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반면 하라는 당황했다. 자신이 찾던 게 없었기 때문이다.
“어, 화염 반지가 없어.”
“뭐?”
“화염 반지가 없다고요!”
하라는 소리를 높였다.
화염 반지. 권욱의 S급 아이템이었다. 사용 횟수가 정해져 있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권욱이 가장 잘 활용하는 대표 아이템이기도 해서 가장 먼저 빼앗아 둘 속셈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권욱의 품이나 손가락에는 화염 반지가 없었다.
‘왜 없지?’
거기에 대한 답은 권욱이 했다.
“그거 없어진 지 한참 됐는데.”
“…….”
“형, 저 서운해요. 그거 하라 손가락에 끼워서 사막 던전에 보낸 게 전데……. 절 배신자 취급 하다뇨.”
어. 하라가 멈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권욱은 눈썹을 팔자로 누그러트리며 세헌에게 징징댔다.
“박영희랑 제가 내통하다니. 나 그 아줌마 얼굴도 몰라.”
“소원은 뭐 빌었어?”
“……뭐?”
“소원은 뭐 빌었냐고요.”
하라의 물음에 권욱이 이를 악물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그쪽 스킬 소원 비는 거 아니에요?”
“아닌데?”
“맞을 텐데?”
하라는 세헌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의’ 세헌이 했던 말 말이다.
시스템의 인과에 관한 말.
“인과율이라는 건, 지금 일어나는 일 때문에 일어날 결과를 계산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건 말이 안 됩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인’과 ‘과’를 모두 계산했습니다. 그 모든 걸 알지 못하면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때 세헌이 했던 말에 관해 하라는 ‘어렵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17지구에 온 지금, 하라가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바로 시간차다.
17지구와 하라의 지구 사이에는 시간차가 존재했다. 단순히 이 지구가 먼저, 그리고 저 지구가 나중 하는 식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이쪽 세계의 세헌의 나이는 지금 하라와 비슷하다. 서른둘. 17지구의 하라도 세헌의 말을 빌자면 좀 더 어리다.
‘아, 잠깐. 생각해 보니 서른두 살의 윤세헌 씨를 본 건…… 나 혹시 땡잡은 건가?’
최애 과거 사진…… 아니, 살아 움직이는 최애 과거 얼굴 봤다. 아니다, 이건 AU(어나더 유니버스)니까 궤가 좀 다른가? 아무튼 딴생각은 그만하고.
하여 하라는 짐작했다. 어쩌면 시스템 설계자는, 그 모든 지구의 ‘인’과 ‘과’를 꿰뚫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하라의 말을 들은 17지구의 세헌은 조심스럽게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네 말대로라면 시스템 설계자는 차원마저 관통했지. 성좌들은 시스템을 통해 다른 차원의 자신에게 더 쉽게 간섭할 수 있게 됐고.”
“…….”
“초능력을 데이터화해서 출력하는 판에, 그게 불가능하리라곤 생각지 않아. 그리고 네 말대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