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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16화 (16/170)

16화

“저게 그 괴물의 흔적인가.”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당장 주변에 그 괴물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어디론가 이동한 거겠지.

“가까이 가 보자.”

-알겠습니다.

펜릴은 내 명령을 듣고서 그 흔적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그 크기가 더 컸다.

‘흐음.’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우선 놈의 흔적을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워낙 선명했기에 굳이 탐색 스킬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이걸 따라 가라.”

-괘, 괜찮겠습니까? 혼자서 상대하기엔 힘드실 텐데요.

펜릴이 내 눈치를 보며 조심히 물어왔다.

난 그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지금은 상대할 생각 없다. 대충 어떻게 생긴지만 볼 생각이니 군말 말고 움직여.”

-알겠습니다!

펜릴은 빠르게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뱀이 지나가면서 길을 모두 뚫어 놔서 움직이는 게 한결 편했다.

‘생각보다 오래된 흔적인가?’

하지만 밤이 어두워져 가는 와중에도 놈의 뒤를 잡을 수는 없었다.

남긴 자국이 선명했기에 지나간 지 얼마 안 된 줄로 알았는데.

그보다는 놈의 무게가 많이 나가 땅에 자국이 깊게 남아 있는 것이었나 보다.

“저기!”

슬슬 밤이 어두워지고 있어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동굴 하나가 보였다.

“저기로 가자.”

-알겠습니다.

나는 그 동굴에 가까이 간 후 유심히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단순히 쉴 목적으로 이 동굴을 가리킨 건 아니었다.

‘역시.’

뱀의 흔적이 동굴 앞바닥에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진 모르겠지만 이 동굴 앞에 머물렀던 게 분명하다.

“잠시 여기서 몸을 숨기고 있어.”

-예.

펜릴의 몸 위에서 내리자 그의 몸이 천천히 사라졌다.

난 그걸 보고서 동굴 안으로 발을 디뎠다.

한 손에 몽둥이를 꽉 쥐고서.

저벅, 저벅.

동굴 안에는 발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탐색 스킬을 활성화해 가며 동굴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발자국.’

눈에 초록빛이 돌자 내부에 찍혀있는 무수한 발자국이 보였다.

적어도 한둘이 아닌 다수의 흔적으로 보였다. 그렇다는 건 이곳에 머무르거나 출입을 하는 자들이 있다는 뜻.

‘그리고.’

그 발자국 모양이 꽤 익숙했다.

파악!

그때 무언가가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손을 뻗었다.

콱-

그리고 깊게 생각할 것 없이 뒤에 서 있던 자의 목을 붙잡아 올렸다.

“켁, 케에엑!”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놈을 가만히 노려보다가 바닥에 내팽개쳤다.

“케, 케륵!”

“나머지 놈들도 나와라.”

사실 발자국들을 보기 전부터 동굴 내부에서 무수한 인기척을 느꼈었다.

자기들은 제법 은밀히 숨어 있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아예 몸을 투명화시키는 늑대까지 잡았는데 고작 고블린들의 기척을 놓칠 리 없다.

“귀인께선 누구신지요?”

곧 앞에서 고블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고블린이 나서서 말했다.

“그건 알 필요 없고. 너희들은 누구냐?”

“저희는 동굴 고블린입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지요.”

“동굴 고블린이라. 그래서 눈에 안 띄었었나 보군?”

이곳도 엄연히 탐색 범위 내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선발대의 보고에 빠져 있었던 걸 보면 놈들은 놓치고 지나갔던 것 같다.

‘뭐, 나라도 이런 작은 동굴에 한 부족이 자리 잡고 있으리라곤 생각 못 했겠지만.’

눈에 보이는 고블린의 숫자는 최소 육십.

지금 보이는 인원이 전부라고 해도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다만 특이한 것은.

고블린 대부분이 나이가 들거나 제대로 먹지 못한 듯 피골이 상접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무기를 내 쪽을 향해 겨누고 있는데 그 손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겁을 먹은 건지. 무기를 들 힘도 없는 거지.’

내 말에 머뭇거리고 있는 고블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족으로 안내해라.”

“그, 그것은.”

“당장 이 자리에서 모조리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다. 말만 잘 들으면 네놈들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

난 바로 전격의 기운을 전신으로 끌어올리며 밖으로 표출시켰다.

선명하게 뻗어 나오는 전격.

그걸 본 늙은 고블린은 어두운 표정으로 주변의 고블린들을 둘러보더니 곧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뒤에서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던 고블린들이 무기를 내렸다.

이내 그들은 동굴의 안쪽으로 향했고 나도 뒤따라 걸어갔다.

‘막다른 길?’

한참을 안으로 걷다 보니 앞이 막혀 있는 게 보였다.

어떻게 하나 가만히 지켜봤다.

늙은 고블린은 벽을 지팡이로 두드렸다.

드드드-

그러자 큰 소리가 나더니 벽이 옆으로 천천히 밀려났다.

‘기관진식이라.’

고블린들과 어울리는 수준의 기술은 아니었다.

아니면 이들은 특히 기술이 뛰어난 걸까?

하지만 내부를 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작은 움집 같은 것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고블린들도 그저 거적때기 같은 거나 거치고 있다.

‘벼락 부족보다도 오히려 더 떨어져 보이는데.’

난 어느 정도 부족을 둘러본 후 그 늙은 고블린과 대화를 시작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거대한 뱀을 본 적이 있는가?”

“흰 뱀… 말입니까?”

내 말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래.”

그는 몇 번을 입을 떠듬거리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그분과 어떤 관계이신지?”

‘그분’이라.

“내가 질문을 해도 된다고 했나? 네놈이 아는 걸 모두 털어 놔라.”

난 일부러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놈을 다그쳤다.

그는 창백해진 표정으로 결국 조심스레 얘기를 털어 놓았다.

“저희들이 그분을 처음 본 건 몇 년 전입니다. 그분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고, 자신의 이름을 ‘이무기’라고 했지요.”

“그는 너희들을 어떻게 발견한 거지?”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건 둘째쳐도 놈의 커다란 덩치로 여기까지 들어올 수가 있나?

“저희도 가끔씩 바깥으로 사냥을 나갑니다. 내부에서 자라는 버섯과 이끼 등으론 식량이 부족하니까요. 그날도 사냥을 나간 날이었습니다.”

고블린들이 사냥을 나갔던 날. 하필 그때 뱀과 마주쳤다고 한다.

그 뱀은 고블린들을 살려 주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마다 살아 있는 고블린을 바치라고 했다고 한다.

‘제물이라.’

꽤나 지능이 있는 놈이란 소리.

‘생각보다 더 상대하기가 까다롭겠군.’

놈의 크기를 생각하면 단순히 물리력만 생각해도 재앙 그 자체다.

그런데 지능이 있다는 건.

‘능력을 가지고 있을 확률도 높다는 소리지.’

인간이나 여타 이 종족과 달리 ‘거대 괴수 종’은 진화 매커니즘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오래 묵고, 마나를 많이 축적한 놈들이 변형을 일으킨 경우 거대 괴수들이 탄생한다.

특히 ‘마경’의 경우는 그런 놈들이 유난히 많은 편이다.

보통 지능이 뛰어난 개체는 높은 확률로 능력까지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만큼 많은 마나를 축적했다는 소리니까.

‘인간의 경우도 마나를 많이 축적할 시에 오성이 발달하긴 하지.’

‘이무기’라는 놈은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지능도 제법 뛰어난 편으로 보이는데다가 단순 무력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기적으로 삼십이나 되는 인원을 바쳤는데도 부족이 남아 있는 게 용하군.”

“…저희 부족은 이미 괴멸 직전입니다. 족장조차 그에게 반항하다가 집어삼켜졌지요. 그래서 전대 족장인 제가 부족을 이끌고 있습니다.”

고블린은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엔 반항도 해 봤지만 모두 처참히 실패했다고 한다.

거주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번번이 이무기가 나타났었다고.

“놈들이 어떻게 너희들을 찾아낸 거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흔적을 최대한 지워 가면서 움직였을 때도 들켰었습니다.”

감지 능력이 특별히 발달한 건가?

‘생각하면 할수록 괴물이군.’

정확히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지 계열 능력이라면 기습조차 힘들 게 분명했다.

“이 안에 가만히 숨어 있을 때도 알아차렸었다고?”

“그렇습니다. 안 나오면 무너트릴 거라고.”

“흐음.”

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려 봤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듯했다.

‘놈을 보고 가는 건 포기해야겠군.’

만약 놈을 관찰하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꽤나 골치 아플 테니.

우선 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것에 만족해야겠다.

‘놈들이 거짓말을 했을 확률은?’

난 문득 든 의문에 놈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기운을 한순간에 증폭시켜 밖으로 터트렸다.

콰아앙-

내 주변에 서 있던 고블린들이 반대편으로 튕겨나갔다.

힘을 조절했기에 해를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난 그들을 냉담한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협조를 잘해 주었으니 당장은 그냥 가겠다. 대신, 혹시나 한 가지라도 거짓을 고한 게 있다면 너희들 전부를 뼛조각조차 남기지 못하게 해 주지.”

으름장을 놓았지만 늙은 고블린은 그저 고개를 조아리며 알겠다고 할 뿐이었다.

난 왠지 모르게 씁쓸한 감정을 물건 하나를 꺼냈다.

“이건 은신 결계라는 것이다.”

이들의 숫자는 아이나 늙은이를 포함해도 채 백이 안 되어 보인다.

삼십씩 제물을 바치다간 곧 전멸하겠지.

“그 뱀의 눈을 피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만약 그놈의 능력이 내 예상 안이라면 이걸 뚫지 못하겠지.”

난 결계석을 이곳의 중앙에 박아 두었다.

순식간에 뻗어 나간 푸른빛이 이곳 전체를 감싸고도 멀리 퍼져 나갔다.

“놈이 속아 넘어간다면 너희들이 어딘가로 도망갔다고 생각하겠지. 선택은 너희들의 몫이다. 모험을 해 보든지. 아니면 차근차근 죽어 나가든지.”

난 그 말을 하고서 동굴을 빠져나갔다.

‘뱀을 잡으러 올 때 이곳을 확인 해봐야겠군.’

만약 저 고블린들이 은신 결계에 의지한다면.

그 뱀이 결계를 간파할 수 있는지 아닌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거다.

뭐, 그냥 제물을 받친다는 선택을 하면 어쩔 수 없고.

“펜릴!”

-예!

바깥으로 나와 소리치자 몸을 숨기고 있던 펜릴이 모습을 드러냈다.

난 그의 몸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부족으로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녀석은 힘차게 대답하고서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뱀의 흔적과 멀어지니 은근히 놈이 안심하는 게 보였다.

녀석. 안 그런 척해도 뱀에게 겁을 집어먹고 있는 건가?

펜릴의 경우도 괴수들 중에서는 그다지 약한 편이 아닐 텐데.

하긴, 아직 간접적으로 얻은 정보뿐이지만 ‘이무기’라는 놈은 이런 외곽에 있을 놈으론 안 보였다.

‘놈이 겨우 몇 년 전에 나타났다는 것과 연관이 있을지도.’

보통 이런 괴수들은 한 지역에서 몇십, 몇백 년 동안을 머무는 게 보통이다.

몇 년 전에 갑자기 나타났다는 이무기는 그럼 어디서 온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앞을 보고 있는데 펜릴이 문득 내게 물었다.

-그런데 부족은 어느 방향입니까?

이 멍청한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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