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 * *
세헌이 9시 뉴스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는 이미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그리고 그를 맞은 건 눈 밑이 푹 꺼진 강하라였다.
“오셨어요…….”
“……강하라 씨 어디 아픕니까?”
“아픈 건 아니고 그냥 좀 힘드네요…….”
그렇게 말하는 하라 뒤로 병아리가 ‘괘애액!’ 하며 천장 위로 치솟았다. 와장창.
세헌은 대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 집 안의 거의 모든 게 반쯤 부서져 있었다. TV, 가구, 소파……. 심지어 천장의 유리 등까지 모두 다. 헛웃음이 났다.
“죄송해요. 제가 다 물어 드릴게요…….”
죄책감을 짊어진 하라가 풀이 죽어 그렇게 말하자 세헌은 손을 내저었다.
“이걸 강하라 씨가 왜 물어 줍니까, 괜찮습니다.”
애당초 저 병아리는 던전 출신 아닌가. 태어난 덩치가 심상찮을 때부터 이미 예상한 바였다. 심지어 저 병아리에게 스테이터스가 존재하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지 않은가.
다만 하라의 영상을 편집하는 데에 온 신경이 쏠려 있어, 그저 괜찮겠거니 넘긴 게 실책이라면 실책이었다.
어쨌든 S급인 하라가 저 병아리를 데리고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지만.
“정말 ‘어떻게든 되기만 한’ 수준이군요…….”
“……제 퀘스트 때문에 부서진 거니까 제가 물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닙니다. 약간의 사고는 각오했습니다.”
“약간의 사고요?”
하라가 흐린 눈을 들어 세헌의 집을 바라봤다. 누가 봐도 비싼 가구들이 처참히 부서져 있는 광경.
이걸 약간이라고 해도 될까요?
“돈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사고면 약간이 맞죠.”
“……아, 저 돈 많아요!”
불끈. 강하라가 갑자기 주먹을 쥐었다. 그러더니 ‘헐!’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저 이런 말 해 보는 거 처음인 거 같은데 이거 기분 되게 좋네요?”
‘저 도토리 되게 많아요, 헐. 짱이다, 저 도토리 많대요. 대박이죠.’ 그런 말이 환청으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세헌은 피식 웃었다.
“그러면 다행이고. 아무튼 이런 것도 사 왔습니다.”
“뭔데요?”
세헌은 현관에서 벗어나지도 않은 채 제 서류 가방을 벌려 안에 있던 것을 꺼내 들었다.
그건 다름 아닌 알록달록한…….
“……딸랑이요?”
하라의 당황스러운 얼굴에 세헌도 머쓱해졌다. 나름대로 좋은 생각이다 싶었는데.
“회사에 반려견 키우는 사람이 추천해 줘서…….”
“……쟤는 병아린데요?”
“병아리나 반려견이나 비슷하지 않을까요……?”
안 비슷하지 않나요? 개는 포유류고, 병아리는 조류인데…… 라고 말하려던 그때였다.
머쓱해하던 세헌의 손에서 딸랑, 하고 가볍게 딸랑이가 흔들리자마자, 저 뒤에서 난장판인 거실을 질주하던 병아리가 홱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병아리(이름 없음)가 ‘딸랑이’를 포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