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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공무수행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152)화 (152/223)

150화

“저게 미쳤나. 야!”

하지만 강하라는 김정아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 잿더미 사이에 주저앉아 있던 최미연을 낚아채 훅, 하고 허공으로 사라졌다.

김정아는 기가 막혀 허공에 삿대질했다.

“저놈 뭐야?! 거기 안 서?”

절대 공무원이 할 짓이 아니었다. 하도 순식간에 사람이 타 버려 무슨 몰래카메란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상황이 심각했다. 게다가 진경우가 찍고 있던 휴대 전화도 타 버려 증거조차 없었다.

“자기야, 일단 저기 균열.”

그 와중에도 그녀의 남편은 침착하게 다가와 균열을 가리켰다.

아차. 그제야 김정아도 멈춰 있던 균열을 떠올려 냈다. 돌아보니 여전히 언노운 게이트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망할!”

김정아는 머리를 헤집으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강하란지 뭔지, 그거 유명세 믿고 까부나 본데, 나가면 아주 조져 버릴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 * *

눈앞이 핑핑 돌았다. 미연은 여자에게 덜미를 잡혀 허공을 날며,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아침에 약은 안 해도 됐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허공에서 마구 흔들리는 기분이 마치 약을 한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우웩.”

바닥에 착지한 후에 주저앉아 한바탕 속을 확인한 것도 약을 복용했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미연을 한참 떨어진 산속에 내려놓은 여자는 무심하게 그 모습을 내려다봤다. 최미연은 멀거니 위를 올려다봤다가, 그런 여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여자의 눈 안에는 저를 향한 경멸이 담뿍 담겨 있었다. 미연은 저도 모르게 자신이 토한 것을 마구 손으로 밀어 치우려다가, 그게 안 된다는 걸 깨닫곤 근방에 널려 있는 낙엽으로 덮었다.

“죄송해요, 살려 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사실 미연도 태생부터 비굴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하나뿐인 가족과 터전을 잃은 후로 모든 일에 지레 포기하거나 일단 빌고 보는 것이 버릇이 되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빌고 나면 사람들은 미연에게 강압적으로 굴기는 해도, 결국엔…….

“응, 그래. 다시는 그러지 마.”

“예?”

미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보통 이럴 때는 발로 걷어차거나 윽박지르는 게 먼저 아닌가? 단계를 너무 건너뛰었는데…….’

하지만 여자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미연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미연이 흠칫하며 저도 모르게 머리를 양팔로 감쌌다. 많이 맞아 본 사람의 방어 기제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자는 미연의 예상과 다르게 행동했다. 그녀는 무덤덤하게 미연의 손에 쥐여 있던 뭔가를 낚아챈 다음 일어섰다.

“어.”

미연이 뒤늦게 눈을 크게 떴다. 아까 사람들이 제게 억지로 쥐여 줬던 차원의 불씨가 지금은 그녀의 손에 있었다.

여자는 그 아이템은 쳐다보지도 않고, 옆을 가리켰다.

“이리로 쭉 가면 큰 도로가 나와. 그 길로 알아서 집에 가.”

“……어…….”

“마음 변하기 전에.”

“어어어어, 네.”

미연이 허우적거리며 일어났다. 막 절뚝거리며 내려가려는데,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맞다. 혹시 당신 박영희라는 사람 알아?”

“예?”

“당신하고 나이가 비슷한데…….”

미연은 입을 헤벌렸다.

“박…… 모르겠어요.”

너무 흔한 이름이라 그런가.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미연의 대답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리 세상이 좁다지만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

“아아아아, 알게 되면 알려 드릴게요.”

덜덜 떨며 말하는 최미연을 잠시 바라보던 여자는 손에 쥔 차원의 불씨를 한 번 던졌다가 허공에서 잡아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그거 준 친구들 다시 만날 수 있으면 꼭 말해 줘. 천국 같은 거 없다고.”

“아아아알겠어요. 네, 마마말할게요. 천, 천국은 없다고…….”

“이제 가.”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연은 허둥지둥 그 자리를 떠나 산 아래 자락으로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나무 기둥, 썩은 낙엽 따위 때문에 내려가기가 어려웠지만, 죽다 살아난 미연에게는 대수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억지로 마석을 쑤셔 넣을 때 부러진 치아 때문에 입 안에서 피 맛이 났다. 왜인지 눈물도 났다.

아, 맞다.

박영희.

약으로 흐려진 머릿속에서 갑자기 그 이름을 떠올린 미연이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이미 미연은 한참 내려온 뒤였고, 여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어어…….”

잠깐 위로 다시 올라갈까 고민하던 미연은 이윽고 재차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여자를 다시금 만나기에는 미연의 간이 너무 작았다.

한편 그런 미연을 떠나보낸 여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손안의 불씨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 안에 넣고 아드득, 씹었다.

화르륵, 하고 입 안에서 불씨가 일어나다가,

[‘차원의 불씨’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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