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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32화 (32/170)

32화

“그렇다는 말은 다른 곳에선 화신들을 봤다는 소리군?”

화신.

아마도 내가 쌓은 신화에 의한 호칭일 것이다.

나에겐 벼락 신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니.

“하하. 정보료는 별도입니다.”

아쉽지만 그는 바로 선을 그었다.

공짜 정보를 얻나 했는데, 역시 상인들은 항상 녹록치 않다.

“본래 이곳은 바람 부족이 있던 곳이지요?”

그는 말을 돌리려는 듯 곧 다른 주제를 꺼냈다.

“얼마 전까진 그랬지. 지금은 우리 영역이지만.”

“그렇군요. 아, 잘 먹겠습니다.”

그는 품에서 스푼 같은 걸 꺼내더니 국물을 살짝 떠 마셨다. 그러더니 감탄사를 내뱉더니 나중엔 아예 그릇째로 마셨다.

“하아, 이거 정말 맛있군요.”

“우리 부족의 비전 요리법으로 만든 거라네.”

그는 건더기까지 싹싹 긁어서 먹고 나를 보았다. 한 그릇을 먹어 치우는데 몇 분 걸리지도 않는다.

“처음 먹어 보는 맛이라 궁금했는데, 비전 요리법이라 그렇군요.”

그의 눈이 살짝 빛났다. 내가 이렇게 굳이 식사까지 챙겨 주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 소개했던 대로 저는 떠돌이 상인입니다.”

이들은 상인이지만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크다.

함부로 대했다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

보통의 인간 상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물건을 파는 자들이니, 그랬다간 내가 손해다.

“혹시 저랑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다행히 난 리자드맨, 아니 용종이라는 종족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떠돌이 상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자들은 한 종족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단체의 이름일 뿐.

그렇기에 잘 알고 있는 종족인 이들이 온 것은 나에겐 행운이다.

“나야 좋지.”

그는 씩 웃어 보이더니 싹싹 비운 그릇을 아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두 명에게 뭐라 명령했다.

그러다 그 둘은 수레를 이리저리 배치하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열 개가 넘었는데, 각각을 연결한 핀 같은 것을 분리해서 쭉 펼쳐 배치했다.

“부족원들이 쓸 물건들도, 그리고 족장님을 위한 물건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느 쪽부터 보시겠습니까?”

“부족원들 것부터 보지.”

“알겠습니다.”

그는 어느새 정렬이 된 수레에 가서 내게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오크나 고블린들의 체형에 맞춘 갑옷들. 그리고 무기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려 철제 무기들이다. 그것도 본래 사용하던 것과 비교가 안 되게 품질이 좋은 물건들.

그 외에도 작은 수레에는 공성 무기 같은 것까지 담겨 있었다.

난 한번 쭉 둘러보고서 말했다.

“갑옷과 무기 삼백 개씩. 그리고 발리스타 세 기. 캐터펄트 두 기. 그리고 공성 무기를 다룰 기술자 열 명. 이렇게 주문하도록 하지.”

“손이 크시군요.”

켈은 씩 웃어 보였다.

“물건이 살짝 부족합니다. 대신 나머지 물건들은 삼 일 내로 배달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서 푸른색의 빛 같은 게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값은 선불입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얼마지?”

“총 40만 포인트입니다.”

난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올렸다. 곧 내 손에서도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떠돌이 상인에게 물건을 살 때도 상점 창처럼 ‘신화 포인트’로 값을 치르면 된다.

이 대륙에서도 통용되는 화폐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마경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거니와 애초에 그가 받아 주지도 않는다.

대신 물건으로 값을 치룰 수 있긴 하다. 그가 혹할 만한 물건이 있다면.

‘확실히 싸긴 싸군.’

갑옷 같은 경우는 상점 창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다른 점은 바로 가격이다.

거의 1/5 정도의 가격인 것이다.

그리고 떠돌이 상인과 신화 포인트 상점에서는 파는 물건에서도 차이점이 조금씩 있다.

“감사합니다.”

쉬르르-

켈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나도 똑같이 마주 웃어 주었다.

물론 이걸로 거래를 끝낼 생각은 없다.

이제부터가 본론이니.

“그럼 다음 물건을 보시지요.”

그를 따라 켈이 직접 끌고 왔던 수레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비교적 흔한 물건들이 쌓여 있던 수레들과 달리, 이곳에는 딱 봐도 값비싸 보이는 게 많았다.

떠돌이 상인들이 중요한 이유.

바로 유일급에서부터 전설급까지 어느 하나 쉽게 보기 힘든 물건들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건 얼마지?”

“흐음. 용 사냥꾼의 활이군요. 한 삼천만 정도면 됩니다.”

“이건?”

“그건 바실리스크의 눈입니다. 원하는 상대에게 짧은 시간 동안 마비 효과를 주는 물건이지요. 방금 전의 활에 비하면 아주 저렴하지요. 천 오백만입니다.”

그 후에도 이것저것 가격을 물어봤다. 하지만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다.

이들이 아니면 애초에 구매를 할 수 없는 물건이긴 하지만.

“착용하고 계신 흉갑과 창을 합치면 이 두 물건 말고도 하나를 더 쳐주겠습니다. 어떠십니까?”

거래를 하면서도 내 몸을 훑어봤었는지 그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난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네.”

어딜 수작질이야.

아무리 저 아이템들이 좋아 보인다 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가치가 훨씬 높다.

켈도 그냥 한번 찔러 본 것뿐인지 별말은 없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사는 건 아쉬워서 유심히 물건들을 확인했다. 물건의 설명이 창으로 뜨기 때문에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

순간 어떤 물건이 눈에 확 들어왔다. 최대한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얼마나 하나?”

“쉬르르- 아! 그 물건이 섞여 있었군요. 하자가 있는 물건이어서 따로 빼두려 했던 물건인데…….”

“무슨 하자가 있는 거지?”

난 설명 창으로 이미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건 뇌조라는, 일종의 정령을 가둬 놓은 물건입니다. 본래 전격의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물건인데…….”

그것을 집어 보려고 만지는데 순간 전격이 확 솟았다.

난 아픈 척을 하며 물건을 다시 내려놓았다.

“보시다시피 반항이 심합니다. 만지려고 하기만 해도 계속 전격으로 공격을 하지요. 그래서 아직까지 주인을 못 찾았습니다.”

[뇌조]

[유일]

[정령 ‘뇌조’가 들어 있는 구슬. 영수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경우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는다.]

[대부분의 기능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기능도 아무것도 나와 있지 않고, 만지기만 해도 전격을 주는 물건. 하지만 난 속으로 흡족하게 웃었다.

방금 전 전격이 튈 때 느낀 것이다. 오히려 기운이 올라가는 것을.

아무리 반항적이라고 해도 전격이 섞인 공격은 내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 거다.

‘정령이라.’

나는 그것을 보면서 일전에 만났던 정령에 대해 떠올렸다.

골렘의 핵에 갇혀 있던 전격의 정령.

이 아이도 그와 비슷한 처지이겠지.

나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혹시 이전의 정령처럼 바로 떠나갈 수도 있지만 이대로 갇혀 있게 두고 싶진 않았다.

“흥미로운 물건이군. 한번 연구해 보고 싶은데……. 얼마지?”

“본래 이런 물건은 최소 백만은 주셔야 됩…….”

“정령이 들어 있으면 뭐 하나? 쓸모가 없는데. 자네도 못 다루는 것 아닌가?”

켈은 처음으로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도 알고 있었다. 정령이 들어 있는 물건이 비싸다는 것은.

본래는 백만이 아니라 오백만을 넘게 줘도 못 사는 게 이런 물건이다.

“하지만…….”

“삼십만으로 하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거래를 할 사이 아닌가?”

“칠십. 그 이하는 안 됩니다.”

“사십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그는 눈가를 좁히며 다시 뭐라 말하려 했다. 나는 그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네. 오십으로 하지. 대신 올 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대접해 주겠네. 맛보지 못했을 만한 것들로만 말이야. 어떤가?”

쉬르르-

켈의 입에서 본능적으로 울음소리가 튀어나왔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난 씩 웃으며 아직 내가 손도 대지 못한 설렁탕을 슬쩍 흔들어 보였다.

그의 눈동자가 더 크게 떨린다.

‘용종’은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특히 새로운 맛에 대한 탐구욕도 크고.

“후, 알겠습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내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고 푸른빛이 번쩍이자 다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난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바로 구슬을 집어 들었다.

“물건은 이쪽으로 내려놓으면 되네.”

그 외에 추가로 자잘한 물건들을 구입하고서 켈에게 말했다.

마침 비어 있는 창고가 있었기에 부족원들과 함께 물건을 쌓아 두었다.

몇 가지 물건들은 수량이 부족했기에 3일 안으로 배달을 해 준다고 했다.

그들이 다시 휴식을 취하러 가는 걸 보고 나도 신전 안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정령입니까?

펜릴도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어왔다.

난 고개를 끄덕이고서 유심히 구슬을 봤다.

손바닥만 한 구슬의 안에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가만히 보고 있자 처음 구슬을 만졌을 때 떴었던 메시지가 다시 올라왔다.

[정령을 발견했습니다.]

[친화력이 굉장히 큰 속성입니다.]

[이 아이템은 두 가지 사용법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이전에 정령과 만났을 때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하긴 그때는 핵에서 해방되어 바깥에 나와 있던 상태였었지.

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

[첫 번째. 정령을 강제로 사역하는 것.]

-구슬에서 뻗어 나오는 전격의 힘을 견딜 수만 있다면, 강제로 정령의 힘을 취할 수 있습니다.

본래 정령의 힘에 비해선 약화되지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사용자의 힘으로 강제로 복종시킨다면 숨겨져 있는 기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상한 메시지였다.

본래 정령이 가둬진 검이나 아티팩트 같은 경우는 강제로 복속시킨 후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게 보통이니까.

이어서 두 번째 메시지가 떠올랐다.

[두 번째. 정령을 해방시키고 계약을 하는 것.]

-정령 ‘뇌조’를 해방시켜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정령이 계약을 거부한다면 그대로 아이템은 사라집니다.

정령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지만 강제로 명령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 선택지. 정령과의 계약. 트롤이었던 이렌의 경우처럼 계약과 계약을 맺는 것이다.

물론 계약을 맺을 수만 있으면 두 번째 방법이 좋지만…….

불안한 점은 이 정령이 구슬에 갇혀 상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라는 것.

파지직-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구슬에서는 끊임없이 전격이 뻗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강제로 갇혀 있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하마터면 그대로 저번처럼 어딘가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첫 번째 방법은.’

왠지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곧 입을 열었다.

“이렌을 불러와.”

“알겠습니다. 케르르.”

고블린 하나가 내 말을 듣고 걸어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구슬을 들여다보며 그녀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부르셨습니까?”

“응.”

아까 밖으로 나갔던 고블린이 그녀를 데려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넙죽 고개를 숙여 보이고서 나를 봤다.

난 그녀에게 구슬을 보여 주었다.

“이게 무엇인지 알겠나?”

“정령이군요. 새 모양의.”

뇌조. 그녀는 이름을 듣지 않고서도 새 모양이라고 했다.

난 구슬을 슬쩍 들어 다시 보았다.

노란색의 구슬 안에 희미한 형체가 있다는 것만 보일 뿐, 이걸 보고 무슨 형태라고 알 만한 특징은 없어 보였다.

“난 이 정령과 계약을 맺으려 한다네.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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