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공무수행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106)화 (106/223)

104화

* * *

“두 손 드세요.”

권욱이 억울해했다.

“아, 얘가 자꾸 뛰쳐나가는데 난들 어떡하란 말이에요!”

하지만 하라는 엄했다.

“병아리 양손으로 들고 벌서기.”

“강하라 씨! 얘 무게 4킬로인 건 알고 있어요?”

“네. 아는데요.”

구오빠가 울상을 짓거나 말거나. 하라는 병아리를 안아다가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두 손 들기.”

“강하라 씨, 내 나이 알고 있죠……?”

“병아리 무게 4킬로인 것도, 오빠 나이- 아니, 권욱 씨 나이 곧 서른셋인 것도 알아요. 그러니까 벌서세요.”

결국 권욱이 병아리와 함께 양손을 들었다. 그 모습이 흡사 라이X킹 오프닝 같았다.

박 PD가 ‘자막은 나주평야 발바리 치와와…….’ 하고 중얼거리며 영상을 찍거나 말거나, 하라는 씁, 하고 권욱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똑바로 안 들어요?

그가 병아리를 정수리 위로 치켜올리고 나서야 강하라는 만족했다.

“나 얘 때문에 한숨도 못 잤는데, 졸다 뛰쳐나간 건 좀 봐주라…….”

“어쩌라고. 그러라고 데려온 건데.”

래영이 키득키득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에 권욱이 짜증을 냈다.

“아!”

권욱의 짜증에 병아리가 ‘뿌액!’ 하고 울면서 권욱 머리 가운데를 콱 쪼았다.

“악!”

속사정 모르는 박 PD가 카메라를 그런 권욱에게 돌리며 물었다.

“권욱 씨는 요즘 뭐 하고 지내셨어요? 아주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저기요, PD님. 제 머리에서 피 나는데 그걸 먼저 물어봐 주시면 안 될까요?”

“연출 아닌가요?”

박 PD의 말에 권욱이 앓느니 죽지,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메라는 계속 돌아갔다.

무언의 재촉에 권욱이 부루퉁해 있다가 문득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제가 다름이 아니라 감금…….”

콱.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병아리가 다시 권욱의 정수리를 부리로 찍었다.

“악!”

권욱은 병아리를 다시 고쳐 들고 활짝 웃으며 사전 협의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일이 많았습니다. 요즘 마석이 설치돼도 던전이 터지는 일이 있어서 조사 중입니다. 상암동 던전 브레이크 때문에 시민 여러분들께서 걱정 많으셨을 텐데, 그때도 비슷한 일로 던전이 터질 뻔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의 강하라 씨 덕분에 모든 일이 수습되었답니다!”

눈가에 눈물이 좀 맺힌 거 같은 건 기분 탓이리라.

“머리에서 피 나는데요.”

“야, 우냐?”

박 PD와 래영이 한 마디씩 거들거나 말거나. 권욱은 생글생글 웃었다.

“강하라 씨는 본래 E급이었다가 S급으로 각성하신 분으로, 10년 가까이 시민 여러분과 더욱 가깝게 근무를 해 오셨습니다. 어쩌면 저보다 더 대단한 분이죠!”

연예인 생활 4년, 헌터 생활 10년. 아무튼 방송용 멘트 분야에선 권욱만 한 사람이 없었다.

“당분간은 저희가 협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윤세헌마저 뒤에서 혀를 찼다.

“저보다 혓바닥 잘 놀리는 분 처음 봅니다.”

권욱이 환히 웃었다.

“윤세헌 앵커님,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이겠습니까?”

권욱에게만 보이게 혀를 내민 세헌이 촬영용 카메라를 강하라 쪽으로 향했다.

박 PD는 권욱을 비롯한 던전 전반을 찍기로, 그리고 세헌은 하라를 마크하기로 암묵적인 합의가 된 상태였다.

“오늘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아까는 잘, 이라고 하셨는데.”

늪 던전. 주변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작은 F급 곤충들 외에는 지상에 큰 위험은 없었다. 대신 늪 아래쪽이 여러모로 위험했다.

준비 운동을 하고 인벤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꺼내던 하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직까지는 카메라에 잘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이 던전을 안…… 다고 할 순 없고, 그냥 비슷한 환경의 던전 경험이 있어요.”

“그렇군요. 하지만 천천히 공략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고양지청에서는 실제로 통일로 던전의 공략은 천천히 해 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주민들 눈치 때문에 작정하고 몇 개월씩 공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부산물이 욕심나기 때문이다.

“아, 그게요.”

하라는 슬쩍 눈을 피하다가 속삭였다.

“윤 기자님, 저희 콘서트 내일이에요…….”

“콘서트요?”

“율리 콘서트 가야 돼요.”

아. 세헌이 휴대 전화를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그게 벌써 내일이었나.

“콘서트으? 웬 콘서트?”

옆에서 듣던 래영이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

“언니, 율리 좋아했어요?”

그러자 저 멀리서 벌서던 권욱이 ‘아!’ 하고 갑작스레 탄식했다.

“강하라 갈아탔네! 갈아타서 나한테 이렇게 싸늘한 거였네!”

“뺙!”

“야! 쫀 데 또 쪼는 건 반칙 아니냐!”

“뿌액!”

[병아리가 베이비시터(지정 사용자: 권욱)를 마음에 안 들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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