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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13화 (13/170)

13화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정식 부족으로 승급하세요!]

메시지를 읽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메시지다.

정식 부족으로 승급할 날이 멀지 않았으니, 할 일을 해야 한다.

바로 승급시켜 봤자 득이 될 건 없다.

우선은 부족의 내실을 다지고, 정식 부족으로 된 후에 있을 변화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승급을 하는 게 좋다.

‘곧 있으면 족장 등급이네.’

그래도 당장 좋은 소식은 보너스로 주어진 신화 포인트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내 작위의 승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족을 성장시키는 것과 다르게 지금 상황에서 내 등급은 높을수록 좋다.

권한도 늘어날 테고, VVIP 성장 팩에 포함된 혜택들도 주어질 테니.

난 잔여 포인트를 확인한 후에 상점 창을 열었다.

‘사용처는 이미 정해져 있지.’

안 그래도 미리 생각해 뒀던 게 있었다.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포인트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촤르륵-

눈앞으로 카탈로그 같은 것이 주르륵 펼쳐졌다.

[신화 포인트 상점]

-부족원들에게 한 끼 식량 제공: 1,000P

-부족원들의 질병 저항력 소량 증가: 5,000P

비교적 저렴한 아이템부터.

-부족원들 중 일부에게 신성력 대한 깨달음 부여: 1,000,000P

100만 포인트나 되는 아이템도 있다.

저 아이템은 부족원들 일부에게 신성력에 대한 깨달음을 강제로 유도하는 것이다.

신성력을 지니게 되면 그것을 이용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우린 벼락 부족이니까 그것에 관련된 능력을 얻지 않을까 싶다.

뭐, 어차피 저것은 그림의 떡이다. 포인트가 부족한 건 둘째치고, 지금 당장 사용할 만한 물건은 아니니.

처음부터 10만 포인트를 얻으면 사려고 생각해 뒀던 물건이 있다.

난 다른 아이템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서 바로 원하던 아이템을 구매했다.

[100,000P가 소진됩니다.]

순식간에 포인트가 모두 사라졌다. 항상 그런 것처럼, 뿌듯하면서도 뭔가 아쉽다.

[첫 고가의 아이템 구매의 보상으로 보너스 아이템이 주어집니다.]

오, 뭐지?

[종교에 관한 이벤트 발생.(플레이어의 종교에 따라 관련된 이벤트가 생깁니다): 5,000P]

아! 저번에 사용했던 아이템이다.

이것은 일종의 랜덤 아이템이다. 저번에 연설할 때는 ‘벼락’이 나왔었다.

뭐가 나올지는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이런 사소한 효과 하나만으로도 신도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어서 예전에도 많이 사용했었던 물건이다.

특히 한번 사이비 교주 트리를 탔었을 땐 이걸 그야말로 남용했었지.

“모두 주목!”

나는 기도가 끝난 부족원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공터의 중앙에서 벗어나라!”

케륵과 크룩의 지시에 따라 순식간에 공터의 중앙이 비었다. 나는 그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이곳에! 신께서 우리를 위해 선물을 내려 주실 거다!”

내 말에 모두들 흥분해서 함성을 외쳐 댔다. 나는 속으로 권능을 동시 사용하며 목표 지점을 설정했다.

“보아라!”

[신전 건설]

[신전 건설에 이펙트 부여]

갑자기 하늘 위에서 검은 먹구름이 모였다. 설마 또 그거냐.

먹구름에서 갑자기 벼락이 내리치더니 공터에 큰 먼지구름이 일었다.

“오오오오오-!”

먼지가 걷혔을 때 모두들 놀라운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바로 그곳에 대리석으로 웅장하게 지어진 신전이 생겨난 것이다.

바로 저게 내가 10만 포인트를 부어 가면서 산 아이템이다.

만약 인간들의 도시에 있었다면 차라리 공사를 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

[신도들의 신앙심이 대폭 상승합니다!]

뭐, 그래도 쓴 만큼 또 포인트가 쏠쏠하게 들어오는 걸 보니 그렇게 아깝지도 않다.

[신전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신도들의 신앙심을 크게 높여 줍니다.]

[앞으로 신도들은 신의 존재를 더 강하게 믿기 시작합니다.]

[사제의 출현 확률을 높여 줍니다.]

특히 사제. 신화 포인트를 소모하여 만들 수도 있지만, 신전이 있다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신앙 테크 트리에서 신전이 결코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모인 곳에서 다시 한 번 오크와 고블린들이 어우러져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음, 애들이 생각보다 더 단순해서 다행이다. 아예 신화 포인트 상점을 열어서 식량까지 확 뿌려 버렸다.

그래도 보기 좋네.

* * *

부족은 갈수록 더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나도 고블린의 축축한 천막에서 살다가 신전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론 아주 만족스럽게 거주하고 있고.

신전에 마련된 내 방에 누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에서 소리가 났다.

똑똑똑-

“누구냐.”

“케륵. 접니다.”

족장, 아니 이제는 대사제인 케륵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열어 줬다.

하긴 어차피 인간 말을 할 수 있는 건 케륵과 크룩 둘뿐이니 찾아올 이야 뻔하긴 하다.

“그래, 무슨 일인데?”

“케륵. 저번에 말하신 오크와 고블린을 제외한 다른 부족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오, 진짜야?”

“그렇습니다. 케륵.”

나는 어디에 위치해 있냐, 가깝냐 머냐 등등 흥분해서 그 부족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다.

케륵은 몇 가지 종족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우선 내가 모르는 종족은 없었다.

‘대부분 오크나 고블린보단 윗 단계의 몬스터들이군.’

하긴. 부족같이 무리를 이뤄 생활하는 몬스터들 중 고블린이나 오크보다 약한 놈들은 없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케륵. 아무래도 지금 바로 그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아직은 전력이 부족한 편이니.”

나는 복잡한 마음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문득 케륵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의연해 보이는 표정.

앞으로 강한 적을 상대할지도 모르는데도 별다른 두려움이 없는 모습이다.

난 그 모습을 보고서 나도 모르게 픽 웃었다.

“네가 나보다 낫구나.”

케륵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케, 케륵. 아닙니다.”

“칭찬이다.”

난 웃으며 말했다.

다른 부족들이 우리보다 강하다 해도.

그것은 단지 지금 우리의 전력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다.

맨 처음엔 어땠나?

고블린 부족은 나 하나를 감당하지 못했었다.

그다음은?

소수의 오크들에게 부족을 공격당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힘을 합쳐 그들 또한 흡수했다.

“결국은 모두 우리의 밑에 들어올 것이다.”

나는 오연한 태도로 말했다.

이 게임의 클리어 목표가 ‘황제’가 되는 것이라면.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결국 넘어서야 할 장애물에 불과하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케륵.”

케륵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는 아예 크룩까지 불러와서 앞으로의 일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다.

그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갔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오크와 고블린들은 처음엔 어색해했다.

하지만 다 함께 협력하여 사냥을 하고, 일을 하며 같이 지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졌고, 다툼도 줄어들었다.

특히 종교의 힘이 컸다.

처음 신전을 세울 때 그랬던 것처럼 매 정해진 시간마다 신전의 앞에서 기도를 올려 왔다.

그 어떤 활동보다 가장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는 일이었고, 부족원들은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덤으로 기도 때마다 신성 포인트를 조금씩이나마 소모하며 작은 권능을 부여해 줬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술도 나눠 주고.

“크룩. 족장님도 한잔 받으시지요.”

크룩이 발갛게 변한 얼굴로 내게 술을 한 잔 따라 주었다.

오늘은 원래 술을 나눠 주는 날이 아닌데도 성공적인 사냥을 축하하는 의미로 술을 주었다.

“크루룩! 족장님을 위하여 건배!”

“크루루루!”

“께륵! 벼락 신님을 위하여 건배!”

“케르르!”

곳곳에서 흥겨운 건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교도 종교지만 역시 친해지는 데는 술만 한 것도 없다.

특히 고블린과 오크들은 대부분이 끝장나는 술꾼이었다.

내 옆에서 신나게 술을 퍼마시고 있는 크룩도 아예 옆에 한 동이의 술을 놔두고 있었다.

“케륵. 보기가 좋군요.”

“음, 그러게.”

의외인 사실은 내 옆에 앉아 있는 케륵은 전혀 술을 안 마신다는 점이었다.

술을 마시면 이지가 흐려지고 손끝이 둔해져서 싫다고 한다.

난 그를 보며 말했다.

“잠깐 사이에 많은 게 바뀌었군.”

“케륵. 모두 족장님의 훌륭한 통치 덕분입니다.”

“아니야. 케륵과 크룩 너희 둘의 훌륭하게 보좌해 준 덕분이지.”

“케륵. 아닙니다.”

크룩은 신나게 술을 퍼마시며 떠드느라 못 들은 듯했다.

케륵은 겸양의 말을 하며 고블린과 오크들이 한데 모여 흥겹게 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족장님이 아니었으면 오랫동안 반목하며 감정의 골이 깊었던 오크들과 이렇게 한데 어우러질 수는 없었을 겁니다. 케륵.”

얼굴에 금칠을 하는 그의 말에 이번에는 대답 없이 그저 술을 홀짝였다.

케륵도 그 이후로는 딱히 먼저 말을 걸지 않았기에 나는 천천히 부족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현재 부족 내에 고블린과 오크의 거주 지역은 분리되어 있었지만, 일을 하는 일터는 가운데에 몰려 있었다.

원래는 둘 다 거주지와 일터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난잡한 형태였다.

그것을 일의 효율성을 위해 구역을 나누고, 아예 원시적인 형태의 분업을 도입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전투에 종사하는 전투 병력들은 그대로였다.

다만 고블린들은 본래부터 마취 침, 독, 약 제조, 장신구 등을 제조할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난 이들이 많았다.

그런 이들 중에서 희망하는 이들은 아예 전문적으로 그 일만 맡아서 하게 했다.

오크들은 대부분이 전투광이었지만 드물게 무기를 만들 줄 아는 대장장이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고블린들 중 몇몇을 뽑아 아예 오크들과 함께 무기를 만들게 시켰다.

‘앞으로는 여러 인원을 묶어 정식적인 전투 조를 만든다.’

그 외에도 전투 조를 아예 정식으로 짜서, 항상 같은 멤버들끼리 사냥을 나가게 시켰다.

전투 조는 세 부류로 나뉘어 몇 조가 사냥을 나가면 다른 조는 도축이나 가죽 손질, 요리 및 청소 등을 시켰다.

마지막 한 조는 휴식을 취하게 했고.

처음엔 다들 어색해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럭저럭 분업의 효과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래도 포인트 상점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진 힘들었겠지.’

그렇게 내가 생각한 계획을 실행시키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게 바로 상점이었다.

아직 농사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기에 오롯이 수렵과 채집에만 식량을 의존해야 했다.

물론 충분한 양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상점에서 포인트를 소모해 식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

때문에 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애로 사항이 없었다.

‘모든 게 순조롭다.’

그리고 내일.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내가 한 번 전체 구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술을 몇 잔 했을 때였다.

정찰을 끝내고 돌아온 고블린 하나가 케륵과 함께 다가왔다.

“이 고블린이 새로운 정보를 가져왔습니다.”

케륵과 고블린은 예를 표하고 나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가 가져온 정보는 꽤나 심상치 않았다.

“이무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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