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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31화 (31/170)

31화

갑자기 전신의 기운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동상에서 얻었던 것.

뇌룡의 숨결. 분명 그런 이름의 아이템이었다.

동상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아이템.

사용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메시지가 떴던 그것.

[부상이 모두 회복됩니다.]

눈이 번쩍 떠진다.

탁-

손을 바닥에 짚고서 몸을 일으켰다.

“바람의 채찍!”

저 앞에 이렌이 창백한 안색으로 무언가를 하는 게 보인다.

고블린과 이렌을 내리치려는 골렘의 주먹이 크게 빗나가는 게 보인다.

초록빛의 기운이 골렘을 밀어낸다.

“흐윽!”

하지만 다음 순간 이렌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황급히 그 앞으로 달려가 그녀를 들어 올렸다.

이렌의 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워져 있었다.

무리하게 힘을 끌어올린 것의 부작용인 듯했다.

“모두 물러나라.”

난 그나마 몸이 성해 보이는 고블린에게 이렌을 업히고서 그들을 멀리 물러나게 했다.

아까 전 비명을 질렀던 고블린인 것 같다.

-아직 안 죽었구나!

골렘은 마치 여유를 부리듯 나를 보며 소리쳤다.

난 다른 이들을 모두 뒤로 물리고서 그를 쳐다봤다.

후우우우웅-!

다시 한 번 놈이 주먹을 내리쳐 온다.

키릭-

[뇌령 강화]

[신기 뇌룡의 스킬이 사용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내 속에서 무언가가 변화했다.

놈의 주먹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콰앙!

난 그대로 앞으로 창을 내질렀다.

콰드득-!

창끝에 어린 기운이 골렘의 거대한 팔을 말 그대로 분쇄한다.

놈의 팔뚝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이런!

놈이 당황하며 회복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드드드드드드-!

전신이 강하게 떨린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기운이 넘친다.

-이 버러지가!

골렘이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놈은 내 힘에 불안감을 느꼈는지 이제까지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광폭화]

그것을 보는 내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잠잠하던 기운들이 순식간에 거칠게 피어올랐다

꽈드득-

하지만 난 그것들을 억지로 붙들어서 한 점으로 모았다.

[신기]

그리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내 목소리인데도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말에 깊은 울림이 담겼다.

막대한 기운이 창끝에 맺히고.

언뜻 그 위로 희미하게 어떤 형상이 떠올랐다. 황금빛 비늘에 감싸여진 생명체.

이 세계 최강, 최흉의 몬스터.

잔뜩 힘을 끌어모으던 놈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지는 게 보인다.

요란하게 모이던 놈의 힘과 달리, 내 손으로 모이는 기운은 주변의 기운을 모조리 짓누르며 조용히 모이고 있었다.

그만큼 고고한 존재.

그만큼 강력하고 위대한 존재.

그 힘이 내 손에 재현되고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것 같다.

너무나도 강력한 힘 앞에 세상을 이루는 법칙마저 일그러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태풍의 눈처럼 내가 서 있는 곳은 고요했다.

창을 든 손에 강렬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휘오오오오오-!

콰지지직-

주변의 공기가 미친 듯이 떨린다. 창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단순히 허리춤에서 어깨까지 손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크아아아!

놈이 모으던 힘을 내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쾅!

콰과과과광!

대지에 해일이 일기라도 한 것처럼 땅이 크게 울렁이며 솟아났다. 오롯이 나를 노리고.

그리고 골렘도 자신의 몸을 날려 내게 주먹을 휘둘렀다.

[뇌룡]

그때 내 공격도 완성되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내고 무언가가 하늘을 유영하며 골렘에게 쏘아져 나갔다.

나를 향해서 전력으로 내리친 주먹. 주먹이 나와 가까워질수록, 마치 분쇄기에 들어간 것처럼 순식간에 거인의 팔이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허무하게!

놈의 단말마. 막대했던 그 존재감이 지우개로 지운 듯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러고도 내 힘은 만족하지 못한 듯 저 멀리 퍼져 나갔다.

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순간적으로 시야가 멀었다.

삐이이이이-

귓가에 이명이 울린다.

그리고 시야가 회복되었을 때.

뚫려 버린 절벽 너머로 우리가 왔던 숲이 보였다.

* * *

그곳에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내가 쓰러져 있는 동안 크게 부상을 입은 이가 있었지만 포션을 통해 거의 회복되었다.

오히려 이렌의 상태가 더 안 좋았다.

기운을 무리하게 사용한 까닭에 장장 삼 일간 몸져누워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털고 일어났다.

아쉬운 것은 놈을 통째로 소멸시켜 별다른 단서를 얻지 못했다는 것.

마지막 벽화를 생각하면 무언가 중요한 존재일 것 같은데.

‘외곽에선 놈들의 흔적이 아예 없었지.’

아마 심부로 향하면 무언가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은 전리품을 정리하고서 부족으로 돌아갔다.

돌아온 후에도 이런저런 행정적인 업무를 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그 후에야 전리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뇌룡창.’

그리고 같이 얻은 뇌룡의 숨결.

뇌룡창은 설명을 보면 뇌룡갑과 연관된 아이템 같았다.

이것에 붙어 있는 스킬이 바로 ‘신기 뇌룡.’

지금까지 얻은 그 어떤 스킬보다 강력한 공격 스킬이다.

‘뇌룡 질주도 충분히 강력한 스킬이긴 하지만.’

공격보다는 이동에 치중되어 있는 스킬이다.

그 외의 스킬들도 한 방보다는 광역기의 성향이 강했고.

반면이 이 스킬은 확연하게 단일 개체만을 공격하기 위한 것.

이무기를 상대할 때에 큰 힘이 되어 줄 거다.

그다음은 ‘뇌룡의 숨결’.

난 슥 손을 뻗어 목덜미를 만져 봤다. 그곳에 약간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는 문양이 느껴졌다.

바로 이게 뇌룡의 숨결이라는 아이템 같았다. 귀속, 부착형 아이템.

‘이걸 사용하니 뇌령 강화라는 걸 할 수 있었지.’

보아하니 뇌령의 레벨을 약 2, 3단계 정도 올려주며, 부상 치료 효과가 있는 듯했다.

우선 뇌령 강화를 한 후에야 스킬 ‘신기 뇌룡’의 사용이 가능했다.

즉, 뇌령의 레벨이 최소 4는 되어야 쓸 수 있는 스킬이라는 뜻.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음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다음으로는 시스템.’

저번에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된다고 한 이후로도 변화가 없어서 의아해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한이 풀렸다는 말이 뜬 후에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상태 창.’

[상태 창]

이름: 이호진

레벨: 16

세력: 대부족 ‘벼락’

스킬: 뇌룡 질주, 쇼크웨이브(전격 속성), 신기 뇌룡…….

[신화]

현재 등급: 대족장

벼락 신의 징벌자(희귀)

-그는 마치 벼락 신의 분노를 형상화한 듯했다. 그의 팔이 휘둘러졌을 때 그의 앞에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벼락 신의 사도. 벼락 신의 유일무이한 징벌자.

모든 벼락 신의 신도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마주치는 이에게 위압감을 준다.

마경 외곽 지역 일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힘과 속도가 상승합니다. 동급 이하의 상대에게 공포와 경외심을 동시에 일으킵니다. 벼락의 힘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벼락 신의 권능의 일부가 주어집니다.

-뇌령이 강화됩니다.

-현재 신화 포인트: 521,000/720,000P

유의미한 변화만 나열하자면 이렇다. 우선 레벨이 꽤 많이 올랐다. 전투를 많이 겪어서 그런지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신화도 저번 사건 이후로 한 단계 올라갔다. 희귀에서 유일로. 그만큼 벼락의 기운을 다루기가 한결 쉬워졌다.

그전에는 의도해서 기운을 끌어올렸다면, 지금은 공격에 자연스럽게 그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력’ 탭이 추가되었다.

신화 창과 마찬가지로 따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했다.

‘세력.’

[세력]

대부족 ‘벼락’

대사제: 2명.

사제: 15명.

.

.

.

부족의 구성원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세력 범위: 마경 외곽 9할.

그리고 세력 범위는 지도와 연동되어 우리 세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표시되어 있다.

이것 외에도 ‘강화’, ‘훈련’, ‘펫’ 등의 새로운 기능들이 개방되었다.

아직 사용해 보진 못했지만 차차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것들을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나가 볼까.”

-어디 가십니까?

갑자기 허공에서 펜릴이 튀어나와 내게 말을 걸었다. 난 인상을 쓰며 그에게 말했다.

“실내에서 은신 쓰지 말라고 했지.”

-바, 방금 들어온 겁니다.

녀석은 지레 겁을 먹고 주춤 물러났다. 그 모습에 그냥 한숨을 쉬고서 녀석의 말에 대답했다.

“손님 맞으러 나간다.”

-손님 말입니까?

밖으로 나가는 나를 졸래졸래 따라오며 녀석이 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곧 올 거야.”

이번 여정에서의 소득 중 하나.

바로 대족장으로 승급하면서 받았어야 할 VVIP 성장 팩 아이템이 정상적으로 지급된 것이다.

‘특수 유닛 팩.’

이왕이면 새로운 병종이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부하 NPC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이번에 나온 것도 나쁜 편은 아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크룩.”

“그래.”

밖에서 오크들의 훈련을 하고 있던 크룩이 인사를 해 왔다.

손을 흔들어 받아 주고서 계속해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오셨습니까. 케륵.”

“좋은 아침이야.”

어느새 케륵이 내 옆에 따라붙었다.

웃으며 그에게 답하고서 울타리 옆에 세워진 계단을 올랐다.

위에서 경계를 취하고 있던 병사가 황급히 예를 표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아직 경례나 명확한 계급 같은 건 없었기에 그냥 인사말이다.

난 인사를 받아 주고서 저 멀리 나 있는 길을 봤다.

“케륵. 한눈팔지 말도록.”

케륵도 병사에게 한마디 하고서 내 옆에 같이 섰다.

문 앞에 새로 낸 길을 보니 돌을 깔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나무나 큼직한 돌 같은 것을 치우고 다듬어 그런지 제법 깔끔했다.

두두두두-

그때 타이밍 좋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부터 흙먼지가 일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병사가 깜짝 놀라기에 진정시키고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던 것은 금세 문 앞에 도착했다.

키리리리리릭-!

목과 다리가 길쭉한 짐승이 끄는 마차는 정확히 문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저는 떠돌이 상인이오만, 혹시 쉬었다 가도 되겠습니까?”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가린 남자가 눈을 빛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뒤로 비늘로 덮인 꼬리가 살랑 움직이는 게 보인다.

마차의 뒤로 줄줄이 따라오는 수레를 보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자막에 떠오른 메시지의 내용.

[특수 유닛 ‘떠돌이 상인’이 해당 영역에 찾아갑니다.]

떠돌이 상인이라는 이름의 유닛.

놈들은 특수 유닛 중에서도 특이한 편이다.

우리 영역에 찾아온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손님으로서일 뿐.

바로 내 밑으로 들어온다던가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작은 인연이라도 생기는 것에 내가 감지덕지해야 할 처지라고 할까?

“얼마든지.”

“케륵?”

이제 부족 차원에서 아이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을 테니까.

간단한 짐 검사 후에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의 뒤로 수레가 줄줄이 들어온다.

게임에서도 몇 번 본 적 있던 떠돌이 상인들.

가장 앞서서 들어온 상인이 얼굴을 감싼 천을 걷으며 나에게 인사했다.

“전 켈이라 합니다. 들여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쉬르르-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히 있다 가게나.”

그의 파충류와 같은 얼굴이 나를 빤히 보았다.

세로로 날카로운 눈동자. 비늘로 덮인 피부, 그리고 말을 할 때 가끔씩 빠져나오는 긴 혀.

“감사합니다.”

그는 내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보이고서, 내 안내에 따라 한쪽에 수레 등을 비롯한 걸 세워 두었다.

그리고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들은 누구입니까? 케륵.”

“아까 듣지 않았어? 상인들이다.”

“상인이라. 케륵. 리자드맨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군요.”

케륵은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짐을 세워 둔 이들은 아예 후드를 벗고서 쉬고 있었다.

그래서 파충류를 닮은 얼굴과 꼬리가 노출되어 있었는데, 지나가는 부족원들이 힐끔거리는 게 보였다.

“저들 앞에서 리자드맨이라고는 말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케륵? 왜 그렇습니까?”

리자드맨. 도마뱀과 인간을 합친 단어다. 하지만 저들은 그 단어를 싫어한다.

“자기들을 용종이라 부르는 걸 좋아하거든. 리자드맨은 약간 낮춰 부르는 느낌이기도 하고.”

“그렇군요. 케륵.”

난 상인들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부족 일을 돌보는 데에 집중했다.

부족원들도 처음에만 신기하게 볼 뿐 나중엔 각자 일에 전념했다.

그리고 식사 시간이 되자 순식간에 요리 판이 벌어졌다.

본래 고블린과 오크들은 식사를 할 때 딱히 요리라는 걸 안 한다. 기껏해야 건조시키거나 굽는 정도.

하지만 난 최소의 식량으로 최대한의 포만감을 위해 다양한 요리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배고프지 않나?”

난 멀찌감치 앉아 있는 상인들에게 그릇 세 개를 건네줬다.

숲에서 자라는 감자 비스무리한 채소와 고깃덩이 몇 개를 넣고 뼈를 푹 고은 국물로 만든 음식이다.

상점에서 산 향신료까지 넣어서 내 입맛에도 상당히 잘 맞다. 국물까지 먹으면 포만감도 좋고.

약간 설렁탕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굉장히 퓨전 스타일이지만.

“감사합니다. 이거 신세를 많이 지는군요.”

“뭐,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있다 가게.”

“감사합니다.”

난 미소 지으며 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나를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쉬르르-

매끄러운 인간어. 하지만 그와 별개로 마치 뱀 같은 소리가 같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이런 외진 곳에 화신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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