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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유료템으로 캐리한다-10화 (10/170)
  • 10화

    자세히 보니 내가 본래 착용하고 있던 묵빛의 흉갑과 뇌룡갑 사이에 작은 실 같은 게 연결되어 있다.

    [아이템을 흡수하여 강화하시겠습니까?]

    아, 분명히 아이템을 흡수해서 성장시킬 수 있다고 했지. 그런데… 솔직히 좀 꺼림칙하다.

    성장 아이템이니 분명 변화가 있긴 하겠지만 과연 이 뇌룡갑이라는 물건보다 좋을까?

    지금 당장은 이걸 그냥 쓰는 게 좋을 것 같…….

    [YES]

    뭐?

    화아악-!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뇌룡갑이 가슴 위로 확 끌려왔다. 그리고 츠즈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나로 합쳐진다.

    “안 돼!”

    어떻게 얻은 물건인데! 그러나 내 비명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갑옷은 뇌룡갑을 흡수해 버렸다.

    “하.”

    이게 뭔 개 같은 경우냐. 고개를 풀썩 떨구었다가 울며 겨자 먹기 하는 심정으로 아이템을 확인했다.

    <탐색>

    아이템의 갱신된 창이 떠올랐다.

    * * *

    케륵.

    족장은 생각했다. 오크의 기습을 받아 부족의 많은 시설이 파괴되고, 많은 부족원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부족 인근에 위치한 오크 부족. 예전부터 비슷한 전력 때문에 서로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고 그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왔었다.

    식량에 대한 문제 때문에 오크든 고블린이든 그 수를 쉽게 늘리지 못했던 거다.

    “케륵.”

    그런데 사도. 그분이 나타남으로 인해서 그 균형이 깨졌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처음에 사도님이라는 걸 몰라보고 덤벼들었기 때문에 그 결과 상당수의 전투원을 잃은 것이다.

    이번엔 전투원이 부족을 빠져나간 사이에 습격한 거긴 하지만, 본래 전력이었다면 큰 피해를 입지 않았을 거다.

    오크들이 고블린 부족에 무언가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아챘으니 언젠가는 공격해 올 게 자명했다.

    케륵은 그래서 사도님이 말한 대로 하고 있긴 했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모두. 도착. 부족원.”

    고블린 한 명이 족장에게 와 말을 걸었다.

    케륵은 그 말에 앞을 보았다. 오크의 부족이 바로 코앞에 있다.

    한밤중임에도 부족의 주위엔 횃불을 들고 돌아다니는 오크들이 있었다.

    “케륵. 부족원들에게 전달하라. 최대한 소리를 내지 말고 침투하고, 몸을 사리면서 싸울 것. 내가 주술을 완성하는 것에 맞춰서 돌격한다.”

    “알았다.”

    고블린은 꾸벅 고개를 숙이고 부족원들에게 같은 내용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케륵.”

    부족장은 바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모두의 사기를 올려 주는 내용이다.

    기나긴 주문이 끝나고 케륵의 지팡이에서 뻗어 나온 기운이 모두에게 뻗어 나갔다.

    번뜩-

    모두의 눈에 안광이 빛났다. 케륵은 주술이 성공적으로 시전된 것을 느끼며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조용히, 은밀하게.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몸을 사리도록.’

    사도의 말을 되새겼다.

    은밀하게 파고드는 고블린들이 무리를 이뤄 오크의 부족에 파고 들었다.

    “크러어어어어-!”

    마취 침을 쏘고, 목을 긋고.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던 상황이 깨어진 건 오크의 비명 소리 때문이었다.

    비명 소리에 잠을 자던 오크들이 깨어나 순식간에 튀어나왔고, 그때부터 부족은 혼란에 휩싸였다.

    “끄라라라라라!”

    “크아아아!”

    오크와 고블린의 함성 소리가 부족을 가득 울리고 비명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족장 케륵은 불안한 눈으로 전장을 살폈다.

    “끄르라라라라!”

    고블린어로 힘내라는 말을 크게 외치며 케륵은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사도님은 어디서 나타난다는 걸까?

    아직은 기습이 효과를 발휘하여 잠이 덜 깬 오크들을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이대로 가다간 큰 피해를 입을 게 자명했다.

    “크아아아아아아-!”

    그때 저 멀리서 엄청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케륵이 흠칫 놀라 돌아보니 다른 오크들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놈이 보였다.

    “건방진- 놈- 들-!”

    몇몇 심약한 고블린들은 그 함성 소리에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웅대한 기운이 담긴 함성이었다.

    오크 족장이 나타났다. 케륵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벼락 신이시여…….’

    몇몇 고블린들도 족장처럼 마음속으로 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리고 곧 그 대답이 들려왔다.

    쿠르르르르-

    갑자기 하늘에 푸른 전격이 튀어 올랐다. 오크와 고블린 모두 싸우는 것도 잊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것은 오크 족장과 고블린 족장도 마찬가지였다.

    콰과과광-!

    그리고 벼락이 바닥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케륵은 그 모습을 보며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벼락이 부족 전체에 쏟아지는 것을 보며 케륵은 알아챘다. 이것이 절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것을.

    벼락은 오롯이 오크들에게만 향했기 때문이다.

    “끄에에에에에-!”

    “크아아아악-!”

    족장의 함성에 기세등등하던 오크들이 전격에 부르르 떨며 바락에 쓰러진다.

    반대로 고블린들은 전격이 몸에 닿을 때마다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 케륵은 크게 소리쳤다.

    “벼락 신의 사도가 오셨- 다-!”

    “사도님! 사도님!”

    “벼락! 신!”

    오크 족장은 벼락에 맞긴 하지만 제법 멀쩡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고블린들이 광적으로 소리치는 기세에 주춤거리는 게 보였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커다란 도끼를 들어 올리려는데 또 한 번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콰앙-!

    이번에는 단 한 줄기의 벼락이었다. 정확히 오크 족장의 앞으로 내리꽂힌 빛줄기.

    “뚝배기 수급하러 왔다.”

    옆모습이지만 시원스레 올라가는 그의 입꼬리를 보며 케륵은 환하게 웃었다.

    * * *

    저 아래에 보이는 부족은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고블린들은 제법 괜찮게 기습을 가했지만, 오크 한 마리가 내지른 비명 소리에 다른 오크들이 전부 깨어났기 때문이다.

    [당신을 향해 기도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신화 포인트 100P를 획득합니다.]

    [고블린이 적의 목숨을 공물로 바쳤습니다. 신화 포인트 300P를 획득합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메시지. 하지만 아직 멀었다.

    고블린들이 오크의 거센 저항에 점점 밀리기 시작한다.

    그걸 그저 지켜만 보고 있자니 초조한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크아아아아아아-!”

    그때 내가 있는 곳까지 울릴 정도로 커다란 함성 소리가 퍼졌다.

    부족의 중앙. 화려한 집에서 거대한 덩치의 오크가 튀어나온 것이다.

    자기 몸만큼이나 커다란 도끼를 들고 있는 놈은, 멀리서 봐도 그 모습이 심히 위협적이었다.

    […향해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신화 포인트가 100P 상승합니다.]

    […향해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신화 포인트가 100P 상승합니다.]

    […향해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신화 포인트가 100P 상승합니다.]

    .

    .

    .

    순간적으로 같은 메시지가 눈앞으로 쫙 펼쳐졌다. 족장 오크가 주는 위압감에 고블린들이 필사적으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드디어.

    [신화 포인트 60,000P를 달성하셨습니다.]

    목표치가 채워졌다. 난 오크 족장이 날뛰기 전에 빠르게 신화 창을 열어 포인트를 클릭했다.

    촤르륵-

    신화 포인트를 소모해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이 펼쳐졌다. 원래 생각했던 것을 바로 클릭했다.

    [신화 포인트 60,000P가 소모됩니다.]

    순식간에 모든 포인트가 소모됐다. 그리고 내 시야를 따라서 초록색의 커다란 원이 생겼다.

    “이런 식이구만.”

    어렵지 않게 초록색 원을 옮겨 부족 전체를 그 범위 안으로 집어넣었다.

    “권능 사용.”

    <징벌의 벼락>

    권능을 사용하자마자 보였다. 부족의 위로 거대한 기운이 몰려드는 것을. 눈에 보일 정도로 강한 전격이 모여든다.

    꽈르르르릉-!

    무수한 벼락이 쏟아져 내린다. 마치 빛으로 창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벼락이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타이밍을 맞춰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번쩍-

    몸이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고.

    콰앙-!

    몸이 쏜살같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몸 곳곳에 푸른 전기가 맴돌고 있다.

    “뚝배기 수급하러 왔다.”

    검은색의 몽둥이를 휘휘 돌리며 멍하니 날 보고 있는 오크 족장에게 말했다. 그리고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한 번 더 스킬의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콰지직-

    몸 주위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전격이 땅바닥을 까맣게 태운다.

    오크 족장은 곧 분노한 표정으로 발을 뗐다.

    난 바로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뻐억-!

    몽둥이와 뼈가 닿으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족장을 더 고통스럽게 한 건 뒤이어 그의 몸으로 퍼지는 전격이었다.

    파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몽둥이가 직접 닿았던 피부는 까맣게 변색됐다.

    난 그 모습을 보 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처음 뇌룡갑이 기존의 흉갑으로 흡수되었을 때는 크게 낙담했었다.

    하지만 아이템 창을 확인한 후에는 오히려 기뻐서 날뛰었다.

    [뇌룡갑]

    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거기에다가 맨 마지막에 새로 생긴 문장.

    [숨겨진 조건 일부를 달성하여 추가 능력이 일부 개방됩니다.]

    [스킬 ‘뇌룡 질주’를 획득하셨습니다.]

    두 줄의 문장. 그리고 스킬까지 확인했을 때 난 확신했다. 오크 부족 따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라고.

    [뇌룡 질주]

    [유일]

    [벼락의 힘으로 순식간에 단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모든 공격에 전격이 깃들 게 된다.]

    [단거리 이동 스킬 ‘뇌룡 질주’ 사용 가능]

    [스킬 사용 시 힘과 민첩 증가]

    [일반 공격 시 전격 속성 추가]

    [공격 성공 시 30% 확률로 적 마비]

    [이동 속도 50% 상승]

    “크워어어!”

    족장이 분노에 찬 함성을 내지르며 바닥을 쓸 듯이 도끼를 휘둘러 온다.

    파직- 하고 전기의 기운을 일으킨 순간 난 녀석의 어깨로 이동해 있었다.

    빠각-!

    몽둥이로 녀석의 머리를 내리친다. 공격에 비틀거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서 팔에 한 번 더 몽둥이를 휘둘렀다.

    쿠웅-

    “끄, 끄어어억.”

    아마 지금쯤 몸이 저릿저릿할 거다. 공격이 들어갈 때마다 녀석의 움직임이 점점 둔해지는 게 보인다.

    처음엔 무슨 보스 몹처럼 나왔던 것에 비해 지금은 아예 자기 무기까지 놓치고서 나와 거리를 벌리고 있다.

    “도망가려고?”

    몽둥이를 휘휘 돌리며 놈을 비웃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오크와 고블린들이 이쪽을 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지금 내 행동은 일종의 쇼맨십이다. 오크 족장과 나 사이의 무력의 격차를 보여 주기 위한.

    그걸 위해서 신화 포인트까지 써 가며 권능을 쓴 것이다.

    아까의 대규모 벼락 공격에 놈은 멀쩡한 듯 보였지만, 사실 그 데미지가 만만치 않았을 거다.

    내 공격에 쉽게 반응하지 못하고 얻어맞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애초에 일반 오크는 맞는 순간 강한 데미지를 입은 벼락을 중앙에서 가장 정통으로 맞았는데 멀쩡한 게 이상한 거지.

    “크워어어어어어!”

    놈이 다시 한 번 팔을 뻗으며 달려온다.

    도끼가 내 옆에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다시 주울 생각도 못하고 달려드는 모습이다.

    나는 도끼를 양손으로 감싸 쥐고서 힘을 줬다.

    슈욱-

    그리고 그 상태로 허공으로 이동했다. 나를 향해 달려들던 족장이 내 발 밑으로 보인다.

    나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놈의 머리 위로 그대로 도끼를 들어 올리며 떨어졌다.

    콰직-

    몽둥이로 머리를 내리쳤을 때와는 다른 느낌. 도끼가 녀석의 머리를 반이나 파고들어갔다.

    그 사이로 전격이 튀는 모습을 보면 아마 머릿속까지 익었을지도. 그대로 도끼를 놓고 바닥으로 착지했다.

    쿵-

    연이어 족장의 거대한 몸이 바닥으로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주변은 온통 정적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가 더욱 도드라졌다.

    “끄라라라라라!”

    “사도! 벼락 신!”

    “위대하신!”

    곧 고블린의 기쁜 함성과 드문드문 인간의 언어가 들렸다.

    반면에 오크들은 급격하게 전의를 상실하는 게 보였다.

    내가 사용한 ‘징벌의 벼락’ 권능으로 인해 일부 전투력을 잃기까지 한 오크들은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케륵이 나를 찾아왔다.

    오크 하나를 데리고서.

    “도망가려던 오크 부족의 주술사를 데려왔습니다.”

    “크… 크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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