렀다는 거다.

“당장 병력을 소집하라. 무장은 활과 단검. 기존 전투 병력이 아닌 이라도 싸울 수 있는 자는 모두 모으도록.”

난 곧바로 뇌룡갑과 기타 갑옷들을 착용했다.

마지막으로 뇌룡창을 꺼내 들고서 신전의 바깥으로 걸어갔다.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래.”

단순히 아는 정도가 아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새로운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연계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대족장의 업(2) - 그림자의 습격]

[지룡(地龍)의 성지. 그곳으로 어둠을 몸에 두른 이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큰 재앙이 일어날 것입니다. 해가 뜨기 전까지 그들의 습격을 저지하세요.]

“망할 그림자 새끼들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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