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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18화 (18/170)
  • 18화

    “크라라아아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행동을 개시했다.

    오크들이 밧줄을 놓고서 도마뱀에게 달려든다.

    자신들보다 몇 배나 커다란 거대한 덩치의 괴수들이 싸우고 있는 상황.

    그걸 보고서도 오크들은 전혀 겁먹지 않고 도끼를 도마뱀의 몸에 박아 넣었다.

    고블린 또한 쉬지 않고 독침을 발사해 댔다.

    꾸워어어어어엉-!

    그때 도마뱀이 온 힘을 다해서 몸부림을 치더니 꼬리를 크게 휘둘렀다.

    펜릴이 급히 몸을 움직여 막아 내려고 했지만 도마뱀의 공격은 처음부터 그를 노린 게 아니었다.

    “끄아아아아!”

    대부분의 오크들은 날렵하게 몸을 피했지만 몇몇 오크들은 꼬리에 맞아서 멀리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도마뱀의 몸부림에 튄 몇몇 파편들이 고블린에게 쏘아졌다.

    꾸어어어엉!

    설상가상으로 놈은 그 커다란 입을 쩍 벌렸다.

    입안으로 주변의 기운이 빨려 들어가며 강렬한 기세를 내기 시작했다.

    제 피부만큼이나 붉은 화염이 놈의 입안으로 모여들었다.

    이 순간에는 고블린, 오크, 너 나 할 것 없이 그저 최대한 멀리 피할 뿐이었다.

    펜릴 또한 몸을 감췄다.

    “전원-!”

    그때였다. 한 사내의 청명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갑자기 풀숲에서 튀어나온 사내의 양옆으로는 수많은 고블린들이 늘어서 있었다.

    제 몸집만 한 활을 땅에 박고서 온몸을 이용해 시위를 당긴다.

    그들은 사내의 손을 따라서 도마뱀의 입을 겨냥했다.

    화염이 금방이라도 그들을 덮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그들은 끝내 흔들리지 않았다.

    “사겨억-!”

    사내의 외침과 함께 고블린들의 활에 청명한 기운이 모여 들었다.

    쉬시시시식!

    일제히 쏘아진 화살은 모두 하얀 궤적을 남기며 도마뱀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화살에 맺혀 있던 기운의 성질이 바뀌었다.

    파직- 튀어 오른 전격은 곧 걷잡을 수 없이 그 몸집을 키웠다.

    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도마뱀의 몸은 순식간에 푸른빛의 전격에 휩싸였다.

    거칠게 몸부림치는 놈의 위로 다시 한 번 펜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늑대의 앞발에는 화살과 같이 전격이 위협적으로 튀어 오르고 있었다.

    콰아아앙-!

    도마뱀의 머리가 형편없이 처박혔다.

    꾸어어엉-

    놈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입안에 가득 박힌 화살에 입도 닫지 못하고 있다.

    쿠웅-!

    그렇게 펜릴은 저항하지 못하는 도마뱀의 목을 끊어 버렸다.

    큰 소리를 내며 도마뱀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아우우우우-!

    펜릴의 하울링이 크게 울려 퍼졌다.

    크르라아아아!

    케르르르르르르!

    그리고 고블린과 오크들의 함성도.

    모두들 무기를 높이 들어 올리며 성공적인 사냥을 축하했다.

    호진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 자신은 이번 전투에서 지휘와 축성에만 집중했다.

    일전의 훈련에선 아예 지휘와 축성을 비롯한 일체의 개입을 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전쟁에 돌입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실제 전투와 흡사한 방향으로 싸워 본 것이다.

    또 전쟁 직전에 혹시라도 큰 피해를 입으면 안 되니 일정 부분 개입한 것도 있고.

    ‘실제 전투에선 내가 직접 무력을 쓸 일이 많겠지만.’

    지금과 같은 선 이상으로 개입하면 아예 훈련이 안 될 테니까.

    “케륵. 족장님,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래.”

    다른 부족원들의 사이에 있던 케륵이 다가와 말했다.

    “부상당한 인원은 총 여섯입니다. 도마뱀이 몸부림칠 때 튄 파편에 맞은 고블린 둘. 그리고 가까이 달라붙어 도끼를 휘두르다가 꼬리에 맞은 오크가 넷 있습니다.”

    “부상이 심한 편인가?”

    “아닙니다. 부족에 돌아가 치료하고 휴식을 좀 취하다 보면 나을 겁니다.”

    “그래, 혹시 위독한 자가 있으면 내게 데려오도록. 그리고 수고했다.”

    “케륵. 감사합니다.”

    호진은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 거대 도마뱀의 시체를 보다가 이어 말했다

    “도마뱀의 시체를 전부 철저하게 해체한 후 옮기도록. 뼈와 살, 가죽 모두 챙기고, 해체한 후에는 냄새가 멀리 퍼지지 않도록 장기는 모두 땅에 묻어라.”

    “알겠습니다. 케륵!”

    거기까지 말하고서 시체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며칠 전 사제로서의 능력을 각성한 케륵. 그리고 그에 필요한 재료가 마침 저기에 있다.

    “피는 부족원들에게 말해 잘 챙겨 두도록. 그대가 쓸 것이니.”

    “예! 감사합니다!”

    케륵은 지시를 받고서 달려가 크룩에게도 말을 전했다.

    호진은 그 모습을 보다가 펜릴을 불러 그 위에 올라탔다.

    그러고서 아무도 건들지 않는 머리를 가리키며 펜릴에게 말했다.

    저것도 케륵을 위해 꼭 필요한 재료다.

    “저 머리는 네가 옮겨라.”

    -으음, 꼭 가져가야 합니까?

    “뭐라고?”

    -아, 아닙니다.

    펜릴은 터덜터덜 도마뱀의 앞으로 걸어가 그것을 입으로 물었다.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것을 물고서 부족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부상자 여섯이라.”

    서류에다가 꼼꼼하게 전투의 결과를 기록을 한 후에 기지개를 폈다.

    나 없이 거대한 괴수와 전투를 치른 것만 여섯 번. 내가 보조하여 전투를 치른 건 세 번.

    짧은 기간 사이에 부족원들을 혹독히 훈련시켰다.

    ‘나와 몇몇의 힘이 강하다고 해도 전쟁은 그게 다가 아니니까.’

    특히 단순히 적을 꺾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정복 전쟁이다.’

    적을 꺾고, 그 지역을 차지하고 나서도 할 일은 많다.

    상대를 모두 죽일 게 아니라면 남은 인원들을 관리하고, 통제할 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 부족은 그렇게 하기엔 그 수가 굉장히 부족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철저하게 부족원들을 단련시켰다.

    “더 철저하게 꺾을수록 상대를 복속시키기 쉽겠지.”

    내가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판이 깔려야 한다.

    만약 우리 부족원들은 밀리는데 내 힘으로 전황을 뒤집는다면 전투에선 이길지 몰라도 적들은 나머지 전력을 얕볼 수도 있다.

    내가 없을 때 우리 부족을 만만하게 여겨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여러 부족들을 복속시키는 것은 고작 두 부족을 합치는 것과는 비교하기 힘든 일이다.

    적들에게 우리 군단과 나. 모두의 강함을 보여 주어야 한다. 절대 얕볼 수 없도록.

    똑똑-

    “크룩. 족장님, 모두 모여 있습니다.”

    “나가지.”

    서류를 모아 옆으로 치워 두고서 문 밖으로 나왔다.

    “크룩. 대사제 케륵은 지금 밖에서 인원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난 옷을 완전히 챙겨 입고서 밖으로 나갔다. 신전의 복도는 조용했다.

    그리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신전은 그전과 모양이 달라져 있었다.

    그전에는 그냥 평지에 세운 1층 높이였지만, 업그레이드됐을 때 신전의 높이도 꽤 높아졌다.

    대략 이 층 정도의 높이. 계속해서 걸어 나가니 곧 바깥이 보였다.

    계단 밑으로 죽 늘어서 있는 병사들.

    전력이 아닌 부족원들은 따로 소집하지 않았다.

    후욱- 후욱-

    그저 숨소리 많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난 그들을 천천히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많은 승리를 해 왔다.”

    기운을 가득 담은 목소리가 크게 말하지 않았는데도 멀리 퍼진다.

    그리고 신전의 양쪽에 놓여 있는 것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항상 생명을 위협했던 괴수들에 맞서! 우리들의 힘만으로 승리했다!”

    바로 괴수들의 머리뼈들이었다. 그곳에는 가지각색의 괴수들의 머리뼈가 장식되어 있었다.

    모두 부족으로 돌아온 후 훈련의 일환으로 사냥해 왔던 괴수들이다.

    이지가 없고, 본능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들.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마지막 사냥감이었던 샐러맨더를 해치웠다! 그것도 모두 힘을 합쳐서!”

    불을 뿜는 거대 도마뱀. 그놈의 머리뼈를 한 무리의 오크들이 어깨에 짊어져서 가져왔다.

    그들은 계단의 바로 밑에 위치해 모두에게 보이게 머리뼈를 높이 들어 올렸다.

    “만약 우리가 계속 흩어져 반목했다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일이다. 이 모든 것은 벼락 신님의 아래에 우리가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메시지는 병사들에게 강한 흥분을 일으켰다.

    “아직 이 마경에는 벼락 신님의 가르침을 접하지 못한 이들이 많이 있다. 그들 또한 우리의 형제가 될 수 있는 자들! 우리는 그들에게 벼락 신의 이름을 전파해야 한다! 겁이 나고 두려울 땐 이 머리를 보아라! 우리의 단결된 힘으로 이겨 냈던 거대한 적을!”

    난 그 어떤 꾸밈도 없이, 기운까지 거둔 상태로 절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은 보여 주기 위한 권능도 없었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모든 것을 대신해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들의 눈에 열망이 차오름을 느꼈다.

    저들은 이미 훌륭한 전사다. 계속된 담금질에 그들은 이미 훌륭히 탈바꿈되고 있다.

    훌륭한 벼락 신의 신도이자 사도의 명이라면 자결하라는 명령도 기꺼이 받아들일 이들.

    광기, 광신.

    그렇게 부를 수 있으리라. 나는 그것까지 이용해야 했다.

    나의 손에 있는 힘은 보잘것없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니까.

    ‘빌어먹을 게임.’

    게임을 클리어해야 나갈 수 있다고?

    내가 나간다면 첫 번째로 이 게임을 만든 놈들을 다 족칠 것이다.

    “흐읍.”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며 그 열기를 다른 방향으로 발산했다.

    절절한 음성으로 목이 터져라 외쳤다.

    “우리 곁에는 항상 신이 함께함을 명심하라!”

    내 마지막 말에 함성이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리였다.

    난 다시 한 번 더 기운을 끌어 올리며 외쳤다.

    “대통합을 위한 성전을 시행한다!”

    * * *

    후욱. 후욱-

    저벅저벅.

    숨소리와 땅을 울리는 걸음 소리.

    현재 병력들의 기세는 잘 벼려진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소규모, 대규모 전투 훈련과 사냥으로 인한 실전까지.

    전투가 끊이지 않는 마경의 주민들이라 그런지 인간 왕국의 농민들과는 훈련 효율 자체가 달랐다.

    쿠아아아아아-!

    가끔씩 멍청한 괴수들이 달려드는 일도 있었지만 병사들이 단합하여 모두 물리쳤다.

    만약 부상자가 발생하면 바로 포인트를 소모해 치료를 해 주었다.

    ‘이른 전쟁일 수도 있지.’

    모두의 앞에서 그렇게 잔뜩 흥분하여 연설을 하긴 했지만 불안함이 없는 건 아니다.

    두 부족을 통합했다.

    나도 착실히 무력을 키웠고, 펜릴까지 신수로 삼아 호흡을 맞춰 나갔다.

    ‘그리고 차례차례 강한 적을 상대하며 자신감을 키워 주고, 틈틈이 전의를 불태울 만한 연설도 했었지. 팔자에도 없는 연설을 하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제법 효과를 거둔 것도 같아…….’

    연설 이후 모두의 마음가짐이 한층 달라진 게 보였으니.

    ‘하지만.’

    아직 우리는 약자다.

    아직 게임 시스템 상으론 정식 영지로 인정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이 게임의 난이도는 기이할 정도로 높다.

    잘 훈련되어 있는 내 병사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의 강병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

    거기다가 혼자서 군대 하나를 격파할 정도의 강자들도 즐비해 있으니.

    ‘요새는 차라리 이 마경에 떨어진 게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니.’

    아직까지 괴수 중에 가장 큰 위협이라 느꼈던 건 그 커다란 뱀밖에 없다.

    본래라면 적이었을 마경의 주민 일부를 내 편으로 삼았으니 내 체감 난이도가 내려간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이 외곽을 완전히 정복한다면.’

    그때 나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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