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근데 걔 수컷이야?”
“몰랐어?”
벌겋게 부어오른 이마를 붙든 권욱이 눈물 어린 눈으로 래영에게 답했다.
복희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형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나 싫어하는 거 보니까 남자야.”
“……앓느니 죽지.”
“여자들은 나 안 싫어해! 그치, 하라야!”
어디다 대고 반말을. 하라는 권욱을 외면했고, 래영이 대신 그를 쥐어박았다.
“나는 남자냐?”
어쨌든 복희는 율리가 건넨 응원봉을 꽤 마음에 들어 했다. 립스틱 형태의 개인 응원봉보다는 율리의 그룹을 응원하는 원통형 봉이 직관적인 모양이라 좋다는 의견이었다.
“스트레인지 걸즈의 응원봉……. 좋은 거 같아요. 그럼 콘서트 가서도 들 수 있나요?”
하라도 마음에 들어 했다. 물론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 있는 모양새였지만.
율리가 까르륵 웃었다.
“언니! 그룹 단콘(단독 콘서트)에서는 공식 응원봉만 들 수 있어요!”
“아, 그럼 색이라도 홀로그램 핑크로…….”
“누나. S급 장비를 응원색으로 했다가 탈덕하면 어쩌려고요.”
“……안 해요!”
“그치만 애초에 이건 누나 스킬 타는 거라서, 색상 변경은 어려워요. 누나 의지로 된다면 모를까.”
하라는 부서진 간지대박검을 인벤에서 꺼내 힘을 주었다. 바지직. 흰색 빛이 뿜어져 나오는 동시에 검이 완전히 부서졌다.
복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안 되는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언니. 근데 오늘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요?”
‘얼굴이 너무 안 좋다. 요새 일이 많아서 그런가? 저 다니는 피부과 같이 다닐래요? 그렇잖아도 피부과 원장님이 언니한테 협찬 어떻게 못 하냐고 막 물어보던데…….’ 율리가 옆에서 종알거렸으나 희한하게도 하라의 귀에는 그게 잘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하라는 집을 힐끗 둘러봤다.
넓은 집.
윤세헌 집보다 두 배는 넓은.
윤세헌이 없는.
하라는 오늘 오전 윤세헌의 아파트에서 완전히 나왔다. 짧은 더부살이 생활 중에도 짐은 생각보다 많이 쌓여서, 차가 필요할 정도였다.
그럭저럭 팀이 꾸려지긴 했지만, 아직 전용차는 나오지 않은 탓에 서울지청 지하에서 압류 딱지가 붙은 권욱의 빨간 사륜구동 SUV를 끌고 나왔다.
물론 운전기사는 병아리를 포대기로 안은 채 시종일관 눈물을 찍어 내는 권욱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느려요? 집에 뭐 두고 나왔어?”
“아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