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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19화 (19/170)

19화

외곽을 모두 점령하면 우린 인간 왕국과 마경의 심부와 접하게 된다.

인간 왕국이야 마경을 침략할 이유가 별로 없으니 위협이 덜하다지만 심부의 놈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지.’

지금까지 내가 이뤄 온 게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일 정도로.

이번 정벌의 방향이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을 향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선 힘을 키워야 하고, 힘을 키우기 위해선 정식 영지로 승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승급할 경우에 오히려 새로운 위험이 생길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나아가기로 결정했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을 이제 와서 무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일단 목표를 이루고 나면 당분간은 몸을 사려야 할지도.

“후우.”

난 한숨을 내쉬고서 기분 전환을 위해 신화 창을 띄웠다.

[신화]

현재 등급: 족장

벼락 신의 대리자

벼락 신앙을 믿는 이들에게 숭배 받고 있다.

모두들 그가 신의 대리자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곁에는 항상 신수 ‘펜릴’이 함께한다.

마경의 거대한 괴수들을 잡으며 그의 명성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스텟이 상승합니다.

‘마경’에 속하는 주민 일부는 그에게 공포심과 경외심을 느낍니다. 벼락의 힘에 대한 이해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벼락 신의 권능의 일부가 주어집니다.

벼락 신의 기운을 타인에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뇌령의 기운을 지닙니다.

-현재 신화 포인트: 324,320P

큰 골자는 그대로다. 추가된 것은 펜릴과 거대 괴수를 처치한 것 정도.

그 대가로 나는 ‘축성’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게임 상에서는 ‘신성 부여’라고도 하는 스킬인데 타인의 무기나 신체에 벼락의 기운을 부여할 수 있다.

일전 도마뱀 사냥 때 화살이나 펜릴의 발톱에 부여했던 기운이 그것이다.

게다가 이번 전쟁을 위해서 꾸준히 축적한 포인트도 벌써 32만 포인트.

얼마 전 일정 포인트를 달성하고 받은 ‘신화 포인트 두 배 획득 보너스’를 적용 중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포인트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이 정도면 아무 데나 마을 하나를 새로 새울 수도 있겠군.’

본래 게임에서 현질을 유도하는 유료 상점은 아예 없다.

애초에 베타 테스트니 유료 결제가 없는 게 당연하긴 하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건 신화 포인트로 살 수 있는 상점뿐이다.

‘다른 경로는 아직 개방 못 했으니.’

그나마 VVIP 팩을 통해 얻는 아이템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는 포인트 상점의 중요성이 더 커지겠지만.’

신화 포인트만 많다면 마을 같은 게 아니라 아예 사막 한가운데에 큰 도시를 세울 수도 있다.

“케륵. 족장님, 저기 보입니다.”

난 케륵의 말에 혼자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와 앞을 보았다.

일부러 고지대를 따라 이동했기에 저 아래에 적의 부족이 훤히 보였다.

원시적인 형태의 부족. 하지만 그 규모는 그리 작지 않았다.

고블린과 오크 두 부족을 합친 현재의 벼락 부족과 비슷하거나 살짝 작은 정도.

주변에선 나름 유명한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작은 부족들은 아예 상대하지 않고 바로 이곳으로 왔다.

“이곳에 숙영지를 꾸린다.”

“알겠습니다. 케륵.”

케륵은 바쁘게 움직이며 내 지시를 전달했다.

그의 직속 부하들이 또 멀리 퍼져 나가며 모두에게 지시를 내렸다.

크룩 또한 케륵에게 이야기를 듣고 오크들을 움직였다.

저걸 보니 언어를 통일시켜야 되긴 하는데.

아직 관련 아이템을 사기에는 포인트가 너무 모자라다.

‘뭔 아이템들이 그렇게 비싼지.’

속으로 투덜거리며 다시 한 번 적의 부족을 내려다보았다.

규모도 규모지만 저 부족이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명령을 전부 하달하고 왔습니다.”

다시 돌아온 케륵에게 물었다.

“주술사는 저 안에 있나?”

“예. 기운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본래 족장이자 주술사를 겸했던 케륵.

나도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긴 하지만 본래 주술사였던 케륵이 그 분야는 더 뛰어나다.

“찬란한 기운이군요. 멀리서도 이 정도라니.”

내가 ‘기운을 담고 있는 이들이 있긴 하구나.’ 하는 것에 그치는 것에 반해 케륵은 확연히 그 대소를 구분할 수 있다.

케륵이 말한 찬란한 기운이 있는 쪽을 유심히 보았다. 족장보다 더 강한 주술사가 있는 부족.

“대지 부족.”

‘대지’라는 이름의 신을 섬기는 부족이다.

그리고 앞으로 벼락의 이름 하에 종속될 부족이기도 하고.

“새벽에 기습을 가할 예정이니 병력들은 지금부터 휴식을 취하라고 하라.”

“알겠습니다. 케륵.”

“우선 결계를 친 후에 케륵과 크룩은 같이 작전에 대해 토의하도록 하지.”

“예,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케륵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난 우리를 감싸고 있는 임시 결계를 느꼈다.

기운이 거의 소모되어 곧 사라질 거다.

난 인벤토리에서 준비해 둔 아이템들을 꺼내며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

[대규모 은신 결계]

잠깐이면 모르나 새벽까지 이곳에 진을 치고 있을 예정이니 더욱 강력한 결계를 쳐 둬야 한다.

대지 부족의 주술사가 우리를 미리 알아채면 말짱 꽝이니까.

“결계 발동.”

몇 가지 과정을 거쳐 순식간에 푸른색의 막이 퍼져 나간다.

그걸 보며 나도 토의를 시작하기 전까지 휴식을 취했다.

* * *

“누누이 말했지만 난 웬만하면 직접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그만큼 너희 둘의 역할이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케륵.”

“명심하겠습니다. 크룩.”

둘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술사라는 만만치 않은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 전투도 어디까지나 훈련의 일부다.

그만큼 내 역할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이번엔 케륵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 볼 만한 무대이니.

“족장은 크룩. 그리고 주술사는 케륵 너에게 맡기겠다.”

“예!”

케륵과 크룩이 동시에 대답했다.

불안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토의를 끝내고서 슬슬 준비에 들어갔다.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엔 개입하자고 혼자 생각하고서.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새벽.

대지 부족은 몇몇 오크들이 경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불이 꺼져 있다.

“진군!”

이내 준비를 마치고 내 명에 따라 병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쉬시시식-!

우선은 앞서간 고블린들이 독침을 발사한다.

즉사를 시킬 만한 독은 아직 없으니 마비에 초점을 맞추었다.

“끄으으.”

경비를 서고 있던 오크들은 전신에 침이 꽂힌 채로 굳어 버렸다.

쿵!

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쓰러졌다.

아직 적들은 기습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후 고블린들이 케륵이 육성한 수습 주술사들을 필두로 해서 부족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케르르르!”

고블린 주술사들의 낮은 목소리. 그와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불꽃이 피어올랐다.

아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들이지만 집중적으로 ‘불꽃’을 일으키는 주술을 익혀 왔다.

본래는 오크들이 사용하던 주술이었지만 학습 효율은 고블린들이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고블린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빠르게 빠져나왔다.

“끄워어어어!”

그리고 얼마 후 화공의 결과가 나타났다.

곳곳에서 오크들이 불에 그슬린 채로 튀어 나온 것이다.

연기를 들이마셨는지 기침을 해 대는 오크들.

그들이 달리는 방향은 부족의 입구 쪽이다.

“크르라아아아!”

그리고 그 방향에는 오크들이 대기 하고 있었다.

쩌억!

“끄어어억!”

기다렸다는 듯이 부족원들이 상대 오크의 머리를 쪼개 버린다.

꺾이고, 부러지고, 잘려나가고. 곳곳에서 살육의 현장이 벌어진다.

“한 놈도 남기지 마라! 크루룩!”

크룩이 가장 앞에 서서 크게 외쳤다.

이미 이 부족에겐 한차례 사신을 보냈었다.

하지만 그들은 거부를 한 데다가 그에 그치지 않고 사신을 살해했다.

바로 그 사신으로 갔던 게 크룩의 수하 중 한 명. 그는 마음껏 그 분노를 풀고 있었다.

‘잘 싸우는군.’

크룩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돌격 대장’이다.

특히 그는 내 사제가 된 이후로 본인과 주변인의 강화에 대한 주술을 많이 얻었기에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누- 구- 냐-!”

막힘없이 적을 베어 나가는 크룩의 앞으로 거대한 덩치가 튀어 나왔다.

그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오크였다. 대지 부족의 족장이다.

“난쟁이가 겁도 없이 날뛰는구나!”

“뭐?”

오크치고 작은 키와 덩치를 지닌 크룩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덩치만 큰 돼지 새끼가! 크루룩!”

쾅-!

곧 그들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상대도 한 부족의 족장이니만큼 그 기세가 만만치 않다.

콰드드득-!

하지만 내 시선은 곧 격렬한 둘의 싸움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향했다.

갑자기 한 곳에서 땅이 높이 솟아오른 것이다.

그 위에는 오연한 자세로 오크 하나가 서 있었다.

화려한 치장구로 몸을 장식하고 있는 그 오크는 족장에 비해 덩치는 작았지만 그 기세가 오히려 더 사나워 보였다.

“겁도 없이 날뛰는구나.”

오크어로 중얼거리는 놈의 목소리. 기운을 실은 것인지 나지막하게 말하는데도 멀리 있는 내 귀에까지 들려왔다.

“어디-”

주술사가 손을 들어 또 무언가를 하려는 기색을 보였다.

꽈앙-!

하지만 그전에 그의 몸을 강렬한 전격이 강타했다.

물론 내가 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상대할 건 나다! 케르르륵!”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케륵. 그는 지팡이를 오크 주술사에게 겨누고 있었다.

“벌레 주제에 말이 많구나.”

놈은 벼락을 맞아 몸 곳곳이 그슬렸는데도 큰 타격이 없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놈의 몸 주위로 푸른색의 막 같은 게 둘러져 있었다.

주술을 이용해 충격을 흡수한 듯했다.

그 잠깐 사이에 쓴 것 같진 않고, 아마도 본래 두르고 있던 거겠지.

“어디 한……!”

꽈르릉-!

다시 놈이 손을 들어 올릴 때 또 다시 내려치는 벼락.

이번에도 케륵의 힘이었다.

주술사는 두 번이나 방해 받은 것이 기분 나쁜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콰가가각-!

갑자기 케륵의 밑에서 땅이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케륵은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했다.

주술사 놈이 화가 나서 폼 잡는 것을 그만뒀나 본데.

콰각!

오크 주술사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한 이후론 오히려 케륵이 수세에 몰렸다.

케륵도 틈틈이 벼락을 날려 댔지만 주술사에겐 큰 피해를 못 주고 있다.

반면에 주술사의 공격은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이상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으니까.

게다가 그 공격 하나하나가 제법 매서워 보여 피하지 않을 수도 없다.

만약 나였다면 공중에 몸을 띄워 아예 근접전으로 갔을 테지만…….

“케륵!”

케륵이 솟아오르는 땅을 붙잡고 크게 튀어 올라 나뭇가지 위에 착지한다.

그리고 그 상태로 무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의 몸 주위로 환한 기운이 몰리는 것을 보고 주술사가 공격을 해 왔지만 케륵은 계속 피해 가며 주문을 이어 갔다.

후욱-

그리고 케륵이 주문을 끝낸 순간 진한 피 냄새가 느껴졌다.

내가 저 강해 보이는 주술사를 케륵 혼자 상대하게 한 이유.

쿵!

땅이 울린다.

쿠웅!

그리고 점점 가까워진다.

회백색의 머리 뼈. 하지만 곧 끈적끈적한 액체가 엉켜들며 점점 본래의 색을 찾아 간다.

거대 도마뱀의 머리뼈. 그리고 주변에 놓인 항아리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붉은 액체.

꾸우웅-!

이내 거대 도마뱀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생전의 모습보다 더 커다란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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