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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49화 (49/170)

49화

결계가 깨졌다.

대족장의 외침을 신호로 해서 군대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착! 착!

병력들은 미리 준비해 둔 가죽 방패를 들어 올린다.

“1조! 발사!”

인간 측에서도 공세를 시작했다.

무수한 화살이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떨어져 내렸다.

“크라아아악!”

“키에엑!”

곳곳에서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궁병 조! 발사!”

그에 맞서 벼락 부족의 병사들도 화살을 쏴 대었다.

고블린 궁병들은 제법 능숙한 활솜씨로 화살을 쏘아 대었으나, 성벽의 높이 차는 꽤 큰 차이를 만들어 내었다.

화살은 위협적으로 가죽 방패를 꿰뚫고, 비어 있는 틈을 뱀처럼 파고들어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 갔다.

“공병 부대! 준비!”

피해를 감수하며 전진하던 벼락 군대가 어느 순간 멈춰 섰다.

유효 사거리 안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캐터필터 주변에 있던 오크들이 거대한 돌덩이들을 장전했다.

순식간에 준비가 끝나고.

“발사!”

투웅-! 퉁!

돌덩어리들이 성벽을 두들겼다. 거센 기세로.

꽈앙-!

“끄아아악!”

그 와중 성벽 위에 부딪힌 돌덩이는 인간 병사들을 그대로 짓눌러 버렸다.

인간 측의 지휘관은 투석기를 가리키며 지휘했다.

“투석기를 노려라!”

궁수들의 화살이 투석기를 향해 날아 들었다.

게다가 성벽에 고정된 발리스타에서도 거대한 화살이 쏘아졌다.

“막아 줘!”

그때 이렌이 나섰다.

후우우우우웅-!

초록색의 장막이 펼쳐졌다.

정령의 힘이 쏘아져 내린 화살들을 모두 막아섰다.

힘을 잃고 방향이 바뀌며, 화살들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그 와중 거대한 화살 하나가 투석기 주변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가가각!

바로 크룩이 대기하고 있던 장소였다.

크룩은 도끼를 들어 제 앞으로 날아 든 거대한 화살을 반으로 쪼개 버렸다.

크룩은 퉤, 침을 뱉으며 흥분 어린 어조로 말했다.

“아직이냐? 크루룩.”

“케륵. 기다려. 침투 조가 들어간 후에 우리도 들어가는 거다.”

“제기랄. 부족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잖아. 크룩.”

“침착함을 유지해라. 곧 잔뜩 날뛸 수 있을 테니.”

케륵은 흥분한 크룩을 타이르듯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눈동자는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족장님이 우리를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지 않은가. 케륵.”

케륵의 말에 크룩도 조금은 흥분을 가라앉힌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꽈르르르르르릉-!

지상에선 병사들의 필사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반면에 하늘에서는 신화의 한 장면 같은 결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늘에서부터 전격이 쏘아져 내려 대족장의 창에 흡수된다.

창을 휘두르면 허공에서 벼락이 생성되며, 그것이 성벽으로 떨어져 내렸다.

파콰아아앙-!

그리고 그것을 막아 내는 사내.

바로 요새의 지휘자인 남작이었다.

에드몽 남작.

마하룬 요새의 지휘관인 그는 본래 다른 지방의 귀족이었다.

전에 있던 내전에서 그는 나름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몇 년 전 그 공을 인정받아 이 요새의 지휘관을 맡게 됐다.

본래 촌구석의 시골 영주로서 늙어 죽을 처지였으니, 나름 출세라고 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이런 괴물을 상대하게 될 줄은 몰랐군.’

꽈르르르릉-!

하지만 죽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에드몽은 검을 휘둘렀다.

벼락이 두 줄기로 갈라졌다.

콰츠즈즛-

짜릿한 전격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기운을 이용해 떨쳐내려 했지만 마치 끈적한 액체처럼 그의 몸을 무겁게 만든다.

‘끔찍하군.’

무언가 해 보지도 못한 채로 에드몽의 몸은 서서히 둔해지고 있었다.

벼락을 갈라도 전격은 끈덕지게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아무리 그가 강하다 해도 그의 피륙은 보통의 인간과 다를 바 없다.

데미지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에드몽은 자신의 검을 감싸고 있는 빛줄기를 보았다.

첫 번째 승급으로 그의 몸은 범인의 한계를 초월했다.

세간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넘는 순간을 깨달음, 탈피, 승급 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하지만 군에 오래 몸 담았던 그에겐 승급이라는 명칭이 가장 익숙했다.

그는 승급의 과정을 거쳐 몇십의 적을 베고 나서도 지치지 않을 체력을 얻었다. 사람의 머리통을 단숨에 가를 힘을 얻었다.

그리고 내전의 끝자락에 찾아왔던 두 번째 승급.

‘광검 에드몽’

그가 얻은 칭호이자. 그의 힘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었다.

검에서 뻗어 나오는 두 배 가까이 되는 빛줄기.

그것은 강한 절삭력과 항마력을 지닌 기운이다. 갑옷을 입은 이를 통째로 베어 버릴 수 있는 막강한 기술.

하지만 그는 이 순간 어느 때보다 강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꽈르르릉-!

다시 한 번 벼락이 쏘아져 온다.

“끄아아아악!”

이번엔 에드몽이 아니라 주변에 서 있던 다른 마법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이었다.

요새에는 총 세 명의 기사와 두 명의 마법사가 있다.

‘혼자서 우리 전부를.’

에드몽은 빠득 이를 갈았다.

본래 전쟁에선 기사와 마법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반 병사들 몇십, 몇백을 혼자서 쓸어버릴 수 있는 전략 병기들.

상황에 따라서는 전력의 열세까지 손쉽게 극복해버리는 최강의 열쇠다.

하지만 지금은 에드몽 남작을 위시하여 모든 기사와 마법사들이 단 한 명의 인물에게 묶여 있다.

“이, 이 비겁한 자식!”

에드몽 남작의 옆에 있던 기사가 자신을 향해서 쏘아진 전격을 검으로 쳐내며 소리쳤다.

하늘에 떠 있는 남자는 그 기사를 향해 냉소 어린 말투로 답했다.

“전쟁에 비겁하고 정의롭고 그런 게 있던가? 그렇게 정당한 걸 찾는 이들이 왜 민간인들을 학살했지?”

“그, 그건 우리가!”

“닥쳐라.”

에드몽은 계속해서 떠드는 기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전투에 집중하라.”

그는 다시 한 번 검에 기운을 쏟아 부으며 공중에 떠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제런! 성 아래로 내려가라!”

두 명의 기사 중 묵묵하게 있던 남자가 에드몽의 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런은 망설임 없이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마음 같아선 에드몽 그도 성벽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애초에 그의 능력 ‘광검’은 다수의 적을 상대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저런 상대에 묶여 있는 건 효율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냥 놔두면 바로 성 안으로 뛰어들 것이다.’

자신이 아니면 저자를 막긴 힘들 거다.

에드몽은 슬쩍 성 아래의 전황을 살폈다.

그가 의아하게 여기는 건 적들이 사다리나 공성탑 같은 것을 전혀 가져오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저 남자는 직접 성문을 노릴 생각을 하지도 않고 있으니.

그때 허공에 떠 있던 남자가 소리쳤다.

“지금이다!”

대족장. 그의 명령이 떨어졌다.

* * *

투석기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성벽에 돌을 날려 대던 투석기에 다른 물건들이 올라왔다.

“잘 고정해라! 케르륵.”

“케를!”

“케르르!”

고블린과 오크들의 손에 들린 건 바로 나무통들이었다.

투석기에 나무통들이 줄지어져 실리기 시작했다.

잘 날아가도록 단단히 고정시켜 둔 후, 마지막으로 여럿이서 물건 하나를 낑낑대며 들고 왔다.

바로 괴수의 머리뼈였다.

“자, 잘 고정해라!”

“대사제님이 떨어지면 다 너네 탓이다! 케루루”

“케를! 케를!”

케륵이 머리 뼈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 옆에 이렌도 같이 올라섰다.

“너네들은 마지막 작전을 수행한 후 모두 뒤로 빠져라! 케륵!”

“케를! 케를!”

케륵은 고블린들에게 명령을 내린 후 저 앞을 보았다.

“후우.”

그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주술봉을 꽉 쥐었다.

반면에 옆에 탄 이렌은 별로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자신의 앞에 떠 있는 정령과 무어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대사제님! 날리겠습니다! 케루루!”

공성병기를 관리하는 3등급 사제가 비장한 목소리로 소리쳤고.

케륵도 그에 맞서 크게 외쳤다.

“가즈아아아아!”

그의 외침이 순식간에 비명 소리로 바뀌었다.

케륵과 이렌이 하늘을 날았다.

케륵은 그 순간부터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앞으로 쏘아져 나가는 괴수의 머리뼈.

이렌이 정령을 이용해 둘에게 오는 부담감을 줄이고 있긴 했지만, 결코 편안하진 않았다.

“마하베. 부노스. 케리루루. 카르. 케루! 벨! 마하바란!”

케륵은 눈을 꼭 감고서 주문을 외웠다.

그룬이 제안했던 전략이었다. 케륵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걸 미치도록 후회했다.

“거의 다 왔어!”

이렌이 정령술을 써서 속도를 늦추고, 더 공중으로 띄우긴 했지만 금세 성벽 위에 도달했다.

그야 쏘아져 나간 속도가 굉장히 빨랐었으니.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라!”

다행히 케륵의 주술도 타이밍에 맞춰 완성되었다.

케륵과 이렌이 괴수의 머리뼈를 타고서 날아온 곳엔 이미 산산이 부서진 나무통의 잔해들이 있었다.

그 주변으로 핏물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다.

후우우웅-!

이내 핏물이 마치 되감기를 하듯 괴수의 머리뼈 근처로 모여들었다.

곧 그것은 뼈를 형성하고, 근육을 형성하며, 거죽과 털을 만들어 내었다.

순식간에 허공에서 거대한 괴수가 생겨났다.

꾸워어어어어어어어엉-!

그 위치는 바로 성벽의 위.

인간들에겐 곧 재앙이 될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곧 그들을 향해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

마하룬 요새. 인접 왕국에는 철과 피의 요새. 절망의 요새라고 불렸으며 온갖 몬스터의 침략을 막아 왔던 철혈의 요새.

그곳의 성벽 한 축이 무너져 내렸다.

상상도 해 보지 못했을 방법으로.

에드몽 남작은 연이어 쏘아지는 벼락을 막아 내다가 갑자기 느껴진 진동에 균형을 잃었다.

이호진을 상대하느라 총 지휘권은 자신의 부관에 이미 넘긴 상태.

그렇기에 에드몽은 시야가 좁아져 있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막아! 막아라!”

에드몽은 바로 몸을 돌려 무너진 성벽을 향해 내달렸다.

저 남자를 막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미 뚫린 성벽. 그곳을 향해서 적들이 쏟아져 들어올 테니.

꽈르르르릉-!

에드몽의 귓가에 다시 한 번 벼락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쳐내려 했지만.

콰가각-

날아온 건 벼락이 아니었다.

“어딜 가려고?”

이호진. 그가 에드몽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는 나랑 놀아야지.”

호진은 창을 휘휘 휘두르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어느새 그의 눈이 빨개져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에드몽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성벽 아래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까 전 성벽 아래로 내려갔던 제런.

“기사를 죽였다!”

어떤 트롤 하나가 그의 머리통을 들고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바로 트롤 부대를 이끌고 있던 트렌이었다.

제법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인간 기사를 상대하느라 몸 곳곳에 상처가 나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트렌은 기사의 머리통을 날려 버린 자신의 거대한 검을 들어 무너진 성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전원! 성 안으로 돌격하라!”

“우-!”

그의 부대원들이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꽈앙-!

에드몽은 한눈을 팔다가 번개같이 날아든 창을 간신히 막아 냈다.

그는 연이어 날아드는 창을 막아 내며 남은 기사 한 명을 향해 소리쳤다.

“바런! 적군을 막아 내라!”

“예!”

성정은 급하기 짝이 없지만 실력은 쓸 만한 기사다.

특히 자신처럼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제런은 실력은 쓸 만하긴 했지만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엔 약했었으니, 아마도 그는 여러 명의 적을 상대하다가 당했을 것이다.

에드몽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이렇게 요새가 쉽게 뚫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으니까.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곰을 닮은 괴수가 발을 내지르며 성벽을 무너트리고 있는 상황.

게다가 에드몽은 전혀 상상도 못한 재앙이 또 다가오고 있었다.

“크라아아아아아아아-!”

천지를 울리는 고함.

웬 거대한 오크가 성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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