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정혁은 얼마간 더 씨근거렸다.
‘여보쇼, 그게 사과하는 태도요?’ 하고 몇 마디 더 하기는 했으나, 세헌이 ‘그럼 제가 더 정중하게 사과하면 되겠습니까?’ 하고 되물으니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더 하면 자신만 우스워진다는 것 정도는 정혁도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다른 팀원들이 내심 그만 좀 해 줬으면, 하는 눈치도 주었다. 팀 K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정혁에게 의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저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길 기다리는 사람도 분명 있긴 했다.
다들 A급이다, B급이다, 고위급 헌터의 자존심을 챙긴다 해도 본질은 공무원 아닌가. 어쨌든 위에서 하라면 따라야 하는 처지였다.
특히 유민호처럼 말 없는 팀원들의 경우 정혁을 노골적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정혁은 다혈질이긴 하지만 멍청하지는 않았기에, 이쯤 해 물러나야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마침 선주가 ‘아유, 사과받았으니 됐죠. 정혁 씨도 이해해 줄 거예요.’ 하고 아예 물러날 만한 자리를 깔아 주었다.
그렇게 상황이 얼추 정리되자, 곧장 팀 비서의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파주 던전은 드론으로 탐색한 바 지역이 꽤 넓습니다. 그래서 단독 공략은 어렵고요, 6~8인 내외의 팀이 들어가되 사흘로 공략 기간을 잡았습니다. 던전 브레이크까지는 일주일 정도 남아 있는 걸로 짐작됩니다.”
모두의 경청에 비서가 설명을 이었다.
“다만 이번 공략은 윤세헌 씨를 먼저 안전지대에 두고 시작합니다.”
“……잠시만요. 윤세헌 씨가 던전에 들어간다고요?”
질문한 것은 선주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팀원들 모두 의문이 가득한 눈치였다.
그러나 하라의 입장에서는 세헌이 던전에 있는 것이 당연했다.
[성좌 ‘큐피트’가 뭐, 토템 같은 거지. 하고 킬킬댑니다.]