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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공무수행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163)화 (163/223)

161화

* * *

얼굴이 뜨거웠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따갑기도 했다. 눈앞은 어둡고 숨이 막혔다.

숨 막혀.

누가 날 좀…….

다음 순간이었다. 누군가 하라의 목덜미를 붙잡고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 힘이 너무 세서 하마터면 그대로 목이 꺾일 뻔할 정도였다.

하라는 간신히 손을 휘저어 균형을 잡았다. 동시에, 눈을 번쩍 떴다.

“푸하!”

사르르……. 먼지 냄새가 났다. 뭔가 흩어지는 느낌도. 눈을 뜨긴 했지만 뭔가 들어가 따가웠다.

눈을 다시 꾹 감은 하라는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윽, 푸에취!”

기침하던 하라는 입 안에 모래가 가득 들어가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아드득 하고 모래가 치아 사이에서 갈렸다. 에퉤퉤, 하고 침을 뱉는데 목이 아팠다. 짠맛도 났다.

하라는 손으로 눈을 비볐다. 손에도 모래가 가득 묻어나는 느낌인 게, 어딘가의 모래사장 같았다. 바다에 빠진 게 마지막 기억이었는데, 해변에 밀려온 걸까.

그때였다.

“괜찮아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권욱이었다. 권욱이 저를 구하러 온 건가.

“괜찮아요, 권욱 씨…… 저 여기가 어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간신히 눈을 뜬 하라는 제 눈을 의심했다.

휘잉, 부는 모래바람. 사방은 끝도 없는 모래투성이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 모래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모래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고 하는 게 맞았다.

사막.

하라는 지금 사막에 있었다. 모래바람이 하라를 휘감으며 저 멀리로 퍼져 나갔다.

사르르…… 모래들이 사구를 따라 흘렀다. 누런 하늘, 그리고 더 누런 모랫바닥.

하라는 저도 모르게 아래를 바라봤다. 고운 모래 입자가 제 손 아래에 있었다.

“미친, 이게 뭐야…….”

하지만 더 당혹스러운 건 따로 있었다.

“……누군데 내 이름을 불러요? 나 알아요?”

하라는 저도 모르게 옆을 바라봤다. 아직도 하라의 목깃을 쥐고 있는 권욱은 황당한 듯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타는 듯한 새빨간 머리카락. 언제 다시 염색한 거지? 분명히 헤어질 때만 해도 뿌리 염색 못 했다고 징징거렸는데…….

“저잖아요. 강하라.”

아니, 얼굴에 모래 좀 묻었다고 못 알아볼 일인가. 어처구니가 없어 하라는 재빨리 얼굴을 손등으로 닦았다.

바다에 빠졌어서 그럴까, 머리카락은 잔뜩 떡지고 뺨은 소금기에 끈적거렸다. 다행히도 모래는 입자가 고와 금세 하라의 얼굴에서 떨어져 내렸다.

“아니, 분명히 바다에 빠졌는데 이게 뭐야…… 여기 아직도 던전 안이에요? 아니면…….”

“……강 뭐라고?”

얼굴을 손등으로 문지르던 하라가 이마를 찡그리며 다시 권욱을 올려다봤다. 다음 순간, 하라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권욱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강하라?”

“네, 권욱 씨. 전데요, 강하라. 뭘 그렇게 죽은 사람 보듯이…… 잠깐.”

하라는 기가 막히다는 양 답하려다 흠칫했다. 권욱의 저 반응은 있을 수 없는 걸 봤다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저 혹시 막, 1년씩 혼수상태고 그랬어요? 아니, 아니다, 잠깐만.”

뒤늦게 자신이 기절하기 직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라는 분명히 언노운 게이트 안에서, 자신 말고 또 다른 강하라를 만났다. 설마!

“혹시 저 말고 다른 강하라가 제 행세를 했나요? 권욱 씨, 그거 가짜예요!”

하지만 권욱은 대답 없이 하라를 부릅뜬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하라는 다시금 얼굴을 문지르다가 끈적거리는 손 때문에 눈을 찡그렸다.

“에퉤퉤. 권욱 씨, 물티슈 혹시 있어요? 저 분명히 바다에 빠졌었는데 갑자기 웬 모래사막이…….”

그사이에 바닷물이 말랐나, 아니면 정말로 자신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나.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사막의 모래에 파묻혀 있었으니 아마 혼수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그건 권욱이 혼수상태의 환자를 병원에서 납치해다가 사막에 파묻는 미친놈이 아니라는 전제로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던 하라의 귀에 문득, 권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 여기 사람 발견했어. 모래 굴 지역인데 늪에서 사람이 나왔네?”

하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권욱은 귀에 인이어 비슷한 걸 차고 있었다. 아마 통신기 같은 거겠지. 아이돌 좋아하던 하라는 그걸 인이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순간, 권욱의 앞에 작은 화면이 떴다. 허공에 갑작스럽게 퍼지는 작은 화면을 보고 하라는 당황했다. 무전기 중에 저런 게 있던가. 가만히 보니 권욱이 귀에 꽂고 있는 것도 하라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였다.

- 거기서 시체 나오는 게 하루 이틀이야? 갑자기 왜?

그 신경질적인 목소리. 화면을 보지 않아도 래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화면 안의 래영은 이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반가워야 할 래영의 목소리인데 내용도 그렇고 어쩐지 불안했다.

권욱은 하라 쪽을 힐끗 보더니 석연찮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일단 와 봐. 살아 있는 사람인데, 그게…….”

- 욱이야.

래영은 한숨을 쉬었다.

- 지X하지 말고. 그럼 구해 오든가 대충 내팽개치든가 알아서 하면 되지, 바빠 죽겠는데 왜 무전질이야. 너는 내가 무슨 네 전용 택배인 줄 알아?

“그게, 좀 와 봐야 된다니까?”

권욱은 묘하게 쩔쩔맸다. 그때였다.

- 내가 갈게. 근처야.

묵직하고 진중한 목소리였다. 하라의 가슴이 저도 모르게 턱 내려앉았다. 강하라가 절대로 모를 수 없는 그 목소리.

반면 권욱은 반색했다.

“어, 형, 형이 오시는 게 낫겠어요.”

하라는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동시에 제 귀를 의심했다.

형? 형이라고? 권욱이 언감생심, 그 사람을 두고 형이라고 부른다고? 하라는 단 한 번도 권욱이 그를 향해 형 어쩌고 하는 꼴을 본 적이 없었다. 하라에게 주인님, 하고 놀리는 조로 말했을지는 몰라도.

그러나 권욱은 하라가 놀라는 줄도 모르고 이어 말했다.

“아니다. 형이어야 해요. 얼마나 걸리시죠?”

- 위치가 GN-1구역 맞나. 1분.

“오케이.”

권욱은 곧장 인이어를 껐다. 하라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기요, 권욱 씨. 언제부터…….”

하지만 권욱은 하라 쪽을 찌푸리고 쳐다보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총이었다.

총?!

하라가 깜짝 놀라 권욱을 바라보자 권욱은 아주아주 안타깝다는 얼굴로 하라에게 손짓했다. 마치 벌레를 쫓는 것 같은 손짓이, 표정과 끝내주는 불협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저기요, 죄송하지만 저한테 말 걸지 말아 주시겠어요?”

“어…….”

“그리고 아는 척도 하지 말아 주세요. 전 그쪽 초면이거든요.”

그렇게 말해 놓고 권욱은 아차, 하고 혀를 찼다.

“초면은 아닌가…….”

하라는 입을 닫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건 진작에 눈치챘다. 하지만 이건……. 손끝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커졌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확인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권욱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다른 뭔가도 꺼냈다. 하라의 눈이 커졌다. 그건 하라도 익히 아는 물건이었다. 수갑. 그것도 각성자 전용.

권욱은 하라에게 총을 겨눈 채, 나머지 한 손으로 멀거니 앉은 하라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얌전하다고?”

“……저 얌전하기로 소문난…….”

“아아아. 나한테 말 걸지 말라니까요.”

하라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권욱이 훌쩍 다시 뒤로 물러섰다. 하라는 일단 가만히 앉아 있기로 했다. 그녀가 조금 전 들은 말이 있었으니까.

‘1분.’

그건 분명히, 상대가 이쪽으로 올 거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하라는 그 상대가 온다면 어쨌든 상황이 조금은 변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는 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하여 강하라는 권욱이 계속 뭔가 올 것처럼 주시하는 방향을 함께 바라봤다.

어느 순간, 저편에서 부웅…… 하는 소리가 났다. 아주 둔탁하고 큰 소리. 차 소리 같기도 하고, 벌 소리 같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보트 소리 같기도 했다. 모터가 탈탈탈, 흔들리는 소리와 비슷하달까.

아마 차겠지. 그것도 아주 큰. 여기가 사막이니 모래 위를 달릴 수 있는 커다란 차일 것이다. 트럭일까? 아니면 험비 같은 거?

이윽고, 저편에서 타타타타…… 소리와 함께 뭔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 광경은, 하라의 상식을 송두리째 배반하는 광경이었다.

그러니까, 하라의 눈앞에 나타난 건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뒤에 천막이 씌워진 낡은 군용 지프였는데. 그게……

“날아?”

하라는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입을 벌렸다. 차가 날고 있다고?

그러나 명백히 그 지프는 날고 있었다. 게다가 하라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지프는 모랫바닥에 퍽, 소리와 함께 모래를 잔뜩 튀겨 가며 내려앉았다.

“뭐야, 저게…….”

하지만 거기서 내린 사람을 본 순간 하라는 그마저도 말하지 못하게 됐다.

쿠르르르, 낡은 엔진 소리를 내며 모랫바닥 한가운데 차를 세운 운전자는 운전석에서 내리자마자 차 문을 거칠게도 닫았다. 쾅, 소리와 함께 이쪽을 바라보는 눈매 더러운 남자는.

윤세헌이었다.

그러나, 강하라는 본 적도 없는 모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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