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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30화 (30/170)

30화

균열은 갈수록 커졌고, 돌조각들이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기에 살짝 뒤로 물러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것을 감싸고 있던 대리석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타악-

난 망설임 없이 뛰어올라 동상의 팔 부분에 착지했다.

“창?”

본래 동상이 들고 있던 건 번개를 형상화한 듯한 생김새였다.

그러나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금색을 띠는 창이었다.

스스로 찬란한 광채를 띠고 있는 창.

“크읍!”

난 그것을 잡고서 쭉 잡아당겼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빠지지가 않았다.

파지직-

아예 기운까지 운용하며 힘을 쓴 후에야 천천히 창이 움직였다.

퍽!

그리고 마침내 창을 빼냈고, 동시에 동상의 손이 부서져 버렸다.

“어…….”

쾅!

바닥에 떨어진 손 부분은 그대로 산산조각 나 버렸다.

‘괜찮겠지.’

난 애써 그걸 무시하며 손에 들린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우우웅-

역시나.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기도 전에 창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무기에서도.

“흡수하는 건가.”

처음 얻었던 성장형 무기.

뇌룡갑과 마찬가지로 자동으로 흡수하는가 보다.

저번과 달리 이번엔 아예 메시지조차 안 뜬다.

화아악-

창이 내 손을 떠나 허공에 둥실 떠올랐고, 흑단 몽둥이도 창의 옆에 떴다.

그리고 곧 더욱 빛이 강해지더니 눈앞이 번쩍였다.

텁-

다시 눈을 떴을 땐 손에 창이 들려 있었다.

모양은 기존의 창 그대로였지만 색이 몽둥이처럼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파직.

“윽.”

손에서 순간적으로 작은 전격이 일었다.

하지만 내가 기운을 끌어올려 꽉 잡으니 오히려 손에 착 감겨 왔다.

“좋아.”

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제 돌아갈 요량으로 동상에서 뛰어내렸을 때 뒤늦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뇌룡창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의 상세 정보까지.

[뇌룡창]

[유일]

[신수 ‘뇌룡’의 뼈로 만들어진 창. 신성이 깃들어 있다.]

간단한 설명 밑에는 공격력과 전격 속성 강화 등의 부가 옵션이 붙어 있었다.

특히 뇌룡갑과 마찬가지로 스킬이 하나 붙어 있었는데, 그 이름만 봐도 심상치 않았다.

한번 스킬을 사용해 볼까 생각하는데 메시지가 또 나왔다.

[히든 퀘스트 ‘???’을 완료했습니다.]

히든 퀘스트?

아니, 무슨 퀘스트가 수락한 적도 없는데 완료돼?

[퀘스트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시스템에 걸려 있던 제한 중 일부가 해금됩니다.]

[보상으로 VVIP 성장 팩이 정상적으로 적용됩니다.]

그 이후로 떠오른 메시지도 대부분 본래 받았어야 했던 보상들이 정상 지급된다는 얘기였다.

‘이거 순 양아치 아니야?’

득템했다는 기쁨보단 분노가 앞섰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보려 하는데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쿠구구구구-!

공간 전체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쾅-!

바로 앞에 커다란 돌덩어리가 떨어졌다.

천장과 벽 곳곳에 금이 가는 게 보인다. 이곳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절로 험한 말이 나왔지만 가만히 있을 틈이 없었다.

바로 빠져나가려고 기운을 끌어올리는데 그때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돌조각이 동상에 부딪혔다.

콰직!

동상의 머리가 그대로 깨져 나갔다.

빠져나가려던 것도 잊고서 절로 시선이 갔다.

파괴된 동상의 내부.

그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 *

“케르르.”

이렌은 흘긋 옆을 보았다.

고블린 한 명이 초조한 눈빛으로 구덩이를 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내려가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케를.”

“안 된다. 족장님의 명을 어길 순 없다.”

불안한지 저들끼리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

이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방금 전부터는 땅까지 울리기 시작했다.

이렌도 이미 내려가 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었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그 무엇보다 족장님의 명령이 최우선이라는 말과 함께.

“안으로 안 들어가진다고?”

-응.

그녀의 앞에 초록빛의 정령이 몸을 드러냈다.

-이상한 기운으로 막혀 있어. 처음 이곳을 막고 있던 것과 같은 기운이야.

바람의 정령도 내부 상황을 볼 수는 없었다.

이제까지 정령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곤 없었는데, 오늘만 벌써 두 번째다.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그녀의 기분을 느꼈는지 침울한 어조로 말하는 정령에게 이렌은 애써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래도 초조한 마음은 가시지 않아 그녀는 그저 구덩이만 빤히 바라봤다.

드드드드드-!

콰앙-!

그때 진동이 점점 심해지더니 갑자기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케를!”

고블린들이 제각기 무기를 들어 올렸다.

이렌도 정령을 불러 어떤 것이든 상대할 준비를 마쳤다.

쿵!

하지만 그것은 모두가 예상치 못한 형태로 나타났다.

“케, 케를?”

정찰대원 중 한 명이 고블린어로 ‘맙소사’라고 말했다.

“이런 미친…….”

그리고 이렌은 황망한 눈으로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쿠웅!

그것은 허공에서부터 ‘생겨났다.’

쿠웅-!

무너진 탑의 잔해가 하늘에 떠올라 한데 모이고.

잔해들이 일정한 형태를 이룬다.

콰아앙-!

생겨난 발이 땅을 딛는 것만으로 커다란 충격이 발생했다.

이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하얀 뱀. 그것만큼이나 커다란 괴물이 눈앞에 생겨나고 있다.

“골렘?”

그것은 말하자면.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골렘이었다.

파괴된 도시의 잔해들을 모조리 빨아들여 제 몸을 구축하고 있는 골렘.

우우우웅-!

마침내 놈의 사지가 모두 생겨났다.

-벼락 신의 종자들.

그리고 골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살아 있었구나.

후우우우웅-!

이렌과 고블린은 거대한 골렘의 팔이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팔이 다시 내려오는 걸 보고서 이렌은 빠르게 외쳤다.

“바람아! 우리 모두!”

-알았어!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렌과 정령은 이미 연결되어 있는 상태니까.

정령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고블린과 이렌을 감쌌다.

“뛰어!”

그리고 바로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꽈아아아아앙-!

순식간에 지면에 도달한 골렘의 주먹이 막대한 물리력을 행사했다.

정령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절대 피하지 못할 공격이었다.

“케를, 케르르를!”

압도적인 상대를 앞에 두고서도 그들은 열심히 움직였지만 간간히 쏘아 내는 화살이나 대롱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정령의 힘은 골렘을 잠시도 막지 못했다.

꽈앙!

“케르르르를!”

그때 골렘의 공격에 튀어오른 파편에 고블린 하나가 얻어맞았다.

다른 고블린들이 그를 부축했지만 그다음 공격을 피하기 힘들어진 것은 자명했다.

‘족장님.’

모두들 아연한 표정으로 적을 올려다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둥둥둥-

그리고 이변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모두의 가슴속에서 깊은 울림이 느껴졌다.

거대 골렘이 다시 한 번 팔을 들어 올리고, 모두들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콰지지지지지지직-!

지하에서부터 뇌전의 기둥이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쾅!

공격해 오던 골렘의 주먹을 그대로 하늘 높이 쳐 올리며, 자신의 키만큼이나 커다란 창을 들고 있는 남자.

그는 바닥에 착지하고서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오래 기다렸지?”

그 익숙한 등을 보며 모두들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 * *

“후우.”

난 넘쳐흐르는 기운을 가라앉히며 앞의 적을 보았다.

‘죽을 뻔했네.’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지하에 갇힐 뻔했다.

다행히 그전에 빠져나왔지만.

“그래서 저건 뭐지?”

내 말에 뒤에 서 있던 고블린이 대답했다.

“방금 전에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으음.”

별달리 도움 되는 정보는 없다.

뭐, 그래도 당장 보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무지막지하게 튼튼해 보이네.’

골렘. 그것도 아까 전 상대했던 골렘을 몇십 배로 확대해 놓은 사이즈다.

거의 건물 몇 채가 합쳐진 모양새인데.

‘벽화에 있던 놈과 비슷하네.’

마지막 벽화.

그곳엔 다양한 크기의 골렘들이 벼락 신과 맞서 싸우던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파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전신을 감싸고 있는 기운이 한층 더 거칠어졌다.

-쥐새끼가 하나 더 늘었구나!

저 위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목소리. 골렘의 것이겠지.

후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강한 풍압이 느껴졌다. 놈의 주먹이 나를 향해 내리꽂힌다.

난 바로 높이 몸을 띄웠다.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그랬다간 뒤에 서 있는 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

파지지직-!

창에 기운을 불어넣어 그대로 내리찍었다.

거친 소리와 함께 놈의 팔이 꺾인다.

꾸웅-!

놈의 주먹은 경로가 비틀어져 그대로 지면에 틀어박혔다.

난 그대로 놈의 팔에 착지해 쭉 달렸다.

꽈앙-!

골렘의 다른 손이 날 내려치기 전에 창으로 놈의 팔을 몇 차례 가격했다.

그러자 놈도 쉽게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이 건방진, 건방진 놈이!

놈은 성난 듯 몸을 흔들었다.

난 허공에 몸을 날려서 다시 한 번 크게 기운을 끌어올렸다.

[뇌룡 질주]

그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곧바로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목표는 놈의 머리.

창 전체가 내 기운을 강하게 담아 찬란하게 빛났다.

꽈아아앙-!

마치 벼락처럼.

창은 그대로 핵이 위치한 놈의 머리통을 꽂혔다.

탁-

난 바닥에 착지하고서 골렘을 올려다봤다.

“하.”

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숨을 뱉었다.

머리를 날린 순간 언뜻 핵을 봤었다.

하지만 공격이 무색하게도 빠른 속도로 돌덩이들이 날아들더니 피해가 수복됐다.

나도 주변에 날아드는 돌을 피해 몸을 뺄 수밖에 없었다.

콰앙!

그 이후로도 골렘은 몇 번이나 연이어서 공격을 날렸다. 대부분 놈의 공격은 피할 수 있었지만.

“크윽.”

문제는 가끔씩 날아드는 돌덩이에 얻어맞는다는 것.

놈의 입장에선 그냥 돌 부스러기 정도겠지만 내겐 사람 머리통만 한 돌덩이가 날아드는 거니 결코 경시할 수 없었다.

콰앙! 쾅! 쾅!

골렘은 내 공격을 대부분 피하지 못하고 얻어맞는다.

창을 내지를 때마다 놈의 몸이 푹푹 파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변에 날아든 돌덩이들이 놈의 몸을 메꾼다.

‘한 번 더.’

난 다시 한 번 더 지면을 강타하는 놈의 주먹을 피해서 허공에 몸을 띄웠다.

아까 전 핵의 위치를 생각해서 좀 더 정확하게 공격하면…….

콰득.

“윽?”

그때 갑자기 팔과 다리가 확 무거워졌다.

“이런 미친……!”

갑자기 온몸에 돌덩어리들이 달라붙었다.

이제까지는 본 적 없던 패턴이었다.

-멍청한 것.

기운을 바깥으로 뻗어 달라붙은 것들을 곧바로 부숴 버렸지만 골렘은 그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꽝-

눈앞이 새하얗게 변한다.

“…님!”

“…아!”

“…불어라! 바람아!”

귓가에 앵앵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쿨럭.”

입가에 뜨끈한 무언가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뒤늦게 전신에 강렬한 고통이 밀려온다.

이런 경험. 전에도 했던 거 같은데.

X나 큰 화살에 맞았을 때였나?

삐이이이-

귓가엔 이제 이명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소스라칠 정도로 온몸이 아팠다.

“하…….”

돌덩이를 모아 몸을 회복하는 놈인데, 그 돌덩이를 다른 방향으로 부리는 걸 전혀 생각 안 했다니.

멍청한 짓이었다.

적의 능력을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것은.

놈은 일부러 다른 능력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던 거겠지.

“끄아아아악-!”

그때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파지지직-!

반사적으로 기운을 끌어올려 몸을 움직이려 했다.

“끄아아아악!”

아프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고통이 이런 거였나?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나는 누구지? 왜 여기서 싸우고 있는 거였지?

파직-!

“…아.”

그때 목덜미에서 친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와 비슷하되 내 것이 아닌 힘.

[뇌룡의 숨결이 일시적으로 활성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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