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와아아아…….
피날레의 꽃가루가 떨어졌다. ‘감사해요, 또 만나요!’ 하고 율리가 퇴장한 뒤에도 하라는 한참이나 자리에 서 있었다.
래영이 ‘언니, 안 나가?’ 하고 하라를 끌어당기다가 흠칫했다.
“너무 좋았다…… 천국이 따로 있나…….”
아니, 이 언니는 율리한테 전화만 하면 율리 볼 수 있으면서 대체 왜 이러냐고. 래영은 흐린 눈으로 하라를 바라봤다.
하라가 들었다면 ‘일반인이 뭘 알아!’ 하고 반박할 생각이었으나, 아무튼 하라는 현재 행복의 도가니였다.
율리가 초대한 건 마지막 날 콘서트였지만, 간신히 티켓 구해서 사흘 내내 출석 체크한 건 하라만의 소중한 추억이다.
물론 강하라를 알아본 팬들 덕에 팬들도 알고 있어서 딱히 비밀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꽃가루와 함께 떨어진 반짝이 리본을 응원봉 손잡이에 돌돌 말아 나오자마자 하라가 향한 건 주차장이었다. 세헌이 하라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율리가 하라보고 꼭 대기실 들렀다 가라고 졸랐지만, 하라는 ‘공연 끝난 다음의 여운을 만끽하게 해 달라.’며 율리의 요청을 거절했다.
물론 율리한테 꽃다발은 줘야 했기에, 래영이 대신 하라의 꽃다발을 전해 주러 가게 되었다.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다들 정말 내가 택배인 줄 아는 거 아닐까, 하고 래영이 투덜거린 건 하라는 다행히 몰랐다.
“공연 재미있었습니까.”
“네!”
세헌의 차에 타자마자 던져진 질문에 하라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답했다. 세헌은 피식 웃고는 손을 뻗어 하라의 뺨에 붙은 종이 꽃가루를 떼 주었다.
본래 율리 콘서트는 세헌과 하라 두 사람이 보러 가기로 했던 거지만, 하라가 율리를 ‘덕질’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세헌은 공연 좌석을 래영에게 양보했다.
“친구와 다녀오세요.”
“저기요, 아저씨. 그게 왜 제가 되는 건가요?”
“어, 왜요?”
“저는 데이트랍시고 다녀오려고 한 건데, 데이트 상대가 다른 사람 좋아하는 걸 보는 건 제 취미가 아니라서.”
“아…… 데이트…….”
“그게 왜 제가 되냐니깐요. 전 율리 싫은데요?”
“대신 제가 마중 가겠습니다. 그건 괜찮죠?”
“아, 저야 감사한 일이죠!”
“헬로우? 여보세요? 제 말 들리세요, 두 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